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눈물 - 서경식의 독서 편력과 영혼의 성장기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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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말, 당시 한국에서 영어의 몸으로 고생하고 있던 셋째형이 '나에게 독서란 도락이 아닌 사명이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일이 있다. 서재나 연구실에서 씌어진 말이 아니었다. 고문이 가해지고, 때로는 '징벌'이라 부르던, 수개월간이나 계속된 독서금지 처분을 당하던 상황에서 써 보낸 편지였다.
나는 곧바로 형의 이 말을 나에 대한 가차없는 비판으로 받아들였다. 항변의 여지가 없었다.
한순간 한순간 삶의 소중함을 인식하면서, 엄숙한 자세로 반드시 읽어야 할 책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독서, 타협없는 자기연찬 自己硏贊으로서의 독서, 인류사에 공헌할 수 있는 정신적 투쟁으로서의 독서.
그같은 절실함이 내게는 결여돼 있었다. 꼭 읽어야 할 책을 읽지 않은 채, 귀중한 인생의 시간을 시시각각 낭비하고있는 것은 아닌가......-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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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2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4년 4월
구판절판


술탄 앞에서 시합을 벌인 두명의 의원 가운데 분홍색 카프탄을 입은 한 명이 코끼리를 죽일 만큼의 독성이 강한 초록색 알약을 만들어서 푸른색의 카프탄을 입은 다른 의원에게 주었다. 푸른색 카프탄을 입은 의원은 먼저 독이 든 알약을 먹고, 곧바로 푸른색 해독제를 꿀꺽 삼킨 다음 달콤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에게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 그가 경쟁자에게 죽음을 맛보게 할 순서가 되었다. 푸른색 카프탄을 입은 의원은 천천히 분홍색 장미를 ™어 입술에 갖다 대고는 아무도 듣지 못하도록 작은 소리로 어둠의 시를 속삭였다. 그리고는 자신만만하게 분홍색 카프탄의 의원에게 장미향기를 맡으라고 내밀었다. 분홍색 카프탄의 의원은 장미 안에다 속삭인 시의 힘이 너무나 두려워서 향기 이외에는 아무런 특징도 없는 그 장미가 코에 닿자마자 겁에 질려 죽고 말았다.-1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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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15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06-02-16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에 추천이 6개씩이나 있었나, 생각중입니다. 저거 몽땅 땡스투일까요? 돈 번건가... 고맙습니다;;;;;
 
강철의 연금술사 3
아라카와 히로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4월
절판


스승님! 저희요, 아기 받는 걸 거들었어요!

바보야, 그게 거든 거 축에나 들어가냐?

우린 우왕좌왕하기만 했쟎아.

아하하!'세상만사 하고보면 쉽다더니 딱 맞네'

온가족이 힘을 합하고 엄마도 목숨을 걸어 모두의 축복속에 인간은 태어나는 거군요.

그래, 너희들도 그렇게 생명을 얻었어.

그러니 자신의 생명에 긍지를 갖도록 해라.
-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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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조숙영 옮김 / 르네상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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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 1/
부엉이, 박쥐, 방랑자, 도둑의 눈에 황혼은 아침식사 시간이다.
비는 관광객에게는 저주이나, 농부에게는 희소식이다.
현지이의 눈에 관광객은 그림처럼 보일뿐이다.
카리브 해 섬의 인디언들 눈에 깃털 달린 모자를 쓰고 붉은 우단 망토를 입은 콜럼버스는 한번도 본 적 없는 종류의 앵무새였다.-42쪽

관점 2 /
남반구의 시각에서 볼 때, 북반구의 여름은 겨울이다. 지렁이의 시각에서 볼 때, 스파게티 한 접시는 한바탕 마시고 떠들 수 있는 파티다. 힌두교도들은 신성한 암소를 보는데, 어떤 이들은 큰 햄버거를 본다.
히포크라테스, 갈레노스(고대 그리스의 의사), 마이모니데스(에스파냐의 유대계 의사이자 철학자), 파라켈수스(스위스의 의사)의 시각에서 볼 때, 소화불량이라는 질병은 있었지만 굶주림이라는 질병은 존재하지 않았다.
카르도나의 마을 주민들의 시각에서 볼 때, 여름이나 겨울이나 같은 옷만 입고 다니는 토토 사욱은 감탄할 만한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추위를 전혀 모르나봐"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는 추웠다. 단지 외투가 없었을 뿐이었다.-44쪽

관점 3 /
통계학 관점에서 볼 때, 한 사람은 1,000달러를 받고 다른 사람은 한 푼도 못받는 경우, 1인당 소득은 각각 500달러를 받는 것으로 산정된다.
인플레이션 퇴치의 관점에서 볼 때, 긴축정책은 좋은 치료책이다. 그 정책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볼 때, 긴축조치는 콜레라, 티푸스, 결핵과 기타 질병을 몇 배로 증가시킨다.-45쪽

관점 4 /
지구 동쪽에서 보면, 서쪽의 낮은 밤이다.
인도에서는 상복이 흰색이다.
고대 유럽에서 풍요한 대지를 나타내는 검정색은 삶의 색이었고, 뼈를 나타내는 흰색은 죽음의 색이었다.
콜롬비아 초코 지방의 나이많은 현자들에 따르면, 아담과 하와는 흑인이었고 그들의 자식인 카인과 아벨도 흑인이었다. 카인이 아벨을 몽둥이로 내리쳐 살해하자 신의 분노가 폭발했다. 하느님의 노기앞에서 카인은 죄책감과 공포로 하얗게 질렸고, 너무도 질린 나머지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흰둥이로 살았다. 백인은 모두 카인의 후예다.-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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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11-25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계학 관점에서 볼 때, 한 사람은 1,000달러를 받고 다른 사람은 한 푼도 못받는 경우, 1인당 소득은 각각 500달러를 받는 것으로 산정된다"! ㅠ.ㅠ
 
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
정민 지음 / 푸른역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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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귀한 것은 성실함이다. 어떤 것도 속여서는 안된다. 하늘을 속이는 것이 가장 나쁘다. 임금을 속이고 어버이를 속이거나, 농사꾼이 이웃을 속이거나, 장사꾼이 동료를 속이는 것 모두 죄에 빠지는 것이다. 한가지만은 속여도 괜찮으니 바로 자기 입이다. 모름지기 거친 음식으로 잠시 지나가는 것, 이것이 좋은 방법이다. ...... 정력과 지혜를 쥐어짜 더러운 뒷간을 위해 충성을 바칠 것 없다. 이런 생각은 당장 눈앞에서 가난함에 대처하는 방편만은 아니다. 비록 부귀가 하늘에 닿을 정도라 해도 사군자가 집안을 거느리고 몸을 다스리는 방법에 근면과 검소를 버리고는 손댈 만한 곳이 없을 것이니라.-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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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4-11-21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저녁이 되어서 그런지 서재의 페이퍼에 음식이름이 여럿보인다. 내 뱃속이 먼저 알아차리고 뭔가 요구를 하려 하지만, 오늘만큼은 참아야겠다. 정력과 지혜를 쥐어짜 더러운 뒷간을 위해 충성을 바칠 것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