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비 오지 않는다면 귤 따러 갈 예정입니다.

 

혹시 주문하시고 싶으신 분은 댓글로 주소, 전화번호, 이름... 남겨주세요.

 

무농약 귤이라 크기나 모양은 좀 시원찮지만 맛은 좋습니다.

 

10kg에 택배비 포함 3만원입니다.

 

 

 

 

 

잠시 잊고 있다가 장바구니를 다시 살펴보고 있으려면 사라지는 책은 없고 점점 더 쌓여가는 책들만 있는 듯 하다. 하긴. 읽는 책은 사는 책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사는 책은 새로 나오는 책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다읽은 만화책 사십여권을 박스에 넣고 - 당분간 읽을 예정이 없기에 - 책장 위에 올려놓았고 몇 권의 책을 빼 놨으니 분명 그 빈자리에 들어간 책이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또한 분.명.히 바닥에 쌓여있는 책탑도 조금은 허물어져야 하는데 오히려 지금 더 높이 쌓여있다. 더군다나 최근에 받은 새책들이 담겨있는 박스는 내용만 확인한 채 박스 그대로 방치되어 있어서... 어쩌면 폐지취급인가 싶을 정도이다. 이렇게 살명 안되겠는데.. 도무지 책읽는 속도는 늘지를 않고, 다 읽은 책조차 소유를 포기하기는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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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1 0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18-12-01 18:13   좋아요 0 | URL
넵. 내일 따고 보내드리겠습니다

2018-12-02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01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18-12-01 18:15   좋아요 0 | URL
내일 따고 보내드리겠습니다. 담주 눈소식이 있어서 내일 거의 마무리할듯 해요.
바로 따서 보내는거라 이틀쯤 지나면 신핫이 좀 가라앉고 약품처리도 안한거라 베란다에 두시면 좀 오래 보관할수있을거예요

2018-12-02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8-12-05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귤도 잘 받았고 송금도 했어요~ 달콤한 귤맛에 자꾸 손이 갑니다.^^ 잘 먹을게요~♥

chika 2018-12-05 19:05   좋아요 0 | URL
네. 확인하겠습니다. 감사해요 ^^

Forgettable. 2019-12-09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올해는 귤 없나요.. 지난번에 너무 맛있게 먹어서 자꾸 생각이 나네요!

chika 2019-12-09 11:35   좋아요 0 | URL
아, 귤은 계속 판매했는데 제가 여기엔 글을 안올렸네요 ㅠㅠ
주문하시면 주말에 따서 보내드려요 ^^;;

2019-12-09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트위스티드 캔들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1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영국추리작가협회 선정 100대 추리소설에 이름 올린 작가' '영화 킹콩 원작 초안을 쓴 작가' '코난 도일, 애거서 크리스티와 동시대에 사랑받은 추리소설 작가'.... 이런 홍보문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내, 코난 도일이나 애거서 크리스티가 아무리 유명하다하더라도 동시대의 작가인데 에드거 월리스라는 작가는 처음 들어봐서 그리 큰 매력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이미 한세기가 다 되어가는 옛 작품이어서 추리소설에 대한 큰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나름대로 옛 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도 있기에 외면할 수 없는 호기심에 책을 읽어 볼 마음이 생겼다.

성급히 결론을 말하자면 반전이 없는 예상대로의 이야기 흐름이었고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트릭도 범인도 결말도 알아챌 수있는 전형적인 이야기 소설이라 놀라움은 없지만 고전적인 느낌으로 글을 읽는 재미는 있었다.

 

소설은 추리소설 작가인 존 렉스맨의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다. 성급한 투자로 큰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자금을 바싸랄로라는 이에게 빌린 존 렉스맨은 대금을 갚지못하게 되었고 바싸랄로는 자금상환을 독촉하며 렉스맨을 협박한다. 그런데 그 바싸랄로의 배후에는 렉스맨에게 친구인 척 접근을 한 카라라는 인물이 있었는데....

그로인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의 조사를 렉스맨의 친구인 티엑스 경찰국장이 관심을 갖고 진위를 밝히기 시작하며 이야기는 또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오래전에 쓰여진 작품이기 때문에 전형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만약 한세기 전에 이 이야기를 읽는다고 생각해보면 요즘말로 스펙타클한 스케일의 액션활극 로맨스, 라고 홍보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 물론 지금의 시대에 읽는다면 신박하다고 할만한 것은 없으니 그리 큰 기대는 할바가 아니지만.

 

"누군가를 겁먹게 만든다면! 불길함과 불안함으로 상대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상대나 상대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떠한 끔찍한 일이 생길 것이라고 믿게 만든다면!...... 고문대보다도 훨씬 끔찍하고, 화형보다도 훨씬 가혹한 게 바로 두려움이오.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보통 사람이 우스운 일로 여기는 것들조차 아주 끔찍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오" (119)

악인으로 나오는 카라의 말을 읽으면서 예나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건 사람의 마음과 심리를 이용한 두려움으로 누군가를 협박하며 악행을 일삼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결말과 해결이 궁금한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이야기의 흐름 자체를 읽으며 즐길 수 있는 소설이었고, 드라마같은 해피엔딩을 원한다면 추천할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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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어떠한 윤리 이론이나 원칙도 삶을 다 끌어안을 수 없다. 아니, 우리는 삶을 완전히 다 파악할 수 없으며, 우리의 생각 밖에는 항상 삶의 또다른 면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신간 소식을 접하다가 알게 된 책. 바로 장바구니에 집어넣기는 했는데. 새삼 좀 망설여지기는 한다.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고민해야하는 문제들을 피하려고 했을까. 우리 삶에 직면해 있는 문제들임에도 불구하고 내 앞에 닥쳐있지 않으면, 가급적 피하고 싶은 문제들. 혹여나 누군가 내게 의견을 묻고 그에 대해 이야기해보자고 하면 내 생존이 걸려있지 않는 한 회피하고 싶은 그런 문제들.

그냥 마음 한켠에 '이런 질문은 도의에 어긋나!'라고 외치고픈 마음이 덩어리져 있는 것 같은 그런 문제들.

 

 

 

 

 

 

 

 

 

신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은 아닌 듯 한데, 이렇게 낯설기만 한 새 책들이 많은 걸 보니 아무래도 관심의 폭이 좁아진 것이 아닐까 싶다. 아니, 그래도 예전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라 그런지, 눈에 익은 것이라 그런지 로컬의 미래,는 알고 있었구나. "최종적으로 지역화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회복시킨다"라고 하는데... 세계화의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서는 생각해봤는데 과연 지금의 세상에서 그게 가능한 것들일까. 지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일일 때, 일반적인 소시민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이상향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솔직히 나이를 먹을수록 현실과의 타협이 쉽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나보다 더 치열하게 살아가는 듯 보이는 사람들 역시. 아니. 타협이라는 느낌도 없이 저쪽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느낄때마다. 나는 배신하고 또 배신한다. 그 배신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이 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일까. 모든것이 불명확하고 형편없어지고 있다...

[제가 왜 참아야하죠?] 도리, 라는 것은 약자에게만 강요됩니다... 라는 말에 대번 공감되는 이유. 하아.

 

 

 

 

 

 

 

엊그제 산 책 한 권. 미처 몰랐는데 호텔 사일런스는 2018년 북유럽연합회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군.

 

 

 

 

 

 

 

 

 

 

 

 

 

 

 

 

늘 쓰던 다이어리 말고 새로운 다이어리를 구입할까, 그냥 굿즈를 살까 망설이는 사이 일주일이 가버리고 있다. 여전히 장바구니는 가득 차 있고, 그 사이에 책이 더 쌓여가기만 하고. 아니, 장바구니에도 쌓여있지만 실제로 집에도 새로 쌓여가기 시작하고 있다.

앞으로 바빠져서 더욱 엉망이 될 책탑이 걱정되어 다 읽은 책이라도 좀 정리를 해 보자고 책장에서 빼어낼 책을 고르려하는데 도무지 손에 잡히는 책이 없다. 겨우 눈에 띄는 청소년 소설 두어권을 빼어들고 집어넣어야 할 책 수십권을 쳐다보다가 결국 항복.

커다란 박스가 하나 있어서 거기에 가벼운 만화책들을 담고 책장 위에 올리려는데, 바닥을 가로막고 있는 책탑을 피해 조금 멀리 의자를 놓아뒀더니 팔을 뻗어야만 책박스를 올릴 수 있겠다. 그걸 기어코 해보겠다고 용 쓰다가 심하게 떨리는 팔을 보고. 아, 그래도 이만큼은 아니었는데.... 잠시 슬퍼하고. 발을 딛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책탑 위에 살포시 발 한짝을 얹고 팔의 떨림이 몸통으로까지 전해져오면서 온몸을 떨며 겨우 박스를 올려놓기는 했다. 그걸 성공못했다면 지금 더 슬펐을 일인걸.

 

아니, 방금 생각났다. 분명 월요일쯤 장바구니를 결제하려고 했는데 잠시 뒤로 미룬 일.

배송을 좀 빨리 받아보려고 일부러 시간을 기다렸다가 결제를 진행하는데, 출고일이 수요일이어서 뭐지? 하고 봤더니 이 책 때문. 그래서 또 이 책을 나중에 주문하기로 하고 뺀 다음 다시 장바구니를 결제해야지, 하고 있다가 까먹고 이 시간까지 왔다는. 이렇게 한 주가 훌쩍 지나가버렸다. 이건 슬픈 일이구나. 이전에 나온 책은 그림때문에 더 좋았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 책은 글이 마음에 들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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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오다 - 다큐 피디 김현우의 출장 산문집
김현우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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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큐멘터리 피디라는 직업을 가진 저자가 출장 겸 다녔던 수많은 여행지 - 아마도 그래서 일반적인 관광지라기보다는 조금은 특별한 곳으로의 여행이 많았을 것이고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여행의 풍경이 많았을 것이고, 그러한 자신의 마음을 글로 표현해 낸 에세이다.

 

"이 책에 실린 글을 쓰며 나는 나의 내면에 있는것을 끄집어내려 했다. 차마 다 꺼내지 못한 것들도 있겠지만, 나를 나로 마주하지 않으면, 그리고 그렇게 마주한 나를 긍정하지 않으면, 긍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인정하지 못하면 삶은 영원히 어딘가 뒤틀리고 말 것임을 알고 있다." 에필로그에서.

 

내가 이 책을 쓴, 전문 작가도 아닌 피디의 여행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많다. 글을 읽다보면 왠지 나의 경험과 생각이 맞닿아있다는 걸 느끼기도 하고 그의 진솔한 표현들이 내가 미처 정리하지 못하는 마음을 표현해주는 것 같기도 해서 자꾸만 마음의 고개를 끄덕이며 글을 읽어나가게 된다.

 

예전의 기록이 있을까, 싶어 뒤적여봤는데 역시 짧은 글 하나가 나온다. 그런데 이건, 나의 글이 아니라 내가 느끼는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저자의 글을 인용한 글만 적혀있다. 아직 가본적은 없지만 얄팍한 나의 신앙으로 인해 익히 들어왔었던, 그래서 왠지 더 가까이 느껴지는 나가시키에 대한 글이다.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일까? '진보하는 역사'에 대한 이야기로 연말연시에 버림받은 것 같은, 폐허가 된 것 같은 나의 상태를 위로할 마음은 없다. 다만 원폭기념공원의 안내문을 읽고 나니, 그러한 폐허를 겪었던 나가사키가  육십년 가까이 지난 지금, 아주 예쁘고 단정한 모습을 되찾은 것이 반가웠던 것만은 사실이다. 폐허가 된 도시를 다시 살아가야 했을 사람들이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도시를 재건했을 거싱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살아있으니, 그 폐허 위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왔을 뿐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나의 상태가 폐허라면, 한번에 그 폐허를 흔적도 없이 말끔히 날려줄 일, 혹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일, 지금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것밖에 없다.... 그렇게 '지금 할 수있는 것들'만 생각하기로 하고..... 

  

여러 의미를 떠올리게 하지만. 역시. 지금 나의 상태가 폐허라고만 멈춰있었는데 이제는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세월호 1000일째 되는 날이라고 합니다.

 

"기억은 일부러 마음에 새기지 않으면 남지 않는다"

 

  

 

  

그 사이 또 많은 것을 잊고 지내고 있다가 이 책을 다시 끄집어 내어 읽고 있으려니 그때와는 또 다른 이야기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 사이에 나의 인생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을정도의 일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그저 일상을 살아가는 동안, 늘 역시의 기록과 신문에서만 보던 사라예보의 거리를 걸었던 기억도 내 삶의 한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 경험은 이 책을 다시 읽으며 '건너오다'라는 제목을 조금은 알 것 같은 그런 이해심을 갖게 해 주었다. 늘 글로만 접해왔던 보스니아의 사라예보에 짧은 시간이지만 머물러 있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2차대전의 시작점으로 알고 있는 사라예보의 다리를 건너기도 했지만 내게 더 다가오는 전쟁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남북통일만 되면 끔찍한 전쟁은 사라질 것만 같았던 90년대의 보스니아 내전이었다.

 

 

 

  

철조망도, 담장도, 심지어 돌멩이 하나도 없이 문화의 만남이라고 되어 있는 그 보이지 않는 경계선은 확실히 그 선을 중심에 두고 동쪽을 바라보고 서쪽을 바라봤을 때의 풍경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저 구경거리처럼 양쪽 거리를 바라보고 무심히 지나가는 개 한마리를 바라보고, 사진을 찍고, 쇼핑을 하고.... 90년대 인종청소, 종교전쟁, 학살, 비극...머나먼 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은 그저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찬 남의 일이었다. 그게 겨우 삼십여년전에 일어난 일이라고 믿기 힘들지만. - 하기는 21세기에 수학여행에 들뜬 아이들이 어느 한순간에 바다속으로 사라져버렸다는 것도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낯선 공간은 머리나 마음이 아니라 몸으로 감각으로 먼저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말로 있다'는 것을 몸으로 받아들이는건, 그것에 대해 읽거나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 당연한 이야기가 의외로 자주 무시된다. 12

 

아무튼 그러한 곳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 내 바로 앞에는 이슬람 회당이 있었고 그 앞을 수녀님들이 지나치고 있었던, 그 거리에 있으려니 역사의 한 사건이 이해가 되면서 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인간으로 인해 일어나는 일들이다...

 

"기억은 일부러 마음에 새기지 않으면 남지 않는다"

 

 

 

...... 뭔가 좀 다른 글을 써보려고 했지만 나는 나이기에 내 안에서 나올 수 있는 글이라고는 이것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바로 엊그제 책을 읽으며 새삼 다시 공감하며 되새겼으면서도 그새 그걸 잊고 스스로를 높이 내세워보려 했다는 걸 인정할수밖에 없는 지금, 그냥 서둘러 글을 끝맺어야 할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의 어느 시기엔가 자신이 위대하지도 근사하지도 않음을 깨닫게 된다. 그게 꼭 본인의 잘못 때문만은 아니기에 그 깨달음은 종종 받아들이기 어렵다. 때론 수하물이 도착하지 않아 백팩 하나와 시시한 여행자 키트로 며칠을 버텨야 할 수도 있고, 내가 구할 수 있는 자전거의 안장이 너무 높을 수도 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걸 가지고 그 '다음'을 살아야 한다. 77

 

그러니까 그 '다음'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무작정 여행이 좋았고,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여행이라는 것은 타인의 시선을 통한 여행서를 읽으며 반쪽의 만족과 희망을 품고만 있었습니다. 여행을 떠났지만 그 기억은 금세 사라져버리고 그럴 것을 또 왜 떠나느냐고 한다면, 앞으로는 저자의 글을 인용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속내를 털어놓으려고 우리는 여행을 떠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낯섬'이 일상에게 해주는 대답을 찾으러...... 174

 

생각해보면, 어떤 일을 하거나 하지 않는 이유가 상상의 두려움 때문일 때가 많다. ... 그런데 그렇게 두려워했던 것들이 사실은 나쁘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뿐만 아니라, 일이 늘 두려워했던 대로만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된다.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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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맨 앤드 블랙
다이앤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다이앤 세터필드의 대서사시가 시작되었다. - 라는 문장 하나로 다 이해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을 읽는 동안에도 책 표지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있었는데, 벨맨이 바라보고 있는 그 모습의 묘사가 뭔가를 떠올리게 하는 느낌이라 서둘러 책표지를 보고 있으려니 새삼 멋진 표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가 없다.

물론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이야기가 당황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나 책을 다 읽고난 후, 오랫만에 읽어 본 대서사의 흐름에 잠시 말을 잃었다. - 아니, 벨맨의 후대로 이어지는 이야기까지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은 약간의 아쉬움이 있기는 있었다.

 

"비록 그런 것들을 알 리 없는 사람들이 지껄이는 소리겠지만,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면 눈앞에 살아온 삶 전체가 펼쳐진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벨맨 앤드 블랙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시작부터 마음을 친다. 마지막 순간에... 삶 전체가 펼쳐진다니. 도무지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일까,라는 궁금함은 마음을 홀리듯 이야기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소년들은 어린 시절 남자아이들이 그렇듯 또래가 몰려다니면서 경주를 하고, 나무를 타고, 싸움과 팔씨름을 하고 놀이처럼 새총을 만들어보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윌리엄은 남다른 솜씨로 멋진 새총을 만들어낸다. 재능있는 윌리엄의 새총을 알아 본 친구들은 진짜 새를 맞춰보자는 이야기를 꺼내게 되고 결국 휩쓸리듯 돌멩이를 넣은 윌리엄의 새총은 떼까마귀 한마리를 맞춰 떨어뜨리고, 떼까마귀의 죽음에 대한 기억은 열병을 앓으며 윌리엄의 기억에서 열병처럼 사그라져간 듯 보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윌리엄의 일생은 떼까마귀와 관련없이 그 자신의 노력과 재기와 성실함으로 성공의 삶을 누리기 시작하게 된다. 능력을 인정받으며 점차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고 아름다운 아내를 만나 결혼하여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낳고 행복하게 살아가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이야기에서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은걸까?

책을 읽으며 떼까마귀의 이야기는 어느덧 잊어버리고 윌리엄 벨맨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그는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를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하고 있는데 윌리엄의 삶은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삶의 일상이 이어져가며 계속 블랙이 뇌리에 맴돌게 된다. 한 사람의 일생과 떼까마귀와의 질긴 인연 역시.

 

"... 그는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슬픔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회환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그의 삶은 요동치는 긴 절정의 행복에 다름 아니고, 아무 고뇌 없이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머지 않아 작가 혹은 그 비슷한 무언가로 환생하리란 것을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도 유능하고 편안한 삶이 되리란 것을 그는 알고 있기에"

 

어떤 책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조류에 대한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 가장 영리하며, 자신의 조상을 기억하고 그 기억에 대한 기록을 자신의 몸에 새기며 생존하는 것은 까마귀가 유일하다고 했던가? 그 이야기를 알고 있어서인지 벨맨 앤드 블랙의 이야기는 엄청난 흡입력으로 빨려들어가게 했다.

떼까마귀와 한 사람의 일생이 어떻게 맞물리며 거대한 대 서사가 되는지, 궁금하시면 벨맨 앤드 블랙의 첫장을 펼치시기를.

 

"비록 그런 것들을 알 리 없는 사람들이 지껄이는 소리겠지만,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면 눈앞에 살아온 삶 전체가 펼쳐진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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