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프와 빵 - 지친 영혼을 위한 소울푸드
히야미즈 기미코 지음, 이소영 옮김 / 윌스타일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내게 굳이 이 책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빵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체중때문에 빵 먹는 것을 자제하고 있는데다가 수프는 항상 먹던 맛만 찾아서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려고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낯설은 비주얼이라면 더더욱 손이 가지 않는다. 그러니 가끔 수프와 빵이 먹고 싶어질땐 인스턴트 수프에 약간의 채소를 더해 진하게 끓여서 먹는 것으로 만족하곤 했다. 그런데 얼마전 우연찮게 중식 코스요리를 먹으면서 게살수프를 먹었는데 그게 의외의 맛을 느끼게 했다. 그닥 즐기지 않는 게살인데 그것도 수프로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여러사람과의 식사자리에서 안먹을수가 없어서 그냥 슬쩍 맛을 봤다. 수프라고 하면 형태가 안보일정도로 뭉근하게 끓여내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내게 그것은 색다른 느낌이었다. 그런 후 [수프와 빵]을 보니 내가 몰랐던 더 다양한 수프의 세계와 빵의 맛을 알고 싶어졌다.

 

일단 이 책은 레시피를 보기 이전에 접시에 담겨있는 다양한 수프와 빵의 모습으로 눈이 호강하는 책이다. 어떤 레시피가 있는지 살펴보지도 않고 우선 전체적으로 요리 사진만 보면서 입맛을 다시고는 정신을 차려 다시 차근차근 책의 구성을 살펴봤다. 각 계절별로 네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그 구분만으로도 제철의 신선한 재료로 시기에 맞는 수프를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본적인 계량이나 조미료 등에 대한 알림은 그냥 참고용이지 뭐, 하고 책장을 무심코 넘겼다가 '육수'와 '냄비'에 대한 글을 읽고 이런 중요하고 가장 기본적인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고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스톡같은 제품을 넣고 싶지 않아 온갖 채소를 넣어 맛을 내고 싶어하는 내 맘과는 달리 그닥 깊은 맛이 우러나지 않았었는데, 채소의 감칠맛과 단맛을 끌어내기 위해 중간에 넣는 소금이 중요하고, 두꺼운 냄비로 약불에서 찌듯이 익히면 열이 골고루 잘 전달되어 채소가 눌지 않고 잘 익는다고 한다. 게다가 냄비 뚜껑에 모여있는 물방울에는 채소에서 나온 감칠맛이 들어있으므로 그 한방울도 흘리지 말고 냄비안에 잘 담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색다른 맛을 내는 수프와 어울리는 토핑을 더하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금상첨화라는 사실. 아직은 요리의 기본도 잘 몰라서 이 약간의 아이디어를 첨가하기는 쉽지 않지만 일단은 기본적인 레시피를 따라 해 보면서 나만의 맛있는 수프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엊그제가 동지여서 팥죽을 먹었는데, 이 책을 뒤적거리다가 지금이 겨울이라 지금과 어울리는 수프가 뭐가 있는지를 더 자세히 살피다가 '팥 사과 수프'를 발견했다. 팥과 사과의 조합이 너무 생소한데 어떤 맛일지 상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가끔 카레에 사과를 넣고 끓여 먹기는 해봤지만 사과와 팥이라니. 겨울이 가기 전에 한번 시도해보고 싶은 수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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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만드는 나무 커틀러리 DIY - 30인의 목공예가가 소개하는 커틀러리 & 다이닝 소품 350점
니시카와 타카아키 지음, 송혜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어릴적에 읽은 동화중에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나이 든 부모를 공경하라는 뜻이 담긴 내용이었는데, 노모가 식사를 하면서 손이 떨려 자꾸만 그릇을 떨어뜨려 깨뜨리니 아들과 며느리가 구박을 하며 나무 그릇에 식사를 담아주었다. 그리고 며칠 후 어린 아들이 나무 조각을 만지는것을 보고 뭐 하느냐고 물었는데 아이는 부모님도 나이들어 그릇을 잘 못잡게 되면 사용해야 하는 나무 그릇을 만들어놓으려고 한다고 대답을 했고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친 부모는 늙으신 어머니를 잘 모시면서 살았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그 이야기때문인지 나는 나무 그릇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갖고 있었다. 괜히 나무로 된 식기를 보면 마음 어딘가 불편하고 별로 좋지 않은 물건을 사용하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

 

그런데 언젠가부터 나무의 결이 이뻐보이고 나무 소품의 느낌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나무 그릇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오히려 친환경적이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나무로 만든 소품들이 좋아진 것이다. - 물론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환경에 대한 생각과는 달리 무분별하게 베어지는 나무의 희생이 아니라 편리한 도구로 사용을 하고난 후 그 수명을 다하면 또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그런 나무 소품이 좋아진것이라 말하고 싶은 것이다.

 

아무튼 식기를 나무로 사용한다는 것은 생각해보지 못했었는데 물론 나무젓가락은 많이 사용하니까 익숙하지만 나무 숟가락은 처음 봤을 때 좀 낯설기는 했다. 그런데 나무 국자, 나무 밥자, 특히 프라이팬에 볶음 요리를 할 때 나무 주걱을 이용해 요리를 할 때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나무 커틀러리에 대한 애정이 더 커지고 있다.

사실 프라이팬으로 요리를 할 때 긁힘 방지 때문에 나무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서 불 위에 올린 프라이팬에 그냥 얹어놨다가 불에 탄 자국이 무늬처럼 생겨난 나무 주걱이 생겨났다. 그런데 그것이 보기 싫다기보다 오히려 디자인처럼 무늬를 남겨 더 아끼며 사용하고 있다. 나무 커틀러리의 또 다른 매력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에는 일본의 목공예가들의 커틀러리 소품들 사진이 한가득 실려있는데 작품 사진뿐만 아니라 만드는 과정이 실려있기도 하고 용어와 도구 해설, 나무의 강도와 목재 구입난이도, 나무 커틀러리의 손질과 보관 방법도 실려있어 보는 즐거움과 만들어볼 수 있는 방법도 배울 수 있다. 일본책의 번역이어서 목재 구입에 대한 부분은 우리의 현실과 같을수는 없다는 것이 좀 아쉬운 점이기는 하다.

 

한가지 독특하고 놀라웠던 것은 손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손잡이 부분을 잡기 편하게 곡선으로 휘게 만들어진 숟가락이었다. 설명을 읽기 전에 작품 사진만을 봤을 때는 디자인일뿐일까 싶었는데 직접 세심하게 손잡이의 휘어지는 각도를 사용자에게 맞춰 만들었다고 하니 왠지 좀 더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숟가락뿐만 아니라 포크, 나무상자, 도시락, 냄비받침, 그릇과 컵까지 매끈하게 잘 깎여있는 커틀러리도 있고 나무결을 그대로 살려 무늬로 남겨두거나 조각칼로 다듬은 결을 그대로 살려 그것을 하나의 무늬처럼 만든 커틀러리도 모두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의 제목이 손으로 만드는 나무 커틀러리이고 내가 직접 만들어볼 수 있게 도움과 팁을 주는 DIY 책인데 당장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보다 저 작품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이 책에는 너무 멋진 작품만을 실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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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12-23 22: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chika님, 2016 서재의달인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chika 2016-12-24 15:52   좋아요 2 | URL
아, 고맙습니다. 가장 먼저 소식을 전해주셨네요 ^^

서니데이님도 행복하고 멋진 크리스마스 되시길요 ^^
 



블랙유머. 풍자.

도서관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책의 내용을 이야기할 때도 그랬지만
책을 읽어나갈수록 존재감을 드러내는 문장을 발견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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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안경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이덴슬리벨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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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생을 꽃에 비유한다면, ‘행운‘은 화려한 장미이고 ‘불운‘은 수수한 안개꽃이야. 양쪽을 같이 묶은 꽃다발이 얼마나 예쁜지 알지? 안개꽃이 장미를 돋보이게 하잖아˝
˝‘불행‘도 인생의 소중한 요소라는 뜻,이,야˝

반짝반짝 안경,은 내게 연애소설이라기보다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여정에서 행복도 불행도 다 보듬어 안아야만 하는 것이고 삶과 죽음 역시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지만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이 아니며 이런 모든 일들이 우리의 삶을 이뤄나가며 성장시켜나가고 있음을 말해주는 이야기라고 느껴진다.

 

기르던, 아니 함께 살던 고양이 페로가 갑작스럽게 죽어버리고 상심에 빠져있는 아케미는 평범한 - 어쩌면 오히려 소심하고 업무능력이 뛰어나지도 않은 평균이하의 직장인일지도 모르는 그런 영업사원이다.

아케미는 페로의 죽음으로 상심에 빠져있다가 고서점에 들려 우연히 발견한 '죽음을 빛나게 하는 삶'이라는 책을 구입하고 읽어나가기 시작한다. 책을 읽다가 책속에 꽂혀있는 명함 하나를 발견하고 망설임끝에 그 명함의 주인에게 짧은 메일을 보내게 되고 그것을 인연으로 아케미는 책을 돌려받고 싶다는 원래의 책주인인 아카네를 만나게 된다. 그 책은 아카네의 연인인 유지라는 사람이 선물한 책이며 유지는 현재 시한부선고를 받고 병원에서 투병중임을 알게 된다.

 

이 소설은 아카네에게 사랑하는 연인이 있음을 알게 되었으면서도 첫눈에 반한 자신의 마음을 쉽게 접어버릴 수 없는 아케미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또한 쉽게 마음을 접지 못하는 아케미의 직장 선배 야요이, 아케미의 등장으로 사랑하는 아카네를 떠나보내려고 하는 유지와 유지의 곁을 끝까지 지키고 싶어하는 아카네... 이 네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사랑과 이별의 상처와 아픔을 어떻게 보듬고 이겨나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반짝반짝 안경'이라는 제목답게 모두가 반짝거리는 마음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한 느낌에 책읽기는 단숨에 끝낼 수 있었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은 마음을 '반짝반짝 안경'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은 단순히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라는 조언같은 느낌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고 바라보다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반짝거리게 되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뜻밖의 기적같은 이야기라거나 예상치못한 그 무엇인가를 던져주지는 않지만 평범한 우리에게 그 삶 자체로서 빛날 수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따뜻함이 담겨있다는 생각도.

 

이런저런 이유로 답답한 요즘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마음이 조금 풀리는 느낌이었다. 뭔가 아주 특별한 것은 없지만 그 평범한 따뜻함이 모리사와 아키오의 글을 읽게 되는 이유인 것 같다.

그리고 머리로만 이해하고 있었던 위로의 말들에 대해 마음으로 느끼게 되어서일지도.

˝아픔은 저항하는 한 줄곧 계속돼. 오히려 아픔의 근원을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조금씩 치유되는 것 같아˝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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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닥터 김사부, 라는 드라마에서 한때 최고의 명성을 날렸던 김사부에게 신출내기 의사 강동주가 질문을 던진다.

"선생님은 좋은 의사입니까, 최고의 의사입니까"

그들의 대화였지만 나도 모르게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이미 병세를 돌이킬 수 없었으니 우리에게는 좋은 의사가 필요했다. 그렇게 버르장머리없이 기고만장해서 아무말이나 내뱉는 의사가 아니라.

그리고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입원하시고 수차례의 수술을 받으셨을 때 성격좋았던 담당의사는 인상과는 달리 형편없는 실력으로 어머니를 더 오랫동안 입원하게 했고 더 많은 수술을 받게 했고 염증이 생긴것도 원인을 모른다고만 해서 다른 병원에 가서 치료받고 나았다. 그러니, 좋은 의사와 최고의 의사... 어떻게 택할 수 있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김사부가 대답을 하고 있었다.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가 되라고.

 

 

마음을 울렸던 그 말을 잠시 잊고 있다가 오늘 문득 그 말이 떠올랐다. 의사...와 같지는 않지만 하느님의 인호를 받은 사제로서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를 고민하다가 결국은 자신의 또 다른 길을 선택하기로 결정한 신부님 때문이었을까.

당신은 혹시 좋은 사제, 최고의 사제, 성인 사제가 될 수 있는 줄 알았지만 그러지 못한 현실의 삶 속에서 다른 길을 가려고 하는 것인가? 정말 행복하지 않은 것인가? 아니, 도대체, 왜?

내가 묻고 싶은 말은 계속 안에서 맴돌고 있지만, 사실 타인의 고민의 심연을 그리 쉽게 판단하고 내뱉으면 안되는 것이기에 차마 묻지 못하고 묻어버렸다. 나의 차선은 그저 다른 시선과 다른 관점으로 자신을 바라보면 안되겠냐고 말리는 것 뿐.

아니, 나는 그에게 강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모두에게 필요한 사제가 되어야하지 않겠냐'고.

 

 

 

 

 

"타인의 순수함과 절박함이 나보다 덜할 것이라 생각하지 말고, 절대악과 절대선이 존재하는 세상을 상정하며 어느 한 편에만 서면 명쾌해질 것이라 착각하지 말되, 마음속에는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문장을 한가지씩 준비해놓고 끝까지 버팁시다. 마지막 순간까지 버티고 버텨 남 보기에 엉망진창이 되더라도 나 자신에게는 창피한 사람이 되지 맙시다. 저는 와 저 자식 아직도 쓰고 있네? 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 버티고 버티며 징그럽게 계속 쓰겠습니다. 여러분의 화두는 무엇입니까." (버티는 삶에 관하여, 허지웅)

 

 

 

 

 

 

어쩌면... 나 자신의 고민은 아니었기에 좀 더 쉽게 내뱉고 좀 더 쉽게 방향을 바꾸라고 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버티는 삶에 관하여'를 읽었을 때, '지금 상투적이 생각이 아닌 오로지 나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버티는 삶에 관하여' 이미 상투적이 되어가고 있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지금의 나를 버텨내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 버티는 삶을 지속하게 해 주는 원천이 무엇일지 생각이 많아지고 깊어지고 있지만 그럴수록 뭔가 더 명확해지는 것이 있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어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혹시 '견디어 내는 것'을 '버티는 삶'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 모호한 경계를 생각하다가 얼마전에 읽었던 별아이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써니,는 집에서 살지 않는, 아니, 집에서 가족과 함께 살아갈 수 없는 아이들이 살고 있는 시설 별아이의 마당에 버려져 있는 움직이지 못하는 자동차의 이름이다. 그리고 마츠모토 타이요의 써니는 그 별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담겨있는 이야기이다.

어쩌면 가난이 되물림 되는 아이들, 알콜 중독인 아버지와 부양의 책임이 무거워 도망쳐버린 어머니로 인해 어린 나이에 세상은 혼자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을 배워야 하는 아이들,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도 함께 살지 못하거나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버린 부모님을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있어 차마 다른 곳으로 입양 갈 수 없는 아이들..... 어느 한명의 특별한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 어딘가의 별아이와 같은 시설에서 또 다른 써니와 같은 공간을 놀이터 삼아 살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아프다, 라고 했었다.

그 아이들의 삶은 어느쪽에 더 가까웠을까?

 

.......

그런데.

또 어쩌면 다른 시선과 다른 관점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고 삶의 모습을 바라봐야하는 것은 내가 아닐까, 라는 자기 성찰을 해보게 된다.

견뎌내는 것이든, 버티어내는 것이든 혹은 더이상 버티어내지 못하고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이든 그건 어쩌면 또 다른 나의 편견이 담긴 시선은 아닐까.

 

˝다른 사람의 기분은 그렇게 간단히 알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달까...입장이 바뀐면 나 또한 마찬가지구나 싶더라. 그래서 더 이상은 일어나버린 일에 대해 비뚤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남빛 - 바닷마을 다이어리 5. 90)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좋은 의사, 최고의 의사, 좋은 사제, 훌륭한 사제, 좋은 사람.... 이 모든 것 역시 내게 주어진 삶의 자리에서 정점에 서야하는 것이 사명과 책임인 양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문득 잠시 멈춤 상태에 있게 된다.

내게 주어진 삶의 자리에서 끝까지 버티어낸다는 것은 그 삶의 자리를 지켜낸다는 의미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이 멈춤의 의미일까?

오랜 고민 끝에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려 하는 그 사제는 누군가의 말처럼 시간이 흐른 뒤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수는 없는것이겠지. 어쩌면 후회하게 된다하더라도 미래의 그 날, 그 자신은 행복했으면 좋겠다.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존재 그 자체로서 말이다.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에요. 시간과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이 있다는 뜻이니까. 그건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가다가 막히면 돌아간다. 이거야말로 길을 잃었을 때의 비법!"

"앞으로도 길을 헤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곳에 가는 길은 두번 다시 헤매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지도에 없는 곳. 거기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했었어."

"근데 길 끝에 뭐가 있을까 생각하면 설레지 않니?" (바닷마을 다이어리 7)

 

 

시간이 흐르고 먼 훗날 언젠가 내 삶의 자리에서 나는 '버티는 삶'에 대해 또 어떤 상념을 가지게 될까... 잘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때의 그 상념 역시 나 자신을 다독거리며 힘과 용기를 주고 있는 것이라면, 나 역시 나의 삶을 후회하게 된다 하더라도 존재 자체로서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고 있게 된다면 그것 자체로 나는 잘 버티어낸 것이 되지 않을까.

 

"내는 '시간'이 참 잘 만들어진 기라고 생각한데이. 멈추는 일이 없으니께 말이다.

아무리 즐거운 때라도, 아무리 슬픈 때라도 계속 그 자리에 머물 순 없데이. 지금 이대로가 계속 이어지지 않는다는기다. 난 그기 위안이라고 생각한데이."(써니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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