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회사 남자 후배가 한명 있다. 입사초부터 불철주야 끌고 다니며 술을 먹여서인지 아직도 형! 형! 하며 잘 따른다. 지금은 팀이 달라져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속깊은 이야기를 나에게 한다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기쁘다. 이 녀석은 겉으로 보기에 다소 거칠고 냉정해 보이기도 하지만 속은 상처받기 쉬운 가슴을 가지고 사는것 같다. 그냥 툭 털어버릴 일에도 상처받는것, 혹자들은 소심하다고도 표현하지만 난 인간적이라 말해주곤 한다. 어제는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술마시다 갑자기 시집 한권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 자칭 문학소년이었다나..

후배 : 형! 내가 그래도 문학소년이었잖아. 고등학교까지 문예창작반이었고 군대에서 소설써서 군단 표창으로 휴가 나온 사람이야. 그 뭐더라....앙드레 지드의 <죄와 벌> ?? 엄청 좋아하지.

나 : 쪽팔린다. 목소리 낮춰라.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어설픈, 상처받기 쉬운 영혼을 가진 자칭 문학청년이 읽을만한 시집 한권 추천해주세요. 

둘.

우리 회사 여직원들은 대부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입사한 여사원들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입사할 즈음에 깻잎머리를 하고 입사한 그녀들이, 이십대 중반이 훨씬 넘어선 그녀들이 아직도 동생같고 애들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녀들에서 받은 첫인상이 아직도 남아있는 까닭일 것이다. 이번에 입사초에 같이 일하던 여직원이 진급이 누락되었다. 대부분이 남자인 이곳에서 남자들의 진급 누락이야 수도 없이 봐왔고 술 한잔 마시고 잊어버린다지만, 어리고 여려보이는 여사원이 다소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으면 괜히 더 안쓰럽다. 말이란 불완전하기에 어설픈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기도 조심스럽다. 스물 여덟이니 스스로 맘을 추스릴 나이이지만 그래도 먼저 떠오르는 것은 깻잎머리 소녀의 여린 모습이다.

깻잎머리 소녀가 다소 심란한 맘을 달래며 읽을만한 시집 한권 추천해주세요.

갑자기 불쑥 나타나 그냥 추천만 해달라니 염치가 없네요. 이벤트는 아니지만 좋은 시집 추천해주신 두분께 책 선물해 드리고 싶네요. 참, 과장 진급했습니다. 축하해 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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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바람 2006-03-08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 나 못 살아요. 우선 과장 진급하신 것 축하하는 의미에서 추천부터 때리고. 근데 이거 과장 별 다느라 알라딘에 소홀하신 거라면 이게 이게~~

돌바람 2006-03-08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어설픈, 상처받기 쉬운 영혼을 가진 '자칭 문학청년'에겐 '죄와 벌'에 상당하는 아주 어려운 시집을 주어야 해요. 다신 문학청년이라고 말 못 하게. 음~~ 파베세의 <피곤한 노동>은 어때요. 아님 베이 다오의 <별들은 증거를 댈 것이다>(실은 내 책상에 있는데 저도 자칭 '문학소녀'였답니다. 그런데 이런 시집 보니 그 말이 쏙 들어가더라는~~ 속닥속닥)

icaru 2006-03-08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 과장님 축하드리어요~
요즘 턱 내시느라... 안 뵈셨던 거지요?

그나저나 앙드레 지드의 <죄와 벌> ?? 을 좋아하는 상처받기 쉬운 문학청년에게 어떤 시집이 좋을까.. 아서라... 저도 시집을 손에서 놓은지가 ...
그래도 가끔 들춰서 편하게 읽기에는 나희덕 님의 시집들이 좋던데~

돌바람 2006-03-08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 이카루님 추천 안 눌렀대요. 메롱~~ 이카루님!

잉크냄새 2006-03-08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바람님 / 자칭 문학청년 잡을 일 있습니까?^^ 저도 제목보는 순간 섬찟합니다.^^ 하나와 둘에 대하여 시집을 별도로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카루님 / 잉문공부장관에서 낙상한거지요.^^나희덕님의 시집이라....제목까지 좀더 구체적으로 부탁해요. 그리고 아래 돌바람님 댓글 읽고 반성하세요.^^

Laika 2006-03-08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선, 세번째가 제일 중요한거죠? 축하드려요...
축하커피를 드리려했으나, 
커피 보다는 술을 더 좋아라하실것 같아서 축하주를 준비하였습니다.
원치 않으시면 커피로 바꿔드릴께요..^^

   두번째, 깻잎머리 소녀분은
  (스물여덟의 소녀...^^)  
  이건 시집은 아니지만,
  산문집이라 아무대나 펼쳐서 읽으셔도 좋을것 같고,
  사진도 많이 나와있어서 좋을것 같아요..
  무엇보다 "희망"을 얘기해서 좋을것 같은데,
  ( "누드"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불편하시려나?ㅎㅎ)

 

 

  자칭 문학청년에겐 "쨍한 사랑 노래"가 괜찮을것 같아요.
  황동규 유하, 정현종 등 여러 시인의 작품들이 들어있으니
  이중 몇분은 "문학 청년"이라 당연히 ~ 아실테니....
  문학에 대한 정열을 다시 한번 활활 태워보셔도 좋을듯 싶어요..^^

 


미네르바 2006-03-08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해요. 축하 꽃다발부터 드릴게요^^
잉문공부장관에서 낙상한 것인지는 몰라도 과장으로의 승진은 정말 축하드려요.
그리고 반성하라는 소리 듣지 않기 위해서 추천도 확실히 누릅니다^^

그런데 시집이라... 요즘은 시를 읽은 지도 너무 오래 되었어요.
그냥 퍽퍽한 책만 읽었네요. 뭐가 좋을까요? 좀더 생각해 볼게요


잉크냄새 2006-03-08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 / 아니요. 시집 추천이 먼저랍니다. 이 페이퍼가 시집 추천이 아니라 진급 인사로 흘러서 좀 거시기하기도 하지만 기분은 좋네요.ㅎㅎ 막걸리 고맙습니다. 입에 착착 달라붙네요. 희망의 누드는 누드라는 선정성 때문에 제가 감사히 읽도록 하겠습니다.^^
미네르바님 / 진짜 오랫만이네요. 건강하시죠. 꽃다발 고맙습니다. 너무 고민들 마시고 가볍게 추천해주세요. 올 봄에는 자주 뵈었으면 합니다. ( 누가 할 소릴...ㅎㅎ)

하루(春) 2006-03-08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댓글 다는데요. 시집 받으실 분의 종교가 기독교나 천주교가 아니라면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어떨까 싶네요.

날개 2006-03-08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과장님, 축하드려요!^^
시집은 잘 알지 못하는터라 추천은 패스~

2006-03-08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6-03-09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글은 왜 이렇게 웃음부터 나온대요? 저 앙드레지드의 죄와벌을 얘기한 사람한테는 앙드레지드의 대표작 좁은문을 주면 어떨까요? (확실히 알려주는 것도 중요해요.) 도스또씨의 죄와벌은 읽었다니깐. ^^ 잉 과장님, 진급을 축하드려요...

stella.K 2006-03-09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축하드려요, 과장님! 좋은 시집이 뭐가 있을까나? 생각 좀 해 보구요.^^

stella.K 2006-03-09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형도의 시집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 벤치에서 앉은채로 죽었다는 그것 때문일까요? 전 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웬지 기형도 만큼은 가슴에 있어요. 우습죠?

 

 

 

이 책 이미 알고 계신가요?

 

 

 

 

 너무 무거울까요?

 


비로그인 2006-03-09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잉크냄새님! 만세, 만세! 그람 월급도 올라갈 거구, 삘 받아 이벤트도 하실 거구, 글탐 잉 과장님께 딸랑거린 사람에게 유리한 문제를 내실 거구, 당근 선물은 제가 받을 거구..너무너무 좋아요!! 감축, 감축 드리옵니다. 시는..생각 좀 해 보구요..

파란여우 2006-03-09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과장님! 축하해요.
여기에 축하인사를 하는 사람들 중에서 남성분은 없군요.
아낙들의 애정공세에 이젠 좀 지겨우시지 않을까 합니다만
위에 복돌이 마저 님에게 추파를 던지는구랴.
시집은 무슨....시집도 못 간 처지에 추천은 못하겠소.
그리고 축하 화환이라도 드려야겠는데..집안에 들여 놓은 자리는 있소이까!!!으흐흐

진주 2006-03-09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 아니라 파란여우님에게만 보이기 : 저어기..복돌이님이 남자분 아니셨어요???오잉??)

잉크냄새 2006-03-09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 반갑습니다. 종교인들이 아니니 그 책 꼭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날개님 / 감사합니다. 항상 들러주셔서 고마워요.
속삭이신님 / 아니 취중에서도 이런 멋진 시집을 알려주시다니요. 역시 굿~입니다.
이안님 / 아카데미상을 타시더니 다시 오셨네요. 자칭 문학청년을 비참하게 몰고가시는 분이 두분 계시군요. 이안님과 돌바람님....ㅎㅎ
스텔라님 / 오랫만이네요. 자칭 문학청년과 늙은 깻잎머리 소녀가 읽기에 다소 힘들어보이기도 하네요.ㅎㅎ
복돌이님 / 딸랑 딸랑 딸랑대네. 유머1번지 김학래처럼. 그 모습이 밉지않네. 이벤트란 한낱 꿈이런가....오오오...이제 그만...감사해요.
여우님 / 그죠. 제 서재는 저를 제외하고는 금남의 서재가 되어가는 기분입니다. 시집을 못간 처지가 아니라 안간 처지시니 시집을 알려주세요.^^
진주님 / 핫, 저도 처음 몇달간 복돌이님이 남자인줄 알았습니다. 아마 서재분들 대부분이 그러하셨으리라 보여집니다.

미네르바 2006-03-09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생각나서 시집 두 권 추천합니다^^

하나-자칭 문학 청년을 위한 추천 시집
저도 이안 님 말씀처럼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앙드레 지드의 대표작 <좁은문>을 추천해 드리고 싶지만, 그 분이 굉장히 소심한 면이 있는데다가 상처받기 쉬운 마음의 소유자라고 하니, 자신의 실수를 알고 나면 오랫동안 그 상처가 아물 것 같지 않기에 시집을 권해 보려 합니다. (일단 그 분도 시집을 원했기에...) 그런데 요즘 시집과 담을 쌓고 있었던 지라 좀 막막하네요. 그래서 제 서재의 시집 꽂아 놓은 곳을 쭉 훑어보니 눈에 띄는 시집이 한 권 있더이다.(혹시 읽었을까나?)

파블로 네루다의 시집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입니다. 이미 파블로 네루다는 영화 “일 포스티노”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는 시인이지요. 그는 시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정치인, 외교관으로 활약했고, 1971년 노벨 문학상을 탔다고 하네요. 이 책은 그의 젊었을 때의 시집입니다. 문학청년에겐 제격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 책에 수록된 너무나 유명한 시 <詩>를 잠깐 소개하면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말야
                            그렇게 얼굴 없이 있는 나를
                            그건 건드리더군

                            ...............................................

이 시집을 읽고 그 분이 다니는 회사 그만 두고 시인의 길로 들어설까 우려되긴 하오나
그래도 일단은 이 시집으로 뜨거운 문학의 열정을 잠시나마 다스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둘-깻잎 머리 소녀를 위한 추천 시집
깻잎머리 소녀에게 어울릴 시집은 뭘까 하고 다시 쭈~욱 시집을 훑어보니 눈에 띄는 시집이 있습니다. 그녀의 심란한 마음을 이 시집으로 잠재우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신현림의 <해질녘에 아픈 사람>입니다.
신현림을 전 언니라고 부릅니다. 물론 그 분은 저를 모르겠지만 전 어렸을 때 그 분을 직접 뵈었거든요. 시인의 고향은 의왕시입니다. 의왕은 군포 안양 과천과 더불어 아주 가까이 있어서 한 동네라고 부르죠. 예전에 그 언니의 아버님이 국회의원에 출마한 적이 있었어요. 아버님의 선거활동에 그 언니도 마지못해(?) 나와서 선거활동을 한 것을 보았습니다. 참 어렸을 때이지만... 그 언니의 표정은 정말 마지못해, 억지로 끌려 나온 것처럼 보였어요. 그 분이 이젠 아주 유명한 시인이 되었네요.(그래서 그럴까? 그 분의 시집은 거의 다 갖고 있네요)

이 시집은 요즘도 제가 가끔씩 들쳐 보네요. 그 중에 한 편...
                               <그래도 살아야 할 이유>

 슬퍼하지 마세요
 세상은 슬퍼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니까
 자살한 장국영을 기억하고 싶어
 영화 「아비정전」을 돌려보니
 다들 마네킹처럼 쓸쓸해 보이네요
 다들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해요

 외롭지 않기 위해 외로워하고
 아프지 않기 위해 아픈 사람들
                             따뜻한 밥 한 끼 먹지 못하고
                             전쟁으로 사스로 죽어가더니
                             우수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자살자들
                             살기엔 너무 지치고, 휴식이 그리웠을 거예요
                             되는 일 없으면 고래들도 자살하는데
                             이해해 볼게요 가끔 저도 죽고 싶으니까요
                            그러나 죽지는 못해요 엄마는 아파서도 죽어서도 안 되죠
                             이 세상에 무얼 찾으러 왔는지도 아직 모르잖아요

                             마음을 주려 하면 사랑이 떠나듯
                             삶을 다시 시작하려 하면 절벽이 달려옵니다

                           시를 쓰는데 두 살배기 딸이
                           함께 있자며 제 다릴 붙잡고 사이렌처럼 울어댑니다

                           당신도 매일 내리는 비를 맞으며 헤매는군요
                           저도, 홀로 어둠 속에 있습니다

이렇게 두 권을 추천합니다(아~ 힘들다)
책 선물 받고 싶어서 힘들게 썼으니 미네르바 성의를 결코 외면하면 아니되옵니다^^
(아부가 좀 심했나???)

*시를 옮겨 적은 것이 줄이 맞지를 않네요. 수정해도 안 되니 그냥 안 예뻐도 봐~ 주세요^^


플레져 2006-03-10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미네르바님이 추천하신 시집, 저도 다 갖고 있는데, 참말로 좋은 시집이어요 ^^

   진은영의 "일곱개의 단어로 된 사전" 은 깻잎 머리 소녀에게 추천해요. 
   청춘에 대한 잔향이라고 해야할까요.
   막 일어나는 청춘이라고 해야할까요. 
   인생에서 가장 슬픈 나이가 스물 여덟이고,
   이십대의 나날에서 아름다운 나이도 스물 여덟.
   서른이 되고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나이가 주는 무게감 보다
   서른에 대한 무거움과 편견을 안겨주는 현실때문에 
   스물 여덟은 아무것도 '안해 놓은 것만 같은' 비애를 종종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진은영의 시로 그녀를 위로할 수 있다면 참 좋겠어요.
근데, 너무 멋지다, 잉과장님....ㅎㅎ

 
 허수경의 "혼자 가는 먼집" 은 문학청년에게 추천해요. 
 자칭 문학청년이라고 말하는 사람일수록 
 마음은 유행가 가사처럼 연약해요. 
 연약해뵈지만, 슬픈 유행가 가사같지만
 가끔씩 떠올라 마음을 저미고 가는 허수경의 두번째 시집 권합니다.
 너무 여성취향인가... 아니, 낭만적 서정을 가진 인간의 취향이 낫겠어요.

 자칭 문학청년이라고, 군단장 표창까지 받은 정도라면, 
 거창한 시집도 좋아하지 않을까, 
 어려워만 보이던 시집에서 뭔가 좋은 구절을 발견하면
온갖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게 될지도 모를, 그런 시집도 한 권...

 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세사르 바예호.  
 산문시처럼 한 편의 대서사시 같은 장편의 느낌이 나는 바예호의 시집.
 문학청년이 이 시집을 읽고 
 읽지 않은 범인들속에서 조금 한탄해하다
 마음에 드는, 제일 짧은 단 한줄 (그러나 깊이가 넘치는) 을  
 소주 한잔 기울일 때 마다 읊게 될지도... 그때, 잉과장님은 
 기꺼이 마음과 귀의 문을 열어 놓으리라...  


stella.K 2006-03-10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깻잎 머리 소녀분은 몰라도 자칭 문학청년이시라면 저 정도는 읽으셔야 하지 않을까요? 흠...!

조선인 2006-03-10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집 추천은 불가하구요, 과장 진급은 흑, 부러운 마음을 가득 안고 마구마구 축하드려요.

Koni 2006-03-10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장진급 축하드립니다.(초면에 불쑥~^^;;)
깻잎머리 소녀를 위한 추천작. 사실 제가 좋아하는 시집이에요.

 

 


 

문학청년쪽이 더 어렵네요. 이건 문학중년이신 아버지 서가에서 골라봤습니다.
세대차이가 좀 나더라도, 남자들이 좋아하는 시가 아닐까 싶어서.


물만두 2006-03-10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최근에 읽었는데 좋습니다.

황인숙 시집은 다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새로 나왔다는데 아직 못 봤습니다.

님이 보시고 좀 알려주세요^^

이 시집도 좋았습니다. 여자와 어머니에 대한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든 시집입니다.


잉크냄새 2006-03-12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네르바님 / 아, 완벽한 해설. 감동입니다. 파블로 네루다의 책은 제가 꼭 읽어보고 싶군요.^^
플레져님 / 시집에 대한 추천사가 더 없이 멋집니다. 책 추천에 있어서 항상 막강한 모습을 보여주시는군요.^^
스텔라님 / 흠.. 마이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딴청)
조선인님 / 감사합니다. 님께도 항상 좋은 소식 있으시길....
냐오님 / 초면에 이렇게 축하해주시고 좋은 책까지 추천해주시니 기쁘기 그지없네요.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물만두님 / 오늘 옛날 책을 정리하다 황인숙 시인의 시집을 발견했어요. 대학교 1학년때 읽던 시집이더군요. 좋은 책 추천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얼마나 깊이 사랑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누군가를 기다린다면 얼마나 오래 기다릴 수 있을까요?

몇번을 죽고 다시 태어난다 해도 결국 진정한 사랑은 단 한번 뿐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랑은 한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는 심장을 지녔기 때문이라죠...

인생의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대도, 그 아래는, 끝이 아닐거라고 당신이 말했습니다.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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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던가요. 자주 들어오지 못하다 들어온 어느 날이 영원한 가객 김광석의 10주년이더니 오늘은 참 곱던 배우 이은주의 1주년이네요. 비비안 리, 잉글리드 버그만, 소피아 로렌의 할머니급 (응?) 배우들 이후로는 거의 처음으로 참 고운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배우였죠. 우울해 보이던 미소와 눈동자속에 역설적으로 담겨있던 고운 심성이 안타까워 보이던 작년의 기억이 떠오르네요. 뭐, 인생의 절벽아래로 뛰어내린대도, 그 아래는, 끝이 아닐거라는 삶, 더 살아보면서 미소 속에 사랑을, 삶을 담아보아도 좋았으련만. 멀리가신 분 안부나 한번 더 여쭈어봅니다. 거기서도 누구가를 깊이 사랑하고 오래도록 기다리고 계신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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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2-21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은주의 1주년....
저는 오늘 제주 바다가 보이는 라이브 카페에서 김동환 노래를 들었답니다.
그래서인지..좀 쓸쓸한 저녁입니다. 이럴 때 대비해서 남정네 한명 알아둘 걸..
떠나간 이들..남아있는 이들을 위하여 별이 빛나는 밤이 되길...

ceylontea 2006-02-21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그녀를 알게 된 것이 카이스트라는 드라마였어요...
그리고 쭉 어떤 역을 맡던지 좋아했었는데.. 그렇게 가고 나니 아쉽더군요...

이누아 2006-02-21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광석 10주기, 이은주 1주기, 지하철 참사 3주기.......살아 있는 이들이 사라진 이들을 기억하듯 사라진 이들도 살아 있는 이들을 기억할까요?

플레져 2006-02-21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반가워요. 오랜만이에요. 악수!!! ^^
이은주가 사라지던 그날, 아주 을씨년스러웠던 날씨였다는 거, 갑자기 우박이 쏟아지고 대낮인데도 칠흑같은 어둠으로 뒤덮여있었다는 거... 너무나 생생해요.

진주 2006-02-21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스타코비치의 우수어린 왈츠가 생각나요.
음음음음~~~~~~~

2006-02-22 0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6-02-22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 님 페이퍼 편집 능력이 나날이 진보하는 거 같슴다~ (봉창 두들기고 가네!!)

잉크냄새 2006-02-22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 제주도의 밤이 쓸쓸해서야 안되죠. 멋진 추억거리 만드시길...
실론티님 / 아, 그리고 보니 카이스트도 기억나네요. 그래도 전 <오! 수정> 과 <번지점프를 하다> 가 제일 기억이 나더군요.
이누아님 / 반갑습니다. 그런 철학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님이 해주시는 것이 더 좋을것 같아요.
플레져님 / 오랫만이죠. 그날이 우박이 쏟아지고 칠흑같이 어두웠던 날이군요. 아마 밤부터 소쩍새도 그렇게 울었다죠.^^
진주님 / 코비치로 끝나는 사람은 말코비치 밖에 몰라서...음음음...
속삭이신님 / 맞아요. 저도 저렇게 운동화끈을 매어줄 것 같아요. 뭐, 그게 부끄러운 모습은 아니잖아요. 올봄...저도 그렇기를....
이카루님 /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칭찬을 하고 가시네요.^^ 건강 항상 유념하세요.

진주 2006-02-23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naver.com/junie883/120016076758

 

쇼스타코비치의 재즈모음곡 중 2번

IV Waltz.Dimity Shostkovich의 Jazz Suitz No.2


진주 2006-02-23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 들리세요?

털짱 2006-02-27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덕분에 쇼스타코비치를 듣네요.^^
전 머리가 복잡할 때 이 곡을 몇 번이고 다시 들어요.
그럼 뭔가 후련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잉크냄새 2006-02-27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 감사합니다. 근데 저희는 회사에 블로그가 막혀있어 들을수가 없군요.
털짱님 / 오! 이게 얼마만입니까. 저보다 훨씬 더 멀리 오래 떠나있다 오신 님. 반가워요.
 



처음으로 10주년을 생각케 한 사람은 존 레논이다. 1990 12월 어느 날, 우연히 들른 친구의 방에서 조용히 흘러나오던 노래가 존 레논의 죽음 10주년을 기리는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나오던   IMAGINE 이었다. 방안이 온통 소피 마르소의 사진으로 도배된 친구의 방 구석에 동그란 안경과 히피 스타일의 머리를 하고 안경 너머로 조용히 쳐다보고 있는 한 남자의 사진을 바라보며 킬링필드의 한 장면 속에서 그를 그려보곤 했다.

 

그리고 오늘, 맑은 영혼으로 살다간 한 남자의 10주년이다. 사랑에 아파하는 친구들을 위해 불러주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군입대하는 친구들과의 마지막 밤에 서글프게 불러제끼던 이등병의 편지, 노년의 사랑이 애틋하고 아쉬워 부르던 어느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 바람처럼 자유롭고 싶었던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리고 서른의 삶과 나의 삶과 그의 삶을 돌아보게 만들던 서른 즈음에”… 그 고운 노래들을 부르던 그가 죽은 지 벌써 십년이 지났다.

 

광석이 형의 자살 소식을 들은 것은 한참이 지난 후였다. 96 1, 인턴 사원을 마치고 나온 몇 푼의 돈으로 만원 짜리 여인숙을 전전하며 남도를 돌아다니던 시절, 기차칸에 기대어 마이마이에서 들려 나오던 그의 노래와 삶의 흔적들을 듣고 있을 무렵, 그는 죽었다. 환갑이 되면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돌아다니고 싶다던 꿈도, 다시 정열적인 사랑을 해보고 싶다던 꿈도 뒤로 한 채 그렇게 떠나갔다. 개학 후, 그의 죽음을 전해 듣고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김 목정의 어느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를 듣고 타고 있던 버스 안에서 오열했다던 그를 떠올리다 괜한 마음에 코끝이 찡해졌다. 송강호가 그랬듯이 광석이는 왜 이리 일찍 떠난 거야 라는 해답 없는 생각이 한동안 맴돌곤 했다.

 

창법이나 테크닉이 아닌 영혼으로 노래를 불렀던 우리들의 영원한 형 김광석이 자살을 한지 벌써 십년이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그의 노래는 시대를, 세대를 넘어 영원히 가슴에 남아있다. 죽어서 노래를 남긴 그는 영원한 가객이라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다. 영원하다는 것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은 아닐게다. 그의 노래가 나와 같이 나이 들어간다는 것, 그것이 나에게는 영원이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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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1-06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10년이 되었군요. 내내 가슴 아프게 하며 남아있는 분이네요.

paviana 2006-01-06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벌써 10년이랍니까? 그는 떠나고 전 벌써 그가 간 나이를 지나와있군요.
저도 노래방에서 서른 즈음에를 열심히 불렀던 그 시절이 있었는데요..

아영엄마 2006-01-06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년이라... 벌써 그렇게 되었나요? (우리도 그만큼 나이를 먹은 거군요..) 정말 왜 그렇게 일찍 떠난 것인지...

paviana 2006-01-06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올리신 김광석의 노래들을 지금 듣고 있습니다. <어느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의 마지막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에서 참 모라 할 말이 없네요. 우리가 그에게 해줄말을 그가 그렇게 부르고 있네요.
잉크냄새님 자주자주 나타나셔서 이 목석같은 맘에 이런 비한자락 자주 좀 뿌려주세요.

잉크냄새 2006-01-06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 금방 지나온 시간입니다. 그를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많이 아파오죠.
아영엄마님 / 함께 나이들어 간다는 것, 결코 서글프지 않죠. 저도 송강호의 그 대사를 들으니...참 아련하더군요.
파비아나님 / 아, 듣고 계시는군요.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버스안에서 오열했다던 광석이 형의 마음이 충분히 느껴지네요. 아, 그리고보니 저도 벌써 광석이 형보다 더 나이먹어 버렸군요.

파란여우 2006-01-06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석이(저와 동갑)가 잠시 운영하던 홍대 앞 라이브 카페에서
여러번 그를 봤지요. 작고 마른 남자. 가을 낙엽처럼 건조해 뵈는 남자였는데
눈동자에 알지모를 서글픔이 있더군요.
그후 그의 죽음과 더불어 그와 연애 관계였던 여가수도
세상 속에서 보이지 않는 아쉬움이 큽니다.
떠난자는 모르겠지만 남은 자는 아쉬운 법이죠.
잘 있냐 광석아~언젠가는 만날 날이 있겠지..벌써 십년인데...

2006-01-06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주 2006-01-06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광석이 오빠는 왜 그리 일찍 떠난거야..

날개 2006-01-06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광석 콘서트를 굉장히 자주 다녔었어요.. 너무 좋아해서.....ㅜ.ㅠ
이 사람 노래만 들으면.. 가슴이 짠~ 합니다...

Laika 2006-01-07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래서 어제 라디오에서 김광석의 육성을 틀어준거군요...그 목소리 들으며 꿈속으로 빠져들었건만...광석이형도 못만나고....

잉크냄새 2006-01-07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 진짜 님과 동갑내기군요. 그의 라이브를 직접 보셨다는 분들 보면 참 부럽더군요.
진주님 / 그것은 송강호 대사인디...
날개님 / 광석이 형이 라이브를 천번도 넘게 했다죠. 요즘 찌라시 가수들처럼 기법과 테크닉에만 의존하느라 라이브도 못하는 것에 비하면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진정한 가객이었죠.
라이카님 / 광석이 오빠가 아닌교? ^^ 그 맑은 목소리를 들으며 잠이 드셨다면 꿈마저 노래처럼 아늑했겠군요.

비로그인 2006-03-13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스타코비치의 곡이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가운데, 오랫만에 인사 몇 마디 남기고 가요. 그간 안녕하셨죠? 마호가니 책상은 그간 윤이 더 반질반질~ 길이 들었네요. ^^

잉크냄새 2006-03-14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열사님 /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오랫시간 잊지 않고 있었지만 이렇게 다시 뵙게 될줄을 꿈에도 몰랐네요. 너무 반가워요.^^
 

고립, 청춘의 어두컴컴한 한 시기에 (뭐 청춘이 다 어두컴컴한 것은 절대 아니지만 암울했던 한 시기는 누구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무인도나 인적이 드문 벽지에 틀어박혀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프라이데이를 끌어들인 로빈슨, 배구공과 끈끈한 정을 나눈 케스트 어웨이의 톰 행크스, 옷을 뒤집어쓰고 쓰리고를 친 승원(?)에게서 보여지는 고립무원의 적막감보다는 고립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풍기는 묘한 매력에 잠시 이끌린듯 싶다.

 

영동고속도로가 새단장을 하기 전 대관령을 넘어가는 길은 꼬불꼬불한 2차선 도로였다. , , 안개가 워낙 순식간에 쓸고 지나가는 곳이다. 밤의 대관령 길의 운치는 대관령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강릉이라는 도시이다. 별들을 뿌려놓은 도시 라는 말이 이곳처럼 어울리는 곳도 없을 것이다. 지금은 신규 고속도로가 뚫려 구도로로 다니는 차량이 거의 없지만, 객지 생활이 익숙치 않던 학창시절의 대관령 정상에서 느껴지던 비릿한 바다내음과 함께 차창 밖으로 뿌려지는 별들의 향연은 또 하나의 그리움이었다. 동서울에서 주문진으로 향하던 버스는 나에게 있어 택시나 마찬가지였다. 학생 시절, 밤에 올라타는 직행버스의 승객은 나 혼자 유일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기사 양반은 노래 부르며 운전하고 승객은 뒷자리 창문을 열고 담배 피고 맥주 먹고 자고, 그래서 곧잘 버스를 택시라고 부르곤 했다.

 

아마 그때도 폭설이 내리고 있었고 승객은 물론 나 혼자였다. 대관령을 지나던 버스는 투덜거리던 엔진음을 마지막으로 멈추어 버렸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재미삼아 던지던 눈싸움도 지루해질 무렵부터는 하나 둘 대관령을 따라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난 워낙 천하태평인 성격인지라 덮고 잘 신문지나 준비하고 여차하면 차에서 자버릴 생각이었기에 좌석에 누워 밤하늘과 어둠을 묻어버리는 눈발을 보고 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잔설은 외로움이고 폭설은 아픔이다. 잠시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들다 눈을 뜨니 기사 양반 혼자 콧노래를 부르며 거의 도착한 상태였다.

 

짧은 고립이었지만 첫경험에서 느껴지던 묘한 매력은 아직도 두 손에 잡힐 듯 남아있다. 자유, 해방감….뭐 이런 정형화된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형체가 전혀 없어면서도 다른 무엇보다 또렷이 형상이 느껴지는 듯한 그런 매력, 전라도 지방의 폭설로 고립된 차들을 보다가 문득 그 짧았던 고립의 묘한 매력이 다시금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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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12-22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은 고립에서조차 잉크냄새가 설핏 남아 있어요.
(그런데 말예요. 알라딘 밖에서 너무 오래 고립되어 계시면 위험하다는 거 아시죠? 자주 뵙자구요.)

진주 2005-12-23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잉?

아무도 댓글을 안 다시고 추천만 누르지....
나만 고립....ㅠㅠ

내가없는 이 안 2005-12-23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은 고립에서 자유를 느낀다는 표현, 이해할 듯도 합니다. 진짜배기 고립을 원하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짧은' 고립은 달콤하겠죠? 버스가 택시화되는 경험, 저도 많아요. 종점 가까운 집에서 살면서 밤늦게 다니는 사람은 늘 막판에 택시가 된 버스를 탄다죠. ^^

Laika 2005-12-24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의 짧았던 고립의 순간을 읽고 또 읽으며 "별들을 뿌려놓은 도시"를 한없이 그리워합니다.
기쁜 마음으로 또는 가벼운 한숨과 함께 바라보던 모습 ...
가끔 별빛과 혼동되어 보이던 오징어잡이 배들의 빛 ...
그 밤의 풍경은 아니지만..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진을 두고 갑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미네르바 2005-12-24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문정희 시인의 <한계령을 위한 연가>가 생각났어요. 짧은 고립의 매력... 저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었나 생각해 보는데... 기억이 나질 않네요^^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에요.
아기 예수의 탄생이 님에게도 기쁨이 되는 날이 되길 바래요^^

비로그인 2005-12-25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미..눈 속에서의 고립!! 짜릿하기도 하지만 좀 무서울 거 같습니다. 전 고장난 엘리베이터 안에 고립되어 있었는데, 자이로드롭처럼 쏜살같이 내려가던 미친 속도를 생각하면 지금도 쭈뼛!+__+;

잉크냄새 2005-12-26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 고립에 묻어나는 잉크냄새는 뭘까요? 궁금하네요.^^
이안님 / 어쩌면 단내나는 고립을 경험한 것일수도 있죠. 고립, 결코 낭만적이지 않은, 그러나 한번쯤 가슴을 휩쓸고 지나가는 바람이죠.
라이카님 / 대낮의 대관령이군요. 한밤중에 바라보면 님 말씀처럼 저 멀리 바다에는 오징어배 불빛도 보이고, 공항 활주로의 불빛이 왠지 기착지를 찾는 영혼에게 안도감도 주는듯 하죠.
미네르바님 / 한계령을 위한 연가... 대관령을 위한 연가와 비슷할것도 같네요.
복돌이님 / 무서운 감정이 없더군요. 엘리베이터의 고립, 폐쇄 공포증까지 더해지니 얼마나 겁날까요. 고립이 아닌 공포죠.^^

2005-12-28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6-01-16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 이크냄새라뇨... 저도 요즘은 짧막한 댓글 하나 쓰기도 쉽지 않네요. 그래도 가끔 소식 전해주시니 반가울 따름입니다.
 

술과 실수는 바늘과 실과 같은 것이라 할수 있다. 술자리에서 어느 정도의 실수는 차라리 인간적이라고도 할수 있지만 두고두고 안주거리로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피할수 없는 술 취한 자의 운명이다. 난 취해도 표가 나지 않는 편이었다. 아무리 취해도 비틀거리거나 말이 꼬이지 않으니 친한 사람 몇을 제외하고는 내가 취한지 아닌지 잘 구분하지 못했다. 그러니 결국은 건배의 대상이 되고 실수를 하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술 취한 자들의 회귀본능은 연어보다 뛰어나다. 연어는 그 과정이 고되고 생의 마지막 여행일지라도 맨 정신인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남는것 없는 술 취한 자의 회귀본능은 비몽사몽간에 이루어지기에 더 대단하다. 어떻게 들어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아침에 보면 그래도 방구석 한자리 이부자리까지 깔고 자고 있는 모습은 가련하다가도 스스로 대견(?)스러워지기까지 한다.

벌써 몇년전의 일이다.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른 상태였고, 귀가길에 올라탄 택시에서 깜박 잠이 들었다. 다 왔다고 말하는 기사양반의 목소리에 잠을 깨어 앞에 탄 사람에게 " 야, 택시비 니가 내! " 라고 말하고 술 취한 몸을 추스리면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몇걸음 갔을까. 뒤를 따라오는 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내 뒤를 쫓아오는 발걸음 소리, 이거 의외로 신경쓰이는 때가 있다. 특히 어두컴컴한 곳에서는 더욱 그랬다.

발걸음을 빨리 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행동강령을 속으로 주절거리면서. 점점 빨라지는 발걸음 소리, 결국 얼마가지 않아 누군가 커다란 손으로 내 어깨를 잡았다. "누구야" 최대한 강한 어투로 말하는 나에게 그 양반은 점잖게, 그러나 냉소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 손님, 혼자 타셨는데요."  택시 기사 양반이었다. 술은 꼭 찬물이나 꿀물로 깨는 것은 아니다. 몸둘바 모르는 챙피함이 술 깨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겪어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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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magic 2005-12-05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킥킥킥킥....

(교수님이 옆에 계서서 허벅지, 뱃살 잡히는데로 꼬집고 있음 ㅎㅎㅎ)

ceylontea 2005-12-05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황당했을 택시운전사 아저씨..
그리고.. 그 순간 잔뜩 긴장했을 잉크냄새님.. ^^
저도 원래 필름 잘 안끊기는데.. 전에 한번.. 결혼 전 혼자 살때.. 집까지 온 기억은 나는데, 그후 어찌했나 기억이 안나더군요..
그래서... 그다음부턴 조심하기로 했죠... 결혼도 안한 처자가 말입니다..
이젠.. 애때문에도 술많이 먹지 못하지만.. 이젠 술먹는것도 귀찮고 싫다는... 그래서... 강하지도 않은 술이 점점 약해진다지요. ^^

울보 2005-12-05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난감하셧을까 정말 술이 확깨셧을것 같아요,,

Laika 2005-12-05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에 누군가 탔을꺼예요...귀신이.....=3=3=3

ceylontea 2005-12-05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 너무 무서워요... (징징)

chika 2005-12-05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이거 잉크냄새님이 얘기하시니 더 재밌는거 같아요. ^^

검둥개 2005-12-06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ㅎㅎㅎㅎㅎ ;)

icaru 2005-12-06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취중 배짱이 장난이 아니시네요...!
아이고배야!!
3탄..기대해도 되겠심까?

잉크냄새 2005-12-06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 분명히 같이 탄것 같았어요. 저보다 기사 양반이 더 겸연쩍었을것 같네요.
아, 그리고 이미지 관리상 3탄은 자제할랍니다.^^

비로그인 2005-12-06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하이고야..무임승차를 하려 하시다니..흐음..술 취한 잉크냄새님 말에요, 사람이 말에요, 자꾸 그러심..

무지 귀엽삼!! 3탄을 연재하라! 연재하라!!

Laika 2005-12-07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재하라! 연재하라!!

잉크냄새 2005-12-08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됩니다. 이제 조용히 살아갈랍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12-15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취한 자의 회귀본능, 이거 잘 알지요. 필름 끊겨나가도 중간중간 이어가며 집으로 돌아오는 본능. 깜빡, 하면 서울역. 깜빡, 하면 갈아탄 버스. 또 깜빡, 하면 버스 종점. 뭐 그런 거 아니에요? ^^ 다시 보니까 제가 한참 전에 못 본 페이퍼군요. 그 이후에는 왜 연재 안 해요?

잉크냄새 2006-01-16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 어, 제가 왜 이제야 보게 되는걸까요. 한달이 넘은 댓글, 보실수 있을지 모르지만 성의껏 달아봅니다.ㅎㅎ 저런 글 연재는 제 청춘의 사망신고인것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