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좋다는 건 무슨 뜻일까? - 뇌과학자가 알려주는 AI 시대 똑똑한 뇌 사용법
모나이 히로무 지음, 안선주 옮김 / 갈매나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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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머리가 좋다는 것의 정의, 머리가 좋은 사람들의 특성 그리고 머리가 좋아지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줄 것 같은 책이다. 저자는 지능과 지성의 차이를 언급하기도 하는데 지능은 답이 있는 문제를 잘 추론하여 답을 찾아내는 것이고 지성은 답이 없는 것에서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과 결론에 이르는 문제해결 능력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본서를 읽으며 지능에서 AI와 경쟁하겠다며 인공지능과 경쟁할 생각을 하지 말고 인간 지성을 완성해 나아가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저자는 [머리가 좋다는 건 무엇일까?]라는 본서의 제목에서 연상되는 정의를 마지막쯤에 내리기도 하는데 노자의 정의에서 이런 정의에 다가서기도 한다. ‘지인자지 知人者智 자지자명 自知者明이 그것인데 남을 아는 사람은 지혜롭고 자기를 아는 사람은 총명하다라는 말이다. 결국 머리가 좋다는 것은 남을 알고 자기를 아는 것 또는 자기를 알고 남을 아는 것을 이야기하는 말이 아닌가 한다. 그러고 보면 본서가 이야기하는 뇌과학이라는 것 자체가 자기와 남, 딱 인간을 이해하는 길 가운데 가장 설득력 있는 접근 중 하나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저자는 일본에서 대중적으로 유명한 뇌과학자로 일본 학술진흥회 특별 연구원과 이화학연구소 뇌과학종합연구센터 연구원을 거친 인물로서 1984년생이라는 연구학자로서는 비교적 젊은 나이이다. 그럼에 불구하고 일본 대중에게 뇌과학 대중서들을 전파하고 있는 유명 뇌과학자이기도 하다.

 

본서를 읽으며 뇌과학자인데도 불구하고 몸이 먼저이고 뇌는 다음이 아닐까? 장이 우선이고 뇌는 그저 제2의 장이 아닐까?’라는 뇌과학자로서는 의외의 질문들을 던지기에 이 사람 참 독특한 학자구나 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대부분 서양의 뇌과학자들은 인간의 지성과 이성에는 뇌만 있으면 된다는 식의 결론을 가져오는 저작들이 흔한데 인간이라는 과제에서 답을 뇌가 아닌 장에서 찾고 몸이 주체라는 답에 이르는 뇌과학자는 이 사람이 처음이었다. 초반에 이런 의문을 제기하기에 이 뇌과학자가 서술하는 머리가 좋다는 개념의 정의는 무언가 다르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저자는 인간은 상향식 입력과 하향식 출력을 거치는 세 가지 필터가 있다며 지각하는 작용을 하는 제 1필터, 기억과 감정을 근거로 판단하는 제 2 필터, 행동하게 하는 제 3필터를 각각 논한다. 그래서 감각을 인지하는 기능이 사람마다 각기 다르며 기억과 감정이 같을 수 없기에 행동 역시 다른 것이 당연하다고, 모든 인간은 서로를 완벽히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과거 뇌에서 청각과 시각과 피부 감각, 후각을 전달하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전달되고 수신되는 주파수 영역대가 사람마다 다 차이가 제법 크다는 연구 결과를 본 기억이 났다. 사람마다 색깔과 소리의 높낮이와 피부 감각, 후각이라는 것을 지각하는 것이 각 사람마다 다 차이가 나고 심지어 그 차이가 클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 내가 파랑으로 인식하는 것을 누군가는 내가 인식할 때는 보라로 인식하는 사람도 있다는 말이다. 이건 우주 다른 행성의 대기를 상상한 상상도의 색채를 보며 내가 신기함을 느꼈던 색감대로 현재 세계의 대기를 보는 눈을 가진 이가 있다는 말이다. 한 마디로 다른 사람이 뭘 보고 뭘 듣고 뭘 느끼는지 우리 각자에게 미지라는 말이 된다.

 

저자는 이렇게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자기 정동에 대한 해상도가 높아야 감수성과 반응 표출력의 다양성을 인정하게 된다고 이러한 판단 이후에 의사결정의 판단이 있어야 리더로서 자격을 갖추게 된다고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타인과 자신의 차이를 아는 대에서 리더로서의 자격이 생긴다는 말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리더라는 것은 아마도 머리가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니 저자가 이미 정의한 대로 남과 자신을 알고 남의 경험을 대리 체험하며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저자의 정의들을 고려하면 본서는 머리가 좋다는 것에 대한 정의와 함께 리더의 자격을 논하는 책이 될 수도 있다.

 

저자가 말한 머리가 좋다는 것의 정의와 기능을 분류하지 않고 나열하면 처음은 이렇다. 신체의 활동 범위와 동작을 뇌가 인식하며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못하던 동작, 색다른 동작을 제대로 시행하면 도파민이 분비되어 뇌는 보상을 얻기도 한다고 한다. 그리고 뇌는 예측을 하는 장기로서 이 세계에 대해 경험을 통해 예측하는 뇌내 모델을 수정하니까 능동적 경험으로 거듭 실패하며 예측 모델을 갱신해야 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옹알이를 할 때 아무 소리나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거듭되는 시행착오에서 제대로 된 답을 찾아내는 학습과정이라는 것이다. 이런 자잘한 실패가 성공으로 이끈다는 식의 말을 저자는 하고 있다. 그리고 뇌의 역할에서 사회적 상호작용도 중요한데 공부만 하게 하는 학부모로 인해 이런 기능과 작용을 뒤로 미루도록 강요되는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적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고 한다. 공부만 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아이에게 학습과정인 실패와 경험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시행착오를 할 수 없도록 만들어 반쪽짜리도 못 되는 인간을 만드는 길이 된다. 또 경험하지 못한 것에는 경험맹 상태가 되고 한 가지 경험만을 지속해도 그것밖에 인식 못 하는 경험맹 상태를 유도하니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또 뇌는 예술을 감상하거나 선 수행을 하거나 마음챙김 명상을 할 때 감각을 차단하고 자기 내부 모델과 내수용감각을 관측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때 감각차단의 과정이 외부 세계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차단해 자기 마음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와 뇌 속의 지혜 주머니 기억을 관측하고 때에 따라 다시 만드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예술 감상이나 명상이 기존의 정보를 관측하거나 재구조화해서 새로운 해결책이나 관점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독서나 예술 감상은 타인의 삶을 대리 체험하며 정동의 변화를 가져오고 감정 표현 능력이 탁월해져 타인과 자신을 이해하는 길을 확장해준다고 한다. 앞서 말했듯 이러한 과정은 리더로서의 자격을 확장하는 길이기도 하다. 또 뇌내 별아교 세포는 에너지를 전달할 뿐 아니라 뇌의 노폐물을 제거하고 뇌의 물이 지나가는 길이 되어 뇌를 청소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뇌의 기능이 원활하려면 노폐물 제거가 선행되어야 하고 이런 기능이 떨어질 때 알츠하이머 등이 유발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 작용은 뇌가 쉴 때 특히 깊은 잠을 잘 때 활성화된다고 한다. 아마도 깊은 명상 상태에서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느닺없이 일어나는 상황, 의외의 위기 상황 한국어 패치로는 난감한 상황에서 별아교 세포도 작용하고 뇌가 일관된 노선에서 벗어나며 자극받을 수 있으므로 스트레스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고 한다.

 

요가나 기체조 또는 무용 그리고 선이나 명상, 예술 감상과 독서, 모험과 역경, 일탈, 친구와의 시간 등으로 나열할 수 있겠는데 이것이 똑똑한 사람과 리더를 만드는 당연한 길이라는 말이다.

 

본서는 머리가 좋다는 건 무슨 뜻일까?’라는 단순한 물음을 던지며 시작되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간은 무엇에서 만족을 느끼며 살아가는가까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깊이가 있는 책이라는 감상을 갖게 했다. 일본 책답게 실용적인 면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해 경쾌한 서술로 간명하게 답을 향해나가지만 곱씹어보면 깊이가 느껴지는 책이었다. 무겁지 않게 독서하고 싶지만 사유하며 깊이 들어서 보고도 싶다는 분들에게 권할 만하지 않나 싶다.


책추천해주는여자 미니미님을 통해 갈매나무 출판사로부터 도서제공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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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수록 아름다운 우리 그림 - 한국 전통회화 들여다보기
이소영 지음 / 미술문화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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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문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은 우리 그림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볼 기회가 되어줄 책이라 생각해 다가서게 되었다. 사실 서양미술은 여러 저작이나 영상 매체로 흔하게 접하지만 동양화 그것도 한국화는 유독 취미인 경우가 아니라면 일상에서 흔히 접하며 살지 못하는 것 같다. 저자분 말씀처럼 대부분에 한국인들은 수묵화보다는 수채화를 먼저 배우고 미술관을 찾는다고 해도 서양화를 친숙하게 여기지 않나 싶다. 대학에서 한국화 학과도 줄어드는 추세라고 하니 저자분 언급처럼 한강을 위시한 한국의 문학 그리고 K-, K-컬처, K-아트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과는 상반되게 참 아이러니하기도 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이러한 때이기에 더욱 한국의 것들이 하나하나 되짚어지는 순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우리 그림을 자주 접하며 살아가지 않던 리뷰어 본인도 우리 그림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19세기 작자 미상의 [화초도]라는 지직화와, 같은 시대 박병근님의 [낙화화초도]라는 인두화 같은 실험성 높은 그림도 인상적이었으나 신사임당의 [초충도] 가운데 [오이와 개구리][양귀비와 도마뱀] 같은 조선시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자연의 장면을 소소하지만 섬세히 옮긴 그림도 인상적이었다. 18세기 심사정의 [토끼를 잡는 매]처럼 냉엄한 자연의 진리를 아슬아슬한 장면으로 한 폭에 담아낸 그림도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17세기 조속의 [달밤 고목 위의 새]는 자연의 한가로움과 은은한 여유가 느껴지는 듯했다. 부채 하나에 금강산의 산맥들을 담은 정선의 [정양사]는 장엄함이 아기자기한 종이 위에도 그려질 수 있다는 걸 느끼게도 해주었다. 18세기 이인상의 [구룡연]은 단순한 선과 그 아래에 여리고 짙음 몇 개만으로 자연을 옮길 수도 있을 수도 있구나 하는 감상이 담기게 해주었고 [병국도] 역시 그저 선만으로 숙연함을 느끼게 할 수 있음이 놀라웠다. 김홍도와 동갑이라는 화원 이인문의 [끝없이 펼쳐진 강과 산]는 서양화와는 다른, 단순함 가운데 은은한 매력으로 자연의 장엄과 기묘함을 그려내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기도 했다. 14세기 고려 작자미상의 [수월관음도]는 불화가 이토록 매력적이란 것을 처음 알게 되는 그림이었다. 불화가 그려지는 과정도 일반 그림과 다르다 보니 그것이 그림이 오래 가도록 하기 위해서인지 보살과 부처님을 남다르게 표현해내기 위해서였는지 의문이 일면서도 불화에 대한 이끌림을 느끼게 되었다.

 

본서에는 김홍도나 신윤복의 민화부터 산수화, 일상의 책가도나 화성행궁도, 흔히 접하기 어려운 배다리를 주제로 한 그림, 근대 한국화가들의 초상화와 담채화 등마저도 수록한 다양한 주제로 한국화의 아름다움을 돌아보는 책이다. 지직화, 인두화, 혁필화 외에도 지두화 같은 실험적인 그림들도 수록되어 있고 무엇보다 색달랐던 것은 유명 한국화가의 그림만이 아니라 작자 미상의 그림도 26점 이상 수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그림이 한국의 제일이니 보아라인 것이나 한국인이면 이 정도는 알아둬라 라는 충고 따위가 아니라 한국에는 이런 아름다움과 기발한 주제인식도 있었다는 토로 같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언젠가 이 책과 같이 유명 그림이 아닌 우리 그림 가운데서도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그림들까지 대상으로 한 다큐멘터리가 등장한다면 우리가 우리의 아름다움을 얼마나 알고 있었나 하는 집단 자성에 이르게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박래현, 채용신, 이응노 같은 근대 화가들의 한국화도 그 각자에게 각각의 감상이 다채롭게 남기도 했지만 우리 그림의 특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실험적일 때도 나름의 색깔을 만들어가기도 하는 면이 옛 그림만이 아니라 근대와 근대 이후의 우리 그림에 대한 관심마저 불러일으키는 것 같았다.

 

본서를 통해 우리 선조들의 관심사와 그 시대의 시각과 시대적 풍속, 그리고 선조들과 현대의 우리 사이 시대를 가로지는 흥취 등 다채로운 감상을 갖게 해 주는 것이 우리 그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림의 양식 역시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라 충분히 실험정신을 가지고 고민하며 그림이 그려져 왔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다. 무엇보다 유명세가 없다고 작품성이 없거나 작가 정신이 없는 것이 아니란 것을 작자 미상의 그림들을 보며 느꼈다. 우리 그림이 주는 의미가 이만큼이기만 해도 우리에게 가까이 해야 할 이유로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 리뷰를 보시는 분들이라면 이 기회에 꼭 이 책을 읽어보셨으면 싶다. 한번 그림을 보게 된다면 몇 번이고 다시 보게 될 거라 장담해도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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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행복 -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배우는 행복에 관한 철학 수업
양현길 지음 / 유노책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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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인생수업] 이후 두 번째로 읽어보는 고대 그리스 철학책이다. 플라톤의 제자이자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스승이기도 한 그의 철학에서 플라톤의 가르침이 전승된 부분과 함께 그의 독자성이자 이후 유학의 가르침과 맞닿은 대목도 눈에 들어왔다.

 

행복을 그 자체로 추구할 진정한 의미라 하면서, 스스로 만족하는 자족성과 진정한 인생의 목적으로 보는 목적성을 가진다고 보며, ‘주어진 이성을 최대한 활용해 인간답게 올바르게 사는 상태미덕이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추구하는 삶을 의미 있는 것으로 보았다. 물론 외적인 요소도 덕을 실천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보아 현실성이 결여된 행복 추구를 강요하는 가르침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일어나는 사건에 의해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해 그들이 갖는 견해에 의해 괴로워한다는 에픽테토스의 말을 들며 행복과 괴로움 사이를 가를 기준은 스스로의 선택에 달린 것으로 보게 하고 있기도 하다.

 

본능적 즐거움과 자극을 의존하는 쾌락적인 삶과 명예와 타인의 평가에 의존하는 정치적인 삶은 이 의존성들이 지속적이고 안정된 행복을 추구하기 어렵게 만든다며 관조적인 삶을 추구할 것을 권하고 있는데 이는 진리를 탐구하고 사물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는 삶을 말한다. 인간 고유의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활동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며 이러한 활동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방식을 관조적인 삶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그는 관조적인 삶이 인간을 가장 고귀한 상태로 이끈다고 보았다. 몰입은 이러한 상태로 이끄는 근간으로 관조적인 삶과 몰입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외부 요인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한다. 몰입은 관조적 삶을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며 관조적인 삶은 몰입에 의해 더 깊이 실현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삶을 살아가는 가운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중용과 절제이다. 중용은 때에 맞춰 적합한 판단을 하는 것을 말하며 절제는 즐기되 적절함을 아는 데 있다. 느슨하기만 한 것이 중용이 아니고 억압하고 배척하는 것이 절제가 아니다. 이러한 삶을 살아가며 갖추어야 할 것으로 또 다른 것은 실천적 지혜상대방의 입장과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것을 이른다. ‘숙고할 때도 상대방의 입장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는 결정을 내릴 때 반드시 참된 이성과 올바른 욕구가 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를 의지적 욕구라고 했다. 이는 이성이 올바른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욕구가 행동으로 옮겨지도록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반복을 통해 습관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 것으로 실천적 지혜란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반복과 성찰을 통해서 내면에 자리 잡는 것이라 한다. 실천적 지혜란 다양한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숙고하고, 판단하며, 선택하고, 결정하는 과정의 반복에서 얻어지는 지혜를 말하는 것이다.

 

또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한 자기애라는 것은 지금의 나와 내가 꿈꾸는 최고의 나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진정으로 나를 사랑한다는 것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알베르 카뮈는 인생은 내가 내린 선택들의 총합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무리 사악한 인간들에 둘러싸여 있다고 해도 그들로 인하여 파괴되고 오명을 덮어쓰는 상황이라고 해도 자기가 이루고 싶은 자신을 스스로 지키고 만들어가는 삶은 의미 없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필귀정이란 말이 사실이라면 진실이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고, 세상이 그런 게 없는 지옥이라 지옥이란 실명 값을 하는 게 지구라고 해도, 나는 나를 지키며 온전한 내가 되기 위해 살아간다면 언제 어떻게 죽더라도 한과 한탄은 남더라도 나 자신의 선택에 후회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이 책의 일부 내용 중 내게 와닿는 대목만 남겼지만 전체적으로 두고두고 헤아려 볼 만한 내용들이 담긴 책이기도 했다. 자기성찰의 시간을 좋아하고 외향보다는 내향의 시간이 자주인 분들을 위해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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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심인 선불진수 능엄밀법
강형주 지음 / 다크아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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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말하는 심인은 여래장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며 밀법은 비밀한 가르침이기 때문이라기보다 엄밀한 가르침이라고 한다. 불교에서 밀법을 이야기할 때는 비밀한 가르침일 때도 있지만 엄밀한 가르침일 때가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능엄경의 가르침을 수행으로 나타낸 것이 본수행이며 이 가르침은 불교적이면서도 도교적이기도 하다. 가르침에서 선도의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고 선도의 원리를 담고 있기도 하다. 그와 함께 수행의 기로에서 자미두수의 좌표를 적용해 수행해나가기도 한다.

 

도교에서는 전진도 용문남파 오류파의 수행과정을 적용하기도 했고 활자시나 외약, 내약, 소주천, 대주천, 대약의 과정을 적용하고 있기도 하다. 양광일현과 양광이현, 양광삼현이 무언지 몰랐는데 본서를 읽고야 명확한 수행 도상에서 이해되었다.

 

책의 분량도 많지 않고 글자 크기도 크다 보니 금세 다 읽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깊이 있고 수행의 설명이 명확하다. 다만 실수행에서 장애를 만날 때 책만으로는 대처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구나 생각되는 면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마음의 힘으로 뭐든 가능하다고 보는 씨크릿 류의 가르침에 평소 거부감을 느끼던 터였고 문제가 많은 관점이라 이전부터 포스팅들에서 숱하게 언급하고 리뷰마다 문제시하며 언급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본서에서는 씨크릿 류의 가르침이 마 중에서도 대자재천마라고 뭐든 마음대로 된다고 믿는 심마로 명백히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심마의 경우와는 다른 귀신이나 빙의의 경우는 칼 융의 유사 정신계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이도 자기의 마음에서 기인한다고 보는 것이다. 나의 견해와는 다소 다르지만 어쨌건 마음이 외부 영향을 끌어오는 경우도 분명 크지 않은가 싶다.

 

또 하나 주지되던 것은 일반인들이 깊은 수행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고 남종 동파 선도에서는 수행의 깊은 경지라기보다 부작용으로 보는 마음장상을 여기서는 수행의 과정에서 수준을 나누는 척도로 보기도 해서 의아하면서도 수행이 꺼려지기도 했다. 나로서는 남종동파 선도에서 말하듯 불용성위축이라는 관점이 맞지 않나 싶고 완전히 성관계를 단절하는 것은 사랑을 버리는 것과 다름없지 않나 싶은 마음에 거리낌이 조금 생기기도 했다.

 

나에게는 수행에 대한 배움과 자기 확신을 주는 책이다. 다만 앞서 말했듯 분량과 활자크기에 불만이 다소 남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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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눈부신 철학 - 한류와 ‘다이내믹 코리아’의 뿌리 철수와영희 생각의 근육 5
손석춘 지음 / 철수와영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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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을 살아오며 많은 일들을 겪었지만 타인을 원망하는 습성은 나에게 없었다. 하지만 근간까지 겪은 일들은 사람에 대한 원망뿐 아니라 사람에 대한 정의가 달라질 만했다고 생각된다. 사연을 자세히 이야기할 수 있을 기회가 과연 남아있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런 까닭에 사람이란 무엇인지 더 나아가 한국인의 정서를 구조화한 원형은 무엇일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타인만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의문까지도 포함해서 말이다.

 

그런 이유로 한국인에 대해 알고 싶다는 한국인의 정서와 의식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에 관한 의문에 답을 구하고 싶었다. 마침 그때 출간 소식을 알게 되고 서평단 모집이 있기에 기쁘게 다가섰다.

 

본서에 대한 첫인상은 [한국인의 눈부신 철학]이라는 제목에서 연상되는 것과는 미묘한 차이가 느껴지게도 민담으로 한국인의 정신을 분석하는 책이구나 였다. 물론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보면 철학이란 표현이 깊이 납득된다.

 

저자는 본 내용이 시작되기 전 [여는 글]에서 주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다루고 있다. 한국이 시작한 학문인 문학치료학과 우주철학을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문학치료학의 기본 명제는 인간이 곧 문학이고 문학이 곧 인간이다라고 한다. 또 우주철학에서는 인간을 우주와 분리되지 않은 존재로 인식한다고 하며 한국인의 철학을 담론하는 이 책은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문학이자 철학이자 우주로 확장하고 있다. 우주철학은 인간이면 누구나 자기 눈으로 삶과 세상을 바라본다고 전제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인간의 사전적 정의가 한문 사전으로 가면 사람이면서 또 사람이 사는 세상을 말하고 있다고 한다.

 

해체주의 철학자 데리다는 철학이 궁극적으로 문학의 한 갈래라고 했다고 하며 실용주의 철학자 로티는 철학이 삶을 새롭게 재서술하는 작업이라며 철학의 문학화를 주장했다고 한다.

 

까닭에 저자는 한국인의 철학을 조망하는데 문학으로 다가서고 있으며 그 가운데 민담을 주제로 삼은 것이다. 여기서 서사 중에서도 사회서사를 중심으로 한국인의 의식을 분석하고 있다. 앞서 철학은 문학이며 문학은 곧 인간이라고 소개한 것이 저자이고 인간이란 사람이며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기에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사회서사를 주목한 것은 적확한 관점으로 보이기도 한다. 사람이 문학이라 했기에 타인도 곧 문학이라고 저자는 정의했다. 나와 남과 사회를 두루 보는 것이 사회서사적인 관점인 것이다. 저자는 사회서사는 사람을 우주인이자 문학으로 보는 우주철학에 기반하고 있기에 삶의 모든 것을 사회적 잣대로 판단하는 사회성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개개인이 사회를 인식하는 관점과 삶의 자세를 중시한다고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이 사회서사를 설명하며 저자는 칼 융의 심리 유형 분석의 기반인 내향성과 외향성을 언급하는데 이를 다시 내향적 삶이 사회체제는 불변한다고 바라보며 이뤄지는 순종서사와 사회체제는 변화한다는 시각의 관조서사로 분류하고 외향적 삶이 사회체제가 불변한다고 인식하며 이뤄지는 적응서사와 사회체제가 변화한다고 바라보며 이뤄지는 실천서사로 분류하고 있다. 저자는 순종서사, 적응서사, 관조서사, 실천서사의 방향으로 인식과 대응의 변화를 바라본다. 한국인의 무의식은 실천서사가 지배적이며, 이것이 사회변화와 삶의 변화에 기회가 된다고 보고 있는듯했다. 저자의 논지가 이렇기에 이후 단군신화와 처용설화 해님달님 설화, 효자 호랑이, 신비한 눈썹, 아기장수, 그리고 단재 신채호의 최초 근대소설인 꿈하늘과 그의 선언서 조선혁명선언을 모두 실천서사의 관점을 설명하는 데 제시하고 있다.

 

저자의 관점에 어느 정도는 동의하지만 나로서는 한국 어르신들의 팔자타령이나 살다 보면 살아진다는 관점 그리고 으로 정의되는 정서의 바탕과 맥락에는 관조서사가 근간이며 그것이 더 한국인의 정서를 대변하지 않나 싶었다. 그리고 실천서사라면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폭력도 강간도, 살인도, 집단적 충돌도 모두 실천서사이다. 이 실천의 바탕에 관조와 성찰이 없다면 앞서 말한 범죄들과 같은 결론에 이를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인의 관조는 맑고 밝게 자신을 헤아리는 눈을 말한다고 본다. 메타인지도 관조의 하나이고 말이다. 관조가 없다면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 그리고 사회에서도 교훈과 반성, 성찰이 있을 수 없다. 순종과 적응을 실천으로 바꿔주는 것은 결국 관조라는 말이다. 그리고 세계 어느 문학에서도 실천이 없다면 스토리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애초에 실천서사만을 한국인의 특색이라고 정의하는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남은 생이라도 다른 빛깔로 이끌어가게 되는 것은 관조가 없다면 불가능한 것이다. 보이는 것이 바뀌고 달라지는 것만이 서사가 아니라 같은 일상이라도 색깔이 바뀌는 것이 진정 중요한 서사적 요소일 것이다.

 

[노인과 바다][오즈의 마법사]에서 주인공들은 종국에는 결국 각자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지만 그들의 같은 일상이 더 이상 같은 빛깔이지 않게 해주는 건 관조와 성찰이 이전과는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문학의 예이지만 우리의 많은 선조들이 삶을 살아냈던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겠다고 한 것도 그렇지만 곰이 여인이 된 것도 자성을 관조할 수 있었기 때문이며 처용의 서사는 처용의 관조와 역신의 성찰이 주 내용이다. 신비한 눈썹도 관조와 성찰이 있기에 실천이라는 다음 스테이지가 가능했던 것이고 아기장수는 부모가 관조하지 못해 일어난 비극이다. 효자 호랑이는 수신자인 민중이 자신을 성찰하라는 메시지이기도 한 것이다.

 

저자와 견해는 다르지만 이런 관점으로 돌아본 것 자체가 이 저작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인에게 관조하고 성찰하고는 실행하라는 조언해 줄 수 있다면 이 저작의 도움이었다고 생각하며 내 삶과 다른 이와의 삶을 연결 짓는 관조와 성찰이 무얼지 다시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는 독서이기도 했다. 이 책은 한국인의 의식과 정신을 다루는 많은 책들을 읽는 효시가 될 만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철수와영희로부터 도서제공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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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25-03-01 0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느 자리에 서느냐에 따라 눈길이 다르게 마련입니다. 살림하는 자리에 서는 사람이라면 모든 일을 살림눈으로 헤아리고, 이름팔이나 힘팔이라는 자리에 서는 사람이라면 무엇이든 이름값이나 돈값으로 매깁니다. 글이건 나라(정치·사회)이건 배움길이건, 저마다 선 자리에 따라서 다르게 바라봅니다. 누구나 다르게 볼 뿐인 줄 받아들인다면 ‘다 다르기에 어깨동무’를 합니다. 누구나 다르게 볼 뿐인데 이 얼개를 안 받아들이면 ‘다 다르기에 밉고 싫어서 싸우고 괴롭힙’니다.

오늘날 우리나라를 보면, 다 다른 모습을 안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훨씬 깊구나 싶습니다.

이하라 2025-03-01 07:53   좋아요 0 | URL
저자의 시선과는 다소 다르지만 저자의 시선이 마냥 아니라고 보는 건 아닙니다. 저자의 견해와 제 견해가 다른 건 살아온 삶이 다르기에 견해의 차이를 갖게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삶을 통해 눈이 갖춰지는 거라 삶이 다르면 눈도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각자에겐 각자의 시선이 달라도 누군가는 맞고 누군가는 틀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눈으로 보고 각자의 시선대로 수용하고 반응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저자의 입장과 제 입장 각자가 다 일리가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좋은 말씀 반응으로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숲노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