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 전설적 포토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파의 2차대전 종군기
로버트 카파 지음, 우태정 옮김 / 필맥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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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건 주머니 속의 동전 한 닢이 전부였다. 나는 동전을 던져 결정하기로 했다. 만약 앞면이 나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필코 영국으로 갈 것이고, 뒷면이 나오면 <콜리어스>에 내 처지를 설명하고는 전도금을 되돌려 주리라.
공중으로 동전을 튕겨 올렸다. 결과는 뒷면이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까짓 동전에 나의 미래를 내맡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것은.-10쪽

보도 사진가로 산다는 것과 다정한 마음을 잃지 않고 간직한다는 것이 서로 양립할 수 있는가에 대해 자문자답을 해 보았다. 병사들이 다치고 죽어가는 장면은 빠뜨린 채 그저 한가하게 비행장 주변에 앉아 있는 모습만 찍은 사진은 사람들에게 진실과는 동떨어진 세게를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전쟁의 실상을 제대로 보여주려면, 전사자와 부상자까지도 여과 없이 찍은 사진을 보여줘야 한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내가 감상에 빠지기 전에 그런 장면들을 한 통의 필름에 담아두길 잘했다는 판단이 섰다.-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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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넘어 2006-06-09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파의 책이군요. 스페인 내전 당시 공화군 청년이 총에 맞는 장면을 촬영한. 이 책 읽어 봐야겠습니다. 지금 마음의 여유는 없지만. 침 발라 놓고 갑니다 ^^*
 
원피스 36
오다 에이이치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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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기가 인간의 세상에 초래하는 것이 '평화'일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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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6-06-08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로 올리면 쉽게 묻혀버릴 듯 하여 올리는 리뷰!
으음~ 이럴꺼였으면 몇장면 더 찍을걸 그랬나? ;;;;
 
기발한 자살 여행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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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은 양파 껍질을 벗기는 작업에 비유할 수 있었다. 거짓말의 껍질을 벗기고 나면 순백색의 진실이 드러나고, 양파 껍질을 벗기면 몸에 좋고 맛 좋은 양파 살이 모습을 나타낸다. 두 경우 모두 껍질을 벗기는 사람은 눈물을 흘린다........
삶은 그런것이다. 결국에 양파는 잘게 썰려서 버터에 볶아진다.
....(중략).... 용감하게 양파 껍질을 벗기던 사람은 의자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담뱃불이 손가락을 태웠고,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반장은 이제 끝장이라고 생각했다. 왠지 마음이 홀가분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필요가 없었다. 죽음은 알아서 수확을 거두어 간다.-328-3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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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잠들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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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놓여-. 그렇게- 자연의 엄청난 힘을 보고 있으면. 나 같은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하찮은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되니까. 나는 이따금 내가 무척 대단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뭐든 알 수 있으니까. 스스로 선택받은 인간이라고 생각하게 되지.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정말 싫은데."

-325쪽

"마음속에 잔뜩 숨겨져 있는 원석 말이야. 그 사람의 마음을 이루고 있는 원석. 그것만으로는 완전하지 않지. 그 사람이 그것을 꺼내 갈고닦지 않으면....... 이젠 갈고 닦거나 꺼낼 일도 없어진 원석이었던 거야"
"때문에 섣불리 과거를 들춰내거나 하면 오히려 그 사람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걸 깨닫게 된 거지"(327)

-327쪽

<농아들에게 수화를 가르치죠. 미도리 유치원은 그런 아이들을 정상인 아이들과 함께 가르칩니다. 아주 드문 일이죠>

사실 '정상'이라는 말은 마땅치 않은 표현이다. 정신이 썩은 인간이라도 사지만 멀쩡하면 '정상'이라는 얘기니까
-349쪽

"이따금 이런 생각을 합니다. ... 어쩌면 우리는 정말로 자기 자신 안에 용을 한마리 키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요. 상상도 할 수 없는 능력을 갖춘, 신비한 모습의 용을 말이죠. 그 용은 잠들어 있거나, 깨어 있거나, 함부로 움직이거나, 병들어 있거나 하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용을 믿고, 기도하는 것 정도가 아닐까요? 부디 나를 지켜주세요,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기를, 내게 무서운 재앙이 닥치지 않게 되기를, 하면서요. 그리고 일단 그 용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다음에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매달리는 게 고작이겠죠. 하지만 역시 마음대로 조종할 수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어쩔 수가 없는거죠."
-388쪽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러기 위해 살아가는 게 아닐까? 마음이 편치는 않은 일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이렇게 밤중에 혼자 그런 생각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분명히"-4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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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6-06-01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실과 비현실, 합리와 불합리는 아주 잘 어우러진 형태로 공존한다. 영원히 교차할 일이 없는 철길과도 같다. 우리는 그 양쪽에 바퀴를 얹고 달리고 있다. 그래서 철저하게 현실적이어야 할 정치가가 무당에게 점을 보거나, 현실을 초월해야 할 종교가가 세금을 안 내려고 머리를 쥐어짠다. 인텔리전트 빌딩을 지으면서도 심각한 얼굴로 고사를 지낸다. 합리의 레일 쪽으로 너무 기울어지면 냉혈한이 되고, 불합리의 레일로 기울어지면 광신도가 된다. 그리고 결국에는 어느 지점에선가 탈선하게 되어 있다.(72-73)

생각할거리가 많았던 책이다.

물만두 2006-06-01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다니까~

비로그인 2006-06-01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말씀에 한표~!
 
안녕, 오즈
요헨 틸 지음, 정지현 옮김 / 낭기열라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여행을 통한 성장''이라는 오랜 주제를 재치있게 변주한 코믹청춘소설, 이라는 것은 이 책을 읽지 않고서는 공감할 수 없는 말이다. 그리고 왜 ''오즈''로의 여행인지도.

스무살 청춘 루카스가 오즈로 향한 한달동안의 여행은 아주 오래전에 스무살 청춘을 보내버린 내게도 이상한 설레임을 준다. 혼자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절대로 꿈꿀 수 없는 내겐 루카스의 모든 행동이 하나의 지침처럼 심각하게 느껴져버렸다. 그래서 더욱 공감을 느끼며, ''그래. 줄을 서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계속 되내이고.. 실수하지 않도록. 실수하지 않도록...'' 그러다 당황하면 ''목을 맬지도!''라는 심정으로 뛰어나가는 루카스의 그림자를 봐야만했다. 그런데 웃긴건 그런 모습에 민망한 느낌을 가질 줄 알았는데 은근히 재밌어하며 오히려 루카스의 돌발 행동을 기다리고 있게 된다는 것이다. 뭔가 심각해지는 분위기는 물론 '루카스의 이야기가 혹시 내 얘기?'라는 생각때문이었을 것이고 그건 책을 읽는 동안 '내 얘기가 맞구나!'라는 확신으로 변하면서 재밌고 신나는 분위기로 바뀌어 버린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이 책을 읽어보면 다~ 알게 된다.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타 보게 된 새로운 경험, 영어로는 이른바 ''experience''로 가득한 열시간. 머릿속으로는 줄곧 모든 것을 영어로 말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본문 21쪽)
처음은 그런거였다. 우리의 소심쟁이 루카스는 온통 생각을 집중하고 연습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도 막상 상황을 접하면 모든게 엉망으로 되어버리고 도망쳐버리는.

그래서 루카스는 오즈를 떠나버리기로 결심한다. 오즈를 떠나면 끝인데.
스무살, 아직 연애 한 번 제대로 못 해본 소심쟁이 루카스의 좌충우돌 오즈 여행기가 이것으로 끝? 설마 그럴리가 있겠는가. 첫여행을 통한 루카스의 ''experience''를 보며 슬며시 미소짓다가 ''돌아갈꺼야!''라는 외침에 설마...하며 멈칫하다가 바로 뒤에 이어지는 ''끝아님!''이라는 외침에 역시... 하면서도 안심하게 된다.
그래, 루카스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인거야...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계속 소심하게 머뭇거리는 루카스가 한편으로는 우당탕 거리는 개구쟁이처럼 느껴졌다. 비행기 안의 화장실 물 내리기를 하며 ''돌비 스테레오 음질의 미사일 발사''를 하는 모습, 음...음...하다 뛰어나가버리고는 밥 대신 담배를 태우는 모습,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다가 주류판매점을 습격하듯 달려들어 Four-X를 훔쳐오는 양 사들고 뛰쳐나오는 모습들 때문이다.


루카스가 오즈에서 도로시를 만나고 어떻게 오즈를 탈출하게 되는지는 책을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말해주지 않을 작정이다. 아, 그런데 오즈를 떠나 집으로 가는 방법은 다들 알고 있네? 발 뒤꿈치를 탁, 탁, 탁 세번 치면 되는거잖아. 뭐.. 그렇지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언제 발 뒤축을 세번 맞부딪쳐야 하는지는 이 책을 읽어야 알 수 있을걸? 궁금하신 분들은 루카스를 따라 오즈를 여행해보시기를. 오즈로 가는 문은 언제나 열려 있으니.


뱀다리. 번역이 참 깔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독어도 모르고 원작의 느낌도 모르면서 이런 얘길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깔끔한 문장과 대화를 읽다보면 책의 경쾌한 문체,가 느껴지기때문에 번역하신 분의 멋진 우리말 옮김에 대해 칭찬해드리고 싶어진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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