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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ㅣ 허밍버드 클래식 M 5
찰스 디킨스 지음, 김소영 옮김 / 허밍버드 / 2020년 12월
평점 :
이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일까 혁명 이야기일까....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를 처음 읽었을 때 - 그러니까 청소년용 편집본이 아니라 완역번역본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 떠오른다. 이야기의 흐름은 당연히 알고 있는데 자꾸만 문장속에 빠져들었던 것은 당시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함이 어떻게 악으로 표현되고 현실속 올리버 트위스트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가 좀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의 구조는 두 도시 이야기에서도 등가교환처럼 그대로 소설 속 인물들로 보여지고 있다.
이야기의 시대 배경은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난 시기, 프랑스와 영국을 오가며 운명이 바뀌는 이들의 삶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최고의 시간이면서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지만 어리석음의 시대이기도 했다"(13)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첫문장에서부터 너무 많은 의미를 담고 있어서 이 소설이 단지 주인공들의 장엄한 삶과 죽음, 희생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널리 읽힌 것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스토리 자체도 몰입하게 하고 있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더해지는 문장들과 그 문장 안에 담겨있는 시대의 통찰과 사랑은 새삼 감탄스럽다.
성급히 사랑에 대한 문장 하나만 끄집어 내 본다면 "항상 여름이던 에덴동산 시절부터 추운 겨울이 대부분인 위도가 낮은 땅에서 사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남자의 세상은 항상 한길로만 흘러갔는데 찰스 다네이의 길도 마찬가지였다. 바로 여인을 향한 사랑의 길이었다"(239) 라는 것으로 지고지순함을 보여주고 있는데 또 다른 지고지순함과 숭고한 희생은 또...
두 도시 이야기에 대한 글이 성급히 달려가고 있는데 이 소설의 스토리는 혁명의 시작점에서 그 이전에 일어난 귀족과 평민 사이의 불평등과 억압의 구조가 깔려있으며 그 구조를 무너뜨리기 위해 이루어진 시민혁명은 복수의 여신의 칼날에 무고한 피를 흘리게 되면서 엇갈리게 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잊어버리고 더이상 감옥에 갇혀있는 상태가 아닌것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늙은 구두 수선공은 18년동안이나 바스티유 감옥에 수감되어 있었던 마네트 박사이며 그는 은행원 로리의 도움으로 그의 딸 루시와 재회하고 자유의 몸이 되어 영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프랑스 귀족 출신인 찰스는 자신의 신분을 버리고 영국으로 망명해 살면서 루시를 사랑하게 되고, 루시 주위에는 또한 그녀를 사랑하는 변호사 카턴이 있다.
불안정한 프랑스가 아닌 영국에서 이들의 삶은 행복하게 살았다, 라는 것만 있을 것 같았지만 프랑스에서 온 한통의 편지로 찰리는 프랑스로 떠나게 되고...
프랑스 혁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기 전의 소설이어서 그랬을까. 사실 책을 다 읽고나면 프랑스 혁명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그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얼마나 많은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었늕가를 떠올리게 하는 복수의 여신이 더 활약을 하는 지엽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가 중심이 되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그 줄기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이 더 크다. 하지만 이 역시 프랑스 혁명의 일부일지니. 그들은 죽었어도 살아있으리라.
"이 방들은 보기에 충분히 아름답지만, 대낮의 하늘 아래 드러나는 본질은 낭비, 부패 갈취, 빚, 융자, 박해, 굶주림, 벌거벗음 그리고 고통스러움이 쌓아 올린, 허물어지고 있는 탑일 뿐이에요"
"만약에 유산이 제 것이 된다면 저보다 자격을 더 갖춘 사람에게 넘길 겁니다. 그 사람은 이 탑을 천천히 무너뜨려서, 견딜 수 있는 한계까지 착취당했지만 그곳을 떠날 수도 없는 불쌍한 사람들이 다음 세대에는 덜 고통받도록 무게를 덜어 줄 겁니다"
"너는 그런 새로운 철학을 가지고 어떻게 우아하게 살아갈 거냐?"
"저는 프랑스의 여느 사람들이 하는 일 그리고 귀족들도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을 하며 살아야겠죠. 바로 노동 말입니다"(229-230)
어쩌면 사랑과 혁명은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스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