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1
알렉산더 매콜 스미스 지음, 이나경 옮김 / 북앳북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오랫동안 재미있다는 소문을 들어왔던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시리즈. 매번 읽어야지하면서 왠지 끌리지 않아서 미뤄오다가, 얼마 전(5월 정도;;)에 영국에서 드라마로 이 시리즈가 만들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일단 원작부터 읽고 드라마를 봐야지'라고 쟁겨놨다. 아쉽게도 드라마가 시즌 1로 막을 내린 뒤에야 이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고, 어떻게 이런 작품을 여태 읽지 않았을까 탄식했다. 

  그동안 여탐정이 등장하는 많은 추리소설들을 읽어봤지만, 단연컨대 이 책의 주인공인 음마 라모츠웨가 가장 매력적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외형적인 요소에서는 쭉쭉빵빵하고 예쁘장하게 생긴 여탐정에 비해 경쟁력이 다소 떨어질 수 있는 푸근한 몸매의 소유자지만, 성격과 유머, 그리고 센스만큼은 다른 어떤 여탐정에게 눌리지 않을 것 같았다.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를 통해 처음 만났지만, 왠지 친근한 음마 라모츠웨. 시리즈의 첫 권이니만큼 이번 책에서는 그녀의 아픈 과거, 탐정 사무소를 차리게 된 경위 등 인물에 대한 기본적인 설정으로 구성되고 있었는데,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 있었지만, 곳곳에서 보이는 음마 라모츠웨의 유머와 삶에 대한 통찰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일단 이 책은 정통 '추리소설'과는 거리가 멀다. 나름 '여탐정'이 주인공인데 뭔가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안고 봤다면 그 점에서는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제시되는 사건도 누군가의 실종을 수사한다거나(하드보일드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지만 이 책 속에서는 하드보일드와는 거리가 멀다) 딸이나 남편을 감시하는 일 등 '탐정 사무소'보다는 '흥신소'에서 맡을 법한 사건들이 주를 이룬다.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것처럼 폼나는 탐정은 아니지만, 그래도 왠지 부시 차 한 잔 마시면서 마음속의 고민을 털어놓기에 그녀만한 탐정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아프리카가 배경인 소설을 몇 편 읽어봤지만, 아프리카 특유의 분위기나 전통이 우리와 제법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 속에서도 몇 가지 그런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예를 들어, 주술이나 가족에 대한 부분) 책 속에서 음마 라모츠웨가 끊임없이 아프리카, 아니 그보다는 보츠와나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데 그래서인지 나 또한 왠지 보츠와나가 어떤 곳인지 직접 가서 그들을 만나보고 싶어졌다. 짧은 이야기의 병렬이라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 있었는데, 음마 라모츠웨가 너무나 매력적이라 오히려 짧은 이야기가 아쉬울 지경이었다. 총 4권이 출간되어 있는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아직 읽지 못한 음마 라모츠웨의 이야기가 3권이나 더 있다는 사실이 책의 아쉬움을 덜어줬다. 한동안 라모츠웨의 매력에 빠져 지낼 것 같다. '넘버원'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은 시리즈.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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