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가면서 연인같은 친구들이 있어 좋다. 시골에서 함께 자라 지금까지 이어온 친구4명 그리고 그 옆지기들이 모두 그런 사이다. 누가 어디서 언제 부르는 것에 얽메이지 않고 달려와서 함께 즐길 줄 안다. 오늘도 청주에서 새벽같이 와준 친구옆지기와 함께 북한산을 휘감으며 만들어 진 둘레길 7, 8, 9번 코스를 산행했다. 중간에 광명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했더니 8,9번코스를 함께 하고자 옆지기와 달려왔다. 이렇게 다섯명은 북한산 둘레길을 걸으며 사랑과 우정을 속삭이고 마음 껏 떠들고 나누며 행복을 뿌렸다.
둘레길은 북한산을 휘두르고 가운데를 관통하며 13개 코스로 만들어져 있다. 그중 가장 운치있는 7,8,9번 코스를 돌았다. 총 길이는 9.1킬로미터를 쉬엄쉬엄 오르고 내리며, 중간중간 물놀이와 맛을 즐기며 7시간을 걸었다. 가족이야기가 주요 주제였고, 앞으로의 여행계획이 꼼꼼하고 짜임새있게 만들어 지기도 했다.
7번코스는 성너머길구간으로 유일하게 성문을 통과하는 구간으로 유서깊은 도읍의 향기를 음미해볼 수 있다. 특히 전망대에서는 보현봉을 시작으로 문수봉, 비봉, 향로봉, 족두리봉 등 여러 봉우리들과 북악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늘은 맑은 햇살과 가을의 높고 푸른하늘로 인해 공해가 모두 걷힌 북악산을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는 행운도 따랐다.
북악산의 각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하늘에 간간이 떠 있는 구름은 마치 솜사탕처럼
손에 닿을 듯 하다. 오염이 사라진 서울의 맑은 공기와
멀리까지 보이는 가시권은 또다른 행운이다.
8번코스는 하늘길구간으로 숲위에 설치된 하늘다리가 있다. 중간에 물길과 흙길 그리고 숲길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걷는 재미가 더없이 좋았고,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정겨움을 끝간데 없이 쌓았다. 유리알처럼 맑고 깨끗한 개울물에서는 가던 길을 멈추고 물 속에 발을 담그니 쌓였던 피로가 눈녹듯 사라졌다. 주변에 아이들은 물속 모래위에서 즐거움과 시원함을 만끽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물길을 온몸으로 느끼는 사람들의 얼굴에 행복함이 가득함이 보인다.
어릴 적 맑고 시원한 개울물 그대로 여서 더없이 좋다.
송사리도 있고, 발바닥에 닿는 하얀모래가 예쁘다.
조약돌을 주워 수제비도 뜨고 물장난도 하면서 잠깐
동심으로 돌아가 보았다. 피로가 한순간에 녹아내린다.
9번코스는 마실길구간으로 이웃에 놀러간다는 느낌그대로 은평뉴타운과 인접한 구간으로 동네마실 나온 기분으로 걷다보면 생태적, 역사 문화적 가치가 있는 명소들을 만나게 된다.
따가운 햇살에 땀이 맺히는 가 싶으면
어느 덧 솜사탕 구름을 밀치며 먹구름과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고, 살짝 쌀쌀한 느낌이 들면
다시 햇살을 비추며 몸을 덥혀준다.
산행하기에 이보다 더없는 환경은 없다.
아름다운 풍경을 몸으로 느낀 둘레길 둘레꾼이었던 우리들에게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아무 곳에서나 맛볼 수 없는 행복함이 있었다. 내일은 청주에서 다시 두명의 친구와 두명의 아이들이 함께하는 서울 성곽길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