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강릉처갓집에서 신년을 보내고 해맞이를 한다. 올해도 장모님의 넘치는 사랑은 꺼질 줄을 몰랐다. 도착하기 전부터 도착여부를 물어오시고 사위먹일 음식을 장만하시느라 분주하시다. 내가 좋아하는 장모님표 만두는 항상 준비해 두신다. 올해는 거기에 덧붙여 찰떡과 찰밥, 직접 도토리를 주워서 만든 묵, 두릅나물과 장아찌, 울릉도 나물 등을 상에 올려 놓으셨다. 완전 참살이 식품들이다. 이것을 장만하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꼬...... 만두를 비롯해 모든 음식이 입맛에 착착 달라붙었기에 "너무 맛있다"를 연발했다. 장모님께서 흐뭇해 하시는 부분이기도 하다. 리액션이 과하다는 것을 아시면서도 그렇게 하면서 맛있게 먹는 사위가 사랑스런 이유이다.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바라보시는 것이 그분의 즐거움이라는 것을 알기에 모두가 웃고 기분 좋아한다. 음식도 맛있고 먹을 것도 많다보니 배는 꺼질 줄을 몰랐다.
31일엔 옆지기와 처형,처제내외를 대동하고 여유럽게 강릉 바닷가를 찾았다. 겨울바다가 너무 보고싶었다.
1. 겨울바다
동해안 해맞이의 또다른 명소인 안목해변.
강릉항이 있고 이곳에서 울릉도와 독도행 쿠루즈선이 운행되기도 한다. 요즘은 강릉커피축제 장소로 더 유명해진 곳이다. 바닷가를 중심으로 커피숍의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바닷가에 횟집이 사라지고 커피로 유명세를 치른다. 해맞이를 위해 외지에서 찾아온 연인과 가족들로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커피숍에 연인끼리 가족끼리 앉아 겨울바다를 지척에서 감상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해변과 등대로 난 산책로를 따라 겨울바다를 만끽했다.
겨울바다의 매력은 거칠고 높게 하얀포말로 덮쳐오는 파도다. 자연적 야성미의 짜릿함이 숨을 멎게 한다. 산책로를 거닐면서 보여지는 수평선 너머의 짙푸른 바다와 유난히 빛나는 모래사장, 그곳에 어우러진 연인들의 밀어 그리고 삼킬 듯한 거친 파도를 그대로 즐겼다. 이런 풍경에 싱싱한 자연산 회와 소주가 빠지면 섭섭할 터, 항내에 있는 자연산 수산시장에서 여러가지 회를 음미했다. 회와 함께 마시는 소주의 맛이 달다. 이곳에서 서정적인 풍경을 마음 껏 품었고 흠뻑 취했다.
2. 보헤미안
강릉에서 주문진 쪽으로 한참을 가다보면 연곡영진에 위치한 보헤미안이 있다. 우리나라 커피 1세대이자 1호 바리스타인 박이추선생이 직접운영하고 로스팅해주는 커피숍이다. 옆지기의 전언에 의하면 커피 매니아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분이라는 데 나는 커피매니아가 아니라서 알지 못했다. 또한 이곳은 커피매니아들 사이에선 유명한 곳이고, 옆지기가 오고 싶었던 곳이라고 했다. 그녀가 커피를 좋아하고 그 맛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보니 잘 알고 있었다. 위치는 애매했지만 현지인인 윗동서로 인해 쉽게 찾았다.
<중간에 하늘색 가디건을 입은 분이 박이추선생-직접 로스팅중>
보헤미안은 3층건물로 언덕위에 위치해 있고 2층은 커피교실로 활용됐으며 3층이 커피숍이었다. 커피향이 온 건물을 감싸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 20여명남짓 앉을 수 있는 탁자에 사람이 꽉차 줄을 선채로 기다리고 있었다. 커피숍도 자그마한 것이 장사가 목적이라기 보다는 커피 맛을 알리고 싶은 주인의 마음이 담겨져 있는 듯 했다. 주방 한켠에서는 커피명인인 박이추선생이 직접 로스팅을 해주고 있었다. 이곳에서 가장 신명난 사람은 옆지기였다.
몇년전 모알라디너께서 이곳의 커피(?)를 직접 갈아서 보내주신 적이 있는데 옆지기는 아직도 그 맛을 못잊어 한다.
그때의 기억이 있어서 보헤미안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단다.
3. 해맞이
12월 31일 저녁은 가족과 함께 즐기면서 1월 1일을 맞았다. 회사와 친구들에게 신년인사 메시지가 도착했다. 나도 가족과 친구, 지인들에게 마음을 담아 문자를 보냈다. 당초 경포대를 방문해서 해맞이를 할 예정이었으나 매년 그곳에서의 해맞이가 식상한 옆지기의 귀여운 항명(?)으로 홀로 18층 아파트 옥상에서 신년의 해를 맞았다. 윗동서가 경포대나 이곳이나 별다를 것이 없다는 말에 넘어간 옆지기가 야속(ㅋㅋ)했다. 사람들이 감정이 없어요.ㅠㅠ
07:40분이 넘어서자 붉은 기운이 용솟음치면서 온세상을 밝게 비추는 용의 심장이 그 위용을 드러냈다. 신년에 떠오른 해를 바라보며 신년의 소망, 가족의 건강 등을 빌었다. 1년내내 용의 뜨거운 심장처럼 식지않는 열정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했다.
새해 첫날 전국의 날씨가 구름으로 덮혀 동해안에서만 해맞이가 가능하다는 방송보도때문에 경포대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해맞이 인파가 전년에 비해 60%이상 증가했단다. 연휴가 없었기에 당장 귀경길이 걱정됐다. 아침 식사를 한 후 서둘러 귀경길을 재촉했다. 영동고속도로는 이미 막혀있었다. 진입로에서 회차하여 속초방면으로 향했다. 어차피 막힐 거면 속초쪽의 겨울바다 풍경과 대포항, 눈덮힌 설악의 풍경까지 보고 싶었다.
양양, 속초로 이어지는 겨울바다는 우리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바다의 맑음과 거친파도는 강릉쪽의 겨울바다를 능가했다. 너무 멋졌다. 다시한번 겨울바다의 매력에 푹 빠졌다. 미시령을 넘는 설악의 설경 또한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만물상은 구름에 휩쌓여 신비로웠고, 하얗게 덮힌 숲과 바위가 그 운치를 더했다. 길은 비록 막혔지만 마음만은 속초의 겨울바다와 설악의 눈덮힌 비경에 녹아들었다. 장장 9시간여의 운전끝에 집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알라디너 여러분!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