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의 규칙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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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추리소설 작가 중에서 가장 가독성이 좋은 작가를 고르라면 단연 히가시노 게이고가 1위가 아닐까 싶다. 읽고 나서야 어찌되던 간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읽는 순간만큼은 최고의 재미를 보장한다. 무슨 기계에서 뽑아내듯이 작품을 찍어내서 작품 간의 편차가 있는 것은 아쉽지만 뭐 그건 어디까지나 읽고 나서의 문제. 하도 많이 쏟아져나오는 작품 때문에 이제는 좀 질려서 히가시노 게이고를 멀리하고 있었는데 추리소설의 패턴을 유머러스하게 풀고 있다는 이 책 <명탐정의 규칙>만큼은 추리소설 팬으로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야기는 오기와라 경감의 소개로 시작된다. 명탐정 덴카이치 다이고로의 활약상(?)을 들려주기에 앞서 탐정 소설이 그렇듯 경감은 어디까지나 들러리, 때문에 자신은 명탐정보다 먼저 진범의 정체를 파악해야 하고 명탐정이 진범을 잡을 때까지는 범인만 쏙쏙 피해가며 헛다리를 짚어야 한다고 말한다. 프롤로그만 읽어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이렇게 탐정 소설을 철저히 비틀고 있다. 왜 대체 죽어가는 사람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다잉 메시지를 남기고, 왜 항상 고립되기만 하면 살인사건은 일어나는 것일까? 대체 왜!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책을 통해 추리소설 작가와 독자 간의 암묵적으로 약속된 것들을 까발리고 뒤틀어 웃음을 준다. 

  밀실트릭에서부터 시작해서 의외의 범인, 고립된 장소에서의 살인, 다잉 메시지, 시간표 트릭, 토막 살인, 동요 살인, 흉기의 정체 등 추리소설 좀 읽는다는 독자에게 익숙한 패턴이 이 책에는 다수 등장한다. 익숙한 패턴이기에 오히려 간지러웠던 부분을 긁힌 것처럼 시원하게 웃을 수 있었다. 특히나 이미 범인이 자결해버린 다음에도 꿋꿋이 트릭을 설명하는 탐정의 모습이나 도무지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시간표 트릭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정말 빵 터졌다.

  사실 이 작품은 책보다는 드라마로 먼저 알게 된 작품이었는데, 이 드라마 평균 시청률이 10프로가 채 안 되는 다소 저조한 탓에(물론 심야 드라마였다는 탓도 있겠지만) 원작에 대한 기대감도 덜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책 속에서도 언급하듯이 항상 드라마는 원작보다 질이 떨어지기 마련. (하기사 생각해보니 미미 여사의 <모방범>만 하더라도 원작은 거의 레전드 수준인데 영화는 다른 의미로 참 그렇게 만들기도 힘들겠다 싶었지.) 뭐 일본의 다른 어떤 작가보다 영상으로 많이 만들어진 히가시노 게이고의 글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어쩌면 '내 작품을 가지고 이렇게 밖에 못 만드냐!'라는 불만을 토로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슬쩍. 

  작가의 역량을 까고, 추리소설의 패턴도 까고, 그걸 수긍하는 독자도 까고. 하나 같이 까고 까임의 연속인 책. 하지만 이런 유머러스한 까임이라면 몇 번이고 다시 까이고 싶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책. 기본적으로 만담 같이 유머러스하고, 한편으로 자학적이고, 자조적이었지만, 추리소설이란 대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어째 책을 다 읽고 나니 정통 추리소설 한 권 읽고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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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10-05-17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지금 침대 머리맡에 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읽고 있;;;;;;;;;;;;
오늘 자기 전에 몇 페이지라도 읽어봐야겠어요. 언제쯤 잘지 모르지만 흑흑 ㅠ

이매지 2010-05-17 10:06   좋아요 0 | URL
한 챕터가 많이 짧더라구요.
사실 저는 이 책 서점 갔다가 다 읽고 온;;;;;

카스피 2010-05-18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는 마치 30~40년대 미국의 블랙 마스크지를 보는것 같은데요^^

이매지 2010-05-18 22:45   좋아요 0 | URL
팝아트틱한 표지가 잘 어울리는 것 같더라구요 :)
 
인질 카논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최고은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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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만에 읽은 미야베 미유키의 단편집. 사실 미미 여사의 작품이라면 <모방범>이나 <이유> 같은 사회파 미스터리 혹은 <외딴 집> 같은 에도 이야기를 더 좋아하기에 일상 미스터리를 담은 이 책은 다소 미뤄놓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도서관에서 '뭐 읽을 만한 일본 추리소설이 없나' 하고 뒤적거리다가 서가에 꽂힌 이 책을 보고는 '어쨌거나 미미 여사는 기본은 하니까'라는 생각을 하며 골랐다. 표지의 어두운 느낌 때문에 내용도 다소 어둡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말인지 너무나 소박하고 일상적이라 읽는 내내 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딸랑이를 흘린 편의점 강도에 대한 이야기인 <인질 카논>을 시작으로, 프로 택시 기사가 자신을 찬 남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장기 계획을 세웠던 이야기를 듣는 <십 년 계획>, 우연히 지하철 선반 위에 올려진 잡지를 집었다가 그 속 끼워져 있던 수첩을 발견하는 대학생의 이야기인 <과거가 없는 수첩>, 불량 학생들에게 쫓기다 차에 치여 다리를 잃고 무기력해진 상황 속에서 할아버지의 죽음과 할아버지가 오래 전에 쓴 유서를 발견하는 <팔월의 눈>, 학교에서 이지매를 당한 아이의 경호 요청을 듣게 된 전직 경찰의 이야기 <지나간 일>, 실연 당하고 죽으려 했던 여자가 학교 담장을 넘는 남자 아이를 만나며 벌어지는 <산 자의 특권>, 오픈하우스 당일 위층에서 누수가 되어 한바탕 난리를 치르는 <새어나오는 마음> 등 총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된다. '일상 미스터리' 답게 정말 지극히 일상적인 상황이라 추리소설을 읽는 긴장감은 별로 없지만, 오히려 그런 소소한 이야기들이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도시에서의 삶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타인에 대해 철저히 무관심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편의점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사람이라도 대화를 나누는 경우는 거의 없고, 심지어 단골로 가는 편의점도 철저히 익명성을 보장받는다. 옆집, 윗집에 누가 사는지 모른 채 살아가는 것도 다반사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그렇다. 삶을 살아가기만으로도 벅차서, 혹은 타인에 대해 무관심한 것이 편하기에 익명성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다가 그들의 일상을 깨는 사건(편의점 강도 혹은 누수, 할아버지의 죽음 같은)을 만나면서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살았는지를 비로소 깨닫게 된다. 자기만 상처받고, 자기만 외롭다고 생각한 이들은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최근에 읽은 몇 권의 책이 그런 소재(혹은 주제)를 담고 있었기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익명성과 현대인의 고독만큼 사실 식상한 소재도 없을 듯하다. 하지만 미미 여사의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어쩐지 읽고 나면 나의 외로움도 조금은 토닥토닥 해주는 느낌이랄까. 어쨌거나 그나마 평범한 탐정이 등장했었던 <누군가>보다도 더 평범하고 소박한 이야기였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느긋한 마음으로 읽어갈 수 있어서 좋았다.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야기나 짜릿한 반전을 혹은 미미 여사의 작품이니까라는 마음으로 기대했다면 실망했을 테지만, 딱 이렇게 부담없이 느슨한 마음으로 읽을 책을 찾았던 터라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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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토끼가 도망친다 미도리의 책장 1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작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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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미도리의 책장'에 약간 관심이 생겨서 시리즈 첫 권인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를 골랐다. 사실 <월광게임>은 뭐 추리소설을 가장한 청춘소설이라는 느낌이었지만, <외딴섬 퍼즐>은 그나마 괜찮구나 싶었기에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는 어쩐지 시큰둥하게 읽어갔다. 총 4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개인적인 평으로는 뒤로 갈수록 괜찮은 작품이라 초반에 그만두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학생 아리스 시리즈'에서는 에가미 선배가 탐정으로 등장한다면, '작가 아리스 시리즈'는 임상범죄학자인 히무라 교수가 탐정으로 등장한다. 경찰의 요청에 히무라와 아리스가 참여한다는 설정으로, 아리스는 그저 추리소설 작가다운 엉뚱한 발상을 던지거나 사건을 기록하는 역할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학생 아리스 시리즈의 에가미 선배는 어딘가 인간미가 없어서 아쉬웠다면, 히무라는 아직 시리즈의 초반이라 그런지 캐릭터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웠다. 하지만 작품 자체만 보면 강력한 한 방은 없어도 소박한 잔재미가 있어서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한 여자를 놓고 삼각관계에 빠진 사이가 좋지 않은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를 다룬 <부재의 증명>은 쌍둥이가 등장한다는 설정에서 떠올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트릭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고만고만했다. 이어지는 <지하실의 처형>은 한 테러집단에 잡혀간 형사가 살인을 목격하는 이야기로, 설정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어딘가 긴장감이 떨어져서 아쉬웠다. <X의 비극>을 언급하는 <비할 바 없이 성스러운 순간>은 그나마 엘러리 퀸의 팬이나 다잉 메시지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매력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이 단편을 읽으며 다잉 메시지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표제작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는 분량이나 내용 모두 만족스러웠다. 하얀 토끼를 닮은 극단 여배우가 스토킹을 당하는데, 그녀가 잠시 도망쳐 있는 사이에 스토커가 살해당한다는 설정. 여배우과 스토커를 토끼와 거북이에 비유하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복잡하기 그지 없는 시간표 트릭도 흥미로웠다. (물론 시간표 트릭은 항상 100프로 이해하기엔 머리가 지끈하지만)

  셜록과 왓슨의 구도를 따르고 있지만, 셜록 쪽인 히무라도, 왓슨 쪽인 아리스도 아직은 2%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매력을 느낄 수 있을라나, 아니면 장편이 더 매력적이려나. 어쨌거나, 이래저래 아쉬움은 들었지만 신본격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나름의 재미를 안겨줄 듯 싶었다. 그나저나, 책을 읽고 나니 어쩐지 <X의 비극>이 다시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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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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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을 이야기할 때 여러 탐정이 거론되지만, 그중에서 가장 독보적인 인물은 역시 레이몬드 챈들러가 만들어낸 말로가 아닐까 싶다. 겉만 보면 비정한 도시 남자라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지만, 그 내면은 알고 보면 따뜻한 피가 흐르고 있어 매력적인 인물. 혹자는 지나치게 폼만 잡지 않냐고 이야기하지만, 그래도 내게는 최고의 탐정 중의 하나인 필립 말로. 여기 일본에서 필립 말로 시리즈에 매료되어 마흔 셋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챈들러에게 바치는 헌사 같은 작품을 내놓은 작가가 있으니, 바로 이 책의 저자 하라 료다. 미학미술사학을 전공하고 재즈 피아니스트로 활약하다가 느즈막히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로 데뷔한 이 작가. 다작(多作)과는 거리가 멀어 20년 동안 겨우 네 편의 소설을 썼을 뿐이기에 그 퀄리티만큼은 작품을 찍어내듯 만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것보다는 백 배쯤 낫다는 생각. (물론 둘을 단순 비교하는 건 좀 그렇지만)

  일단 이야기는 여느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이 그렇듯 실종된 사람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느 날 사와자키가 일하고 있는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에 르포라이터 사에키를 찾는 오른손을 감춘 남자가 나타난다. 두툼한 봉투를 내밀며 사에키의 행방을 묻는 남자. 하지만 사와자키는 사에키라는 인물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었고, 그렇게 일은 유야무야 끝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곧 일본 미술계의 큰 손인 시라시나 슈조의 변호사에게 연락이 와 사에키를 아느냐고 묻는다. 좀 전에 얻은 정보를 이용해 사와자키는 시라시나 슈조의 의뢰를 받게 되고, 그의 사위인 사에키가 딸 나오코와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기로 한 날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나오코의 의뢰로 사에키의 행방을 찾기 시작하는 사와자키. 그렇게 실마리를 쫓아가던 사와자키는 오른손을 감춘 남자와 도지사 저격 사건, 그리고 사에키가 얽혀 있음을 알게 된다. 

  허름한 탐정 사무소를 꾸려가고 있다는 점을 비롯해서 이 책은 많은 부분 필립 말로 시리즈와 닮아 있다. 마치 필립 말로가 좀 더 현대로, 그리고 일본으로 옮겨온다면 이런 모습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슷하다. 하지만, 필립 말로 시리즈와 달리 이 책은 니시고리 형사와 와타나베라는 존재 때문에 좀 더 유연해지고, 사와자키라는 인물의 특징이 더 돋보인다. 알콜 중독자인 전직 경찰 와타나베와 그와 오랜 기간 알고 지냈지만 배신 당한 니시고리 형사는 적절한 타이밍에 사와자키를 도와 그가 의뢰 받은 사건을 무사히 해결하게 도와준다. 이 둘 또한 사와자키처럼 비정한 인물이었다면 재미가 없었을 텐데 어쩐지 어눌한 면이 있어서 되려 재미있었다.

  사실 챈들러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이 책은 어쩌면 그저 챈들러의 아류일 뿐이다. 솔까말 나도 그런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단순히 필립 말로의 아류가 아닌 사와자키만의 특색을 조금씩 찾는 재미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미미했지만.) 데뷔작이라 그런지 이야기의 얼개는 좀 느슨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페이지는 술술 넘어갔다. 정교하게 짜여진 트릭도, 충격적인 결말도 아니었지만 사건 자체보다는 사와자키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춰 본다면 재미가 배가 될 듯 싶었다.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에서 사와자키가 어떤 캐릭터를 구축해갈 지는 모르겠지만, 그와의 첫만남은 앞으로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필립 말로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본다면, 아니면 필립 말로를 만나기 전에 이 책을 봤더라면 더 재미있게 봤을 텐데라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어쩌랴. 나는 이미 필립 말로를 알아버렸는 것을. 어쨌거나, 아류가 단순한 아류로 남을 지 나름의 영역을 구축해갈지는 다음 작품 <내가 죽인 소녀>에서 확인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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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4-20 0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에서 추리소설이 많이 나오네요. 만화도 그렇구요.
일본 책들은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는데 선물로 <모방범>을 받았는데 꼭 읽어봐야겠어요.^^

이매지 2010-04-20 10:01   좋아요 0 | URL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서 추리소설이 꽤 활성화되어 있는 것 같아요. <모방범>은 정말 강추추추추추추!

카스피 2010-04-20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드보일드는 그 토양이 워낙 미국적이고 이른바 하드 보일드 빅 3의 영향이 매우 지대하여 후대의 하드 보일드 작가들의 작품은 그 영향에서 벗어날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건 국내에서 김성종의 하드 보일드 작품의 영향이 워낙 크기에 일단 하드 보일드 작품을 쓴다면 김성종류의 느낌을 독자들이 받을수 밖에 없다는 것과 일맥상통하지요^^

이매지 2010-04-20 10:00   좋아요 0 | URL
사실 하드보일드 작품이라는 것이 비슷비슷하기는 하죠. 근데 이건 좀 많이 대놓고 필립 말로의 느낌이 ㅎㅎㅎ
저 그러고보니 김성종의 작품은 읽어본 적이 없네요. 항상 벼르고만 있는 ㅎ

다락방 2010-04-20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죽인 소녀]가 더 좋다는 말에 저는 그 작품을 먼저 읽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외려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가 더 좋더군요. 그 책 속에서 사와자키가 더 멋있었어요. 더 하드보일드하고.

음, 아류라고 부르기엔 사와자키에겐 좀 미안해져요. 말씀하신대로 사와자키에겐 사와자키만의 특색이 있으니 말이지요. 비슷한 성격이긴 하지만 아류라고 하기는 네, 좀 미안해요. 왜인지.. 흐음.

저도 필립 말로를 알아버려서, 더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이를 어쩌면 좋나요!

이매지 2010-04-20 09:5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결국 문제는 필립 말로 같은 탐정이 먼저 등장했다는 것이지요 ㅎㅎ

사실 저도 <내가 죽인 소녀>를 먼저 읽을까 하다가 그래도 몇 작품 나오지도 않았는데 순서대로 읽자는 생각에 이 책부터 ㅎㅎ 근데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가 더 좋으셨다니. 기대를 접고 봐야 하는 건가요.
 
실종 - 사라진 릴리를 찾아서,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4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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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넬리 작품의 장점이라면 일단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는 것. 지금까지 읽어온 코넬리의 다른 작품들도 그랬지만 유독 이번에 읽은 <실종>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책 뒤표지에 실린 '히치콕'에 빗대는 말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정말로 <실종>은 히치콕의 영화와 꽤 많이 닮아 있었다. 우연히 사건에 휘말리는 점이라든지,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주인공, 범인으로 몰리는 것, 맥거핀 효과 등 히치콕 영화에서 자주 접했던 것들이 잘 표현되어 있었다. 

  유망 벤처기업의 사장인 헨리 피어스. 약혼자와 헤어진 뒤 새로 이사한 집에서 전화를 개통하자마자 릴리를 찾는 이상한 전화를 받기 시작한다. 한두 번이라면 무시하고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계속해서 릴리를 찾는 남자들의 전화를 받고 피어스는 몇 가지 질문을 통해 LA달링스에 릴리의 전화로 올라간 번호가 자신의 것임을 알게 된다. LA달링스 측에서도 릴리와는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 이에 피어스는 작은 실마리들을 통해 사라진 릴리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경찰에 릴리 살해에 대한 용의자로 몰리게 되고, 릴리를 관리하는 이들에게 무시무시한 경고를 받는다. 하지만 릴리의 행방은 묘연하고, 피어스 또한 위험해지기 시작한다. 

  사실 초반에는 왜 피어스가 그렇게 릴리를 찾는 전화에 신경을 쓰는 것인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어쩐지 편집증스럽다는 생각도 들 정도로. 하지만, 이후 그와 그의 누나에 얽힌 사연이 드러나면서 그런 트라우마가 있다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설정 자체가 지나치게 작의적이긴 하지만.) 그저 릴리에 대한 추적을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 '대체 릴리는 언제쯤 찾는 거지' 하고 약간은 시큰둥하게 읽었는데, 릴리의 시체를 발견하고 그 모든 것이 짜여진 각본이라는 논리적 결론에 내리면서부터는 대체 진범은 누구인지, 진범이 노리는 것은 무엇인지 바짝 긴장하게 읽었다. 

  사건에 대한 몰입이나 캐릭터에 대한 매력은 다른 작품에 비해 덜했지만, 글을 통해 눈앞에 영상이 펼쳐지는 것 같은 생생함은 여전했다. 마지막에 바짝 끌어당기긴 했지만, 그래도 사실 전체적으로 좀 밍밍하긴 했다. 만약 저자가 코넬리가 아니었다면, 큰 기대 없이 읽었더라면 더 재미있게 읽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저히 합법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어둠에 가려진 포르노 사업, 그리고 분자 컴퓨터라는 일반인에게는 아직은 약간 낯선 아이템이 꽤 흥미를 돋운 작품이었다. 마지막에 몇 가지 의문이 들긴 했지만(특히 대체 피어스는 경찰을 어떻게 자기 편으로 돌린 건지) 읽는 순간만큼은 나도 주인공과 함께 릴리를 찾는 거대한 음모 속으로 함께 걸어들어갔다. 이제 국내에 나온 그의 작품 중 <허수아비>만 남겨놓고 있는데, 어쩐지 아껴두고 싶은 마음. 이래저래 불만이 많아도 역시 난 코넬리 빠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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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4-14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시는 리뷰들을 읽으면 관심가는 책들이 생겨요.ㅋㅋ
자제를 해야하는데..ㅋㅋㅋ 큰일이에요.^^
멋진 리뷰 감사해요~

이매지 2010-04-14 22:34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어쩐지 부끄럽네요.
요새는 리뷰에 많이 신경도 못 쓰고 있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