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지음, 이승수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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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들은 강자들을 두렵게 만드는 법을 배워야 한다. 혹은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자신들도 그들처럼 강자가 될 수 있고 매는 매로 루너 부인에게 되갚아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몸을 굽혀 섬기기만 하는 사람은, 키플링의 코끼리처럼, 자신의 힘을 잊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자신의 힘을 기억해서 자신을 괴롭히는 첫번째 사람에게 멋진 일격을 가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아마도 동물원에서 평화롭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272

24. 즐겁게 살다 가뿐히 죽기

많은 걸 겪었어도 이룬 건 하나 없어라.
즐겁게 살다 가뿐히 죽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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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인들의 공동묘지에는 다뉴브 강에서 발견된 시신들이 묻혀있다. 무덤들이 많지는 않다. 그들에게 바친 꽃들이 아직 생생하다.

무명인들의 묘지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무덤은 이름이 있다. 여기서 죽음은 기본적이고 본질적이며, 이브의 자식들이고 죄인들인 우리 모두를 이름 없는 형제로 함께 묶는다. 죽음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며 모든 것, 특히 자만한 정체성을 벗어던지고 삶의 진실을 찾게 된다. 이곳에서 쉬는 사람은 돈키호테를 좇아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안다." 257
















쉬는 날이지만.

이놈의 성격때문에 전임자가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서류를 살피느라 쉬지 못했다. 물론 내 일도 아니고 내 전임자도 아니지만 잘못된것이 뻔한데 모른척 넘길수가 없다.


요즘 트레이서라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는데, 서류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것들, 숫자들의 합산이 맞지 않는 것들 등등등 다 보인다는 것에 마구 공감하고 있다.

최근들어 주위에 여러가지 비리가 보이는데 그걸 터트릴 것인가 덮을 것인가의 문제는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답답하다. 그런데 더 답답한 것은. 지들이 잘못한 것은 생각하지 않고, 그것에 대해 지적질을 하지 않아 그게 맞는가보다 하고 계속 그런식으로 해왔다는 것이다. 잘못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남 탓 하는 것들에 대해 용서와 자비가 필요한것인지.


이브의 자식들이고 죄인들인 우리 모두.

죽음 앞에 평등한가.


많은게 엉망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인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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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1-23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킹덤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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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았어!"

책을 다 읽고나서 이렇게 외쳤다고 하면, 반쯤은 과장일꺼라고 생각할까?

책을 읽고난 후의 이 느낌을 뭐라고 정리를 해야할지 도무지 모르겠다. 어쩌다 해리 홀레의 이야기를 읽게 되었고 또 어쩌다보니 그가 등장하는 시리즈를 한권씩 찾아 읽게 되었지만 여전히 그의 독특한 분위기는 늘 똑같으면서도 새롭게 느껴지는데 이 소설에는 해리 홀레가 등장하지 않는데도 어둡고 또 어둡고 어두운 무거움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끝까지 넘기며 '이 나쁜놈!'이라고 내뱉지 못하는 나자신도 무겁다. 이걸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동생 칼 마저 집을 떠나 산장의 집에서 혼자 살고 있는 로위를 찾아 어느 날 갑자기 부인 섀넌을 데리고 칼이 고향을 찾아온다. 그리고 그들은 고향집에서의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데, 이 별다를 것 없이 평범해 보이는 형제의 이야기는 상상 이상의 과거와 현재를 그려낸다. 아니, 어쩌면 그리 놀라운 이야기도 아니다. 수많은 신화속에서 부모가 자식을 죽음에 몰아넣고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며 아비가 자식을 범하고 자신의 죄를 감추기 위해 살인을 서슴지않는다.

가족의 이야기이면서 폭력에 대한 이야기이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또한 미움과 증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족의 해체를 보여주면서 또한 견고한 성을 쌓은 가족의 모습을 보게 되기도 한다.

킹덤의 의미는.

잠깐 다시 생각을 해 본다. 나는 책을 다 읽었으니 생각하고 있는 모든 걸 다 내뱉고 싶지만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으며 어떤 느낌일 것이다라는 것을 어느 경계선까지 풀어놓으면 될까?

그래서 잠시 멈췄더니, 킹덤의 의미에 대해 굳이 언급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또 어찌보면 요 네스뵈는 굳이 이야기의 흐름에서 범죄의 흔적을 지우지 않는다. 용의자 X의 헌신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눈치게임없이 그대로 살인현장을 보여준다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잘 짜여진 스릴러의 묘미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살인의 현장에서 저 놈이 범인이다! 하고 있지만 슬며시 저 마음 한구석에서 '정말일까?'라는 의구심을 끝없이 떠올리게 하는 것.

이 의구심은 단적으로 선과 악을 가를 수 있는 현실은 없다는 생각을 따라 떠올리게 한다.

"난 현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감정을 좌우한다고 봐요. 소설에서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다루지만, 현실에서는 열 명 중 아홉 명이 확실히 사랑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상대를 사랑하게 되죠. ... 죽을 때도 사랑할 때도 현실적이에요."(141)

책을 읽는동안 혹시나와 역시나의 마음이 쉴새없이 오갔지만 사실 이 소설 킹덤은 추리 게임의 범인 찾기가 아님을 기억해야한다. 책을 다 읽고 다시 프롤로그로 돌아가 다시 한 문장 한 문장 읽다보면 그 마음이 더 복잡해진다. 죄와 벌,을 논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자꾸 마음은 그쪽으로 향한다. 로위는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킨 것일까? 죄를 지은 누군가는 결국 벌을 받은 것일까?

""나한테는 형뿐이야." 나한테도 너뿐이야. 우리는 사막의 두 형제였다."

"우리는 변하지 않는다. 똑같은 결정을 내리고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 살인자는 만약 정확히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 된다면 또 살인을 선택할 것이다 이것은 영원한 원이다. 이것은 영원한 원이다. 예측이 가능한 행성의 궤도나 규칙적으로 바뀌는 계절과 같다.

그래, 무자비한 봄이 또 다가오고 있었다."(744)

외롭고 어둡고 쓸쓸한, 아니 피비린내의 비릿하고 씁쓸한 두 형제의 이야기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고 너무 많은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들만의 견고한 왕국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자신들만의 역사를 쓰고 있을까?

부디 이 모든 것이 현실은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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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23 0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 네스뵈는 해리 홀레 시리즈 중 한군 읽고는 제 취향과는 좀 달라서 안 읽었어요. 치카님 리뷰보니까 다른 책도 좀 그런듯합니다. ㅎㅎ
 
인문학의 숲 - 세상을 바꾼 인문학 33선
송용구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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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운 토요일 아침, 일없이 티비 채널을 돌리다 얻어걸리게 되는 책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간혹 보게 된다. 별 생각없이 보다가 분명 내가 읽은 책인데 아주 새로운 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때가 있는데 인문서만이 아니라 문학작품도 인문학으로 해설하고 심리학적 분석을 하는 것이 어려운 느낌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읽는 즐거움이 있다. 

"인문학의 숲"은 그와 비슷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세상을 바꾼 인문학 33선'이 실려있는데 모두 한번쯤은 들어봤던 고전과 문학작품들이다. 


철학과 사상, 사회와 역사, 드라마와 소설, 시 문학작품을 통해 모두 22개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각 이야기의 첫장을 펼치면 '현대인들에게 주는 편지'글이 나온다. 처음엔 그냥 무심코 읽어 넘겼다가 책 본문의 내용을 읽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 읽어보면 그 의미가 조금 더 크게 느껴져서 전체적으로 ;자꾸만 되새기며 천천히 읽게 된다. 각 이야기의 끝에는 '인문학 명언'으로 작품 속의 인용문과 작가의 명언들을 넣어 전체의 글을 정리해준다. 

책에 부록으로 '현대인이 꼭 읽어야 할 인문학 명저'가 나온다. 말 그대로 슬쩍 참고삼아 살펴보다가 문득 몇권쯤 읽었을까 하고 헤아려보고 있는데 낯선 책은 없지만 온전히 읽은 책 역시 많지는 않아서 말로만 듣던 고전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처음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부분의 인문서에서 다루지 않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을 목차에서 발견해서이다. 우리에게 우리의 고전이 익숙하듯 아마 독문학을 전공한 저자에게 이 책은 필독서이기에 넣은 것일지 모르겠지만 그저 그 책에 담겨있는 의미가 좋아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는데 더 많은 이야기들을 새롭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조금 더 내 첫느낌을 솔직히 꺼내본다면 이 책의 목차를 보면서 정말 고전중의 고전,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 오래된 이야기들에서 뭔가 또 새로운 것을 느낄 수 있으려나 싶었다. 그런데 확실히 다른 관점과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데 어렸을 때 읽고 펼쳐보지 않았던 헤세의 작품들을 먼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설 싯다르타를 비롯한 헤르만 헤세의 여러 작품에는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경계를 넘나드는 폭넓은 문화적 지식이 담겨 있다. 이는 그가 다양한 책을 섭렵했음을 의미한다. 헤세는 문화, 자연, 인간, 예술에 대한 이해력이 넓고 깊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이처럼 심원한 이해력은 폭넓은 독서의 소산이다. 독서의 편식을 거부하고 서로 다른 분야의 책과 지식을 통섭하는 헤세의 독서문화는 그를 작가의 길로 이끈 결정적 이정표가 되었다"(219) 그러니 그의 작품을 읽는 것으로 책읽기의 넓이와 깊이를 더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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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22 1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자의 죽음 진짜 오랫만에 듣는 제목이네요. 저책 저는 대학때 읽었으니 진짜 얼마나 오래 된거야 하면서 손가락 세고 있습니다.
오래전 좋아하던 책을 환기시켜 주는 이런 책도 좋네요.

chika 2022-01-23 00:59   좋아요 0 | URL
저는 고등학교 졸업 선물로 받았어요. 정말 오래됐지요. 누렇게 변색된 책이 집에 있습니다. ^^

종이달 2022-01-22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다뉴브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지음, 이승수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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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허공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 물리학자들이 말한 돌이킬 수 없는 소멸 과정이다. 213



화살은, 활시위를 떠나 돌이킬 수 없이 날아가다가 중력이 그 날아가는 힘보다 세질 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삶이다. 그러나 죽음 역시도 삶이 한창 달려갈 때 삶에 들이닥친다. 시간은 매 시간 우리를 찌르고, 시계는 우리에게 허용된 짧은 휴식마저 재면서 우리를 괴롭힌다. 214



*****

내 화살은 날아가는 힘과 중력의 힘 중 어느 힘이 더 센가.보다는
그저 활시위를 떠나 돌이킬 수 없이 날아가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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