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를 밀어붙이는 사람
에노모토 히로아키 지음, 정지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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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함무라비를 정주행하던 중이다. (임바른 판사님 얼굴 정주행하는 것 같기도.) 너무 신파적이지만 그 오글+진지함이 포인트인 드라마다. 매 회 어려운 길 가시면서 꿋꿋한 박차오름 판사가 순진하던 (-.-) 과거의 내 모습을 떠올리게해 찡해하면서. 그리고 생각하지. 아, 나 민폐였구나. 심지어 민폐를 눈치도 못채는 순진한 민폐!!!

드라마에 아주 잠깐 정의, 그리고 그를 실현할 힘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이 있다. (아직 덜 봐서 추후 전개는 모름) 모처럼 힘, 정의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샐쭉 웃음이 났다. 부끄러움인지 쓴 웃음인지 웃으면서도 오묘했다.

불의를 참지 못하겠던 시절 나는 힘을 갖고 싶었다. 그러나 내게 가장 부족한 것은 권력의지이기도 했다. 어쩜 매번 관계의 눈치를 보느라 힘을 느끼기도 전에 겁부터 집어먹었더랬지. 여튼 정의롭기엔 너무 쫄보였던 나와는 다르게 당당하게 정의롭고 가진 힘을 잘 활용하는 이들이 멋져보였다.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만나기도 했다. 함께 지내며 가까이서 자세히 들여다본 결과 적은 수의 훌륭한 이들을 제외하고 대개는 정의를 외치다 그 자신이 정의가 되어버리는 것 같았다. 혹은 정의라는 큰 진영 안에서 헌신하느라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하거나. 이도저도 아닌 나는 기가 쪽-빨려서는 점점 그들과 멀어졌다. 그때를 생각하면 여러가지 복잡 미묘한 기분이 든다.

나와 훌륭한 이들과 정의가 되어버린 이들의 심리적 차이점을 엿볼 수 있을까 싶어서 제목을 보자마자 엄청 읽겠노라 별렀건만- 빌려보길 다행.. ‘정의’에 대한 논의도 그를 밀어붙이는 사람들에 대한 진지한 분석도 없다.

책에서 말하는 ‘정의를 밀어붙이는 사람’이란 내가 궁금히 여기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야말로 ‘이상한 정의감’을 가진 사람들 ㅡ 악플러들 혹은 꼰대들, 주변에서 쉽게 만나는 (듣는)귀가 없는 사람들ㅡ이었다. 책에 나오는 용어로 정리하면 그들은 ‘인지복잡성’이 부족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게 책의 간단한 내용이다.

쯥... 굳이 이 제목이 아니어도, 굳이 풍부한 일본사례들이 아니어도 이런 내용을 담은 책은 시중에 널렸다. 읽으면서 여기서 언급되는 사람들에게 과연 ‘정의’라는 단어를 붙여야 하나도 싶기도 했다. “자기 주장이 매우 강한 사람” 정도가 더 적당하지 않나.

뭐 내용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너무나도 젠더 영역에서 업데이트가 안된 학자의 글이었다는 것. 일본인 임을 감안해서 봐도 들고 있는 예시들이 쓸데 없이 후지다. 응? 정의고 뭐고 일단 저자 당신의 인지복잡성이 더 단순한 것 같으신데요?

누워서 폰으로 끄적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길게 썼는데.. 이렇게 길게 독후감 쓸 필요 없었지 싶지만... 빌리고 읽는 데 시간낭비한 것 같아서.. (보통 이런 책은 읽다 시간아까워서 덮는데 오늘 들고 나간 책 이거 한권이라거 읽을 게 없어 ㅠㅠㅠ 다 읽음)... 다른 사람은 저같은 실수를 하지 않길 바라는 정의로운 ㅋㅋ 마음에...

솔직히 별 아깝긴 한데...
제목을 저처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그냥 댓글로 연예인 혼내는 것에 열올리는 이들의
심리구조가 궁금하신 분들에겐 훑을 만한 책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나름의 인지 복잡성을 가지고 별을 하나 달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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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jna 2021-07-06 0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고르는데 도움 많이 됐어요. 고마워요.
 
나는 빈센트를 잊고 있었다 - 빈센트 반 고흐 전기, 혹은 그를 찾는 여행의 기록
프레데릭 파작 지음, 김병욱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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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사람을 한면만 보고 멋대로 이상화하면 안된다. <반고흐, 영혼의 편지> 속에 나타난 고흐는 이상을 위해 자기 자신을 너무 몰아붙여 안쓰러운, 선량하고 미련한 사람이었으나. 프레데릭 파작이 쓴 전기 속에 나타난 고흐는 일종의 구원자 컴플렉스에 시달리는 실패자이자, 세상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집요하게 자신을 완성하려는 괴팍한 고집쟁이 그 자체다. 게다가 연애는 드럽게 못하고, 무슨 사창가는 왤케 많이 다니는 거며, 평생 가난에 시달렸다면서.... 빈대생활 와중에 길에서 거둔 여자와 살림도 차리고, 그녀의 사생아‘들‘까지 거두어 갓난아이까지 키워내는 정녕 박애...주의자... (내 가족이었으면 진짜 뒷목 잡고 쓰러졌다.) 그를 후원해준 동생 테오에 대한 궁금증이 더 깊어짐. 부처의 환생인가.


라고 마구마구 화내며 적었지만,

읽으면서 ‘빈센트’라는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의 입체적 매력에 더 흠뻑 빠졌다. 파작의 유려한 문체도 한 몫 했지만, 고흐의 글들이 그의 생애와 함께 적절히 인용·배치되어 조금 더 깊이 이 인물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이를테면 아래와 같은 문장들.

“(61) 처음에 사람들은 호기심에 이끌려 이 신참 전도사의 설교를 들으러 왔으나, 그의 설교를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더 오기를 망설인다. 그의 설교를 듣지 않고, 오히려 그에게 욕설을 하는 일이 잦아진다. 금방 줄이 듬성듬성해진다. 빈센트는 이에 개의치 않고 더욱더 열심히 설교한다. 그는 정원의 오두막에서 자기로 결심한다. 그의 그런 자기 희생에 사람들이 불안해한다. 방의 안락함을 거부하고 밀짚 위에서 잠을 자는 이 ‘하느님의 미치광이’는 대체 어떤 사람인가? 누구이기에 빵과 쌀과 당밀만 먹고, 차가운 날씨에 맨발로 걷고, 포장용 천 조각만 걸친단 말인가?”

ㅎㅎㅎ
이런 부분이 딱 이 부분만 있지는 않아서, ‘이 인간 참 징하다!’ 고 감탄(!)했다. 그가 화가여서 다행이지만, 꼭 화가가 아니라도 뭐라도 되었을 것 같다.... 😨😨

다만 현실에서 이런 전도사를 보면 좀 무서울 것 같고, 이런 선생님을 보면 도망다닐 것 같으며, 그가 보험설계사나 뭐 비슷한 계통의 세일즈를 했다고 생각하면.... 후우... 화가여서.. 창작자여서 다행이다.. 😞 빈센트씨, 진로를 잘 설정하셨군요..

“(254) 형의 주머니에서 테오는 형이 쓴 편지 한 통을 발견한다. 편지는 다음과 같은 말들로 마무리된다. ‘글쎄, 내가 해야 하는 일, 난 거기에 내 인생을 걸었고, 그 일로 내 이성은 반쯤 망가져버렸어 - 그래, 좋아 -한데 내가 아는 한 너도 장사꾼 부류는 아냐. 그래서 내 생각엔 너도 마음을 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진정으로 인류와 더불어 행동하면서 말이야. 대체 뭘 어쩌려는 거야?’”

광기와 맞닿아 있는 듯한 집요한 정열. 꾸준한 열심. 자신이 아는 만큼을 삶에 구현하려 했던 현실에서 만나기 진짜 힘든 사람. 그래서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겠지.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람에게는 생애를 통틀어 쓸 수 있는 일정량의 ‘생의 에너지’ 같은 것이 있어서, 짧은 시간 안에 압축적으로 그 에너지를 다 써버린 이들은 빠르게 세상을 떠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이를테면 고흐나 벌써 올해 30주기라는 기형도 같은. 그들의 시간은 다른 이들과는 달리 그들 안에서는 매우 천천히 흘러서 ㅡ 고작 서른 몇 해 뿐 일지라도 남들이 평생 느낄 것을 다 느끼며, 순간순간을 강렬하게, 아주 밀도 있게 자기 몫을 다살고 간 것은 아닐까하고.

범인인 나는 밀도 있는 삶보다는 가늘고 길고 몸이 건강한 삶(!)을 꿈꾼다. 그러나 어떤 작품 속이든 혹은 역사 속 인물이든 고흐같은 삶에 눈을 떼지 못하게 되는 것을 보면 역시 인생이 한,번, 뿐인 것이 아쉽다.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욕심. 그 삶들이 탐나서 영화를 보고 책을 읽을 때가 많다. (엿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배불러서 엄두는 안나는 듯?ㅋㅋ)

늦은 저녁 카페테리아, 압생트를 앞에 두고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에 대한 논쟁적 이야기를 끊임없이 횡설수설 하고 있을 사회성이 없어보이는 고흐를 상상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나는 그의 전혀 신경쓰지 않은 외모에 놀라지 않을 것이며, 따뜻한 시선으로 그 맥락없는 이야기를 채근하거나 비난하지 않으며 끝까지 들어주고 싶다. 물론 다음 날 눈뜬 빈센트는 취한 어제가 기억 안나겠지만, 그래도 다른 아침들보다는 후련한 마음 상태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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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갑자기 미안하네...;;; 전날이 기억은 안나지만 기분만큼은 후련했던 20대의 숱한(!!!!)아침들.
아, 따뜻한 눈의 내 사람들아~ 이제와서 사과할게...미안. 난 고흐도 아니었는데.....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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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나는 빈센트를 잊고 있었다. 하지만 아! 광기 발작 이후의 차가운 평온을 말 해주는 그의 자화상, 무감동한 시선으로, 입에 파이프를 물고 있는 그의 그 귀 잘린 자화상 앞에서 나는 얼마나 큰 감동을 받았던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밭두렁 길에 잘린 밀밭,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하늘, 그리고 풍경의 거짓 정적에 흠집을 내는, 검은 십자가 같은 그 까마귀들은 또 얼마나 감동적 이었던가.
물론 나는 미술관들에서 그를 다시 보곤 했다. 그는 환한 빛 속으로 솟아올라, 언제나 곧장 나의 두 눈에 부딪히곤 했지만, 그러나 나는 그를 잊고 있었다.
그의 남프랑스 그림은 나의 숨을 멎게 하곤 했다. 그 많은 물감, 그 많은 색깔, 그 많은 태양이라니.

(50)
1878년 7월 5일, ㅡ너무 힘든 공부에 낙담한 빈센트는 에턴의 부모님 댁으로 돌아간다. 암스테르담에서 보낸 이 열다섯 달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하기다. "내 인생 최악의 시기였다."
그는 자신을 실패한 설교자로, 아니 실패자 그 자체로 여긴다. 그런 감정이 그에게 소학교 시절의 불행들을 상기시키고, 자신의 실패를 곰곰이 되씹으며 그는 지독한 엄격주의자 프로테스탄트로 행동한다. 자신의 수치를 한입 가득 들이마시는 것이다.

(216)
이제 빈센트는 술은 한 방울도 마시지 않는다. 그에겐 포도주잔이 거부된다. 그는 압생트에 만취하던 때를 기억한다. 그에게 생생한 색깔을 고취시킨 것은 바로 파리의 카페들에서 미친 듯이 마시던 알코올이다. 하지만 이제 그는 "그림을 좀 더 칙칙하게 그리고 싶어"한다. 때때로 그는 창문의 쇠창살 앞에서 되씹는다. "무슨 짓을 해도, 돈 문제는 여전히 군대 앞의 적처럼 저기 있구나."

(255)
빈센트가 죽은 지 6개월 후, 1891년 1월 25일, 테오 반 고흐도 위트레흐트의 한 요양소에서 구금생활을 하다가 사망한다. 두 형제의 시신은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작은 공동묘지에 나란히 안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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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기 지혜의 시대
김대식 지음 / 창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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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드러누워서 내가 뭘본거냥?!! 

너무 무서운 걸 읽어버렸다냥!!! 🙀



페미니즘에서 기본소득으로 4차 산업혁명으로 대체 종잡을 수 없긴 한데 묘하게 연결이 되는 요즘 나의 내 맘대로 읽기.....
<지혜의시대> 시리즈라 얇고 쉽겠다 후루룩 읽긴 했는데. 급 무서워져서 읽다 던질 뻔 했다.

50년 안에 지적노동도 인공지능이 대신 할거라고???
내가 하는 노동도 대단한 지적 노동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빠른 시일 안에 실업자(지금도 반백수 상태인데)가 된다는 소리! -> 역시 부동산이 답인가? -> 그러나 부동산은 커녕 동산도 얼마 없잖아!!! -> 그래, 국가가 나를 자르지는 않겠지. 이제라도 공무원 공부를 하자! -> 합격한다는 보장 없음. 그리고 공부 싫음 -> 망했다. 망했네. 나만 망하나? 다 망해라~~! 우하하!🐲🐲

4차 산업혁명이네, 호들갑이 많을 때 이런 저런 정보들을 주워 듣기야 했는데, 현실에서 기술이 이 정도로까지 진도를 빨리 빼고 있을 줄은 몰랐다. 특히 딥러닝 알고리즘이 만들어진지는 고작 4~5년이라고 해서 소름이 다 돋았네..

책 제목은 4차산업혁명에서살아남기 인데..살아남는 법 안알려준다.... 우리보다 센 인공지능이 나타나서 ‘결국 문제는 인간이다’하고 인류를 없애.....??? 응??? 지 않으려면 인류는 지금 부터 잘 살아가래. 근데 30년 안에 모든 인류가 잘살아가는 거 그거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 결국...??.. 

!!!!!!!!!!!!!!

여하튼 무서워... 무서워 죽는 줄. ...



* 문장들 *

(56)
알파제로는 보편적인 학습을 하는 인공지능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데이터를 주지 않으면 아무리 대단한 인공지능도 쓸모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데이터를 주지 않아도 기계가 알아서 시뮬레이션을 하는 수준에 이르렀지요. 알파고를 볼 때는 그저 바둑을 잘 두는 기계에 신기했는데, 이제는 인공지능이 자기 멋대로 영역을 넓히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77)
신은 인간을 만들었고, 인간은 똑똑해지면서 니체말대로 신을 죽였습니다. 인간이 기계에 지능을 준다면, 그리고 기계가 인간보다 똑똑해진다면, 기계는 인간을 어떻게 할까요? 인간이라는 신을 없애버릴지는 않을까요? 우리 앞에는 갈림길이 있는 셈입니다.

(80)
정보기술과 인공지능은 2차 기계혁명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2차 기계혁명은 현재진행형이라 언제 완성될지는아무도 모릅니다. 2차 기계혁명이 끝날 시점은 모르지만결과는 예측할 수 있습니다. 육체노동뿐 아니라 지적노동까지 기계가 대체하게 될 것입니다. 이미 인공지능은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요.


(82)
저는 ‘인공지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하는 질문이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미래 사회에서 인공지능이 전기와 같은 역할을 하리라고 예측하기도 하는데, 이 말은 곧 모든 일에 인공지능이 쓰이리라는 것을 뜻합니다. 19세기에 전기가 처음 등장하고 당시 사람들은 전기로 무엇을할까 고민했지만 지금 보면 그 고민들은 모두 무의미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을 전기로 돌리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118)
인공지능도 스마트폰이나 전기와 비슷합니다. 게다가 이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습니다. 인공신경망, 갠, 강화학습 ... 인간은 이런 것들을 어떻게 만드는지 이미 알아버렸지요. 아는 것을 다시 잊기란 모르는 것을 알게되는 일보다 더욱 어렵습니다. 내가 잊는다 해도 다른 사람들이 여전히 기억하겠지요. 그러니 지금과 같은 흐름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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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3-24 0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뇌과학자들 중에서도 전 특히 김대식씨의 의견이 싸한~ 느낌을 많이 주었던 것 같아요. 이 책은 아니고 뭐였더라, 암튼 이 분 책 읽고 저도 며칠간 고민의 연속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흐름을 멈출수 없다는데서 절망과 희망이 동시에 느껴져요. 멈출수 없다는 자명한 사실 그리고 나는 그 변화와 함께하는 나이를 약간 벗어났다는 안도감^^

공쟝쟝 2019-03-24 14:08   좋아요 0 | URL
역시 뇌과학분야 읽으셨네요. 전 이과(?) 분야의 책은 지식이 너무 없어서 읽어본 책은 이거 한권인데 뭔가 나몰라라 하던 부분이 확 열려버린 느낌. 김대식씨 책 조금더 읽어보려구요 ^.^
 
기본소득이 알려주는 것들 - 국민 복지의 뜨거운 화두, '기본소득'에 대한 입문서
야마모리 도루 지음, 은혜 옮김 / 삼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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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본소득 책에서 페미니즘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기본소득 운동은 페미니즘 운동 속 주장 중 하나로 ‘보장소득’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미국, 이탈리아, 영국 등 사례는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1970년대 전통적으로 임금노동의 축에 들지 않았던 가사노동, 돌봄 노동에도 임금을 도입하라는 주장이 있었는데 – 그것이 ‘돌봄에 대한 수당’이 아니라 ‘기본소득’의 형태로 요구되었다는 것이 탁월하다. 또 여기서 기본소득의 몇 없는 원리중의 하나인 ‘개인 단위로 지급한다’는 원칙도 도출되는 게 아닐까.
사실 현대 복지 국가의 전제(이며 신화)인 ‘완전고용’이라는 개념부터가 문제지만.(빻아서 문제라기보다는 진짜 현실과 안맞아서 문제.) 완전고용의 기준은 남성노동자다. 당시 경제의 기본단위가 가정-가장인 남성 부양자가 받는 가족임금-으로 설정되었으므로 복지의 사각지대엔 정상가정 테두리 바깥의 비혼모들이 있었다. 보장소득의 요구는 그녀들의 현실적문제에서 시작되었다.
여전히 복지며 경제운영의 기준이 가족 기준인 것은 문제다. 가계소득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40%를 넘고, 나혼자산다 1인가구가 얼마나 많은 데.. 여하튼 되지 않을 완전고용 집어치우고 현실에 맞게 개인단위로 복지 자체를 셋팅해야 하는 시점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현실적 요구로 미리 기본소득 주장하셨던 70년대 여성운동가 머모님들께 박수🙌🏻🙌🏻🙌🏻

2.
대학교때 꽤나 증오했던 신자유주의 경제 사상가 밀턴 프리드먼을 이 책에서 보게 될 줄이야!!?!! 버뜨 난 열린 사람ㅋㅋ 우파의 주장이라고 덮어놓고 비난하지 않겠음.. 좌우를 넘나드는 합리적 기본소득의 미래로 함께 갑시다!! 재용씨도 함께가요. 당신도 돈 받는다고~ㅋㅋ


3.
일은 무엇, 노동은 무엇, 돈은 무엇, 가족은 무엇, 국가는 무엇인가?!
와 같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어머, 나, 철학자가 되려나봐....😨


4.
아쉬운 건 일본책이라 그런지 일본 예시들이 많았다는 것. 그리고 입문서라기엔 상당히 어려운 책이라고 생각한다. 대학때 거시경제, 경제사상사 등등 다 배웠는데 왜 때문에 한계세율 같은 용어 하나도 기억 안나는 거지?? (좌절) 경제용어 너무 많아.. 핵심을 정말 잘 간추린 느낌이긴 한데...사실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기본소득 취지 정도에 동감하고 싶은 분이라면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플랜 그 책이 초심자 한테는 맞을 듯. 이 책 읽고 좀 정리해보다가 더 어려워서 그 책으로 다시 읽었다..ㅜㅜ

5.
어떤 논리든 받아들이는 건 감정의 영역. 기본소득은 돈 때문에 의미없는 일을 정말정말 열/심/히 해온 사람들이 가장 받아들이기 힘들어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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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해보자. 복지국가의 세 가지 이념은 ‘의식이 족해야 예절을 안다‘는 격언과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말라‘라는 격언을 섞어놓은 것과 같다. 의식이 족해야(생존권이보장되어야) 예절을 알기 때문에(시민으로서 사회에 공헌할 수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보장시스템은 임금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을 우선시한다. 그리고 우리 중 다수는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금언을 체화하고 있다. 이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말이며 성경에도 똑같은 구절이 있다.(데살로니가후서」 제3장 10절) 그러나 이 성경 구절과 우리가 체화하고 있는 금언의 차이는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사람은 먹어도 된다는 점이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의 복지국가 시스템은 이 사고방식에 기초하여 설계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임금에서 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등 사회보험 납부금을내고 고령·질병·실업 등에 대해 보장을 받을 수 있다. - P52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 일할 수 있는데도 일하지 않는게으른 사람이나 일할 수 있는데도 할 수 없는 척하는 사람과정말로 일을 할 수가 없는 사람을 구별하여 그들에게만 생활보호 등의 형태로 소득보장을 시행한다.
그러나 ‘일을 하지 않는 사람 중에서 ‘일하고 싶어도 할 수없는 사람‘을 선별해내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복지국가 시스템은 그것이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성립된다. 그리나 적어도 일본에서는 이 장에서 살펴본 대로 실패한 것 아니까, 생활보호를 받지 못해 길에서 얼어 죽는 사람들과 저조한표착률 데이터를 마주하면 실패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사람의 생명은 소중한 것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돈이없어서 생명을 빼앗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한 합의 위에생존권이라는 개념과 복지국가라는 제도가 구축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일본형 복지국가가 한 것은, 생명에 서열을 부과하여 구별하고 열등한 생명을 폐기하는 일이었다. - P53

기본소득 구상안을 향한 주된 비판으로,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관대하고 일하는 사람에게는 부당하게 엄격한 제도라는 의견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대략 아래와 같은 논리로 답한다.
기본소득이 보장되는 상황에서는 생존을 위해 노동을 강제 당하는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더 많이 일하는 사람은 자신의 의사로 그렇게 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돈에 상대적으로 큰 가치를 두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더 적게 일하는 사람은 (역시 단순하게 말하면) 시간에 상대적으로 큰 가치를 두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중략) 판 파레이스는 후자를 ‘게으른(lazy) 사람’이라 칭할 수 있다면 전자를 ‘일에 미친(crazy)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겠냐며 논의를 이어나간다. 기본소득 제도하에서는 게으른 삶도 일에 미쳐 있는 삶도, 또는 그렇게 극단적이지 않은 ‘어중간한 (hazy)’방식의 삶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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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3-15 1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실... 최근의 사회 문제에 대해 뭘 물어보아도 제게 답은 ‘기본소득’이라서요.
문제는 ‘일’, 노동의 범위죠.
자본주의 사회에서라면 출근해서 쓰러질때까지 일해야 일이라 하니...ㅠㅠ
우리가 하는 의미있는 일들이 ‘쓸데 없다’고 말하는 생각과 싸워야하는데 그게 쉽지 않거라구요. 갈 길이 멉니다.

공쟝쟝 2019-03-15 13:46   좋아요 0 | URL
그래도 막연히 ‘대안이없다’라는 핑계들로 싸울 때(?) 보단 좀더 좋은 세상으로 가는 하나의 무기(!)를 발견한 것만 같아 기본소득이 참 고마웁게 느껴집니다. 왜 여태껏 몰랐을까 라고 생각두 들고요. ㅎㅎㅎ
 
영화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다 지혜의 시대
변영주 지음 / 창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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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는 평생 잘 안(못)보던 영화를 일주일에 한편이라도 보려고 노력하는 데, 그건 전부다 <방구석1열> 정확히는 변영주 감독 때문이다.

등장하는 패널들, 소개되는 영화들 다 좋지만 특히 감독님이 무슨 말 할때마다 진심 귀 쫑긋 해서 듣게된다. 그의 다듬어진 피씨함에 한번, 감독은 영화를 저렇게 보는구나 하면서 두번 감탄한다. 요즘은 별로 재미없던 영화들도 다 재밌다. 신기한 경험이다. 그나저나 방구석 1열 엄청 챙겨봤는데 감독님 이젠 본업이 충실하러 가신대서.. ㅠㅠㅠㅠ 아쉬워하며 올레 티비로 재탕해서 또 봐야지(ㅋㅋㅋㅋ).
방구석1열을 함께 보고 셋째가 말하기를 “와, 우리나라 같은 영화 선진국이 출발비디오여행 영화 소개로 지금까지 만족해 왔다는 게 신기할 정도”라고. 그러게 말이다.
영화 소개 프로그램이라기엔 시사 같고 교양 같은데 또 시사교양이라기엔 예능 같고.. 이번주엔 박찬욱감독 출연이라는 데 더 잼나게 봐야지😘~! 케케

여하튼 변감독님의 짱짱팬이 되어서 책을 읽었고 역시 그가 더 좋아졌다. 창작의 원칙과 태도 -어떻게 살고자하고, 무엇을 사랑하는 지 -에 대한 강연록인데 두께에 비해 생각할 거리들이 참 많았다.



“(112) 어떤 건 나 때문에 힘들어요. ‘내가 무능력해서, 내가 잘 몰라서, 내 재능이 부족해서’ 그래서 힘든 게 있어요. 그런 것과 ‘내가 여성이라서 힘든 것, 내가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서 힘든 것’을 명확하게 구분해내면 승리할 수 있어요. 능력이 부족한 건 공부하면 되고, 여성이라서 힘들면 옆의 친구와 손을 잡으면 돼요. 다른 게 힘들다고 하면 그 나름대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우리가 왜 매번 지냐면 이것들을 하나로 뭉뚱그려서보기 때문이에요. ‘아, 나 진짜 힘들어.‘ 이렇게만 보면 집니다. 그러면 어느 누구와도 연대하기 힘들어요.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에 힘든지가 분명해야 연대가 되는 데, 그냥 힘든 걸로는 연대가 안 돼요.
차별에 대처하는 방안은 없지만 고난을 이겨내는 방안은 이것입니다. 언제나 그 고난들을 분리해내는 거예요. 나의 고통이 뭉텅이가 아니라 제각각이라고 생각하면이겨낼 수 있습니다.”



난 편견이 많고 내 방식으로 생각하길 좋아한다. 미리 재단하기도 하고 왜곡해서 보기도 하고.
있는 그대로를 보고 싶은 데, 사실 무엇을 볼 것인지부터 이미 왜곡의 시작이라, 덜 편견쟁이가 되기 위해 이 강연의 팁을 머릿속 저수지에 깊이 던져 놓는다.

뭉뚱그리지 않을 것. 구체적일 것. 해상도를 높인 섬세한 시야로 바라볼 것. 그것이 나를 침해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게 할 것!
언제나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
고마워요, 변영주 감독님!🙏🙏



(6)
지금 우리는 한때 모두 같은 전선에 선 동지였는데, 네가 배반했다거나 내가 변절했다며 각자의 그 작디 작은 깃발을 흔들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애초에 같은 전선에 섰던 적이 없으며, 조심스럽게 우리의 교집합을 조금씩 확인해보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각자의 깃발을 흔드는 이들에게 누가 당신을 배신한 것이 아니라, 아직은 교집합의 크기가 외로움과 욕망에 비해 작을 뿐이라는 그런 말을 하고 싶다. 나아가 결국 우리가 교집합을 키우기 위해 해야 할 단 하나의 일은 ‘너’의 이야기를 수줍게 듣는 것밖엔 없다는, 그런 이야기를 말하고 싶었기 때문에 또다시 강연에 나서게 되었다.

(65)
대개 멋진 문장을 만나면 그 문장이 어디서 나온 누구의 말인지 기억하고 그 문장을 정확하게 외우려고 노력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일부러 그걸 안 외워요. 그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 대신 그 말을 내가 왜 좋아하는지를 생각해요. 내가 왜 이 문장에 반했지? 내가 왜 이걸 계속 읽고 있지? 내가 왜 다시 찾아보고 있지? 그 이유를 계속 생각해요. 이유를 알게 되는 순간 그 문장이 제 입에서 조금 다르게 나와요. 저는 그 달라진 문장을 기억합니다. 그럼 그 말은 제가 한 말이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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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겟타 2019-03-16 0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방구석 1열은 애청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이번주도 박찬욱특집도 봤어요^^

공쟝쟝 2019-03-16 23:41   좋아요 1 | URL
저 오늘 봤는데 후어어 역시 좋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