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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수록 아름다운 우리 그림 - 한국 전통회화 들여다보기
이소영 지음 / 미술문화 / 2025년 2월
평점 :
미술문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은 우리 그림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볼 기회가 되어줄 책이라 생각해 다가서게 되었다. 사실 서양미술은 여러 저작이나 영상 매체로 흔하게 접하지만 동양화 그것도 한국화는 유독 취미인 경우가 아니라면 일상에서 흔히 접하며 살지 못하는 것 같다. 저자분 말씀처럼 대부분에 한국인들은 수묵화보다는 수채화를 먼저 배우고 미술관을 찾는다고 해도 서양화를 친숙하게 여기지 않나 싶다. 대학에서 한국화 학과도 줄어드는 추세라고 하니 저자분 언급처럼 한강을 위시한 한국의 문학 그리고 K-팝, K-컬처, K-아트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과는 상반되게 참 아이러니하기도 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이러한 때이기에 더욱 한국의 것들이 하나하나 되짚어지는 순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우리 그림을 자주 접하며 살아가지 않던 리뷰어 본인도 우리 그림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19세기 작자 미상의 [화초도]라는 지직화와, 같은 시대 박병근님의 [낙화화초도]라는 인두화 같은 실험성 높은 그림도 인상적이었으나 신사임당의 [초충도] 가운데 [오이와 개구리]나 [양귀비와 도마뱀] 같은 조선시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자연의 장면을 소소하지만 섬세히 옮긴 그림도 인상적이었다. 18세기 심사정의 [토끼를 잡는 매]처럼 냉엄한 자연의 진리를 아슬아슬한 장면으로 한 폭에 담아낸 그림도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17세기 조속의 [달밤 고목 위의 새]는 자연의 한가로움과 은은한 여유가 느껴지는 듯했다. 부채 하나에 금강산의 산맥들을 담은 정선의 [청양사]는 장엄함이 아기자기한 종이 위에도 그려질 수 있다는 걸 느끼게도 해주었다. 18세기 이인상의 [구룡연]은 단순한 선과 그 아래에 여리고 짙음 몇 개만으로 자연을 옮길 수도 있을 수도 있구나 하는 감상이 담기게 해주었고 [병국도] 역시 그저 선만으로 숙연함을 느끼게 할 수 있음이 놀라웠다. 김홍도와 동갑이라는 화원 이인문의 [끝없이 펼쳐진 강과 산]는 서양화와는 다른, 단순함 가운데 은은한 매력으로 자연의 장엄과 기묘함을 그려내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기도 했다. 14세기 고려 작자미상의 [수월관음도]는 불화가 이토록 매력적이란 것을 처음 알게 되는 그림이었다. 불화가 그려지는 과정도 일반 그림과 다르다 보니 그것이 그림이 오래 가도록 하기 위해서인지 보살과 부처님을 남다르게 표현해내기 위해서였는지 의문이 일면서도 불화에 대한 이끌림을 느끼게 되었다.
본서에는 김홍도나 신윤복의 민화부터 산수화, 일상의 책가도나 화성행궁도, 흔히 접하기 어려운 배다리를 주제로 한 그림, 근대 한국화가들의 초상화와 담채화 등마저도 수록한 다양한 주제로 한국화의 아름다움을 돌아보는 책이다. 지직화, 인두화, 혁필화 외에도 지두화 같은 실험적인 그림들도 수록되어 있고 무엇보다 색달랐던 것은 유명 한국화가의 그림만이 아니라 작자 미상의 그림도 26점 이상 수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그림이 한국의 제일이니 보아라인 것이나 한국인이면 이 정도는 알아둬라 라는 충고 따위가 아니라 한국에는 이런 아름다움과 기발한 주제인식도 있었다는 토로 같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언젠가 이 책과 같이 유명 그림이 아닌 우리 그림 가운데서도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그림들까지 대상으로 한 다큐멘터리가 등장한다면 우리가 우리의 아름다움을 얼마나 알고 있었나 하는 집단 자성에 이르게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박래현, 채용신, 이응노 같은 근대 화가들의 한국화도 그 각자에게 각각의 감상이 다채롭게 남기도 했지만 우리 그림의 특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실험적일 때도 나름의 색깔을 만들어가기도 하는 면이 옛 그림만이 아니라 근대와 근대 이후의 우리 그림에 대한 관심마저 불러일으키는 것 같았다.
본서를 통해 우리 선조들의 관심사와 그 시대의 시각과 시대적 풍속, 그리고 선조들과 현대의 우리 사이 시대를 가로지는 흥취 등 다채로운 감상을 갖게 해 주는 것이 우리 그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림의 양식 역시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라 충분히 실험정신을 가지고 고민하며 그림이 그려져 왔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다. 무엇보다 유명세가 없다고 작품성이 없거나 작가 정신이 없는 것이 아니란 것을 작자 미상의 그림들을 보며 느꼈다. 우리 그림이 주는 의미가 이만큼이기만 해도 우리에게 가까이 해야 할 이유로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 리뷰를 보시는 분들이라면 이 기회에 꼭 이 책을 읽어보셨으면 싶다. 한번 그림을 보게 된다면 몇 번이고 다시 보게 될 거라 장담해도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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