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직업실록 - 역사 속에 잊힌 조선시대 별난 직업들
정명섭 지음 / 북로드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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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창작활동으로 웹소설이랄까 장르소설이랄까를 써보고 있다. 그 가운데 조선이 시대 배경인 웹소설을 쓰고 싶어서 시대 배경의 한 부분으로서 참고하기 위해 본서를 선택하게 되었다. 본서의 표지에 제목 아래로 내려가면 ‘나라의 녹을 먹고 살거나, 스스로 벌어 먹고살거나, 무엇이든 해서 먹고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밥벌이 풍경’이라는 문구가 있다. 이 책을 보면 직업이라니까 밥벌이는 맞겠지만 세상살이의 애환보다도 직업에 따른 각양각색의 빛깔들이 눈에 먼저 뜨이는 것도 사실이다.

본서에는 21가지 항목으로 분류하기는 했으나 항목보다도 몇 가지 직업이 더 나오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부분 사극을 좋아들 하는 편이라 02 체탐인, 04 다모, 06 오작인, 07 숙수, 09 외지부, 11 전기수, 12 책쾌, 13 장빙업자, 15 곡비, 16 매품팔이, 19 거벽, 20 추노객 등 드라마와 영화에서 등장인물의 직업으로 엿보인 직종들은 익숙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선의 소방대원인 01 멸화군은 처음 등장할 때 금화군이라 불리기도 했으며 하나의 직종으로 발전해 나가기도 했으나 시절에 따라 잠시 사라지기도 하다가 재등장하고 소멸을 거쳤다고 한다. 불이 더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 주요 업무가 집을 무너뜨리고 물에 젖은 천을 말아둔 막대기로 불을 끄는 것이었으며 이들에게는 물을 나르는 급수비자라는 보조들이 따라갔다고 한다. 그리고 조선에서는 원래 화마가 큰 위험 요소이기도 했으나 남의 집에 불을 지르고 혼란스런 틈을 타 사람을 해치면서 도둑질을 일삼는 화적들도 횡행했다고 한다.

세종 당시에는 명나라로 조공하는 매를 잡기 위해 매잡이가 성행했는데 이들을 05 시파치라고 했다고 한다. 시파치는 몽골어가 어원이며 매잡이 전담 부서인 응방에 속해있는 관리로서 한자로는 응사로 발음하거나 응인이라고 했다. 청나라가 들어선 이후 시간이 지나며 이들의 위세가 사그라들었으나 세종 10년 10월 2일에는 사헌부 지평이 행차하는데 말을 탄 시파치가 매가 든 새장을 들고 내리지 않으려 하자 강제로 내려 예를 갖추게 하였다고 매를 놀라게 한 죄로 사헌부 지평이 근신을 당했다고 한다. 사헌부 지평은 하급 관리이기는 하나 미관말직도 아니고 가문, 실력, 인품이 모두 뛰어나야 거치는 자리라고 하여 청요직으로 불리기도 하는 자리인데도 이와 같았다고 하니 당시의 매의 가치가 상당했고 그로 인해 시파치도 위세를 떨칠 수 있었던 것 같다.

07 숙수의 장에서는 조찬소라는 잔치 때 임시로 만든 부엌에 대한 명칭을 알게 되었고 사옹원의 육류 담당인 별사옹, 밥을 담당하던 반공, 술을 담당하던 주색, 채소 요리 담당은 채증색, 굽는 요리 담당은 적색, 총주방장은 반감, 보조 주방장은 각색장이라고 했다고 한다. 반감은 900일이 넘으면 품계를 올려주는데 종6품까지가 한계였다고 하며 각색장은 2700일이 넘으면 종8품까지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궁에 속한 궐내차비노라는 공노비 신세였다고 한다. 이들 임금님 수라를 담당하는 셰프들이 고관대작들에 노모의 잔치를 위해 임금의 허가 하에 동원되기도 했다는데 관리들이 이러한 노부모의 잔치에 숙수들을 동원하기 위해 봉로계라는 계를 들기도 했다고 한다.

17 내외술집은 직업이라기엔 뭣하고 거의 무인 주점처럼 손님과 전혀 마주치지 않으면서 양반가에서 부녀자가 술상을 보면 손님들이 가져다가 마시고 돈을 치르고 가는 구조의 술집이었다. 가문이 쇠락하면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었다고 한다.

03 한증승과 매골승에서는 한증승이란 조선시대에 찜질방을 운영하던 승려들을 말하며 매골승은 화장 장례를 전담하던 승려들을 이른다. 조선 후기에 들어서는 승려들 외에 민간에서 장례를 전담하기도 했지만 무연고 시신은 매골승 분들이 장례를 치러주셨다고 한다. 그리고 스님들을 나라의 공역 등에 동원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19 거벽과 사수 그리고 선접꾼에서는 조선 시대 입시부정에 대해 나름 자세히 알게 되었다. 21 무뢰배에서는 당시 조직폭력배들인 검계의 양식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실례를 소설 형식으로 싣고 있기도 하고 역사에서 예를 들고 있어 재미있으면서도 실제 역사에서의 선조들에 삶의 모습이 그려져 참 유익하기도 했다. 꼭 창작 활동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선조들의 삶의 일면을 엿보기 위해 다가서기에도 좋을 책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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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5-03-18 1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방대원이 멸화군, 이름 잘 지었네요.ㅎㅎ

이하라 2025-03-18 23:06   좋아요 0 | URL
네! 다른 이름은 금화군인데 그것도 좋았습니다^^

호시우행 2025-03-19 0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화군도 불을 금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듯.

이하라 2025-03-19 11:46   좋아요 0 | URL
네. 멸도 금도 유사한 의미로 사용한듯 합니다.
금화군은 그래도 불조심군대라는 의미 같아 재미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