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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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에 이르고자 불행의 요소를 제거하려고 노력한 어느 병적인 나르시스트의 이야기이다. 소설이 되려고 그런 것이겠지만, 고유정을 연상시키는 작품 속 주인공 신유나는 실제 모델이 아니며, 병리적인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진 환자이다. 환자의 이야기를 읽은 것이다. 환자의 가족들 인생이 어떻게 망가지고, 조금은 늦었지만 극복해 나가는지를 보여 주는 소설.

인생은 경쟁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겠다. 신유나의 광기의 시작은 어릴적 일시적인 가정환경에 의해 가족을 떠나 조부모님 댁에서 지내야 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핏줄이지만 내가 아닌 남이자 경쟁상대였던 언니와 달라던 처지에서 상대적 박탈감과 비극이 시작된 것.

원래 완전한 행복의 지침서에는 무엇보다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나온다. 요즘 사회와 시대는 이 맥락을 잘못 읽어, 수상쩍은 징후들이 포착되는데 그것은 자기애와 자존감, 행복에 대한 강박증일 것이다.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 믿는 순간 개인은 고유한 인간이 아닌 위험한 나르시스트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소설이랄까.

즐거운 인생은 어떤 인생일까? 신유나처럼 불행의 요소를 제거하는 것? 이런 노력으로? 신유나가 생각하는 행복은 어떤 것이었나? 남들과 비교할 때? 좀더 좋은 것? 있어보이는 것? 행복이란 실은 그런 것을 얻기 위해 노력으로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더 높고 가치 있는 목표나 기준에 이르렀을 때 얻을 수 있는 무엇일 것이다.

즐거운 인생은 자고로 스스로 창조해내야 한다. 타인에게 악영향을 주거나 다른 사람이 이룩한 그럴싸한 껍대기만 보고 그것을 쟁취하고자 그대로 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현재를 즐기면서 미래를 계획하고 과거에 너무 집착하지 않으면 보다 행복해질 수 있다. 자존감이 바닥일 필요도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자신의 가치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있다면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인정하는 것을 배워야 할 것이다. 배워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찾아오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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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2-06-20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르시스적 자기애를 좀 버리고 남과 비교하지 않으면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이 리뷰랑 일맥상통하네요.

icaru 2022-06-21 08:07   좋아요 0 | URL
잉크님 말씀이 맞아요!! 요즘 어떻게... 행복하게 지내시나요? ㅎ 별일 없음 행복한 거다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ㅎㅎ 조용한 인생이요.

프레이야 2022-06-23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 나왔을 때 바로 사서 읽었어요. 정유정을 좋아합니다. 종의 기원,에서도 그랬지만 하드보일드하더군요. 섬칫해 하며 읽었는데 우리 안의 어쩌면 그런 악이 잠자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걸 드러내어 보여주려고 한 작가의 의도로 봐야할 것 같았어요. 완전한 행복은커녕 행복이란 게 있을까요. 신기루 같은 것^^

icaru 2022-06-23 21:56   좋아요 1 | URL
우아!!! 프레이야 님이 방문해 주셨다!! ^^ 완전한행복은 커녕이라는 말 전적으로 동감해요! 행복에 집착하지 않기로 해놓고도 ㅎㅎㅎ 하늘에 구멍이 나서 폭우가 쏟아지는 오늘 시원하다 라는 마음 한켠에 크고작은 물난리를 겪는사람들도 있을텐데 라는 생각이 또 딸려오네요 ㅎㅎ ㅠㅠ 몇년전에 타레가의 ‘눈물‘‘을 기타동아리 발표무대에서 멋지게 들려 주었던 잘자란 큰따님 안부가 궁금할 적도 있었어요 하하하! 잘 지내셨죠?

프레이야 2022-06-23 23:09   좋아요 0 | URL
오모나 그걸 기억하시네요. 그 앤 이제 서른이 다 돼가네요. 요샌 기타도 안 치고 번역한다고 올인했어요. 세상 평화로운 삶을 추구하고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