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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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한 권을 읽고 푹 빠져버린 마이클 코넬리. <실종>도 읽고 싶고, <시인>의 후속편인 <시인의 계곡>도 읽고 싶고, 대체 뭐부터 읽어야할까 고민하다가 생각해보니 법정 드라마는 좋아하는데 법정 스릴러 쪽은 읽은 게 거의 없어서 코넬리 표 법정 스릴러를 즐길 요량으로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를 골랐다. 물론 코넬리라면 이 정도 두께는 가벼웁게 이겨낼 수 있다는 걸 알지만,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지라 도무지 이 책을 읽을 시간이 없어서 도서관 반납 데드라인이 되서야 부랴부랴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역시 예상대로 반나절도 채 되지 않아 뚝딱 해치웠다.

  책의 제목처럼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인 미키 할러는 형사법 전문 변호사로 의뢰인의 유무죄보다는 그가 돈을 얼마나 지불할 수 있는가를 중요하게 여기는 속물적인(어떻게 보면 현실적인) 변호사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언젠가 자신이 무고한 의뢰인을 놓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품고 사는 인물. 그런 그에게 그가 정말 기다렸던 무고해보이는 의뢰인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오히려 그는 무고함을 가장한 악한 인물이었으니, 할러는 그의 변호를 맡으며 자신의 인생을 건 재판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법정 드라마나 영화는 즐겨 보면서도 법정 스릴러를 많이 읽지 않았던 것은 법정 경험이 없는 나로써는(뭐 꼭 법정 경험이 있어야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직접 눈으로 보여주는 영상에는 몰입이 되도 글에는 영 몰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코넬리는 이렇게 법정 스릴러에 별 흥미가 없었던 나 같은 사람마저도 푹 빠져들 수 있게 긴장감 있게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코넬리표 법정 스릴러를 만나기 전에는 법정물이란 역시 법정에서 치열하게 공방을 해야 제맛이라고 생각해왔다면, <링컨차->를 읽으면서는 법정 안에서의 긴장감도 중요하지만, 법정 밖에서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조사 작업이나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갈등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사실 할러라는 변호사는 굉장히 모순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고, 의뢰인을 선택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그가 무죄인가보다는 얼마나 돈을 지불할 수 있는가를 중요시하지만, 한편으로는 무고한 의뢰인을 알아보지 못할까봐 마음 한 켠으로 신경을 쓴다. 아예 악질도, 그렇다고 아예 정의의 사도도 아니라서 그런지 할러라는 인물이 꽤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겉보기엔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 보였던 두 개의 사건이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이나 사건을 조사하면서 드러나는 사건의 진상, 그리고 자신이 파헤친 진상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할러의 모습 등이 한시도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지만, 그 반전이 엉뚱하고 작위적이라는 느낌보다는 그저 '아아-'라는 짧은 탄식만을 낳았다랄까. 할리우드에서 영화화 예정이라고 하는데, 섣부른 판단이겠지만 <링컨 차->의 긴장과 반전, 그리고 오싹함을 영상에 담아내기엔 어지간한 감독(혹은 각본)이 아니고서야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졌다.

  역자 후기를 읽으니 이런저런 사정으로 꽤 묵혀 있다가 나온 듯한데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어서 기쁘다. 요새 슬슬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이 잇달아 번역되어 나오고 있는데 더 많은 코넬리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제 겨우 두 권째 만났지만 나를 옴싹달짝 못하게 자신의 매력에 빠지게 한 코넬리. 얼른 그의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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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9-11-22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법정소설 중에서도 이 책은 조사가 상당히 충실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이매지 2009-11-23 00:44   좋아요 0 | URL
저자 후기나 역자 후기 보니까
역시 법정 스릴러는 만만한 장르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ㅎㅎ

다락방 2009-11-23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고싶다 사지말자 사고싶다 사지말자 사고싶다 사지말자 사고싶다 사지말자 사고싶다 사지말자
오늘 비연님과 이매지님 서재 갔다가 아니 심지어는 브론테님마저도 다들 제게 이 책 읽기를 강권하시는 것만 같아요. 이번달 지름은 끝이라고 혼자서 되뇌어 보았지만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의기투합하여 제게 지름을 강권하시니 저는 어찌하오리까 ㅠㅠ

이매지 2009-11-23 13:30   좋아요 0 | URL
저도 브론테님발 지름신을 접했을 뿐입니다요 ㅎㅎ
다락방님도 코넬리 대열에 어여 끼세요~

다락방 2009-11-23 15:22   좋아요 0 | URL
저 [시인]읽고 멈춘 상태에요. 코넬리 대열에까지 끼면....어휴...안되요 ㅜㅡ

이매지 2009-11-23 22:44   좋아요 0 | URL
코넬리 대열에까지 이르면 파산도 눈앞에 ㅎㅎ
 
렛미인 2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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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한참 인기를 끌고 있는 '카라'를 두고 흔히들 '생계형 아이돌'이라 칭한다. 뭐 간단히 말하자면 숙소에 TV도 없이 지내던 아이들이 그야말로 먹고 살기 위해 아득바득 근성을 갖고 일한다는 의미로 그런 별명이 붙었다는데, 뜬금 없이 <렛미인>을 보며 '생계형 뱀파이어'라는 말이 떠올랐다. 뱀파이어 소설이라면 대개 비정상적인 존재인 뱀파이어가 정상인을 혼돈과 공포 속에 빠트리고, 영웅적인 주인공이 뱀파이어를 무찌른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런 말이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뱀파이어를 그들의 모습을 인간적으로 그려낸다.

  매일매일 학교에서 지독한 괴롭힘을 당하는 소년 오스카르. 지옥 같은 현실을 소소한 좀도둑질과 나무를 찌르는 일을 통해 겨우겨우 견뎌낸다. 그러던 어느 날, 오스카르가 살고 있는 블라케베리와 머지 않은 벨링뷔에서 한 소년이 목이 따인 채 거꾸로 매달려 피가 남지 않은 상태로 발견된다. 이에 경찰은 제의적 살인자를 잡기 위해 애쓰지만 괴상한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편, 오스카르는 옆집에 이사온 엘리는 비밀 친구가 되어 우정을 나누기 시작한다. 

  왕따 소년과 뱀파이어 소녀. 두 주인공은 철저히 사회로부터 소외되어 있다. 오스카르가 욘니 패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전교생이 모두 알고 있지만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선생님, 심지어 부모 조차도 오스카르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도, 누구와도 친해질 수 없는 오스카르에게 옆집에 이사온 미소녀 엘리는 구원이나 다름 없었다. 엘리도 고독하기는 마찬가지. 자신을 추종하는 호칸을 이용해 피를 공급받고 있기는 하나 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누구와도 마음을 터놓지 못하고 살아온다. 그런 엘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과 함께 놀아주는 오스카르는 운명이었다. 하지만 오스카르는 엘리가 뱀파이어임을 알게 되고, 둘의 우정은 무너질 뻔하나, 자신이 살기 위해 사람을 죽일 수 밖에 없다는 엘리의 말에, 너도 벗어날 수만 있다면 누군가를 죽이지 않겠냐는 엘리의 말에 오스카르는 엘리를 이해하게 된다. 단순히 쾌락을 위한 살인(혹은 흡혈)이 아닌, '생존'을 위한 흡혈이라는 말을 들으며 뱀파이어의 본질적인 번뇌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남을 죽이고, 남의 피를 먹어야만 살 수 있는 엘리의 모습은 어쩌면 자신의 성공을 위해, 혹은 자신의 쾌락을 위해 타인을 괴롭히고 밟고 올라가는 인간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기 위해 '고기'를 먹는다는 1차원적인 대립은 논외로 하더라도.)

 초반에는 낯선 지명과 이름 때문에 느릿느릿 읽어갔는데, 뒤로 갈수록 오스카르와 엘리, 호칸, 톰미 등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톰미라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는데 그의 비중이 적어서 아쉬웠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이야기지만 그런 어둠을 절망스럽지 않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그려가는 저자의 따스함과 재치에 반했다. 이제 원작을 봤으니 영화로는 오스카르와 엘리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갔을지 원작과 비교하면서 봐야겠다. 저자가 다음 작품인 <언데드 다루는 법>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풀어갈 지 기대된다. 그때까지 <렛미인>의 여운을 곱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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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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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 이미 몇 권의 작품이 소개되면서 은근한 입소문을 듣게 된 작가 오기와라 히로시.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은 호평을 들은 것은 <벽장 속의 치요>였지만, 입소문으로 먼저 알게된 만큼 <소문>이라는 제목에 끌려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뭔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속삭이는 듯한 표지를 보면서 대체 어떤 내용의 책일까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겼다. 

  광고기획사 컴사이트와 도쿄 에이전시에서는 이제 막 일본에 론칭을 시작한 향수 '뮈리엘'의 홍보를 위해 "한밤중에 시부야에는 뉴욕에서 온 살인마 레인맨이 나타나서 소녀들을 죽이고 발목을 잘라 간대. 하지만 뮈리엘을 뿌리면 괜찮데"라는 WOM(word of mouth)를 활용한다. 얼핏 듣기에는 터무니없이 들렸지만, 뮈리엘은 10대 소녀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간다. 그리고 얼마 뒤, 그저 홍보를 위해 조작해냈던 이야기가 실제로 벌어지기 시작하고, 어린 소녀들이 발목이 잘린 채 발견되기 시작한다.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에는 그 어느 때보다 입소문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긍정적인 소문보다는 부정적인 소문이 훨씬 더 빨리 퍼진다. 일례로 예전에 모 과자에서 쥐가 발견된 뒤 판매량이 10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을 정도로 하나의 소문은 판매를 좌지우지한다. 이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왕이면 자신들에게 호의적인 입소문이 나기를 바라고, 되도록 자신들이 네거티브한 소문에 휘말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추세다. 상대방을 깎아내려 반사 이익을 얻는 방법이나 파워블로거들에게 상품을 무료로 제공해 입소문을 만들어 내기도 하는 등 다양한 사람들을 동원해 기업은 한편으로는 소문을 내면서, 한편으로는 소문을 관리한다. 실제로 광고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저자는 이런 광고업계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미스터리에 적용시켜 오싹하게 보여준다. 그저 도시괴담으로 치부해버릴 수 있는 이야기지만 그냥 듣고 흘리기엔 찝찝한 이야기. 그런 찝찝함이 뮈리엘이라는 향수의 판매를 낳고 결과적으로 약간의 장난으로 효과적인 마케팅을 이룬다. 하지만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관계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 책은 '소문을 실행에 옮긴 레인맨은 누구인가?'를 중심에 두고 있지만, 책을 읽다보니 레인맨의 존재를 밝혀내는 결말보다는 곁가지로 등장하는 상황들에 더 눈길이 갔다. 여고생인 딸과 둘이서 살아가는 고구레 형사와 딸의 대화라던지, 나이는 젊지만 고구레보다는 계급이 높은 (게다가 여자인) 나지마 경부보와 고구레라는 묘한 콤비, 겉보기와는 다르게 어린 구석이 있는 시부야를 주무대로 삼고 있는 소녀들, 정체가 베일에 감춰진 광고기획사 컴사이트의 쓰에무라 등등 이 책은 누가 범인일까라는 목적을 깜빡할 정도로 잔재미가 풍부했다. 

  범인의 존재가 의외로 쉽게 드러나서 아쉬웠는데, 그런 아쉬움을 마지막의 한 줄로 달랬다. 물론 약간 사족 같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단순히 사건 자체보다는 인간의 심리적인 부분을 잘 다룬 소설이라 마음에 들었다. 범행 자체는 잔혹했고, 사이코적인 범인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영 찝찝했지만 고구레와 나지마 콤비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다음에 기회가 닿으면 다시 한 번 이 콤비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기와라 히로시와의 다음 만남에서는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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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1
알렉산더 매콜 스미스 지음, 이나경 옮김 / 북앳북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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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동안 재미있다는 소문을 들어왔던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시리즈. 매번 읽어야지하면서 왠지 끌리지 않아서 미뤄오다가, 얼마 전(5월 정도;;)에 영국에서 드라마로 이 시리즈가 만들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일단 원작부터 읽고 드라마를 봐야지'라고 쟁겨놨다. 아쉽게도 드라마가 시즌 1로 막을 내린 뒤에야 이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고, 어떻게 이런 작품을 여태 읽지 않았을까 탄식했다. 

  그동안 여탐정이 등장하는 많은 추리소설들을 읽어봤지만, 단연컨대 이 책의 주인공인 음마 라모츠웨가 가장 매력적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외형적인 요소에서는 쭉쭉빵빵하고 예쁘장하게 생긴 여탐정에 비해 경쟁력이 다소 떨어질 수 있는 푸근한 몸매의 소유자지만, 성격과 유머, 그리고 센스만큼은 다른 어떤 여탐정에게 눌리지 않을 것 같았다.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를 통해 처음 만났지만, 왠지 친근한 음마 라모츠웨. 시리즈의 첫 권이니만큼 이번 책에서는 그녀의 아픈 과거, 탐정 사무소를 차리게 된 경위 등 인물에 대한 기본적인 설정으로 구성되고 있었는데,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 있었지만, 곳곳에서 보이는 음마 라모츠웨의 유머와 삶에 대한 통찰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일단 이 책은 정통 '추리소설'과는 거리가 멀다. 나름 '여탐정'이 주인공인데 뭔가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안고 봤다면 그 점에서는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제시되는 사건도 누군가의 실종을 수사한다거나(하드보일드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지만 이 책 속에서는 하드보일드와는 거리가 멀다) 딸이나 남편을 감시하는 일 등 '탐정 사무소'보다는 '흥신소'에서 맡을 법한 사건들이 주를 이룬다.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것처럼 폼나는 탐정은 아니지만, 그래도 왠지 부시 차 한 잔 마시면서 마음속의 고민을 털어놓기에 그녀만한 탐정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아프리카가 배경인 소설을 몇 편 읽어봤지만, 아프리카 특유의 분위기나 전통이 우리와 제법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 속에서도 몇 가지 그런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예를 들어, 주술이나 가족에 대한 부분) 책 속에서 음마 라모츠웨가 끊임없이 아프리카, 아니 그보다는 보츠와나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데 그래서인지 나 또한 왠지 보츠와나가 어떤 곳인지 직접 가서 그들을 만나보고 싶어졌다. 짧은 이야기의 병렬이라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 있었는데, 음마 라모츠웨가 너무나 매력적이라 오히려 짧은 이야기가 아쉬울 지경이었다. 총 4권이 출간되어 있는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아직 읽지 못한 음마 라모츠웨의 이야기가 3권이나 더 있다는 사실이 책의 아쉬움을 덜어줬다. 한동안 라모츠웨의 매력에 빠져 지낼 것 같다. '넘버원'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은 시리즈.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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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의미
마이클 콕스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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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에 나오는 남자의 모습과 '찰스 디킨스와 코난 도일이 살아온 듯하다!'는 띄지문구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다. 6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분량과 낯선 빅토리아 시대에 대한 내용들, 게다가 온갖 지식의 향연으로 각주를 읽느라 많은 시간을 뺏겼지만, 주인공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 끝까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1854년의 어느 날, 런던의 어두운 골목에서 한 남자가 살인을 저지른다. 피해자에 대해 아무런 악의가 없었던 범인은 자신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인지 '시험'해보고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한다. 이렇게 시작된 주인공 에드워드 찰스 글리버의 이야기. 살인사건으로 시작되는 강한 시작때문에 사실은 그가 '살인마'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의 입을 통해 그의 과거에 대해,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적 포이보스 돈트에 대해 들으며 그가 궁극적으로 행햐려는 일은 포이보스 돈트에 대한 복수임을 알게 됐다. 학문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에드워드를 장난으로 파멸시킨 돈트. 그에 대한 복수를 준비하며 에드워드는 우연히 자신의 출생의 비밀에 대해서 알게되고, 그곳에서는 또 다시 돈트와의 악연이 있음을 알게 된다. 

  빅토리아시대 후기소설을 연구하는 앤트로버스 교수가 우연히 발견한 소설이라고 밝히고 있는 이 책은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진행된다. 빅토리아 시대에 대한 좀 더 깊은 배경지식이 있었더라면 작가가 설치해놓은 허구를 파악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빅토리아 시대에 대한 지식이 없는지라 그런 재미는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에드워드의 입을 빌려 듣는 포이보스 돈트와의 악연과 그에 대한 복수, 그리고 평생 잊지 못할 사랑에 대한 이야기까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이야기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탄생의 비밀, 복수, 사랑 등 어떻게 보면 지극히 빤해보이는 이야기지만,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지적으로 풀어낸다. 30년 동안 작가가 꾸준히 써내려갔다는 작품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이 책의 방대한 자료는 작가의 끈기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빅토리아 시대에 대해 잘 모르는 나도 마치 에드워드와 포이보스가 눈 앞에 살아 숨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쉬운 점이라면 초반에 에드워드와 안면을 익히기까지가 다소 지루했다는 점이다. 일단 그의 과거에 대해 파악하고서는 어느 정도 속도가 붙었지만, 초반 200페이지 정도는 약간 늘어지는 감이 있었다. 또 달리 반전이랄 것이 없는 결말도 약간 아쉬웠다. 만약 다른 결말이 있었더라면, 만약 에드워드에게 다른 삶이 주어졌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작가가 이 작품의 후속편을 쓰고 있다고 하니 거기에 기대를 걸어봐야 하는 것일까?!) 

  기존에 <핑거 스미스>나 <벨벳 애무하기>와 같은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좋아했던 독자라면 빅토리아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그리고 있는 지적인 이 소설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제법 두꺼워 부담스럽긴 했지만 시대 표현과 심리 묘사가 괜찮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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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9-06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빅토리아 시대는 대영제국의 초석이 된 시대로 우리는 흔히 영국의 전성시대로 알고 있지만,한편으론 산업 혁명이후 빈부의 격차가 더욱 심해지면서 각종 범죄가 난무하던 시대로 어찌보면 매우 어두운 시대이기도 하지요^^

이매지 2009-09-06 22:52   좋아요 0 | URL
빛과 그림자가 공존했던 시기였군요. 책 속에서 주인공에겐 거의 어둠만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순간순간 짧은 빛이 비추기도 했지만요.

책을 읽고서 새삼 빅토리아 시대가 궁금해졌어요. 빅토리아 시대가 배경인 다른 추리소설도 뭐 없을까요? ㅎㅎ

BRINY 2009-09-07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보고 싶군요.30년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쓴 소설이라니! (하루에 논문을 한장도 안쓰고 있는 제게 충격을 안겨주네요)

이매지 2009-09-07 12:44   좋아요 0 | URL
몇 장씩 썼던지 간에 30년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쓴 꾸준함에 박수를 ㅎㅎ
BRINY님 논문 쓰고 계시는군요 ㅎㅎㅎㅎ 어여 쓰세욧!

카스피 2009-09-07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빅토리아 시대 배경의 추리 소설하면 제일 유명한것이 바로 셜록 홈즈 시리즈지요^^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 소설은 우리나라에서 그닥 많이 소개되지 않아서 잘 모르겠고 만일 실제 빅토리아 시대의 어두운 범죄 사실에 대해서 알고 싶으시며 콜린 윌슨의 살인의 철학(이게 제목이 맞는지 모르겠네요.하도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을 추천해 드립니다.뭐 절판된 책이라 지금 서점에서 구할순 없지만 도서관에선 빌려 보실수 있으실 거에요.
정말 빅토리아 시대 인간의 어두운 면이 들어난 실제 사건을 서술한 책이지요.

이매지 2009-09-07 12:44   좋아요 0 | URL
셜록홈즈는 드라마로도 몇 번이나 볼 정도로 좋아해요 :)
콜린 윌슨의 책 꼭 찾아서 봐야겠네요 ㅎㅎ
어떨 때는 가상의 소설보다 실제 사건이 더 무서운 것 같아요~

미미달 2009-09-07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잼있을듯

이매지 2009-09-07 22:36   좋아요 0 | URL
영국에서 보면 좀더 색다른 느낌이 들까요? ㅎㅎㅎ
한국에 오거들랑 보세요~~

... 2009-09-07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 투~

이매지 2009-09-07 22:59   좋아요 0 | URL
ㅎㅎㅎ
브론테님의 리뷰도 기다리겠사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