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여유가 없다고 느껴질 때
최태정 지음 / 경향BP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특히 오늘 일이 자꾸만 밀려 있어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인사를 하며 일에 매달려 있다. 내가 아픈걸 아는 직원이 나중에 걱정스럽게 오늘 컨디션이 괜찮냐고 묻기까지 할 정도로 내가 해야하는 일들을 다 해치워버리려고 달리는 중이었는데...

잠시 멈춰 생각해보니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을까, 싶어진다. 내가 하는 일들을 오늘 당장 하지 않는다고 큰일날 것도 아닌데 말이다. 요즘 나를 괴롭히는 건 때이른 죽음에 대한 생각이다.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지만 당장 내 앞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는 죽음이라는 문제를 직면하고 보니 왜 이렇게 각박하게 살아가고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최근에 너무 여유없이 하루하루를 겨우 살아가는 느낌때문이었을까, '마음에 여유가 없다고 느껴질 때'라는 제목 만으로도 뭔가 여유를 찾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책은 그렇게 마음 편히 펼쳐들고 읽어나가기 딱 좋은 책이기도 했고.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만남과 에피소드에 자신의 성찰을 더하여 이양기를 풀어나가고 있는데 내가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들은 더 마음에 남는 것 같다. 말하자면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 같은 것은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이었는데 잠시 책을 읽다말고 내게 있어서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해봐도 딱히 나오는 것은 없었다. 어쩌면 여전히 나는 물질적인 부분만을 생각해서 그런것인지도 모르겠고.

 

비슷한 경험과 맞물리는 일상들 속에서 생각의 흐름이 비슷하다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나와는 다르구나 라는 느낌을 갖기도 하고 더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하며 글을 읽었다. 글을 읽다보니 9월이 생일인것조차 닮았다 싶었는데. 여행을 미루지 않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고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는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조차 닮아있다. 아니, 이런 생각은 내가 어렸을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나이드신 어머니와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았다고 생각한 때부터 미루는 것이 줄어들기는 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어머니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도 더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러니 나를 위해, 나와 관계맺고 있는 모두를 위해, 세상의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즐겁게 지내야겠다.

마음에 여유가 없다고 느껴질 때, 잠시 멈춰서서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여유가 없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사는 동안 서서히 줄어들기를" 바라는 만큼 우리 모두의 삶이 행복하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를 움직인 돌 윤성원의 보석 & 주얼리 문화사 1
윤성원 지음 / 모요사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보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보석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하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원래 장신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다 보석을 자세히 들여다본적이 없는 나도 이 책을 보면서 실물 보석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보석 사진은 아름다운 빛을 발하고 있다.

책의 제목은 '세계를 움직인 돌'이라고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보석이 그 자체로 세상을 움직였다고 하기보다는 역사 속에 등장하는 보석에 대한 에피소드를 담아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보석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역사에 대한 광범위한 이야기가 담겨있어 세계사를 읽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물론 정통적인 세계사의 흐름을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 그걸 공부하려면 세계사 책을 보면 될 것이다 - 세계사 속에서 보석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관점의 이야기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하고 있어 아침에 책을 읽다가 출근시간을 놓칠뻔하기도 했다.

 

이집트를 살려내기 위한 클레오파트라의 외교적 수단은 진주 귀걸이라는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식초에 진주를 녹이고 마셨다는 이야기의 다양한 관점과 외교에 대한 해석은 저자의 내공이 담겨있는 듯 해 시작부터 흥미롭다. 결혼반지의 유래에서 두 손을 마주잡은 모양의 반지가 그 시작이었다는 것도 흥미로웠고.

역사속의 보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보석의 사진은 주얼리의 형태로 그림 속 인물들이 장신구로 사용한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는데 저자가 역사와 예술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이해가 느껴져 책을 읽는 것이 즐겁다. 그림을 통해 당시의 문화뿐만 아니라 의복의 변천사나 장신구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고는 알고 있지만 회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작들에서 이번만큼은 등장인물들이 아니라 보석과 장신구가 주인공이 되어 아름다움을 빛내고 있다.

 

그래도 무엇보다 가장 큰 이 책의 장점은 영롱하게 빛나는 가공된 보석의 맑은 빛깔이 담겨있는 사진들이 많다는 것이다. 사파이어와 루비의 빛깔이 새삼 더 아름답게 느껴지고 실물의 빛을 보고 싶어졌다. 장신구로서의 소유욕심보다는 그냥 빛나는 돌의 실물을 보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2019년 드레스덴의 한 박물관에서 도난당한 보석이 재화적인 손실에 대한 것보다 18세기에 고갈된 광산에서 채굴된, 브릴리언트 컷이 발명되기 이전에 연마된 다이아몬드와 열처리조차 되지 않은 루비 등 인류사의 산 증인인 광물이 사라진 것으로 문화적 역사적 손실에 대한 저자의 안타까움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이야기를 읽듯이 쓰윽 넘겨가다보면 어느새 보석을 통한 세계사의 역사적인 장면들이 지나가는데 보석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1 상승했다는 기분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검찰수사관 내전 - 검찰수사관의 “13년 만에 쓰는 편지”
김태욱 지음 / 바이북스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검찰수사관이라는 존재에 대해 언제부터 인식하게 되었을까? 몇년전 티비 드라마를 통해 변호사 사무실에서 변호사를 도와 사건의 증거를 수집하거나 증인을 찾아내는 일을 하던 인물이 있었는데 변호사를 검사로만 바꾼다면 그가 바로 검찰수사관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래서 검찰수사관 내전이라고 했을 때 온갖 사건에 대한 사연이 담겨있는 책일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예상은 좀 많이 빗나갔지만 그래도 나름 검찰수사관 내전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13년전 세상을 떠난 선배 검찰수사관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을 빌어 검찰수사관으로서 살아가는 저자의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이 책에는 검찰수사관으로서 검찰청 내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이야기들뿐만 아니라 직장인으로서, 가장으로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유머를 곁들여 쓰고 있다. 사실 좀 뜬금없는 유머가 담겨 있어서 맥락없어보이는 점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에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과히 나쁘지는 않지만 기대했던 이야기들, 그러니까 검찰청에서 일하는 검찰수사관으로서 사건의 배후를 캐고 증거를 수집하고 때로는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내고...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과한 것들을 기대한 것 같다. 물론 그런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기는 하지만 사건의 사연,정도라고 할 수 있을까... 그 사연에 얽힌 이야기와 우리의 삶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가 곁들여져 있는 것이다.

가장 안타깝다고 느껴지는 건 아쉬우면 니가 검사해라,라는 말. 저자 역시 법조인 공부를 하다가 수사관이 되었다고 하는데 아무리 우리가 직업에 귀천이 없고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정답을 찾기보다는 1등이 맞는 답이라고 했다며 1등의 말을 무작정 믿는 것처럼 우리도 은연중에 그런 엘리트주의에 빠져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고.

 

검찰청의 검찰수사관으로서의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다 똑같은 사람 사는 세상 이야기구나, 싶기도 하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나를 둘러싼 세계와는 조금 다르구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진중하면서 때로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곤한데, 피곤해 죽겠는데 잠이 오지않는다. 오늘 병원에 가면 1년 후 보겠습니다, 라는 말을 기대했는데 다음 주 다른 과로 검진을 가야한다. 시티검사로 폐에 뭔가 보인다는데. 그 뭔가가 암일수있냐고하니 대답을 망설이지는 않는다. 그런 소견이 있으니 호흡기내과 예약을 최대한 빨리 잡아주겠다고. 그래서 다음 주 다시 병원. 수술 후 주어진 삶을 덤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잘 살아보겠다고 했지만 생활은 여전했고. 항상 죽음을 기억하겠다고 했지만 또 막상 이렇게 되니 속이 편치않다. 당장 내일의 죽음이 있는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더 가까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모는걸 멈춰버리게한다. 내일 또 아무것도 아닌듯 출근하고. 일주일 뒤, 또 일주일 뒤는 어찌될지 모르는일이지만. 두렵지않은것도 아니고. 병이 나를 비껴간다는 생각도 할 수 없고. 사는게 왜 이리 바보같은가. 최선을 다 하지 않아도 되지만 최선을 다하고싶다,는것은 생각뿐이고. 아무것도 할수가없다.
심란한 마음으로 누워있느니 건강을 위해 청소라도 해야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20-06-17 1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6-17 2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6-17 2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6-17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너온 사람들 - 전쟁의 바다를 건너온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홍지흔 지음 / 책상통신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건너온 사람들,이라는 책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그 유명한 흥남부두의 철수에 함께 했던 것은 아니다. 어머니는 제철소로 유명한 황해도이 겸이포가 고향이라 하셨고 가족이 남쪽으로 내려온 이야기는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건너온 사람들,을 읽고난 후 슬쩍 어머니에게 당시의 이야기를 여쭤봤는데 어렸을 때라 모든 정황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구술하시는 내용을 정리하고 역사적인 기록과 맞물린다면 책 한 권 이상의 이야기가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전쟁의 시대를 지나 온 모두가 다 그렇지 않을까 싶어진다. "전쟁의 바다를 건너온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 역시 기본적으로는 저자 가족의 이야기이다. 가족의 이야기가 곧 역사의 한 장면이 되는 것이고 전쟁의 힘든 시기를 보내는 가족의 고난사이기도 하지만 저자는 유머를 잃지 않는다. 그런 유머로 인해 이 책의 내용이 과거의 고난의 역사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희망적인 미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있는 듯 해 따뜻함이 느껴진다. 이런 느낌은 내용에서도 느껴지지만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에서도 따뜻함이 느껴진다.

 

 

책의 내용은 그 유명한 함흥 철수 작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남쪽으로 피란을 오기 위해 삶의 터전이었던 집을 버리고 - 배가 뜰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아침밥을 다 먹지도 못하고 짐을 싸들고 떠나야했던 대가족의 모습과 그들이 식사를 채 끝내지못한 식탁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그 밥상에 놓여있던 숟가락을 다 걷어들고 길을 떠나는데 그 숟가락이 이산가족이 될뻔한 가족을 만나게 해 주는 에피소드는 작가 후기를 보니 극적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상황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잔잔하게 스며들듯 퍼지는 먹그림이 고통과 슬픔의 실체를 감춰버리는 것 같기도 했지만 가끔은 그렇게 전쟁의 아픔속에서도 웃음이 있고 사랑이 있었음을 기억하게 해 주는 이야기를 먹그림으로 표현해내는 것이 더 좋은 느낌으로 남는다.

이제 잠시 시간을 두고 어머니의 구술을 기록해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할머니와 삼촌들이 이미 세상을 떠나버리고 어머니는 어렸을 때의 일이라 명확한 이야기들을 기록해둘수는 없겠지만 어머니의 구술은 역사적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역사의 진실이 무엇일까 성찰해보게 하기 위한 것일테니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으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