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고 계획하고 일하라 WorkFlowy
홍순성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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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고 연말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해에는 뭔가 계획적이고 효율적으로 일을 하고 일상을 살아가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책 제목만 보고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지레짐작으로 도움이 될까, 싶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내 관심사와 살찍 비껴간 내용들이 담겨있어서 그냥 술렁술렁 읽기 시작했다. 책의 뒷쪽에는 워크플로위라는 생각정리 앱에 대한 설명과 사용법이 적혀있어서 그 부분은 또 그냥 쓰윽 넘겨버렸다. 그렇게 읽고 보니 책 한권을 별 의미없이 훌렁 훑고지나가버렸다.

 

그냥 이렇게 지나가버릴수는 없다는 생각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책의 내용을 정리해보기 시작했다. 워크플로위라는 스마트한 방법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에버노트로 수집한 자료를 정리한다고 하지만 아날로그 방식으로 시도를 해보는 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여러 아이디어로 넘쳐나고 그것을 시도하고 실행하면서 책도 쓰고 강의도 하고 팟캐스트, 유튜브를 하는 저자와 달리 나는 그 모든 것들에 관심이 없고 거창하게 뭔가를 계획할 일도 없다는 생각을 하며 또 쓸데없이 설렁거리며 책을 읽고 있는데 처음과 달리 나 역시 아이디어와 생각을 정리하고 계획을 세워 나의 일상을 효율적인 시간활용으로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일,이라고하면 업무만 생각했는데 일단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책읽기에 대해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나 자신의 독서기록을 하는 것에도 이 책의 내용을 적용해보는 것도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수첩에 기록해놓는 것이 시작이기는 하겠지만.

바쁜 연말이 지나면 책을 다시 펼쳐놓고 폰에 앱을 설치하거나 컴퓨터로 프로그램을 깔아 다시 시도를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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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도 서점 이야기 오후도 서점 이야기
무라야마 사키 지음, 류순미 옮김 / 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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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에 고모가 서점을 하고 있어서 가끔 서점에 놀러가곤 했던 기억이 있다. 어른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는 서점 한 귀퉁이에 앉아 읽고 싶은 책을 읽는 동안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낯가림이 심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책을 들고 망설이고 있으면 그 책 재미있다는 얘기도 할 수 있는 대범한 아이가 되기도 했었던 기억들...

그래서인지, 책을 워낙에 좋아해서인지 책에 관한 이야기, 서점에 관한 이야기라면 그냥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본 서점 대상 5위라는 타이틀은 재미도 보장하리라는 기대를 갖게 해 괜히 더 설레임을 갖고 책을 펼쳐들게 되었다. 무작정 재미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야기는 설명처럼 이어져 왠지 좀 지루해..라는 생각을 가질 때쯤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 책에 대한 느낌을 짧게 표현해보라고 한다면 '반전없이 식상한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그것이 특별한 감동으로 느껴진다"고 말하고 싶다. 주인공의 어린시절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와 인연들이 개연성없이 너무 우연찮게도 연결되어 있어서 짜임새가 아주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책을 다 읽어갈 즈음에는 그것이 그렇게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서점 직원들의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지만 서점직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 수 있고 단순히 책을 진열하고 판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어서 좀 흥미롭게 읽을수도 있었다.  

 

이야기의 첫 배경은 백화점 내에 자리한 긴가도 서점이다. 그곳에서 자신의 능력을 힘껏 발휘하고 있는 잇세이는 보물찾기 대마왕이라는 별명을 가질만큼 책을 보는 안목도 뛰어난 서점 직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책을 훔쳐가는 어린 학생을 발견하고 그를 잡기 위해 쫓아가는데, 도망치던 소년이 차도로 뛰어드는 바람에 사고를 당하게 된다. 사건의 결과만을 놓고 온갖 비난을 받게 된 잇세이는 서점과 백화점에까지 안좋은 영향을 끼치게 되어 결국 서점을 그만두게 된다.

오로지 서점에서 일하는 것만 알고 있던 잇세이는 서점 이외의 곳에서 일한다는 생각을 못하지만, 자신 때문에 서점이 안좋은 소문에 휘둘릴까 염려되어 선뜻 다른 서점으로 가지도 못하게 되었는데....

 

잇세이에게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따라가며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보물같은 책을 찾아내는 안목을 가진 잇세이가 긴가도 서점을 그만두기 전에 찾아낸 '4월의 물고기'가 어떻게 생명력을 갖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책이 만들어지고, 그 책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뿐만 아니라 책 자체의 생명력으로 살아남게 되는 기적같은 이야기, 서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역할과 노력들이 이야기의 주된 흐름에 재미있는 곁가지를 쳐주고 있어서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특히 오후도 서점에서 일하게 된 잇세이의 활약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동네 서점을 떠올리게 한다. 이미 행해지고 있는 것들이 많지만 좀 더 멋진 아이디어로 발전시켜 벤치마킹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더 맘에 든다. 아니, 내가 모르고 있을 뿐 현실의 이야기들이 소설로 만들어진 것일수도.

 

이 소설의 느낌을 짧게 '식상한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특별한 감동이 있는 이야기'라고 말한 것은 이야기가 어떻게 풀리게 될지 짐작할 수 있고 또 요즘 동네 서점들이 각자의 개성에 맞게 잘 해나가고 있는 것을 알고 있어서 새롭다, 라고 할수는 없는 식상함이 있지만 그 뻔한 이야기속에 따뜻함이 담겨있고, 책에 대한 무한 애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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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뭐라고 - 강준만의 글쓰기 특강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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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글쓰기의 고통은 과욕에서 비롯된다.  작가들이 말하는 '글쓰기 고통'에 속지마라. 스스로 자기 자신을 속이지도 마라. 눈높이를 낮추면 '글쓰기의 고통'은 '글쓰기의 즐거움'이 된다. (27)

 

그러니까 글쓰기에 대한 욕심은 글을 썼을때의 보상에 대한 기대감이 먼저일 때 나오게 된다. 글을 더 잘 써보려고 하니 나의 솔직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내가 느꼈던 것이 그대로 적혀있어서 책을 읽는 것은 즐거웠다. 사실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써야한다는 부담감이 없었다면 더욱더 즐거운 책읽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2장 '태도에 대하여'의 글을 읽다보니 저자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 또한 인용을 줄이려고 해본다고 하지만 내게는 온통 인용으로만 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다 글의 첫문장, 안되면 첫 단락이라도 시선을 끌어야 하고 독자를 유혹할 수 있는 매혹적인 제목이 필요하며, 자신의 글을 30초 내로 설명할 수 있는 콘셉트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등등의 이야기가 이미 글을 읽는 재미를 조금씩 반감시켜가고 있다. 물론 짧은 시간내에 자신의 생각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글쓰기에 대해서는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역시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책이 분명하구나.

 

글쓰기에 대해 참고할만한 말은 많다. 하지만 굳이 저자의 주장대로 갈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 이것 역시 저자가 주장하고 있는 바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섯부른 명문장을 흉내내려고 하지 말아야 하고, 비문이나 구어조차 필요하다면 글에 쓸 수 있다는 것에 긍정을 한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 완전 구어체로 엄청난 비문을 쏟아부으며 자기 얘기만을 늘어놓는 글을 읽다보면 도대체 글쓰는 것이! 하면서 약간 짜증이 나기도 한다. 그러고보면 '글쓰기'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역시 기본적인 바탕은 나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것을 쉽게 버리지 않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강준만이라는 저자의 글쓰기 책이라니 도대체 어떤 글이 담겨있을까 궁금했는데, 글이 어렵지는 않지만 자꾸 저자가 이야기하는 내용이 그 자신의 글에서 오버랩되어 느껴져서 재미있었다. 아무튼 내 맘대로의 결론은 아직 연습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좀 더 나자신만의 글을 쓰는 것에 자신감을 갖고 노력하면 아주 조금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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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스티드 캔들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1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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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추리작가협회 선정 100대 추리소설에 이름 올린 작가' '영화 킹콩 원작 초안을 쓴 작가' '코난 도일, 애거서 크리스티와 동시대에 사랑받은 추리소설 작가'.... 이런 홍보문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내, 코난 도일이나 애거서 크리스티가 아무리 유명하다하더라도 동시대의 작가인데 에드거 월리스라는 작가는 처음 들어봐서 그리 큰 매력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이미 한세기가 다 되어가는 옛 작품이어서 추리소설에 대한 큰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나름대로 옛 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도 있기에 외면할 수 없는 호기심에 책을 읽어 볼 마음이 생겼다.

성급히 결론을 말하자면 반전이 없는 예상대로의 이야기 흐름이었고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트릭도 범인도 결말도 알아챌 수있는 전형적인 이야기 소설이라 놀라움은 없지만 고전적인 느낌으로 글을 읽는 재미는 있었다.

 

소설은 추리소설 작가인 존 렉스맨의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다. 성급한 투자로 큰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자금을 바싸랄로라는 이에게 빌린 존 렉스맨은 대금을 갚지못하게 되었고 바싸랄로는 자금상환을 독촉하며 렉스맨을 협박한다. 그런데 그 바싸랄로의 배후에는 렉스맨에게 친구인 척 접근을 한 카라라는 인물이 있었는데....

그로인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의 조사를 렉스맨의 친구인 티엑스 경찰국장이 관심을 갖고 진위를 밝히기 시작하며 이야기는 또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오래전에 쓰여진 작품이기 때문에 전형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만약 한세기 전에 이 이야기를 읽는다고 생각해보면 요즘말로 스펙타클한 스케일의 액션활극 로맨스, 라고 홍보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 물론 지금의 시대에 읽는다면 신박하다고 할만한 것은 없으니 그리 큰 기대는 할바가 아니지만.

 

"누군가를 겁먹게 만든다면! 불길함과 불안함으로 상대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상대나 상대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떠한 끔찍한 일이 생길 것이라고 믿게 만든다면!...... 고문대보다도 훨씬 끔찍하고, 화형보다도 훨씬 가혹한 게 바로 두려움이오.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보통 사람이 우스운 일로 여기는 것들조차 아주 끔찍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오" (119)

악인으로 나오는 카라의 말을 읽으면서 예나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건 사람의 마음과 심리를 이용한 두려움으로 누군가를 협박하며 악행을 일삼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결말과 해결이 궁금한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이야기의 흐름 자체를 읽으며 즐길 수 있는 소설이었고, 드라마같은 해피엔딩을 원한다면 추천할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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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오다 - 다큐 피디 김현우의 출장 산문집
김현우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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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큐멘터리 피디라는 직업을 가진 저자가 출장 겸 다녔던 수많은 여행지 - 아마도 그래서 일반적인 관광지라기보다는 조금은 특별한 곳으로의 여행이 많았을 것이고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여행의 풍경이 많았을 것이고, 그러한 자신의 마음을 글로 표현해 낸 에세이다.

 

"이 책에 실린 글을 쓰며 나는 나의 내면에 있는것을 끄집어내려 했다. 차마 다 꺼내지 못한 것들도 있겠지만, 나를 나로 마주하지 않으면, 그리고 그렇게 마주한 나를 긍정하지 않으면, 긍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인정하지 못하면 삶은 영원히 어딘가 뒤틀리고 말 것임을 알고 있다." 에필로그에서.

 

내가 이 책을 쓴, 전문 작가도 아닌 피디의 여행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많다. 글을 읽다보면 왠지 나의 경험과 생각이 맞닿아있다는 걸 느끼기도 하고 그의 진솔한 표현들이 내가 미처 정리하지 못하는 마음을 표현해주는 것 같기도 해서 자꾸만 마음의 고개를 끄덕이며 글을 읽어나가게 된다.

 

예전의 기록이 있을까, 싶어 뒤적여봤는데 역시 짧은 글 하나가 나온다. 그런데 이건, 나의 글이 아니라 내가 느끼는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저자의 글을 인용한 글만 적혀있다. 아직 가본적은 없지만 얄팍한 나의 신앙으로 인해 익히 들어왔었던, 그래서 왠지 더 가까이 느껴지는 나가시키에 대한 글이다.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일까? '진보하는 역사'에 대한 이야기로 연말연시에 버림받은 것 같은, 폐허가 된 것 같은 나의 상태를 위로할 마음은 없다. 다만 원폭기념공원의 안내문을 읽고 나니, 그러한 폐허를 겪었던 나가사키가  육십년 가까이 지난 지금, 아주 예쁘고 단정한 모습을 되찾은 것이 반가웠던 것만은 사실이다. 폐허가 된 도시를 다시 살아가야 했을 사람들이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도시를 재건했을 거싱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살아있으니, 그 폐허 위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왔을 뿐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나의 상태가 폐허라면, 한번에 그 폐허를 흔적도 없이 말끔히 날려줄 일, 혹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일, 지금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것밖에 없다.... 그렇게 '지금 할 수있는 것들'만 생각하기로 하고..... 

  

여러 의미를 떠올리게 하지만. 역시. 지금 나의 상태가 폐허라고만 멈춰있었는데 이제는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세월호 1000일째 되는 날이라고 합니다.

 

"기억은 일부러 마음에 새기지 않으면 남지 않는다"

 

  

 

  

그 사이 또 많은 것을 잊고 지내고 있다가 이 책을 다시 끄집어 내어 읽고 있으려니 그때와는 또 다른 이야기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 사이에 나의 인생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을정도의 일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그저 일상을 살아가는 동안, 늘 역시의 기록과 신문에서만 보던 사라예보의 거리를 걸었던 기억도 내 삶의 한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 경험은 이 책을 다시 읽으며 '건너오다'라는 제목을 조금은 알 것 같은 그런 이해심을 갖게 해 주었다. 늘 글로만 접해왔던 보스니아의 사라예보에 짧은 시간이지만 머물러 있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2차대전의 시작점으로 알고 있는 사라예보의 다리를 건너기도 했지만 내게 더 다가오는 전쟁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남북통일만 되면 끔찍한 전쟁은 사라질 것만 같았던 90년대의 보스니아 내전이었다.

 

 

 

  

철조망도, 담장도, 심지어 돌멩이 하나도 없이 문화의 만남이라고 되어 있는 그 보이지 않는 경계선은 확실히 그 선을 중심에 두고 동쪽을 바라보고 서쪽을 바라봤을 때의 풍경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저 구경거리처럼 양쪽 거리를 바라보고 무심히 지나가는 개 한마리를 바라보고, 사진을 찍고, 쇼핑을 하고.... 90년대 인종청소, 종교전쟁, 학살, 비극...머나먼 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은 그저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찬 남의 일이었다. 그게 겨우 삼십여년전에 일어난 일이라고 믿기 힘들지만. - 하기는 21세기에 수학여행에 들뜬 아이들이 어느 한순간에 바다속으로 사라져버렸다는 것도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낯선 공간은 머리나 마음이 아니라 몸으로 감각으로 먼저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말로 있다'는 것을 몸으로 받아들이는건, 그것에 대해 읽거나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 당연한 이야기가 의외로 자주 무시된다. 12

 

아무튼 그러한 곳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 내 바로 앞에는 이슬람 회당이 있었고 그 앞을 수녀님들이 지나치고 있었던, 그 거리에 있으려니 역사의 한 사건이 이해가 되면서 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인간으로 인해 일어나는 일들이다...

 

"기억은 일부러 마음에 새기지 않으면 남지 않는다"

 

 

 

...... 뭔가 좀 다른 글을 써보려고 했지만 나는 나이기에 내 안에서 나올 수 있는 글이라고는 이것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바로 엊그제 책을 읽으며 새삼 다시 공감하며 되새겼으면서도 그새 그걸 잊고 스스로를 높이 내세워보려 했다는 걸 인정할수밖에 없는 지금, 그냥 서둘러 글을 끝맺어야 할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의 어느 시기엔가 자신이 위대하지도 근사하지도 않음을 깨닫게 된다. 그게 꼭 본인의 잘못 때문만은 아니기에 그 깨달음은 종종 받아들이기 어렵다. 때론 수하물이 도착하지 않아 백팩 하나와 시시한 여행자 키트로 며칠을 버텨야 할 수도 있고, 내가 구할 수 있는 자전거의 안장이 너무 높을 수도 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걸 가지고 그 '다음'을 살아야 한다. 77

 

그러니까 그 '다음'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무작정 여행이 좋았고,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여행이라는 것은 타인의 시선을 통한 여행서를 읽으며 반쪽의 만족과 희망을 품고만 있었습니다. 여행을 떠났지만 그 기억은 금세 사라져버리고 그럴 것을 또 왜 떠나느냐고 한다면, 앞으로는 저자의 글을 인용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속내를 털어놓으려고 우리는 여행을 떠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낯섬'이 일상에게 해주는 대답을 찾으러...... 174

 

생각해보면, 어떤 일을 하거나 하지 않는 이유가 상상의 두려움 때문일 때가 많다. ... 그런데 그렇게 두려워했던 것들이 사실은 나쁘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뿐만 아니라, 일이 늘 두려워했던 대로만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된다.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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