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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의 침묵 ㅣ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2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책은 본지가 꽤 됐지만, 얼마 전 영화 <바티스타팀의 영광>을 봤던지라 그리 낯설지 않게 다구치-시라토리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영화에서는 다구치가 여자로 등장하고, 시라토리는 책에서는 땅딸보라고 등장하는데 영화에서는 키가 큰 아베 히로시가 등장해 원작과의 갭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그 느낌만은 고스란히 가지고 2권인 <나이팅게일의 침묵>을 볼 수 있었다.
1권인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의 9개월 뒤를 그리고 있는 이 책의 배경은 일명 오렌지 신관이라고 불리는 건물. 이 건물 내의 소아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요는 빼어난 노래 솜씨를 가진 간호사. 송년회 장기자랑에서 당당히 1등을 거머쥐고 동료 간호사인 쇼코와 집에 돌아가던 중 한 남자로부터 공연을 보러 오라는 초대를 받아 일명 가릉빈가라 불리는 사에코의 공연을 보러 간다. 그리고 그 곳에서 사에코의 노래를 듣다가 사요는 갑자기 비명을 지르고, 여차저차해서 무대에 올라가 생전 처음 들었던 그 곡을 부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사요가 노래를 부르자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사에코. 그녀를 구하기 위해 자신들이 근무하고 있는 도조대학병원으로 이송하게 되고, 그들과의 묘한 인연이 시작된다.
한편, 소아과에 입원해있는 미즈토와 아쓰시는 레티노블라스토마라는 병을 앓고 있어 조만간 안구 적출을 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미즈토의 부모는 아들이 입원해있음에도 한 번도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 제대로 치료의 방향을 잡을 수 없는 상황. 이에 사요는 미즈토의 아버지를 찾아가 아들을 치료할 수 있게 설득한다. 그리고 며칠 뒤, 미즈토가 그렇게 죽이고 싶어했던 아버지가 시체(그것도 내장을 꺼내놓은)로 발견되고, 이에 대한 수사도 시작되는데...
크게 두 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다구치-시라토리의 활약보다는 오히려 간호사인 사요에게 초점을 맞춘다. 빼어난 노래 실력으로 듣는 사람에게 단순히 소리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보여주는 사요의 노래를 비롯해 한 편으로는 나약한 듯하면서 한 편으로는 강한 면모를 가진 그녀의 성격이 이 책에는 잘 드러나고 있다. 다구치와 시라토리가 티격태격하며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은 보기 힘들고, 오히려 사요의 태도나 감정의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다구치와 시라토리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다소 실망감을 안겨줄 것 같았다.
또 독자 입장에서는 사건 자체가 너무 단순하게 다가오고(범인의 존재를 거의 드러내고 있으므로), 책 속의 내용으로만 볼 때는 너무 비약적으로 전개되서 다소 실망스러웠다.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의 경우에는 그래도 뭔가 의학소설같은 분위기가 있었는데, <나이팅게일의 침묵>에서는 의학적인 부분보다는 다소 초능력같이 느껴지는 공감각과 번번이 시라토리에게 종이모형이라고 불리는 Ai 등이 주가 되서 의학 미스터리를 기대하고 봤던 내게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천하의 시라토리의 천적인 가노가 등장해 극의 재미를 더하고, 다구치와 시라토리가 오랫만에 만나 다시 티격태격하는 모습이나 시라토리가 소아과 아이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모습, 마지막에 시라토리가 도망치는 모습 등은 꽤 코믹했다. 의학소설을 기대하거나 미스터리를 기대하고 본다면 실망할테지만, 그저 토리와 구치라 불리는 다구치-시라토리 콤비의 모습을 즐기기엔 그럭저럭 괜찮을 것 같다. <나이팅게일의 침묵>에 다소 실망하기는 했지만, 다음 권인 <제너럴 루주의 개선>은 이 책과 같은 시기에 병원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는데 그 쪽의 사정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덧)4분기에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이 드라마로 방영되는데, 여기서는 시라토리가 나카무라 토오루다. 이번에도 땅딸보와는 거리가 먼 캐스팅.
덧2) 영화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왼쪽이 시라토리 역의 아베 히로시, 오른쪽이 다구치 역의 다케우치 유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