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즐거움은 책의 서문을 읽기도 전에 찾아온다. 편안하게 책읽을 시간을 마련했다는 뿌듯함, 괜찮은 책 한 권의 묵직함에 기댄 안락함, 책 속의 세계에 대한 기대감을 보충하는 감각적인 디자인의 즐거움. 첫 장을 다 읽기도 전부터 이미 한 권을 다 읽은 것 같은 만족감을 넘어선 포만감마저 느끼며 감각 충전으로 충만할 것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쉼을 찾기 위해서라도 종이책을 손에 쥐려고 무던히도 애를 쓴다. 가장 흔한 노력 중 하나는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여기저기 보이는 곳에 두거나, 어디든 들고 가보는 것이다. 여행 가방 속에, 잠자리 옆에, 사무 공간 어디든 놓아두고 자투리 시간을 내어 한두 장이라도 들춰보겠다는 마음이다. 그렇게 완결되지 않은 쉼의 시간은 생활 곳곳에 툭툭 흔적을 남긴다.
읽기 매체로써 책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활자 외의 여러 매체가 생겨나면서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독서 인구로 알 수 있다지만, 사물로써 종이책은 자신만을 위해 준비된 비밀스럽고 안락한 공간과 시간을 떠올리는 매개체로 여전히 사랑받는다. 책이 없는공간은 마감하지 않은 공간처럼 여겨질 정도다. 분명한 건 이 휴식과도 같은 사물이 허락한 시간을 우리는 늘, 어디서든 찾으려 애를 쓸 거라는 것이다.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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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4-20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 책을 손에 들고 표지를 만져보는 기쁨. 책장을 휘리릭 넘기면서 안에 쓰였을 이야기들을 어림짐작해 볼때의 기대감....독서의 즐거움은 책의 서문을 읽기도 전에 온다는 것 동감입니다. ^^

chika 2022-04-20 16:47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는... 읽지도 못하면서 자꾸만 새 책을 들이는 이유가 바로 그것때문이라며 위안을 얻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