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머리가 좋다는 건 무슨 뜻일까? - 뇌과학자가 알려주는 AI 시대 똑똑한 뇌 사용법
모나이 히로무 지음, 안선주 옮김 / 갈매나무 / 2025년 2월
평점 :
제목부터 머리가 좋다는 것의 정의, 머리가 좋은 사람들의 특성 그리고 머리가 좋아지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줄 것 같은 책이다. 저자는 지능과 지성의 차이를 언급하기도 하는데 ‘지능은 답이 있는 문제를 잘 추론하여 답을 찾아내는 것이고 지성은 답이 없는 것에서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과 결론에 이르는 문제해결 능력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본서를 읽으며 지능에서 AI와 경쟁하겠다며 인공지능과 경쟁할 생각을 하지 말고 인간 지성을 완성해 나아가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저자는 [머리가 좋다는 건 무엇일까?]라는 본서의 제목에서 연상되는 정의를 마지막쯤에 내리기도 하는데 노자의 정의에서 이런 정의에 다가서기도 한다. ‘지인자지 知人者智 자지자명 自知者明’ 이 그것인데 ‘남을 아는 사람은 지혜롭고 자기를 아는 사람은 총명하다’라는 말이다. 결국 머리가 좋다는 것은 남을 알고 자기를 아는 것 또는 자기를 알고 남을 아는 것을 이야기하는 말이 아닌가 한다. 그러고 보면 본서가 이야기하는 뇌과학이라는 것 자체가 자기와 남, 딱 인간을 이해하는 길 가운데 가장 설득력 있는 접근 중 하나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저자는 일본에서 대중적으로 유명한 뇌과학자로 일본 학술진흥회 특별 연구원과 이화학연구소 뇌과학종합연구센터 연구원을 거친 인물로서 1984년생이라는 연구학자로서는 비교적 젊은 나이이다. 그럼에 불구하고 일본 대중에게 뇌과학 대중서들을 전파하고 있는 유명 뇌과학자이기도 하다.
본서를 읽으며 뇌과학자인데도 불구하고 ‘몸이 먼저이고 뇌는 다음이 아닐까? 장이 우선이고 뇌는 그저 제2의 장이 아닐까?’라는 뇌과학자로서는 의외의 질문들을 던지기에 이 사람 참 독특한 학자구나 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대부분 서양의 뇌과학자들은 인간의 지성과 이성에는 뇌만 있으면 된다는 식의 결론을 가져오는 저작들이 흔한데 인간이라는 과제에서 답을 뇌가 아닌 장에서 찾고 몸이 주체라는 답에 이르는 뇌과학자는 이 사람이 처음이었다. 초반에 이런 의문을 제기하기에 이 뇌과학자가 서술하는 머리가 좋다는 개념의 정의는 무언가 다르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저자는 인간은 상향식 입력과 하향식 출력을 거치는 세 가지 필터가 있다며 지각하는 작용을 하는 제 1필터, 기억과 감정을 근거로 판단하는 제 2 필터, 행동하게 하는 제 3필터를 각각 논한다. 그래서 감각을 인지하는 기능이 사람마다 각기 다르며 기억과 감정이 같을 수 없기에 행동 역시 다른 것이 당연하다고, 모든 인간은 서로를 완벽히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과거 뇌에서 청각과 시각과 피부 감각, 후각을 전달하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전달되고 수신되는 주파수 영역대가 사람마다 다 차이가 제법 크다는 연구 결과를 본 기억이 났다. 사람마다 색깔과 소리의 높낮이와 피부 감각, 후각이라는 것을 지각하는 것이 각 사람마다 다 차이가 나고 심지어 그 차이가 클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 내가 파랑으로 인식하는 것을 누군가는 내가 인식할 때는 보라로 인식하는 사람도 있다는 말이다. 이건 우주 다른 행성의 대기를 상상한 상상도의 색채를 보며 내가 신기함을 느꼈던 색감대로 현재 세계의 대기를 보는 눈을 가진 이가 있다는 말이다. 한 마디로 다른 사람이 뭘 보고 뭘 듣고 뭘 느끼는지 우리 각자에게 미지라는 말이 된다.
저자는 이렇게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자기 정동에 대한 해상도가 높아야 감수성과 반응 표출력의 다양성을 인정하게 된다고 이러한 판단 이후에 의사결정의 판단이 있어야 리더로서 자격을 갖추게 된다고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타인과 자신의 차이를 아는 대에서 리더로서의 자격이 생긴다는 말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리더라는 것은 아마도 머리가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니 저자가 이미 정의한 대로 남과 자신을 알고 남의 경험을 대리 체험하며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저자의 정의들을 고려하면 본서는 머리가 좋다는 것에 대한 정의와 함께 리더의 자격을 논하는 책이 될 수도 있다.
저자가 말한 머리가 좋다는 것의 정의와 기능을 분류하지 않고 나열하면 처음은 이렇다. 신체의 활동 범위와 동작을 뇌가 인식하며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못하던 동작, 색다른 동작을 제대로 시행하면 도파민이 분비되어 뇌는 보상을 얻기도 한다고 한다. 그리고 뇌는 예측을 하는 장기로서 이 세계에 대해 경험을 통해 예측하는 뇌내 모델을 수정하니까 능동적 경험으로 거듭 실패하며 예측 모델을 갱신해야 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옹알이를 할 때 아무 소리나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거듭되는 시행착오에서 제대로 된 답을 찾아내는 학습과정이라는 것이다. 이런 자잘한 실패가 성공으로 이끈다는 식의 말을 저자는 하고 있다. 그리고 뇌의 역할에서 사회적 상호작용도 중요한데 공부만 하게 하는 학부모로 인해 이런 기능과 작용을 뒤로 미루도록 강요되는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적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고 한다. 공부만 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아이에게 학습과정인 실패와 경험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시행착오를 할 수 없도록 만들어 반쪽짜리도 못 되는 인간을 만드는 길이 된다. 또 경험하지 못한 것에는 경험맹 상태가 되고 한 가지 경험만을 지속해도 그것밖에 인식 못 하는 경험맹 상태를 유도하니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또 뇌는 예술을 감상하거나 선 수행을 하거나 마음챙김 명상을 할 때 감각을 차단하고 자기 내부 모델과 내수용감각을 관측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때 감각차단의 과정이 외부 세계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차단해 자기 마음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와 뇌 속의 ‘지혜 주머니 기억’을 관측하고 때에 따라 다시 만드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예술 감상이나 명상이 기존의 정보를 관측하거나 재구조화해서 새로운 해결책이나 관점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독서나 예술 감상은 타인의 삶을 대리 체험하며 정동의 변화를 가져오고 감정 표현 능력이 탁월해져 타인과 자신을 이해하는 길을 확장해준다고 한다. 앞서 말했듯 이러한 과정은 리더로서의 자격을 확장하는 길이기도 하다. 또 뇌내 별아교 세포는 에너지를 전달할 뿐 아니라 뇌의 노폐물을 제거하고 뇌의 물이 지나가는 길이 되어 뇌를 청소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뇌의 기능이 원활하려면 노폐물 제거가 선행되어야 하고 이런 기능이 떨어질 때 알츠하이머 등이 유발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 작용은 뇌가 쉴 때 특히 깊은 잠을 잘 때 활성화된다고 한다. 아마도 깊은 명상 상태에서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느닺없이 일어나는 상황, 의외의 위기 상황 한국어 패치로는 난감한 상황에서 별아교 세포도 작용하고 뇌가 일관된 노선에서 벗어나며 자극받을 수 있으므로 스트레스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고 한다.
요가나 기체조 또는 무용 그리고 선이나 명상, 예술 감상과 독서, 모험과 역경, 일탈, 친구와의 시간 등으로 나열할 수 있겠는데 이것이 똑똑한 사람과 리더를 만드는 당연한 길이라는 말이다.
본서는 ‘머리가 좋다는 건 무슨 뜻일까?’라는 단순한 물음을 던지며 시작되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간은 무엇에서 만족을 느끼며 살아가는가까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깊이가 있는 책이라는 감상을 갖게 했다. 일본 책답게 실용적인 면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해 경쾌한 서술로 간명하게 답을 향해나가지만 곱씹어보면 깊이가 느껴지는 책이었다. 무겁지 않게 독서하고 싶지만 사유하며 깊이 들어서 보고도 싶다는 분들에게 권할 만하지 않나 싶다.
책추천해주는여자 미니미님을 통해 갈매나무 출판사로부터 도서제공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머리가좋다는건무슨뜻일까 #모나이히로무 #갈매나무출판사 #뇌과학 #책추천해주는여자 #책추천해주는여자_minimi @cheom1013 @galmaenamu.p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