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10주년을 생각케 한 사람은 존 레논이다. 1990 12월 어느 날, 우연히 들른 친구의 방에서 조용히 흘러나오던 노래가 존 레논의 죽음 10주년을 기리는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나오던   IMAGINE 이었다. 방안이 온통 소피 마르소의 사진으로 도배된 친구의 방 구석에 동그란 안경과 히피 스타일의 머리를 하고 안경 너머로 조용히 쳐다보고 있는 한 남자의 사진을 바라보며 킬링필드의 한 장면 속에서 그를 그려보곤 했다.

 

그리고 오늘, 맑은 영혼으로 살다간 한 남자의 10주년이다. 사랑에 아파하는 친구들을 위해 불러주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군입대하는 친구들과의 마지막 밤에 서글프게 불러제끼던 이등병의 편지, 노년의 사랑이 애틋하고 아쉬워 부르던 어느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 바람처럼 자유롭고 싶었던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리고 서른의 삶과 나의 삶과 그의 삶을 돌아보게 만들던 서른 즈음에”… 그 고운 노래들을 부르던 그가 죽은 지 벌써 십년이 지났다.

 

광석이 형의 자살 소식을 들은 것은 한참이 지난 후였다. 96 1, 인턴 사원을 마치고 나온 몇 푼의 돈으로 만원 짜리 여인숙을 전전하며 남도를 돌아다니던 시절, 기차칸에 기대어 마이마이에서 들려 나오던 그의 노래와 삶의 흔적들을 듣고 있을 무렵, 그는 죽었다. 환갑이 되면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돌아다니고 싶다던 꿈도, 다시 정열적인 사랑을 해보고 싶다던 꿈도 뒤로 한 채 그렇게 떠나갔다. 개학 후, 그의 죽음을 전해 듣고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김 목정의 어느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를 듣고 타고 있던 버스 안에서 오열했다던 그를 떠올리다 괜한 마음에 코끝이 찡해졌다. 송강호가 그랬듯이 광석이는 왜 이리 일찍 떠난 거야 라는 해답 없는 생각이 한동안 맴돌곤 했다.

 

창법이나 테크닉이 아닌 영혼으로 노래를 불렀던 우리들의 영원한 형 김광석이 자살을 한지 벌써 십년이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그의 노래는 시대를, 세대를 넘어 영원히 가슴에 남아있다. 죽어서 노래를 남긴 그는 영원한 가객이라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다. 영원하다는 것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은 아닐게다. 그의 노래가 나와 같이 나이 들어간다는 것, 그것이 나에게는 영원이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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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1-06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10년이 되었군요. 내내 가슴 아프게 하며 남아있는 분이네요.

paviana 2006-01-06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벌써 10년이랍니까? 그는 떠나고 전 벌써 그가 간 나이를 지나와있군요.
저도 노래방에서 서른 즈음에를 열심히 불렀던 그 시절이 있었는데요..

아영엄마 2006-01-06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년이라... 벌써 그렇게 되었나요? (우리도 그만큼 나이를 먹은 거군요..) 정말 왜 그렇게 일찍 떠난 것인지...

paviana 2006-01-06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올리신 김광석의 노래들을 지금 듣고 있습니다. <어느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의 마지막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에서 참 모라 할 말이 없네요. 우리가 그에게 해줄말을 그가 그렇게 부르고 있네요.
잉크냄새님 자주자주 나타나셔서 이 목석같은 맘에 이런 비한자락 자주 좀 뿌려주세요.

잉크냄새 2006-01-06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 금방 지나온 시간입니다. 그를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많이 아파오죠.
아영엄마님 / 함께 나이들어 간다는 것, 결코 서글프지 않죠. 저도 송강호의 그 대사를 들으니...참 아련하더군요.
파비아나님 / 아, 듣고 계시는군요.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버스안에서 오열했다던 광석이 형의 마음이 충분히 느껴지네요. 아, 그리고보니 저도 벌써 광석이 형보다 더 나이먹어 버렸군요.

파란여우 2006-01-06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석이(저와 동갑)가 잠시 운영하던 홍대 앞 라이브 카페에서
여러번 그를 봤지요. 작고 마른 남자. 가을 낙엽처럼 건조해 뵈는 남자였는데
눈동자에 알지모를 서글픔이 있더군요.
그후 그의 죽음과 더불어 그와 연애 관계였던 여가수도
세상 속에서 보이지 않는 아쉬움이 큽니다.
떠난자는 모르겠지만 남은 자는 아쉬운 법이죠.
잘 있냐 광석아~언젠가는 만날 날이 있겠지..벌써 십년인데...

2006-01-06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주 2006-01-06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광석이 오빠는 왜 그리 일찍 떠난거야..

날개 2006-01-06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광석 콘서트를 굉장히 자주 다녔었어요.. 너무 좋아해서.....ㅜ.ㅠ
이 사람 노래만 들으면.. 가슴이 짠~ 합니다...

Laika 2006-01-07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래서 어제 라디오에서 김광석의 육성을 틀어준거군요...그 목소리 들으며 꿈속으로 빠져들었건만...광석이형도 못만나고....

잉크냄새 2006-01-07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 진짜 님과 동갑내기군요. 그의 라이브를 직접 보셨다는 분들 보면 참 부럽더군요.
진주님 / 그것은 송강호 대사인디...
날개님 / 광석이 형이 라이브를 천번도 넘게 했다죠. 요즘 찌라시 가수들처럼 기법과 테크닉에만 의존하느라 라이브도 못하는 것에 비하면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진정한 가객이었죠.
라이카님 / 광석이 오빠가 아닌교? ^^ 그 맑은 목소리를 들으며 잠이 드셨다면 꿈마저 노래처럼 아늑했겠군요.

비로그인 2006-03-13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스타코비치의 곡이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가운데, 오랫만에 인사 몇 마디 남기고 가요. 그간 안녕하셨죠? 마호가니 책상은 그간 윤이 더 반질반질~ 길이 들었네요. ^^

잉크냄새 2006-03-14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열사님 /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오랫시간 잊지 않고 있었지만 이렇게 다시 뵙게 될줄을 꿈에도 몰랐네요. 너무 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