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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속으로 - 71-Into The Fir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감독이 기대했던 것은 아마도 "태극기 휘날리며" 였을 듯 싶다. 전반적인 스케일과 내용 그리고 배우가 발산하는 캐릭터의 핵심이 그것을 능가할 수는 없었다. 다만, 학도병의 중대장 장범으로 열연한 빅뱅의 탑에 대한 재발견이 돋보였다. 부하들을 통솔하여야 하는 중대장으로서의 강렬한 포스가 그의 눈을 통해 강렬하게 빛을 발산하고 엔딩장면에서 죽음을 앞둔 자의 처절함과 간절한 눈빛이 가슴에 남는다.
초중등학교 시절, "반공방첩", "멸공통일", "때려잡자 김일성, 쳐부수자 공산당"이라는 표어가 학교 담벼락에 난무했던 때이다.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치며 죽었다는 이승복어린이가 우상이었던 때이기도 하다. 시대도 많이 변했고, 아직도 어릴 적 사고에 머물러 있지도 않다. 아무 것도 모르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쓴 웃음이 난다. 그런 시각으로 이 영화를 바라보면 조금 더 감동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군번도 이름도 없이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조국에 몸을 바치고 산화한 71명의 학도병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기 숙연해진다.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오는 북한군은 낙동강 전선에서 국군과 유엔군의 강력한 저항을 받는다. 국군은 낙동강 전선이 뚫리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그야말로 패망하는 것이다. 포항을 지키던 강석대(김승우 분)는 낙동강 전선을 사수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최전선이 되어버린 포항을 비울 수 없는 상황이지만 어쩔 수가 없다. 총 한번 쏴 보지 못한 71명의 학도병들에게 포항을 맡기고 낙동강 전선에 투입된다.
이제 포항 사수는 전투에 한번 참여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중대장에 선임된 장범(탑 분)과 소년원에 끌려가는 대신 자원한 갑조(권상우 분)를 비롯한 71명의 학도병이 유일한 대안이다. 그들은 기초적인 군사훈련은 커녕 총 한방씩만 쏜 것이 군사훈련의 모든 것이었던 중고등학생들이다. 그런 상황에서 폭력배 출신인 갑조는 중대장인 장범을 대놓고 무시한다.
영덕시를 초토화 시킨 북한군 진격대장 박무랑(차승원)이 이끄는 인민군 766 유격대는 영덕에서 포항을 거쳐 최단 시간 내에 최후의 목적지인 부산을 함락시키겠다는 전략을 짠다. 그들 앞에 유일한 걸림돌은 71명의 학도병이 전부다. 박무랑의 부대는 삽시간에 포항에 입성하고, 국군사령부가 있던 포항여중에 남아있던 71명의 소년들과 대치한다.
71명의 학도병과 인민군 유격대인 박무랑 부대와의 처절한 싸움이 시작된다. 이름없는 71명은 끝까지 포항을 사수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주요 줄거리이다.
이 영화를 통해 첫 데뷔한 빅뱅 T.O.P의 강렬한 눈빛이 인상적이었고, 차승원의 독특한 카리스마도 다시 한번 빛났다. 역시 차승원은 포스있는 강한 눈빛을 바탕으로 한 배역이 제격이다. 권상우는 왠지 탑의 강렬함에 묻혀 느낌이 든다.
6.25전쟁 60주년을 상기하며 결코 이 땅에서 동족상잔의 비극이 초래되지 않기를 바라는 취지와 조국을 위해 산화한 71명의 학도병을 추모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였기에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최근 연평도를 기점으로 전운이 감돌고 있고, 이를 부추기는 듯한 정부의 모호한 태도에 화가 나기도 한다. 물론 김정일의 무모한 도발이 원인이지만 과연 누구를 위한 전쟁이고 도발인지 그 심각성을 간과할 수 없다.
이 영화가 추구하고자 했던 가치도 무시할 수 없지만 동족간에 피를 흘리는 비극만은 없어야 한다는 것만은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