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온 사람들 - 전쟁의 바다를 건너온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홍지흔 지음 / 책상통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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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온 사람들,이라는 책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그 유명한 흥남부두의 철수에 함께 했던 것은 아니다. 어머니는 제철소로 유명한 황해도이 겸이포가 고향이라 하셨고 가족이 남쪽으로 내려온 이야기는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건너온 사람들,을 읽고난 후 슬쩍 어머니에게 당시의 이야기를 여쭤봤는데 어렸을 때라 모든 정황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구술하시는 내용을 정리하고 역사적인 기록과 맞물린다면 책 한 권 이상의 이야기가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전쟁의 시대를 지나 온 모두가 다 그렇지 않을까 싶어진다. "전쟁의 바다를 건너온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 역시 기본적으로는 저자 가족의 이야기이다. 가족의 이야기가 곧 역사의 한 장면이 되는 것이고 전쟁의 힘든 시기를 보내는 가족의 고난사이기도 하지만 저자는 유머를 잃지 않는다. 그런 유머로 인해 이 책의 내용이 과거의 고난의 역사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희망적인 미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있는 듯 해 따뜻함이 느껴진다. 이런 느낌은 내용에서도 느껴지지만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에서도 따뜻함이 느껴진다.

 

 

책의 내용은 그 유명한 함흥 철수 작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남쪽으로 피란을 오기 위해 삶의 터전이었던 집을 버리고 - 배가 뜰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아침밥을 다 먹지도 못하고 짐을 싸들고 떠나야했던 대가족의 모습과 그들이 식사를 채 끝내지못한 식탁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그 밥상에 놓여있던 숟가락을 다 걷어들고 길을 떠나는데 그 숟가락이 이산가족이 될뻔한 가족을 만나게 해 주는 에피소드는 작가 후기를 보니 극적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상황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잔잔하게 스며들듯 퍼지는 먹그림이 고통과 슬픔의 실체를 감춰버리는 것 같기도 했지만 가끔은 그렇게 전쟁의 아픔속에서도 웃음이 있고 사랑이 있었음을 기억하게 해 주는 이야기를 먹그림으로 표현해내는 것이 더 좋은 느낌으로 남는다.

이제 잠시 시간을 두고 어머니의 구술을 기록해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할머니와 삼촌들이 이미 세상을 떠나버리고 어머니는 어렸을 때의 일이라 명확한 이야기들을 기록해둘수는 없겠지만 어머니의 구술은 역사적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역사의 진실이 무엇일까 성찰해보게 하기 위한 것일테니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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