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나 - 한없이 다정한 야생에 관하여
캐서린 레이븐 지음, 노승영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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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가장 친한 친구는 야생 붉은여우예요"(399)

이 책의 저자 캐서린 레이븐은 야생 붉은여우가 가장 친한 친구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유일한' 친구가 여우라는 말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순간 야생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모비딕을 읽었지만 - 그래픽노블까지 읽었지만 완역본을 아직 읽어보지 않아 그 내용을 알지 못한다는 핑계를 대 보며, 저자의 글을 다시 인용해보자면 소설 모비딕에서의 화자 이슈메일(이름의 번역이 조금 다르지만)과 마찬가지로 세상을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로 나누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하는데 이 말을 되새기며 세상을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저 단순히 야생 여우와 생태학자가 우연히 만남과 교류(?)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 티비에서 닫힌 문을 열고 집안에까지 들어와 냉장고까지 뒤지고 나가는 곰의 모습을 봤는데 그냥 야생곰이 아니라 그 집의 주인인 환경보호자와 오랜 시간 친분을 쌓은 곰이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어쩌면 야생 여우와의 흥미로운 일상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을까 라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만남은 그렇게 우연이었겠지만 어린왕자가 만난 여우처럼 늘 같은 시간에 찾아와주는 의미있는 친구는 아니지만 저자의 목소리를 알아듣는 여우가 된 것은 확실하다. 


레인저로 활동하며 사냥도 하는 모습이 낯설어보이기도 하고 야생동물의 사냥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어색하기도 하지만 이유없는 학살과 게임처럼 놀이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굳이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글을 읽다보면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이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가볍게 이야기하자면 이 이야기는 야생의 숲에서 지내는 야생 동물의 모습과 그에 연장선상에 있는 인간의 삶의 공존이 어떻게 이루어지게 될까,를 고민해보게 되는 이야기이다. 우연찮게 비슷한 시기에 읽기 시작한 '어쩌다 숲'이라는 책의 내용은 조금 더 인간의 세상을 중심으로 도시화된 공간에서의 동물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리의 일상은 조금 더 후자에 가깝겠지만 우리나라 역시 산 속 깊은 숲에 사는 야생동물의 생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우연한 야생동물과의 만남, 혹은 야생동물과 가까워지기 위한 장난의 기술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깊은 숲속,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는 먼 곳에서 새까만 새끼 여우 한 마리가 해먹 모양 가지에 등을 긁고 다리를 꼬고 웃음을 터뜨려 숲의 모든 새끼들을 웃게 한다. 과학자가 소리를 듣는다. 바람소리겠지. 그는 공책에 중요한 숫자를 몇 개 적는다. 그는 마음의 장난에 휘말리지 않는다.
애석한 일이다. 인간의 정신이 습득한 모든 기술 중에서 장난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기술이니까."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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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스는 『바람과 모래와 별들』에서 이렇게 썼다. ˝인간은 백화되고 헐벗고 돌투성이인 산을 위해 죽을 것이며 (・・・) 거대한 모래더미를 마치 사금처럼 죽기 살기로 지킬 것이다.˝ 모든 짐승에게 공간과 고독과 야생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모든 짐승은 최적의 서식처를 얻기 위해 싸워야 한다. 그게 무엇이든 여우와 나는 인디언밥풀 사이에서 발가락을 벌린 채 다윈의 냉이처럼 굴광성‘을 발휘하여 해를 바라보았다. 주변 식물들 못지않게 우리도 에너지를 얻기 위해 태양에 의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나, 그리고 이제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 여우는 해바라기를 하며 빙글빙글 맴돌았다.
여우와 나,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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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소유하는데는 크나큰 책임이 따른다.

나는 밭쥐숲을 없애버릴까 생각했다. 그토록 오래 내 곁에 있어준 밭쥐들에 대해 생각했다. 자신들을 보호해줄 숲이 사라지면 매, 족제비, 고무보아뱀에게 대부분 학살당할 것이다. 밭쥐가 초지 위를 나는 붉은꼬리말똥가리의 발톱에 꿰인 채 핏방울을 뚝뚝떨어뜨리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족제비가 밭쥐굴에 살금살금 들어가 털 난 궁둥이에 뾰족뾰족한 송곳니를 박는다고 상상해보라.
고무보아뱀이 통통한 밭쥐를 삼켜 팽팽한 한쪽 끝이 불룩하게 부푼 모습을 상상해보라. 상상할수록 죄책감은 커져만 갔다.
땅을 소유하는 데는 크나큰 책임이 따른다. 한 발 내디딜 때마다, 길 하나를 낼 때마다, 잡초한 포기를 뽑을 때마다, 나무 한그루를 심을 때마다 수억 가지 결과가 생겨난다. 대자연에게 봉토를 하사받은 대봉건지주는 자신의 행동과 그로 인한 결과를 정당화할 수 있어야 한다. 홧김에 숲을 밀어버릴 수는 없다. 밭쥐숲도 예외가 아니다. 밭쥐들이 끼친 피해는 엎지른 물이었다. 숲을 없앤다고 해도 돌이킬 수 없었다.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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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쉬운 영문법 - 궁금증이 싹! 풀리는
윤여홍 지음 / 시간과공간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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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암기가 아닌 문법의 원리로 이해한다'라는 말을 내세우며 그저 책을 읽기만 해도 문법이 쏙쏙 들어와 이해하기 쉽게 된다는 문구를 읽으면서도 내심 어느정도의 과장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쉽게 설명을 한다하더라도 문법이야기는 내가 이해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예문을 풀어보면 백퍼센트 이해했다는 말이 무색할만큼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이 책은 말 그대로 쓱 읽기만 했는데 문법의 내용이 확연히 이해가 된다. 


이 책의 활용법에 대한 설명 중 '궁금증을 유발하고 함께 해결하면서 즐겁게 체득하는 문법'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 한문장으로 이 책에 대한 설명이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 설마, 라고 의심을 할수도 있지만 실제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말을 부인할 사람은 없지않을까. 

첫번째 궁금증인 스쿨school은 학교일까요? 를 읽다보면 수의일치 - 단수, 복수를 일컫는 수의 일치에 대한 설명인데 잘 설명해나가다 주어에 s가 있으면 동사에 s가 없고 주어에 s가 없으면 동사에 s가 있다는 식의 설명에 너무 단순한 수식처럼 넘어가는가 싶어 대충 읽어넘길까 싶었는데 뒤이어 '수 일치는 왜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문법책에서는 그렇게 수의 일치에 대한 설명과 이해로 끝났었는데 그 '왜'라는 물음에 멈칫하면서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는 상황은 좀 당황스러웠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되는 궁금증의 해결은 곧바로 이어지는 문장 A person schools in the paddock를 통해 알 수 있게 된다. 예를 들기 위해 저자는 school이라는 단어가 동사로 쓰이는 문장을 언급한 것이었는데 이것이 확실히 수의 일치가 문장을 이해하는데 더 명확함을 준다는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 

이런 기본적인 설명이 마무리되면 연습문제가 있고 '더 친절한 윤쌤의 보충설명'으로 그 장에서 배운 내용의 보충설명까지 끝내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면 그 다음 궁금증으로 넘어간다. 


책의 내용에 대해 첫부분을 상세히 언급한 이유는 일단 이런 내용이 담겨있으니 영어를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어서이다. 

책의 전체적인 흐름은 그저 쓰윽 읽는 것만으로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굳이 공부를 한다는 느낌이 없기도 했지만 천천히 읽고 있으면 좀 애매했던 부분들이 확연히 구분되는 것 같아 기분좋게 이해가 된다. 무엇보다 문법을 제대로 이해하는 이유는 문장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인지 이 책은 그 부분에서 확실하게 설명해주고 있어 더 신뢰가 간다. 

이 한권의 책으로 영어실력이 향상되거나 말문이 트인다거나 문장의 해석이 저절로 잘 된다고 할수는 없겠지만 확실히 더 올바른 방향으로 수준이 향상되리라는 기대는 하게 된다는 뜻이다. 여전히 오늘부터 1일,이라는 다짐으로 영어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이 책을 제대로 숙지한다면 분명 어제보다는 조금 더 나아진 영어실력을 갖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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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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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시작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이 소설의 줄거리에 대한 설명을 굳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시대적인 배경은 일제강점기이며 해방 후의 이야기도 포함하고 있지만 사실 해방 이후의 내용은 후기 정도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더 깊이있는 대서사를 기대했지만 그 기대에는 못미치는 느낌이었고 책을 읽는 중간에 이 책이 우리나라 독자를 대상으로 쓰여진 작품이라기보다는 미국에서 출판되었고 우리에게 번역이 된 작품이라는 것을 떠올린 순간 이 책에 대한 관점이 조금은 달라졌다. 내게는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들이고 좀 더 역사적인 이야기가 담겨있기를 바라는 기대가 있겠지만 우리의 역사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이 이야기들이 대단한 서사가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다.


평안도의 숲 속에서 사냥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사냥꾼과 사냥을 하다 길을 잃은 일본군 장교의 만남이 서로의 목숨을 구하는 인연이 되고 그 인연이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라는 설명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 이야기의 주축은 이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굳이 숲 속에서의 만남이 필요한 것은 한반도를 상징한다는 호랑이의 영험함을 언급하기 위해서 반드시 그렇게 시작을 했어야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뭔가 이야기기 빙빙 도는 느낌이지만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미천하다고 여겨지는 목숨들이 어떻게 나라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걸게 되었는지, 식구들의 생존을 위해 기방에 팔려간 딸들의 삶의 굴곡은 어떤 인생을 만들어가는지, 대한제국군인의 아들이었지만 일제강점하에 고향을 떠나 고아로 살아가며 자신의 삶을 이어나가야 했는지...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그 시대의 인물들을 통해 서로 연결되는 삶의 접점이 일제강점기의 역사와 맞물리면서 대서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 이야기들이 낯설지 않다는 것만으로 초반에 책을 읽으며 조금 더 독립투사와 친일행적의 인물들에 대해 묘사를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오히려 그렇기때문에 더 담담히 우리의 역사에 대해 새겨볼 수 있었지 않을까, 싶어진다. 누구나 독립투사가 될 수는 없었던 시기에 각자의 삶의 한 귀퉁이에서 나름대로의 역사를 만들어갔으며 그것이 곧 우리의 역사가 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작은 일화처럼 지나가지만 자동차에 밀려 인력거꾼들의 생존이 위협당하자 기생들이 그들을 위해 자선활동을 한 그 하나만으로도 그 당시에 자동차를 타고 다니던 친일자본가들의 행적과 확연히 비교되는 것처럼 말이다. 

3.1운동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지만 수많은 이들의 죽음으로 묘사를 하였고, 친일의 표본인 김성수가 한때 마지못해 협력했던 이력으로 독립운동가가 되었다는 아이러니까지 담겨있다. 내게있어 조금 더 안타까운 것은 주요등장인물은 아니지만 주인 단이를 따라 만세운동의 현장에 갔던 제주출신 해순이의 죽음이었고 해녀들의 독립운동의 역사를 떠올리게 했고, 그 연결고리로 제주에 정착한 옥희를 통해 섬사람들의 역사를 한번 더 떠올리게 해 책을 읽으며 생각이 수많은 가지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처럼 각자의 관점에 따라 이 이야기는 여러 의미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지금의 내가 이 이야기를 읽는 것과 십년 후의 내가 이 이야기를 읽는 것이 또 다를지도 모르겠다. 또한 우리의 역사를 아는 우리가 읽는 느낌과 한국의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이 읽었을 때의 느낌은 또 다르지 않을까. 책을 읽고난 후 이런 이야기들이 더 궁금해진다. 

... 그리고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일제강점기를 버티고 살아낸 이들이 한국전쟁과 정치적 혼돈의 시기를 겪으며 또 다른 학살의 시대를 살아내야 함을 알고 있기에 소설 속 인물들의 그 이후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은 것인지도.

아직도 진행형같은 근현대사의 굴레는 내게 그렇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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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19 1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궁금했었는데 치카님 글로 일단 접하네요. 아무래도 바깥에서 보는 관점과 내부의 관점은 다를 수있을테니 또 다른 생각을 해볼 수도 있을듯하네요.

chika 2022-10-19 23:48   좋아요 0 | URL
파친코는 읽어보지 않았고... 이 책은 기대와는 좀 다르기는 했지만 나름 가벼운 마음으로 읽은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