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책은 아닙니다만 - 서른 개의 밤과 서른 개의 낮으로 기억하는 '그곳'의 사람, 풍경
남기형 지음 / 도서출판 11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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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책은 아닙니다만... 뒤에 어떤 말이 생략되었을까, 궁금했다. 단순하게 여행책은 아닙니다만 여행에 대한 이야기인 것은 맞습니다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기회가 되면 어떤 형태로든 여행을 떠나곤 했었기에 최근 몇년간 병원에 다니느라 제대로 된 휴가를 받아보지는 못했지만 병원을 핑계로 서울 나들이를 하며 수원행성도 다녀왔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병원을 핑계로 한 나들이도 멈추게 했고 여행은 현실이 아닌 추억이 되어버렸다. 그러다보니 자꾸만 여행에 대한 수다가 길어지게 된다. 내 여행 이야기도 그렇지만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이야기는 하나의 무용담처럼 흥미롭고 내가 만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이 책은 저자가 여행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 풍경들을 통해 깨닫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밤과 낮으로 구분하고 글을 쓰고 있는데 여행이야기를 이렇게 밤의 모습과 낮의 모습으로 나누어 이양기하고 있는 것은 처음이다. 확연히 느껴지는 것은 저자의 사진을 통해서이고 - 사진에 대해 말하자면, 사진이 크게 실려있지는 않지만 풍경이나 그 분위기를 느끼기에 작은 크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밤과 낮의 여러 풍경을 한꺼번에 보는 재미도 있어 좋았다. 글에 섞여드는 적절한 사진으로 보는 여행의 모습은 참 좋았다. 아무튼 그렇게 밤과 낮의 사진을 볼 수 있고, 밤과 낮으로 구분되어 떠올릴 수 있는 여행 이야기가 삶의 체험과 기록처럼 담겨있다. 

 

"여행이란 무엇인가. 삶의 궤도를 벗어나는 멍청한 짓 한두 번쯤은 저질러봐야 한다는 이상한 합리화를 하게 해주지 않나"(172)


혼자 여행을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저자가 여행에 동행하기도 하는 친구가 있고 그가 잠시 맡겨놓은 짐가방을 분실할까봐 꼭 끌어안고 졸고 있는 모습은 나 역시 친구와 여행을 떠났을 때 졸고 있는 친구의 사진을 남겼던 추억을 끄집어 내기도 했고 차별에 대한 오해의 글에서는 한 도시에서 이방인에 대해 친절히 대하던 이주민의 모습과 노골적으로 동양인을 무시하던 서양인과 한국전 참전에 대한 체험으로 너무나 친절하게 대해주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동시에 떠올랐다. 물론 두리번거리며 관광하던 나를 자꾸 흘끔거리며 쳐다보는 경찰이 괜히 나를 의심하는 건가 싶어 무서웠는데 머뭇거리던 경찰이 결심한 듯 내게 다가와 가방을 잘 메고 유명관광지에서는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당부를 하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떠나더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의 체험과 나의 체험은 다를수밖에 없고 같은 곳을 여행한다 하더라도 보고 느끼는 것이 다를수밖에 없는데 소소하게 배울 수 있는 여행팁을 알게 되는 재미도 있다. 여행다니며 빨래줄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는데 한번은 창틀에 우리 가족의 온갖 속옷을 걸어놓고 외출하고 돌아오니 게스트하우스 부부가 청소를 한 후 창틀에 옷걸이를 걸어주고 간 이후에도 딱히 빨래 걱정을 해보지는 않았다. 그리고 사실 홀로 장기간의 자유여행을 떠나는 저자와 패키지이거나 지인의 친분으로 편하게 여행을 다녔던 나와는 그 필요성이 다를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너무 가볍게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책을 읽다보면 여행은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는 최고의 현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때로 결핍이 풍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물질적으로 그 어떤 시대보다 풍족함을 자랑하는 현대사회에서 반대로 결핍된 건 무얼까? 네팔의 산속 로지의 밤에서 물질의 결핍으로 사람이, 대화가 풍요로워진 것을 보며 이 산속을벗어나면 나는 다시 와이파이를 얻고 사람을 잃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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