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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 악마 1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그깟 순서 따위가 소설 책을 읽는데 무어 그리 중요하겠어. 싶었지만 다빈치 코드를 읽기 전에 이 책을 봐야 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못 이기는 척, 다빈치 코드를 읽기 전 워밍업 해 준다는 마음으로 펼쳐든 천사와 악마. (지금 생각해봐도 무엇을 먼저 읽어야 한다 같은 것은 상관없을 듯싶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가를, 쩨쩨하게 따지면서 읽고 앉았는 나는. 추리 소설 처음 읽나 싶게 촌스럽다. 내가 촌스러운 게 아니고, 작가가 역사적 유물에 대한 사실과 허구의 얼개를 멋지게 조합한 것일거다. 라파엘로는 그렇다치고, 베르니니라는 인물을 고대 일루미니티의 핵심 멤버로 조명을 해 보인 것.
이 책을 읽기 시작하고, 콜러가 소장으로 있는 cern에서 비토리아가 반물질에 대해 설명하는 1권 초반 부분에서 한번 지루했을 뿐, (역시 나에게 과학은 쥐약이고 수면제다) 1권 중반 이후부터 2권 끝까지는 주인공들의 24시간이 내 24시간인양 숨가쁘다. 그리고 역시 빠지지 않는 의외의 반전.
그런데 이 책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미가 약간 반감될 수 있다. 정신 없이 후딱 읽어내야 한다.
"비토리아가 암살자에게 노획물인양 납치되지 않았다면, 랭던이 궁무처장과 함께 헬리콥터에 오르지 않았다면," 이런 ('~이런 설정이 아니었다면~"이라는 가정을 하게끔 만드는) 장치는 헐리우드 영화처럼 사건의 결말을 도출하기, 갈등을 야기해 재미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지만, 좀 뻔한 감이 있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보여 주는 테러리즘에 대한 정의는 경청할 만하다. 테러리즘의 목적은 공포와 두려움을 창조하는 것이라는 것. 두려움은 기존에 성립된 믿음을 갉아먹는다. 그리고 대중 속에 불안을 불러일으켜서 적을 내부부터 약하게 만든다. 테러리즘은 분노의 표현이 아니다. 테러리즘은 정치적 무기다. 끄떡없을 것 같은 정부의 외형을 무너뜨리고, 사람들이 믿음을 빼앗는 것이다. 믿음의 상실.
“신은 이상한 방식으로 일하신다.” 라고 했나.
이 책도 그렇다. 다분히 헐리우드 영화스럽지만, 독특한 방식으로 과학과 종교와 역사를 엮은 재미나는 책임에 분명하다. 인류의 산물인 과학이나 종교 자체는 애초에 천사나 악마 어느 쪽에도 속할 수 없다. 늘그렇듯 과학이나 종교의, 천사 혹은 악마와 같은 이면성을 낳는 주역은, 바로 종교나 과학에 대한 '인간의 과도한 믿음'이었다는 것을 또한번 입증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