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낙엽
토머스 H. 쿡 지음, 장은재 옮김 / 고려원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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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남편과 한국계 배우 존조가 나온 영화 <서치>를 봤는데, 나는 잘 만든 영화라 생각하며 정말 재밌게 봤었다. 그런데 남편은 영화가 어딘가 불편했다고 한다. 어떻게 부모가 하나밖에 없는 딸 아이의 친한 친구들 연락처와 딸이 평소 뭘 좋아하고 무엇으로 시간을 보내는지 그렇게 모를 수 있냐면서 디테일이 떨어진댄다. (자기도 별반 다르지 않은 부모일 것 같은데 라는 마음의 소리는 잠재우고..) 그러게 라고 동조했다. 일은 일어나려고 해서 일어나는 것이지 부모의 처신 부족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후에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 하는 것. 이 소설도 마찬가지. 이동진의 빨간 책방에 소개되었었다는 동생의 말을 접하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으리라. 추리소설이지만, 범인이 누구인가를 풀어가는 논리의 탁월함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마치 주인공이 평범한 우리네 독자들 나 자신(배우자가 있고, 십대 소년을 자식으로 두었고)을 보는 것 같을 정도라서 사건의 만났을 때 나 자신의 마음의 궤적의 따라가고 있는 것 같은 익숙함이랄까? 그래서 일단 읽기 시작하면 몰입도가 엄청나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 원래 그러하듯 누가 읽어도(비단 십대 아이를 부모로 둔 가정만이 아니라) 그렇겠지만 독자의 심연 저 아래를 건드린다. 읽다보면 어느 부분에선가는 눈가가 매워질 수도 있다.

 

 

참 좋은 추리 소설을 읽었다. 옮긴이의 프롤로그에서도 함께 사는 누군가를 좀더 믿고 사랑해주기를 당부하고 있다.” 그의 말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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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여인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윌리엄 아이리시 지음, 이은선 옮김 / 엘릭시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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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은 현실을 도피하고 싶을 때 읽으면, 마침맞다. 도피하고자 할 만큼 권태롭고 싫은 상황에 처해 있지 않음에도,, 잘 읽히는 것은 작품이 워낙 출중했기 때문일까?

윌리엄 아이리시라는 필명을 사용해 작품을 발표했다는 이 사람. 코널 조지 호플리 울리치. 라는 작가에 대한 호기심을 거둘 수가 없다. 1903년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부모님이 어렸을 때 별거하였고,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와 함께 멕시코에서, 나머지 생의 대부분은 뉴욕으로 돌아와 어머니와 함께 호텔들을 떠돌며 살았다고 한다. 삼개월인가 결혼생활을 했지만, 커밍아웃을 하지 않은 동성애자.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는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괴사로 한쪽 다리를 잃고 휠체생활. 6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을 때는 그의 시체 겨우 사십 킬로그램밖에 안 되었다고.

그의 소설들이 고독하면서도 달콤쌉쌀한 페이소스를 주는 것도, 평생 그가 산 삶과 무관하지 않은 느낌이다.

 

도입부에서는 지난해 말에 봤던 영화 <나를 찾아줘>가 자꾸 오버랩되었다. 아내를 살해하지 않았는데, 협의 추궁받는 설정이 그렇다. 굳이 공통점을 또 찾아보자면, 아내가 양처良妻는 아니라는 점?

 

"맞아. 할 말이 없겠지. 하지만 나는 주어진 증거에 따라 내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야. 만약 내일 똑같은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나의 수사 방식은 변함이 없을 걸세. 내 개인적인 느낌은 배제해야 하니까. 구체적인 사실들을 놓고 판단하는 게 내 임무니까."

 

주인공을 기소한 형사가 주인공에게 하는 말이다. 주인공 핸더슨이 자기 방어랍시고 '여자', '모자' '희한하다' 세 단어만 이야기하면서 설득력없고 허술한 알리바이를 댄다. 주어진 증거에 따르자면, 핸더슨이 용의자인데, 형사 버지스의 직감은 핸더슨은 진실을 말하고 있다, 라는 것.

사실, 날조된 알리바이는 아주 교묘하며 매끄럽고 세세한 부분까지 그럴듯하기 마련이다. 자신이 하는 일이 직관력을 억누르고 주어진 사실들로만 판단해야 하는 종류의 것이라면, 이또한 괴로운 일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수제 구두를 신고 있었지만, 굽이며 광택을 보면 낡은 티가 났다. 드레스도 싸구려 옷가게에는 찾아볼 수 없는 맵시를 뽐냈지만, 너무 자주 입은 티가 났다. 이 모든 것이 가장 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눈빛이었다. 일정한 직업 없이 임시방편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 특유의 비정상적인 긴장감으로 번뜩였던 것이다. 어디에서 어떤 식으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으려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는 눈빛이었다.

그의 다른 작품을 더 읽어보면 알 일이긴 하지만, 이것이 작가의 여성관이 아닐까 싶다. 이와 유사한 여성들이 필시 많이 등장할 것이다. 아니면, 그의 어머니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나의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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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5-01-16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리엄 아이리시의 소설들은 당시 다른 추리작가들과는 다른 특이한 느낌을 주고 있지요.그의 책에는 일반적인 명탐정이 주인공이 아닌 자신도 모르게 범죄사건에 말려드는 남녀가 주인공들이기에 책의 전개 내용도 일반적인 추리 소설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지요.
위에 쓰신것처럼 아이리쉬는 다른 작가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고 고독한 삶은 살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추리소설 세계를 만들었는데 그래선지 아이리시 사후 그의 작풍과 비슷한 추리소설은 나오질 않았다고 합니다.
도식적인 느낌의 추리소설에 지루함을 느끼쎴다면 아이리시의 작품도 좋은 선택인데 다만 국내에는 몇권만이 번역되어 아쉬운 감이 있지요^^

icaru 2015-01-18 10:05   좋아요 0 | URL
와 윌리엄 아이리시 마니아신가보가 카스피 님은..
아이리시와 같은 작풍 딱..제 스타일입죠..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어요.. 작가 초기에는 피츠제럴드의 필력을 따라했더라는 듀나 님의 후기가 붙어 있긴 했었지만요 ^^;

라로 2015-01-25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른 읽고 여기에 댓글 달도록 하겠습니다. ㅎㅎㅎ오늘 빌려왔거든요~~~~~힛 그래서 님의 글은 나중 댓글 달 때 읽을래요~~~ㅋ

icaru 2015-01-26 15:51   좋아요 0 | URL
오오! 환상의 여인 이 책,,,물건이더라고요!
비비아롬나비모리 님 덕에 제 눈에 들었으니,, 감사드려얄 듯해요!!
 
작자미상, 미스터리 작가가 읽는 책 - 상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2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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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살짝 설랜다. 전작주의 하고 싶은 작가를 발견한 것이다.

애석한 것은 그런 목표를 세우고 독서를 할 수 있을 만큼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다는 것이긴 하다.

그래도 일상이 반짝 하는 순간이었다. 이 작가 대단한걸~ !

산마처럼 비웃는 것, 이라는 민속학 소재의 추리물을 읽었을 때도 대단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역시 민속학이란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나 구미가 당기는 매니악한 면이 있어, 도입에 들어가기까지는 약간의 애로 사항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지극히 현대물이라서 아주 그냥 쭈욱~흡입하며 달리게 된다!

왜? 부제가 '미스터리 작가가 읽는 책'인가 싶었더니만,

이건 과장도 아니고, 첨언부언도 아니게 딱 미스터리 작가들은 일단 공부겸 해서 읽으면 유익하겠다 싶다.

직접적으로 내용 전달이 되겠다 싶은 그런 꼭지가 중간 챕터 하나이긴 하지만 말이다.

하마터면 노트 펴 놓고 필기할 뻔~ ! 

 

형식은 와카타케 나나미의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하고 비슷하다. 챕터와 챕터가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것일지는 (하)권에 확인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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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마처럼 비웃는 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5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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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올해 시작머리부터 내 손에 들려 있던 추리물은 미야베 미유키의 '솔로몬의 위증'이었다. 아직 리뷰를 남기지 않았고, '솔로몬의 위증'에 대한 끄적임을 남길게 될런지는 나본인조차도 알 수가 없다.

3권까지 2000페이지가 넘거나 그에 달하는 분량을 완독한 이유는, 처음 잡았으니 끝을 보는 게 그간 이 책을 읽겠다고 들인 시간을 상응할 때, 억울하지나 않겠다는 심정이었다. ㅎ 작품이 나빴다는 것, 재미없었다는 것과는 좀 다른 이야기인게, 뭐랄까 작품 2권에서 진상을 다 파악했는데, 이어지는 3권에서도 법정 스토리로 버전을 달리해서 스토리를 중언부언하고 있으니, 맥빠진다랄지. 그런 것.

아무튼 이 리뷰는 산마처럼~ 을 위한 것이니까, 산마처럼~으로 넘어가자면, 미미여사의 그 방대한 솔로몬의 위증을 읽고 난 후, 당분간 일본 미스테리에는 손이 안 가겠군, 했었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남편이 먼지 이 책을 읽고, 참 잘 썼다고~ 아주 비상하다고~ 작가에게 향하는 건지, 작중 인물에 향한 건지, 이 책을 번역한 권영주 씨에게 향한 건지 모를 칭찬을 하는 것을 듣고, 얼마나 잘 기가막힌지 확인하고 싶어서 잡았던 것이다. 이 '산마처럼 비웃는 것'을,,,

확인해 보니, 세 인물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겠구나!  

 

처음에는 내가 이런 배경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책을 읽기가 쉽지 않겠구나 했다. 이런 배경이란, 산과 관련된 민속적 호러,라는 것이다. 내가 접한 미스터리의 새로운 지평인 건 맞지만, 낯설기 때문에, 그러니까 모르는 만큼 재미도 반감하게 될 것 같은 기우 비슷한 것이다.

 

무심코 지나치게 되면서도, 어쩐지 시점을 서술하는 이가 이부분에서 방점을 찍고 있다는 부분이 있었다. 물론 이런 트릭 비슷하지만 트릭도 힌트도 못 되는 장치들이 무수히 있기는 했지만, 촘촘하게 서술하다가 애매하고 묘해진다 싶은 작중 인물의 말이라거나 '표정이 험상궂은' 같은 붙지 않던 수식어에서 냄새가 맡아진다거나 했는데,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작가에게 나, 이부분에서 알아차렸어요, 대단한 독자지요? 같은 게 아니고, 이 작가 독자와 밀당을 잘 하네, 이 역시 기술이야, 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의 키워드는 밀실 살인, 그리고 * * *역, 이다. *처리는 그대로 적고 봤더니, 이 책을 읽으려는 사람들에겐 초반에 김새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고친다.

 

밀실의 수수께끼, 동요의 수수께끼, 얼굴 없는 시체의 수수께끼, 동기의 수수께끼, 범인의 수수께끼, 일가 증발과의 연관성의 수수께끼...

 

이 수수께끼를 막판 50여 페이지 걸쳐 가면서 해결하는데, 가해자는 범죄에 대해 보상할 의무가 없다. 스스로 자폭하니까.. 가해자는 왜 이런 일을 저질렀지? 그만한 이유로 이런 거야? 이게 말이돼...?

 

추리 소설에는 이런 질문할 필요가 없다. 수수께끼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게 어떻게 풀리는지 그 해결을 보면, 쾌감을 얻고 만족하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일상을 살면서 머리로는 받아들이지만, 몸과 마음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을 겪을 때, 특히 추리물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걸 보면, 추리물 안에서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은 괴이한 지점들이, 이렇게 저렇게 변형되고 그게 수용되고, 수수께기가 결국엔 해결되는 그 질서를 갖춘 세계에 대한 선망과 연결되는 것 같다.

 

아 추리 소설 리뷰 쓰기란 참 어렵다. 구체적인 거 말 안하고 변죽만 울리려니, 당최 뭔소리야 싶은 것이 ㅋ

 

'아, 예, 저 같은 사람이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야..."

앞으로 현실에서도 이와  같은 말을 들으면, 멈칫하면서 다시한번 그 저의랄지, 말하는 사람의 시각 관점, 관심사 등등을 다시한번 지나치지 않고 곰곰히 상기하게 될 거 같다.

 

아,, 이 책을 읽은 다음에 숙제도 하나 생겼다. 메리 셀레스트호 사건 실제 이런 일이 있었는지

좀 알아볼 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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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4-03-11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권까지 2000페이지가 넘거나 그에 달하는 분량을 완독한 이유는, 처음 잡았으니 끝을 보는 게 그간 이 책을 읽겠다고 들인 시간을 상응할 때, 억울하지나 않겠다는 심정이었다."

저도 매일, 이런 심정으로 살아요^^ 전 아직도 추리물이 어렵고, 무서워서요.
딸롱이 보라고 [셜록 홈즈 시리즈] 몇 권 빌려다 놨는데, 무서버서 시작을.... 못 하고 있습니당~

icaru 2014-03-11 11:49   좋아요 0 | URL
하아~ ㅋ
3권까지 2000페이지는 미먀베 미유키의 솔로몬의 증언 시리즈였는데요.
아,, 우짜든둥 읽었다는 거 그것에 의의가...

이 책 미쓰다 신조의 것은 처음이었는데, 이이가 편집자 하다가 작가 데뷔해서 그런가, 참 전체적으로 스토리는 잘 매만져져서 날것의 느낌은 없어요.
근데, 작품마다 붙여지는 제목이 참 섬뜩한 것이,,, 뭐더라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뭐 이런 책도 이이의 것이더라고요 ㅠ
 
흑백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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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가 거의 없는 세계에서 추리물은 삶의 변형과 전환을 수용하고, 그것들을 결국은 의미가 있는 플롯으로 진행할 수 있다. 어떤 의문이 해결된다. 거기서 얻는 만족감은 엄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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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2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