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곱번째 파도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결말에 한 번쯤 아쉬워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결말에 아쉬워하던 독자들에게 반갑겠지만 <새벽 세시>의 결말에 나름대로 만족해하던 독자들에겐 아쉬운(?) 소식이 있었으니, <새벽 세시>의 후속작인 <일곱번째 파도>가 출간된다는 것. 언제쯤 이들의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을까 오매불망하던 차에 드.디.어 그들의 뒷이야기를 만나게 됐다.
당연히 후속 이야기는 없다고 생각했던 저자는 출간 후 ‘두 사람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자’는 메일을 숱하게 받으며 어쩌면 그들의 이야기가 그렇게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라나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밝힌다. 까딱하다가는 전작의 여운을 없앨 사족이 될 공산이 크다고 생각했기에 전작의 결말에 나름대로 만족해했던 내 입장에서는 후속편이 나온다고 했을 때는 썩 마뜩찮았다. ‘전작의 인기에 영합해 고만고만한 재탕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도무지 에미와 레오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기에 <일곱번째 파도> 앞에 휩쓸리고 말았다.
일단 <새벽 세시>의 후속작이니만큼 전작을 읽는 것이 필수다. <새벽 세시>가 이 두 사람의 만남과 관계의 구축이라면 <일곱번째 파도>는 이 두 사람의 관계를 좀더 공고하게 만드는 과정이었다. 첫 페이지부터 에미의 매력이 뚝뚝 떨어지는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한 부분 지루할 틈이 없이 술술 넘어갔다. 사실 이들이 만약에 오프라인에서 만나게 된다면 이메일의 형식이 아니라 다른 형식으로 진행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는데(혹은 이메일과 서술이 섞인다던지), 작가는 에미와 레오를 직접 대면하게 하면서도 이들의 이야기는 철저히 이메일로 진행시켜 독자로 하여금 이들이 만났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궁금하게 하고, 이들의 만남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이들이 나눈 진솔한 대화는 이들 사이에 모니터라는 장벽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들은 ‘품위 있는 끝맺음’을 위해 직접 만나기도 결심한다. 하지만 ‘품위 있는 끝맺음’이 아닌, 자신들을 둘러싼 흐름에 몸을 맡긴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가온 ‘일곱번째 파도’. 어떻게 보면 굉장히 통속적인 소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에미와 레오 때문일 것이다. 실재하는 현실과 가상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지만, 그렇기에 더 친근감 있고, 현실성 있었던 이들의 모습은 나로 하여금 마치 오랜 친구의 연애담을 듣는 것처럼 끊임없이 맞장구치게 만들었다. 통속적이나 매력적인(둘을 굳이 비교하자면 매력이 더 크다) 책. 결말을 읽고 처음엔 ‘뭐 이것도 나쁘지 않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일곱번째 파도>식의 결말을 곱씹으며 그 다음 이야기를 상상하게 됐다. 책을 갓 읽었을 때보다 다 읽고 하루하루 지날수록 진한 여운이 남았다. 어쨌거나 <새벽 세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꼭꼭 읽어야할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