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한 어둠속에서 바다를 봤다. 정적이 흐르고 파도소리조차 없는, 바다와 하늘도 구분이 없는 어둠의 바다를 보며 나는 존재의 두려움을 느꼈다. 숨이 막히는 것 같았고..... 저 어둠속으로 들어가야만 할 것 같은 충동을 느낀다.


   하지만  나의 존재는 어둠속으로 사라져가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살아있고...

  빛 속에서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바닷가 방파제의 길을 따라 움직이며 세상을 향해 걷는다.

 

 박제된 돌고래가 아닌

  먼 바다로 헤엄쳐가는 고래를 꿈꾸며...

  나는 느릿느릿 집으로 가는 길을 걷는다.

 



화려한 불빛이 비치는 저곳은 내겐 너무 멀지만,

 

 이 고갯길 너머 어딘가 나를 맞아 줄

  따뜻한 불빛 하나는 있겠지.

 

 

 집으로 오는 길은 멀지만,

 어둠의 적막속에서도 저 멀리 불빛은 항상 길을 밝히고 있다.

 길에서 만난 모든 것이 아름답다면

 나는 행복하다, 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의 삶이 어느 곳으로 향해가고 있든지,

  길 모퉁이를 돌았을 때,

  그 길에 활짝 피어있는 꽃을 보며

  나는 행복해하겠다.

  집으로 오는 길은 멀지만

  나는 꿈을 꿀 수 있다.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 거라고....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나는 더욱더 지치곤 해
문을 열자마자 잠이 들었다가 깨면 아무도 없어
좁은 욕조 속에 몸을 뉘었을때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내게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줬어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거라고

아무도 못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모두 어딘가로 차를 달리는 길 나는 모퉁이 가게에서

담배 한 개비와 녹는 아이스크림 들고 길로 나섰어
해는 높이 떠서 나를 찌르는데 작은 달팽이 한마리가

어느새 다가와 내게 인사하고 노랠 흥얼거렸어
내 모든 걸 바쳤지만 이젠 모두 푸른 연기처럼

산산이 흩어지고
내게 남아 있는 작은 힘을 다해 마지막 꿈속에서

모두 잊게 모두 잊게 해줄 바다를 건널거야

- 패닉, 달팽이


 

  그래요, 저는 저의 '원피스'를 찾아 떠날꺼예요!!

 

=============================  사진은 오늘 집으로 오는 길에 찍은 사진입니다. 마지막 바다사진은 작년 가을에 찍은 섭지코지의 모습입니다. 저는 그곳에서 고래 세마리를 봤습니다. 저 사진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제가 고래를 본 그곳의 바다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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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03-31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있어요,,
정말 멋있는 분이시네요,,,,

날개 2005-03-31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치카님이 갑자기 시인으로 변신을.....!+.+ 분위기 죽이는군요..

물만두 2005-03-31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이 아니야요. 당신 누구요???

chika 2005-03-31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그냥 써 봤어요.... 근데요,,, 발마스님 서재 이벤트 페이퍼에도 올렸거든요. 제발~ 그 페이퍼에도 가서 추천 해 주시고, 댓글도 달아주세요!!

비로그인 2005-03-31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님 시화집 준비하시나요?
좀처럼 안하는 추천하나 꽝!

chika 2005-03-31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좀처럼 안하는'이라는 말에 넘어갑니다~!
하날리님을 위해 울 조카녀석들을 이쁘게 찍어와야겠어요!! 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