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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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뭐에 꽂힌것이었을까. 평소 내가 느꼈던 박완서님의 글에서 느꼈던 것은 진심에 가까웠는데 '진실'이라는 제목때문이었는지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라는 박완서님의 글 모음에 급 관심을 갖게 되었다. 대부분의 글이 그렇겠지만 에세이는 나의 주관적인 상황과 생각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알지만 예전의 느낌이 그저 비슷한 경험에 의한 동질감과 웃음이었다면 지금은 좀 더 깊은 감정의 울림이 느껴지는 것을 직감한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여행 초반에 여행가방을 분실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하루가 지나 찾아내어 남은 일정의 여행을 기분좋게 끝낼 수 있었던 내 경험과는 달리 완전히 분실해버린 가방에 대한 소회는 분실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가방안에 가득담긴 빨래거리 속옷과 그 안에 켜켜이 쌓아 둔 선물용 커피에 대한 부끄러움이라는 것이 그분과의 세대차이를 느끼게 하면서도 왠지 그 마음은 다 비슷하구나 라는 것이 너무 좋았다. 낯선 곳을 찾아가야하는데 마중을 나와주겠다는 것에 안심을 하며 길을 나섰는데 지갑을 두고 온 것에서부터 모든 것이 틀어지는 일화는 자잘한 것들에 대해 늘어놓고 있지만 글을 읽는 나로 하여금 도대체 이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될까 라는 긴장감 넘치는 글이기도 하고, 나이 든 노모에 대한 걱정과 내가 그만큼 더 나이를 들었을 때는 이런 상황이 오면 어쩌나 라는 생각으로까지 많은 갈래의 생각을 하게 된다. 

한가지 다행이라 생각한 글이 있는데, 택배 배송과 관련해 무거운 책박스가 잘못배송되어 온 것을 다시 갖다달라 하고나서 보니 자신의 기준에서는 이십여분 거리지만 배송 심부름꾼 - 더구나 초등학생처럼 여린 몸의 십대 소년으로 보였던 그 아이는 두시간이 넘는 거리를 오가며 잘못 배송된 것을 갖다주고 가며 원망어린 한마디를 남기고 갔는데 당황한 박완서님은 교통비를 보태줄 생각마저 못했다며 잠을 못이뤘다고 하는 글이다. 사실 며칠 전 내게도 배송이 엉뚱한 곳으로 되어 택배박스를 찾을 수 없었는데 다시 찾아서 갖다 주겠다고 했지만 설명을 들으니 어느 곳에 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그냥 찾아오겠다고 얘기했다. 정말 작은 친절이지만 만약 내가 움직이지 않고 바쁜 택배기사님에게 굳이 찾아오라고 했다면 이 글을 읽을 때 내 마음이 조금은 불편했을 것이다. 


박완서님의 글은 읽기에 어렵지 않다. 정말 소소한 일상이야기인데도 내가 예상하는 결론으로만 치닫지 않아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나 정말 많이 느끼는 것은 소소하게 부끄러운 일이라 굳이 밝히고 싶지 않을 것 같지만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정말 말 그대로 진심과 진실이 아닌가, 싶다. 

넉넉한 사람이 된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많이 남았고 나 역시 나이를 먹어가면서 내가 남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하는 글들은 이전에 읽은 기억이 있지만 그전과는 다른 느낌이 드는데 이제서야 더 그 깊은 맛을 느끼게 된 듯하기도 하다. 

후에 다시 읽어볼꺼야, 라는 생각에 많이 읽어보지 않았는데 박완서님의 십주기에 나온 편집본 에세이를 읽고나니 이제는 차근차근 그분의 글을 섬세하게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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