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참 못된 엄마에요.
새로 선물받은 크레파스와 사인펜을 안방 서랍속 깊숙이 숨겨두었거든요.
쓰던 색연필이 있다는 이유로요.
그런데 어제 그만 마로에게 들키고 말았어요.
신이 난 마로는 아침 먹는 것도 잊고 그림그리기에 열중을 하다, 아예 어린이집에까지 들고 가더라구요.
저녁에도 집에 오자마자 또 그림 그린다고 몰두를 하다가 갑자기 내게 말을 거네요.

"엄마, 좌구(마로 남자친구이자 원장선생님 아들)는 구름을 삐죽삐죽하게 그린다.
구름이 동글동글하지 왜 삐죽삐죽하냐? 바보같애. 바보 방구똥~"

(윽, 좌구보고 대놓고 바보 방구똥이라고 했으면 어쩌지)
"그, 그건 말이야, 좌구가 모양대로 그려서가 아니라 느낌대로 그려서 그럴 거야.
별이 빛나는 밤에(고흐 퍼즐이 집에 있음)를 봐. 별이 꼭 회오리 바람 같잖아.
좌구는 혹시 비오고 천둥치고 번개치는 날의 구름 느낌을 그린 거 아닐까?
마로 생각엔 번개구름은 동글동글한 느낌이야, 삐죽삐죽한 느낌이야?

"삐죽삐죽할 거 같아."

"그래, 바로 그거야. 좌구는 그래서 삐죽삐죽하게 그린 거야."

"아냐, 그래도 구름은 동글동글하지 삐죽삐죽 안 해. 바보방구똥 바보방구똥~"

고흐의 그림을 상당히 좋아하는 딸이지만, 인상파를 이해하는 건 불가능한 거 같습니다.
아니면, 남자친구랑 싸워서 뭔가 트집 잡고 싶었던 걸까요?
오늘 회사 사람들과 점심을 먹다가 이 얘기를 꺼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물어봤습니다.
잠깐 의견이 분분했는데, 초등학생 아이 둘의 아버지(경영기획실 부장님)께서 한 마디로 정리를 했습니다.
"내가 보기엔 김대리 딸은 고집이 세서 그래. 절대 자기 의견을 번복 안 하잖아? 고집센 게 내력인 거지."
제가 순간 방심한 사이 다른 사람들은 왁자지껄 웃으며 다 동의를 해버리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반격을 시도해봤지만, 결국 부장님이 이기셨죠.
"본인도 찔리니까 바로 반박을 못 했던 거 아냐?
말많은 김대리가 한순간이나마 말문이 막혔던 건 다 이유가 있는 거라고."
흑, 그렇게 완패를 해버렸습니다. ㅠ.ㅠ

* 뭐, 재밌는 얘기는 아니지만 회사 사람들은 무척 즐거워 하더라구요.
치카님 이벤트를 모른 척 넘길 수 없어 끄적여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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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웃어주실 건가요?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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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6-01-13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마로네요,,

물만두 2006-01-13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젠 숙녀가 다 되었네요^^

바람돌이 2006-01-14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바보방구똥이라니.... ^^
요즘 우리 예린이도 제가 전화하면 마지막에 끊기전에 키덕거리며 하는말.
"엄마 방구똥꼬뿡뿡이!!!" 도대체 이런말들은 어디서 배워오는지.... 아마도 마로도 좌구에게 배운건 아닐까요? ^^

조선인 2006-01-14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헤헤.
물만두님, 숙녀는요, 요새 왈패가 되어간다고 어린이집에서 한 소리 들었습니다.
바람돌이님, 흑흑흑, 원장선생님은 마로가 좌구에게 가르쳐 줬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흐흐흐

chika 2006-01-14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바보방구똥~ (저도 욕할때 이 말 쓸래요!! 거참, 너무 맘에 들어요. 히힛~)
마로랑 조선인님이랑 둘 다 무지 귀여운거 아시죠? 헤~ ^^

paviana 2006-01-14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써먹어야지.ㅎㅎ
바보방구똥.!!

조선인 2006-01-15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파비아나님, 애비~ 이쁜 말만 쓰셔야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