매너의 역사 -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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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의 역사,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그 시작은 어디서부터일까가 궁금했었다. 예절이라는 것은 규칙을 지킨다는 것과는 또 다른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에 대해 가장 크게 와 닿은 비유는 운전에 대한 것이다. 이건 어쩌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해당이 되는 지극히 현재진행형인 현실적인 문제여서 그런것인지도 모르겠다. 한참 뒷부분에 나오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이미 1930년대 - 자동차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그리 오래전도 아니고 긴 역사도 아니지만 이미 백여년 전에 나온 운전에티켓 내용을 보면 매너라는 것이 법으로 정해놓는 것이 아닌 공동체 생활의 배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끔 뉴스에 비오는 날의 풍경으로 지나가는 차량이 튕겨낸 빗물에 맞아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는 직장인의 모습이 나오곤 했었는데 30년대에 나온 운전에티켓에는 비오는 날 커브길에서 속도를 내지 않는 것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흙탕물을 뒤집어쓰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 라는 글은 요즘 더 필요한 글이 아닌가 싶다. 


지금의 시대에 '배려'라는 생각이 들지만 고대로부터 이어오는 '매너'에 대한 내용은 약간 처세의 느낌으로 시작한다. "좋은 매너를 갖추는 일은 곧 행복에 대한 추구이자 삶의 즐거움의 하나"(594)임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대에서부터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현대에 '배려'라는 의미를 갖기 전에는 소위말하는 '상류층'이 자신들의 집단에서 어울리기 위해 익혀야할 관습정도로 시작했으며 그것은 곧 내가 배제되지 않기 위한 것에 조금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대화술이나 아들의 교육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근현대로 오면서 계급에서 개인적인 에티켓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러면서 직업과 성에 관련된 것, 파혼과 이혼에 대한 에티켓의 내용도 정리되어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시대가 지나면서 특정 계급에서 중산층으로 확대되고 개인이 지켜야할 에티켓 내용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도 돈으로 양반 족보를 산 중인들이 어설픈 양반행세를 하며 벌어지는 일을 풍자하는 해학이 넘쳐나는데 서양에서도 그와 마찬가지로 벼락출세한 사람의 매너가 그들에 대한 교육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중산층의 허세와 탐욕을 풍자하고 있다. 


그랜드투어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외국으로의 여행이 많아졌는데 약간의 현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예나 지금이나 비상금은 필요한가 싶었는데, 결투로 인해 사람을 죽이거나 다치게 했을 때 재빨리 말을 구해 도망갈 때 필요하다는 말에 헛웃음이 나온다. 매너가 사람을 만들지만 매너를 배우는 것은 목숨을 살리기도 하는 것인가 싶다. 


매너의 역사를 통해 매너가 우리에게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주고 있는데 어렵지 않고 쉽게 설명해주고 있을뿐만 아니라 매너 자체가 생활밀착형(!) 에피소드를 통해 이야기할수밖에 없는 것이어서 그런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매너에는 자기에 대한 존중과 남에 대한 존중이 교차하고, 그 존중을 행동으로 주고받는 기쁨이 있다. 따라서 좋은 매너는 당연히 더 나은 관계를 만들고, 더 좋은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평화로움을 창조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594)는 것을 떠올린다면 매너를 배우고 익히는 것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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