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실수는 바늘과 실과 같은 것이라 할수 있다. 술자리에서 어느 정도의 실수는 차라리 인간적이라고도 할수 있지만 두고두고 안주거리로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피할수 없는 술 취한 자의 운명이다. 난 취해도 표가 나지 않는 편이었다. 아무리 취해도 비틀거리거나 말이 꼬이지 않으니 친한 사람 몇을 제외하고는 내가 취한지 아닌지 잘 구분하지 못했다. 그러니 결국은 건배의 대상이 되고 실수를 하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술 취한 자들의 회귀본능은 연어보다 뛰어나다. 연어는 그 과정이 고되고 생의 마지막 여행일지라도 맨 정신인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남는것 없는 술 취한 자의 회귀본능은 비몽사몽간에 이루어지기에 더 대단하다. 어떻게 들어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아침에 보면 그래도 방구석 한자리 이부자리까지 깔고 자고 있는 모습은 가련하다가도 스스로 대견(?)스러워지기까지 한다.

벌써 몇년전의 일이다.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른 상태였고, 귀가길에 올라탄 택시에서 깜박 잠이 들었다. 다 왔다고 말하는 기사양반의 목소리에 잠을 깨어 앞에 탄 사람에게 " 야, 택시비 니가 내! " 라고 말하고 술 취한 몸을 추스리면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몇걸음 갔을까. 뒤를 따라오는 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내 뒤를 쫓아오는 발걸음 소리, 이거 의외로 신경쓰이는 때가 있다. 특히 어두컴컴한 곳에서는 더욱 그랬다.

발걸음을 빨리 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행동강령을 속으로 주절거리면서. 점점 빨라지는 발걸음 소리, 결국 얼마가지 않아 누군가 커다란 손으로 내 어깨를 잡았다. "누구야" 최대한 강한 어투로 말하는 나에게 그 양반은 점잖게, 그러나 냉소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 손님, 혼자 타셨는데요."  택시 기사 양반이었다. 술은 꼭 찬물이나 꿀물로 깨는 것은 아니다. 몸둘바 모르는 챙피함이 술 깨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겪어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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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magic 2005-12-05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킥킥킥킥....

(교수님이 옆에 계서서 허벅지, 뱃살 잡히는데로 꼬집고 있음 ㅎㅎㅎ)

ceylontea 2005-12-05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황당했을 택시운전사 아저씨..
그리고.. 그 순간 잔뜩 긴장했을 잉크냄새님.. ^^
저도 원래 필름 잘 안끊기는데.. 전에 한번.. 결혼 전 혼자 살때.. 집까지 온 기억은 나는데, 그후 어찌했나 기억이 안나더군요..
그래서... 그다음부턴 조심하기로 했죠... 결혼도 안한 처자가 말입니다..
이젠.. 애때문에도 술많이 먹지 못하지만.. 이젠 술먹는것도 귀찮고 싫다는... 그래서... 강하지도 않은 술이 점점 약해진다지요. ^^

울보 2005-12-05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난감하셧을까 정말 술이 확깨셧을것 같아요,,

Laika 2005-12-05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에 누군가 탔을꺼예요...귀신이.....=3=3=3

ceylontea 2005-12-05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 너무 무서워요... (징징)

chika 2005-12-05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이거 잉크냄새님이 얘기하시니 더 재밌는거 같아요. ^^

검둥개 2005-12-06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ㅎㅎㅎㅎㅎ ;)

icaru 2005-12-06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취중 배짱이 장난이 아니시네요...!
아이고배야!!
3탄..기대해도 되겠심까?

잉크냄새 2005-12-06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 분명히 같이 탄것 같았어요. 저보다 기사 양반이 더 겸연쩍었을것 같네요.
아, 그리고 이미지 관리상 3탄은 자제할랍니다.^^

비로그인 2005-12-06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하이고야..무임승차를 하려 하시다니..흐음..술 취한 잉크냄새님 말에요, 사람이 말에요, 자꾸 그러심..

무지 귀엽삼!! 3탄을 연재하라! 연재하라!!

Laika 2005-12-07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재하라! 연재하라!!

잉크냄새 2005-12-08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됩니다. 이제 조용히 살아갈랍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12-15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취한 자의 회귀본능, 이거 잘 알지요. 필름 끊겨나가도 중간중간 이어가며 집으로 돌아오는 본능. 깜빡, 하면 서울역. 깜빡, 하면 갈아탄 버스. 또 깜빡, 하면 버스 종점. 뭐 그런 거 아니에요? ^^ 다시 보니까 제가 한참 전에 못 본 페이퍼군요. 그 이후에는 왜 연재 안 해요?

잉크냄새 2006-01-16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 어, 제가 왜 이제야 보게 되는걸까요. 한달이 넘은 댓글, 보실수 있을지 모르지만 성의껏 달아봅니다.ㅎㅎ 저런 글 연재는 제 청춘의 사망신고인것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