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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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팀에 경력 사원이 새로 들어왔다. 이쪽 분야도 좁다면 매우 좁아서 우리들 중,  새로 들어오는 사람에 대해 알만한 사람이 하나쯤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경력 사원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다음과 같아서 깜짝 놀랐다.
“그 사람이 끼면 원만했던 관계들이 악화되고 최종적으로는 분위기가 흉흉해진대.” 

그 사람의 실체는 차지해 두고라도, 정말 무서운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러내놓고 악한 것이라면 차라리 쌈빡하다. 이 말의 경우는, 파리 한 마리도 잡아 죽이지 못할 만큼 인간적이고도 심약해 보이는 낯빛을 하고, 뒤로는 사람들 간의 맘을 어그러지게 조종해 놓고, 거기에서 남모르는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뜻일 터이다. 

하지만 또 드는 생각은 ‘악인’이라는 규정만큼 또 모호한 것이 있을까. 하는 것. 우리는 자신의 이해 관계에 따라 다른 사람을 일테면 악의 세계로 충동질하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의 컴컴한 속내가 보이는 충동질에도 알면서 모르면서 그렇게 빠져서는 악행을 행하기도 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악인’의 범주에 대한 딜레마에 빠졌다. 그리고 솔직히 좀 악인의 캐릭터가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가사 크리스티가 죽기 전(죽기 바로 한 해 전)에 쓴 마지막 작품이라고 한다. 주인공 포와로가 딱 작가의 운명과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 좀 섬짓할 정도다. 어쩐지 크리스티는 자신의 각본대로 산 사람 같다. 후기에서 보면 아가사 크리스티가 포와로에 대해 언급한 것 중에 “포와로가 너무 귀엽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됩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극중 팔순의 노인이 귀엽다? (포와로는 크리스티의 전신인게야....)
 이 책 리뷰는 조심해서 써야 한다. 자칫 방심하면 스포일러를 터뜨릴 수 있다. 미리 리뷰를 읽지 않고, 책을 읽는 편이 좋고, 되도록이면 아가사 크리스티의 어지간한 작품을 모두 읽은 다음 이 작품이 맨 마지막이다 싶은 시기에 읽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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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 2005-03-16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경력 사원에 대한 평 정말 흉흉하네요. 살다 보면 정말 선한 사람도 정말 악한 사람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추리 소설 속에서는 그런 느낌이 더 많고요. 님 글의 마지막 부분을 읽고 보니 저는 아직 이 책을 읽을 때가 안 되었네요. 아직 아가사 크리스티의 책 중 안 읽은 것이 많이 있거든요. 한 주의 중간 잘 보내세요.

icaru 2005-03-17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밀밭 님~ 오랜만예요~ 하시는 사업(?)은 잘 되시죠?
마지막에 읽는 게 좋다고는 했지만...저도...아직 읽고 싶은 크리스티의 작품이 많이 남아 있는 가운데서 읽었거든요~ 만약에 ... 사전 정보가 좀 있었다면...뒤로 미루어서 읽었을 것 같단 생각이.... 책에서... 지난 사건을 회고하는 부분이 더러 나오더라고요...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이나 나일강의 죽음(?) 같은...

sayonara 2005-03-26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이 작품은 스포일러라고 할 것도 없을 것 같은뎅... 이미 포와로 최후의 작품(!?)으로 너무 유명하잖아요. 뭐, 그런 의미에서 읽으니까 나름대로 읽을만은 하더라구요. ㅋㅋㅋ

icaru 2005-03-28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자요 마자...
스포일러 정도는 못되지만....책 껍데기에 써 있던걸요... 포와로가 나오는 마지막 작품이다...
그럼에도 그럼에도......이러구러한 사실들을 모르고 읽었더라면...더 재밌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들었어요...
사실...피해 의식이...좀 있어요...제게..

2005-03-31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중간지점의 집 동서 미스터리 북스 105
엘러리 퀸 지음, 현재훈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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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지점의 집’

호기심을 유발하는 제목이다. 이 쪽에도 속하고 저 쪽에도 속하는 자의 죽음.

사건 해결의 열쇠는 단연 그가 어느 쪽에 속하는 사람으로써 죽음을 맞이했는가 하는 것이다.

사건 현장에서 그는 극과 극을 달리는 두 인생을 동시에 살았음이 밝혀진다. 상류 사회의 아내와 대저택에서 호화롭게 사는 삶. 소박한 아내와 검소하게 사는 평범한 세일즈맨으로서의 삶.


나는 이 작품이 두 가지 점에서 좋았다고 생각한다.

<앵무새 죽이기>에서 스콧의 아버지가 톰을 변호하는 공판 부분이 가장 감동적이었듯이, 이 작품도 소박한 아내를 범인으로 지목하여 그의 오빠가 변호하는 공판이 나오는 중간 부분이 가장 흥미진진하였으니, 첫째 이 책이 법정 스릴러 풍이라는 것.

마지막 부분에서 범인을 지적해 내기 위해 사건의 현장에서 다시한번 상황을 재현하고 도둑이 제발 저려 스스로 ‘나 범인이요’ 하고 드러나게 만든다는 점.


퀀의 작품은 기발한 상황, 치밀한 구성, 동기의 의외성 스토리의 반전이 구비된 전형적인 본격 추리소설이 많다. 그는 무엇보다도 독자들에 대해 페어플레이를 한다. 그는 독자를 속이려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독자에 대한 도전이기도 할 것이다. 독자가 범인을 알아맞힐 수 있다면 독자의 승리이며, 작가의 패배이다. 이것은 작가와 독자와의 두뇌 경쟁이며, 작가 엘러리 퀸이 추리 소설을 지적 게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작가는 이러한 추리 소설의 흥미를 끝까지 추구한 셈이다. 엘러리 퀸은 페어플레이를 강조한 나머지 작품 끝부분에 ‘막간의 도전’이라는 챕터를 만들어 독자에게 도전하고 있다.


“나는 몇 년 전부터 큰소리로 독자들에게 짐작으로 맞추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과학적으로 게임을 해 주기 바란다고 외쳐 왔다. 그 편이 분명히 힘은 들지만 훨씬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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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2005-02-11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 제가 좋아하는 류의 책이네요. 추리소설이면서 법정장면이 많이 나오는 그런 이야기를 제가 딱 좋아하거든요. 읽을 책이 많아지네요.

icaru 2005-02-11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하!! 님도 추리소설이면서 법정 장면이 많이 나오는 그런 이야기 좋아하시는군요!!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 논리를 펴거나, 생각 못한 것을 지적해 낼 때는 솜털이 전률하는 감동이 밀려 온다지요~!

kleinsusun 2005-02-11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가 참 이쁘네요.
독자를 속이려 하지 않는 태도.음...읽어 보고 싶어요.
독자나 시청자를 막판에 바보 만드는 작가들이 넘 많아용.

icaru 2005-02-12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라인 수선 님.....그죠~ 주홍빛은 정말 뭔가를 캐내고 싶게 만드는 열을 발산시키는 거 같아요.. 저 시리즈 색깔들이 다 그렇더라구요...
전 정통추리물을 좋더라구요...아가사 크리스티나 앨러리퀸처럼요..

미네르바 2005-02-13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 소설은 별로 안 읽어서 어떤 작가가 있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님의 이 글을 읽으니 꼭 읽어보고 싶네요. (그러고 보니, 님의 독서분야는 참으로 방대하군요^^) 독자들에게 페어플레이를 한다는 점도 맘에 들고요. <앵무새 죽이기>의 법정 공판은 정말 가슴을 훈훈하게 해줬지요. 일단은 보관함에 넣어 봅니다. 땡스투도 누르고요^^

icaru 2005-02-14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 소설의 힘은 잡념이 많을 때도 읽힌다는 데 있는거 같아요...
무거운 주제의 책만 읽으란법만 없은까요..~ 내 시름은 제쳐두고 이렇게 속절없이 저 멀리 남의 살인사건에 빠져드는 몰입의 즐거움...히힛...그런 맛이죠..

sayonara 2005-02-20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의 등불', '10일간의 불가사의' 등 최근 엘러리 퀸의 작품들을 몰아읽어서 이 작품을 구입하고도 잠시 쉬고 있는 중입니다. 앞의 두 작품은 재미있기는 했지만 비극 시리즈에 비하면 그 재미가 좀 덜하더라구요.
부디 '중간지점의 집'이 앞의 두 작품보다는 더 재미있었으면... ^_^
하지만 이미 엘러리 퀸의 최고작들을 경험한 뒤라 충격은 덜하겠지요. ㅋㅋ

icaru 2005-02-21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 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신의 등불', '10일간의 불가사의' 는 가급적 피해가야겠습니다... 님에게 이 책이 앞의 두 작품보단 재밌어얄텐데...저으기 걱정도 된다는...
 
다 빈치 코드 1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이창식 번역 감수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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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건책 다빈치 코드를 드디어....읽었다.
천사와 악마를 읽고 나서 읽은 터라, 어떤 패턴 같은 게 보여서 개인적으로 온전한 재미를 못 느끼며 읽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사실은 * * 의 * * 이었다거나, 맨 처음에 피살된 소니에르가 실은 * * 의 * * 이었다는 것 등이 그닥 신선하지가 않았다.......

댄 브라운의 작품 이제 두 번째 것을 읽고, 이렇게 물려버린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아무래도 이 작품에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인가보다.
 
그림이나 예술 작품 속에서 기호학적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얻어가는 것도 전작 ‘천사와 악마’와 비슷하고, 하여튼 로버트 랭던만 그대로고, 또다른 여주인공 비토리아가 소피로 대체된 것. 막판에 여러 가지 사건들을 다 해결하고 이제는 비토리아가 아니라 소피와 막판에 남녀 끈끈한 애정이 생겨나리라 예상되며 끝나는 것. ----> 영화로 만들기 위해 쓰여진 작품이라는 냄새를 강하게 풍기는 것들이 뭐 이것 뿐일까.

주변 친구들은 이 책이 아주 재밌었다고 이야기하니, 친구들과는 “맞아, 재밌더라.” 해놓고, 이렇게 알라딘 서재에 와서는 그런데....나의 진짜 느낌은 좀 김빠진다는 거야 라고 호박씨를 까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 소설을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나 매튜 펄의 <단테클럽>과 비교하면서 이 책이 인문학적 접근에 치우치지 않고, 대중 문화적 아이콘을 차용해 글을 썼다고 했는데, 이 소설의 지향점이 이렇게 대중적인 재미를 지향한다는 것에 대해선 아무런 유감이 없다. <단테 클럽>은 재미가 난해함을 압도하지 못하리라는 그래서 나에게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계산에 읽을 생각도 안 했지만, <다빈치 코드>는 어렵지 않다고 해서 책을 얼른 집어들었지 않았나... 대중적 코드라는 점에서는 유감이 아니라, 감사를 해야지 싶다. 나의 유감은 이 책의 스타일이 <천사와 악마>와 반복되었다는 점, 그리고 그것만 못하다는 점에서 좀 김이 새는 것일거다.

약간 흥미로웠던 것.

이 소설에서는 전세계적으로 열두 개 이상의 비밀단체들이 아직도 고대의 성 의식을 행하며 이를 통해 고대의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의 예를 톰크루즈의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의 예를 통해 들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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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1-05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사와 악마는 그래도 좀 낫습니다...

hanicare 2005-01-05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에도 복순이 언니님만의 리뷰를 보게 되니 반갑군요. 사실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데 아니라고 말하는 건, 어떤 사람에겐 자신을 과시할 기회인데 어떤 사람에게는 힘든 것인가 봅니다.

플레져 2005-01-05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이 언니님은 정말 폭넓은 독서를 하셔요... 저는, 흑흑...

다빈치 코드 읽어야 하는데, 가끔 책장만 들춰볼 뿐입니다. ㅠㅠ

icaru 2005-01-05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 님 / 굴게요...천사와 악마가 더 손에 땀을 쥐게 했지 싶네요..

하니케어 님 / 히히...그닥 솔직하게 자기 의사 표명을 못하는 편이야요...둘레둘레 눈치도 많이 보고요...살면서 후천적으로 얻어진 습성 같은데....여기 서재서까지...그러지 않아도 된다 싶어...좋다 하고 있어요..

플레져 님 / 폭넓은 독서라~ 말이좋아 글치..이궁.. 전..플레져 님의 깊고 그윽한 감수성이 반영된 책읽기 쪽이 더 부러운데...^^

비로그인 2005-01-05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와 비슷한 추리형식일까요? 음, 아직 감은 못 잡았지만 그러니까 이건 [천사와 악마]의 아류작품이라고 생각해도 좋을런지요? 근데 제 말투가 왜 이러죠..좋을까요, 도 아니고 좋을런지요, 는 또 뭐여..

내가없는 이 안 2005-01-06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사와 악마가 더 낫다는 말은 알라딘서재에서 많이 들어본 듯한데 그래도 전 둘 다 읽을 거랍니다. 아직 다른 책들에 밀려 다빈치도 급한 마음에 서두만 보고 말긴 했지만서도요. ^^ 그런데 올해들어 복순이언니님 리뷰를 연속으로 읽게 되니 참 좋군요. 역시 그 저력이 어디 갑니까? 그렇잖아도 지난번 김별아 리뷰 보러 왔다가 다른 책도 하나 건져서 보관함에 넣었는데... 뭘 넣었는지 궁금하죠? 리뷰 양이 많으니 대충 훑었다고 생각했는데도 아직 못 본 리뷰도 꽤 되더라구요. ^^ 올해 안에는 리뷰 올리기로 계획 잡았답니다. 클클.

icaru 2005-01-06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언뉘../ <나무>는 무엇인가요? 추리물일런지요? 지난번에는 코끼리 쏘다를 소개하시고...오늘은 슬쩍 <나무>를 던져 주고 가시네~ 히히...아...제가 보기엔 글쵸...<천사와 악마>의 아류작 같다는...그런 느낌이 드는 것인 어인일일런지요~ 제 말투 왜 이런겨...

이 안 님/ 이상하죠...다빈치 코드를 떠억 앞에 대하고 있음...급한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이요...저도 그랬담다...이거 얼른 읽어치우야는디...

근데...어떤 책을 보관함에 넣으셨대요?? 사실 저두 그래요...

님의 리뷰를 다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가끔 이걸 왜 지나쳤을까 싶은 것들이 툭툭 튀어나오더라구요... 그런 책이 사랑해야 하는 딸들 하나 뿐인감요~




픽팍 2005-03-19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 빈치 코드 꽤 잼나게 읽었는데 천사와 악마가 더 잼나다면 그것도 상당히 입맛당기네요 ㅋ
저는 주위에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다 빈치 코드 보면 시험 든다고 꺼려하더라구요 ㅋ
길지 않은 글인데도 자신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것 같네요 ㅋㅋ대단해요 ㅋ

icaru 2005-04-12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픽팍 님...고마워요~~
 
천사와 악마 1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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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깟 순서 따위가 소설 책을 읽는데 무어 그리 중요하겠어. 싶었지만 다빈치 코드를 읽기 전에 이 책을 봐야 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못 이기는 척, 다빈치 코드를 읽기 전 워밍업 해 준다는 마음으로 펼쳐든 천사와 악마. (지금 생각해봐도 무엇을 먼저 읽어야 한다 같은 것은 상관없을 듯싶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가를, 쩨쩨하게 따지면서 읽고 앉았는 나는. 추리 소설 처음 읽나 싶게 촌스럽다. 내가 촌스러운 게 아니고, 작가가 역사적 유물에 대한 사실과 허구의 얼개를 멋지게 조합한 것일거다. 라파엘로는 그렇다치고, 베르니니라는 인물을 고대 일루미니티의 핵심 멤버로 조명을 해 보인 것.
 
이 책을 읽기 시작하고, 콜러가 소장으로 있는 cern에서 비토리아가 반물질에 대해 설명하는 1권 초반 부분에서 한번 지루했을 뿐, (역시 나에게 과학은 쥐약이고 수면제다) 1권 중반 이후부터 2권 끝까지는 주인공들의 24시간이 내 24시간인양 숨가쁘다. 그리고 역시 빠지지 않는 의외의 반전.
     
그런데 이 책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미가 약간 반감될 수 있다. 정신 없이 후딱 읽어내야 한다.

"비토리아가 암살자에게 노획물인양 납치되지 않았다면, 랭던이 궁무처장과 함께 헬리콥터에 오르지 않았다면,"   이런 ('~이런 설정이 아니었다면~"이라는 가정을 하게끔 만드는) 장치는  헐리우드 영화처럼 사건의 결말을 도출하기, 갈등을 야기해 재미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지만, 좀 뻔한 감이 있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보여 주는 테러리즘에 대한 정의는 경청할 만하다.  테러리즘의 목적은 공포와 두려움을 창조하는 것이라는 것. 두려움은 기존에 성립된 믿음을 갉아먹는다. 그리고 대중 속에 불안을 불러일으켜서 적을 내부부터 약하게 만든다. 테러리즘은 분노의 표현이 아니다. 테러리즘은 정치적 무기다. 끄떡없을 것 같은 정부의 외형을 무너뜨리고, 사람들이 믿음을 빼앗는 것이다. 믿음의 상실.

“신은 이상한 방식으로 일하신다.” 라고 했나.

이 책도 그렇다. 다분히 헐리우드 영화스럽지만, 독특한 방식으로 과학과 종교와 역사를 엮은 재미나는 책임에 분명하다.  인류의 산물인 과학이나 종교 자체는 애초에 천사나 악마 어느 쪽에도 속할 수 없다. 늘그렇듯 과학이나 종교의, 천사 혹은 악마와 같은 이면성을 낳는 주역은, 바로 종교나 과학에 대한 '인간의 과도한 믿음'이었다는 것을 또한번 입증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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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12-22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이 이상한 방식으로 일하신다구요... ^^

날이 춥죠? 복순이언니님, 출퇴근하실 때 너무 춥겠다. 감기 조심하시고... ^^

icaru 2004-12-22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네에~ 일테면...진실을 간구하는 기도에 즉각 응답치 않으시고...우회하여~ 아프게 깨닫게 하신다는...그런~ 의미로다가.... ^^


내가없는 이 안 2004-12-23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실을 간구하는 기도에 즉각 응답치 않으시고...우회하여~ 아프게 깨닫게 하신다는... 이런 문구만 보면 흥분이 돼요. 기쁘고 고마워서일까, 억울해서일까, 저도 가늠이 안 되지만... 어느 땐 그 이상한 방식에 펑펑 울면서 기도를 하다가, 또 어느 땐 그 요상한 방식에 분통을 터뜨리며 다시는 뒤도 안 돌아볼 것처럼 굴다가... 지금 멀뚱히 서서 바라보긴 하는데, 실은 내가 그 손바닥을 어찌 벗어나겠어, 싶은 마음으로 서 있다는 거죠, 중요한 건. ^^

설박사 2004-12-28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주의 리뷰에 당선되셨네요. 축하드립니다. 리뷰도 잘 읽었습니다. ^^

플레져 2004-12-28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 님, 축하해요! 다빈치 코드도 아직 읽지 않아서 이 책은 엄두도 못내고 있었어요. 님은 참...빠르시고, 다양한 독서를 즐기시네요.

icaru 2004-12-29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박사 님...플레져 님...넘 고맙심다~!! 꾸벅~~~~!!


sayonara 2005-02-20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막 읽었습니다. 마치 키퍼 서덜랜드의 24부작 드라마 '24'를 보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저는 이미 움베르토 에코의 대단한 박식함('장미의 이름')에 충격을 먹은 뒤라 그냥 재밌게만 읽었습니다. ㅋ

icaru 2005-03-23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장미의 이름...대학2년 때 숙제 땜에 울며겨자먹기로 처음에 펼쳐 들었더랍니다... 그런데 또 읽다봉께... 역대 숙제땜에 읽은 책치곤 또 최고봉이라...근데... 줄거리랑 이것저것 생각이 당최 안 나요... 영화로본 클레이찬 슬레이터랑...숀 코넬리 얼굴과 수도복만 둥둥 떠댕기고...에흉...! 이 즈음에 다시 함 읽어줘야 되나 이러고 있어요...
 
코끼리는 기억한다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6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권순홍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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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니, 생각이 났는데,,,, 예전에 신문지상에서 본 것이다. 외국에서 선정하는 무슨 광고상에 대상을 받았다는 텔레비전 광고 한 편이다.


어떤 유치원생이 동물원에 소풍을 갔다. 이 아이의 한 손에는 아이스크림이 (음료였던가?? 아무튼 이 것을 광고하려는 시츄에이션) 들려 있고, 코끼리 앞에 있다.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갖고 코끼리를 희롱했다. "냐~ 먹어"  한 다음에 코끼리가 코를 뻗어 받으려 하면 확 거두어들이는... 장난질을 한 것이다. 코끼리는 화가 났겠지만, 참았다. 요 꼬맹이에게 당하는 수밖에... 이 유치원 꼬맹이가 어른이 되어 예의 그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코끼리 앞에 무방비로 서 있다. 이 코끼리가 예전의 그 코끼리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아마 예전에 코끼리를 골려 줬던 일도 기억 못할지도 모르며....  그러나, 코끼리는 이 청년의 아이스크림을 코로 홀딱 뺏고는 청년을 뒷발로 걷어차 버린다. 코끼리는 이십여 년 전 일을 여태껏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코끼리가 그렇게 기억력이 좋다니...머리가 커서 그런가?


이 작품엔...평균 독자 리뷰 별점이 세 개 밖에 없다. 왜 그럴까. 아마도 별점 주는 걸 범인의 의외성에 둔다면, 별이 세 개 밖에 없다는 것에 납득이 가기도 하다.  

이 사람이 이러해서 과거 이런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라고, 중반 정도만 읽으면 알 수 있다. 에르큘 포와로 님께서 그닥 머리를 많이 굴리지 않으셔도 되었겠다 싶었다. ‘엇 정말정말 의외인 걸...’ , ..." 하는 맛이 덜하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구성이 치밀하지 못하다거나 어딘가 들어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지루한 줄도,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면서 읽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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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4-12-08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이 작품에 별점을 두개밖에 안줬네요.ㅎㅎㅎ

간결한 문장과 기발한 트릭이 크리스티 여사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저그런 작가의 작품이었다면 저도 별 네개를 줬을텐데.. ㅎㅎㅎ

icaru 2004-12-08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님이 쓰신 리뷰를 보네까네...구구절저러 마자요!! 기발한 트릭이 없지요.....

글고 보니...이 작품은 여사의 나이 여든 즈음에 썼다네요.... 그래서 드는 생각은 여사께서...이 분야에 오래 있음서 한참 산...어른으로써 ...어린 사람들에게 일러두고픈 말들을 하기에 치우쳤다는 생각... 어린 사람들이란... 실리아와 데스몬드 커플요... ㅋ

써니 2005-01-24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빌려죠요~~~꺄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