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꽤 재미있게 읽었지만, 치밀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어어어, 하면서 막 스피디하게 책장을 넘기기는 하는데, “주인공 너는 왜? 이렇게 나락으로 나락으로 향하고 있는거니? 뒤에 가면 나오려나?” 싶은 거. 작중 인물이 행동을 이끌어 내는 데 대한 동기 부여랄까, 그런 게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점이 감상을 약화시킬 수도 있겠다.

주인공 미로가 사랑했던 남자 나루세는 왜 미로의 친구 요코를 죽였으며, 미로가 나루세를 어떤 경로로 경찰에 밀고해 버렸다는 것일까? 나루세가 형을 마치게 될 때까지 기다려서 나루세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는 과연 무엇이었으며, 감옥 안에서 임기를 마치고 있을 줄 알았던 나루세가 몇 년전 자살을 했고, 의붓아버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미로에게 전하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의붓아버지를 죽여야겠다는 발상을 하게 되는 것은 또 어떤 사연이 바탕에 깔려서일까?   ------> 정확히 2년이 지나고, 그의 작품 얼굴에 흩날리는 비 라는 이 시리즈의 첫 작품을 읽고 이해했다. 무슨 이야기인지.... 

정말 물만두 님 말마따나 첫작품부터 나왔어야 할 것을...

그런데 내가 납득할 법한 사연 같은 것은 없더라는....  내가 납득하고 자시고는 중요하지 않은지도 모른다.  

실제 그런 삶도 맹목적인 삶도 있을법하다. 복수만을 생각하며 한걸음 내닫는 삶, 다 접고 손 안의 몇 십만 엔을 밑천으로 낯선 도시 혹은 다른 나라에서 새로 시작하고 싶은 스산한 욕망만 남은 삶.    


/

"왜 자식을 찾는지 이해가 안 되는군요."

재난이기 때문이야. 내가 버린 자식이 재난을 몰고 돌아올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견딜 수가 없어. 말하자면 버린 과거를 세월이 흐른 뒤에 수습해야만 할 시기가 와. 그때를 위한 준비지.”
/

"쌀쌀맞은 소리겠지만, 그 정도 부채를 안고 있는 게 앞으로 살아가기 쉬울 거예요."
/

"방금 사람을 죽인 게 처음이라고 했지만 거짓말이야. 나는 의붓아버지를 죽게 만들어서 도망 다니고 이어. 약을 먹었으면 살았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일부러 못 먹게 했어. 아버지는 괴로워하며 죽었지. 히사에는 아버지 애인이었기 때문에 나를 증오하며 집요하게 뒤쫓은 거야. 사람이 죽으면 재앙이 와."
/

"왜라니? 어떤 얼굴을 한 애가 나오는지 보고 싶지도 않단 말이냐? 재미있어. 어떤 사정이 이는지는 모르지만 남자 따윈 관계없어. 낳으면 여자가 이기게 되어 있어. "
/

갓난애의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며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잠들어 있는 애를 보니 갑자기 이상한 감정이 솟구쳤다. 내 몸에서 태어난 힘없는 생명을 보호하고 싶다는 욕망과 힘없기 때문에 멋대로 하고 싶다는 욕망. 양쪽 다 비슷한 무게의 욕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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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9-01-09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이 시리즈인지라 첫 작품이 먼저 나왔다면 좋았을텐데요.
거기다 이 시리즈는 독특하게도 시리즈 안에서도 시간이 뒤죽박죽이라고 하더라구요.

icaru 2009-01-12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로 시리즈로 나왔다는 것은 뒤에 옮긴이의 말에서 알 수 있었는데, 그렴 다크를 읽기 전에 무얼 읽었더라면 좋았을까요? 저는 뒤늦게 기리노 나쓰오 같은 대작가를 만나 행복했다는 ^^ .. 최근에 잔학기, 암보스 문도스, 아웃1, 2,를 몰아서 읽었더랬어요~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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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육에 이르는 병을 보면서, 분해했던 기억이 절로 떠오른다.

뭔가를 감추면서 말하는 서술자는 어떻게든 티가 난다고나 할까. 뭔가를 속이는 서술자는 독자를 현혹시키기 위해 또 특정의 뭔가를 강조한다. 이를 테면, 콤비를 이루었던 기요시가 고등학생이라고 계속 강조하는 것... 아무튼, 어떤 사실에 속고 있는지 까닭도 모르면서 읽는 내내 찝찝해했다.

이런 냉무스런 리뷰를 쓰는 이유는 500페이지가량이나 읽고나서야, 그 트릭을 알고 어쩐지 시간을 낭비한 것도 같고, 화가 나는 마음을 달래보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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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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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에 비친 모습을 보고 그 친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건가?"
"그는 이런 말을 했어.내가 너무 젊어 보인다고. 자신과는 달리 머리숱도 많다고. 그러면서 자신의 빠진 머리를 마음에 두는 것 같은 몸짓을 보였지. 그게 나를 놀라게 한 거야. 왜냐하면 이시가미라는 인물은 결코 겉모습에 신경을 쓰지 않으니까. 인간의 가치는 그런 걸로는 측정할 수 없고 그것을 필요로 하는 인생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옛날부터 그의 지론이었으니까. 그런 그가 겉모습에 신경을 쓰고 있는 거야. 물론 그의 머리는 꽤 벗겨졌지만 나이가 들면 어쩔수 없는 일이 아닌가. 그런데 그것을 한탄했지.그게 마음에 걸렸어. 그는 겉모습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즉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안 거야. 그런데 왜 이런 장소에서 갑자기 그런 말을 했을까?" -3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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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Lemon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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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진부했다. 용두사미가 된 거 같다고 해야 하나.
사모했던 여자의 흡사 분신과도 같은 딸을 두고 느끼는 아빠의 고뇌라던지 하는 진지하게 천착할 수 있는 감정선들은 뭉텅뭉텅 잘라냈다. 두 주인공의 출생의 비밀을 알기 위한 여정이 주요 스토리인데, 마치 영화를 위한 스토리보드처럼 조력자인지 적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의 도움으로 추격자들을 피하고 자신의 실체(클론이라는 것)를 알아가는 과정이 너무나 뻔해 보여 별반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역자는 후기에서 레몬이라는 제목 자체가 스포일러라고 하는데, 동의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레몬의 속뜻으로 가짜, 시시한 것, 불량품 이라는 뜻이 있다는 것은 또 처음 알았다.

89쪽

앤은 자기 출생에 의문을 품은 적이 없을까? 레몬을 먹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엄마를, 그리고 그 나흘 뒤에 아빠를 열병으로 잃은 그녀지만,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부모를 더할나위 없이 사랑했다. 부모의 이름을 멋지다고 생각하며, 두 사람에 사람들이 이야기해 준 추억들을 아주 소중하게 여겼다. 고아가 되고 나서는 토머스 부인이나 해몬드 부인이 보살피게 되고, 나중에는 초록색 지붕집의 늙은 남매와 살게 되지만 자기 부모에 대해 알고 있는 약간의 지식이 공상을좋아하는 앤을 계속 격려해 주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나도 앤처럼 아예고아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렇다면 엄마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죽음에 대해 고미할 일도 없고, 내가 부모와 전혀 닮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가슴앓이를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331쪽
내가 엄마라고 부르는 사람은 단순한 분신 제조 장치에 불과했다. 적어도 아빠는 그녀를 그렇게 취급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아빠는 아마 나를 전에 사랑했던 여자의 복제품으로밖에 보지 않았을 것이다. 틀림없이 나는 아빠에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마음 속에서 아빠에 대한 미움이 커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엄마의 몸을 이용하고, 함부로 인간의 삶을 조작한 것은 무거운 죄일 것이다. 그러나 아빠가 그런 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경우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면 혼란스러워 견딜 수가 없다. 그랬다는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존재하지 않아도 좋았겠느냐고 물으면 울고 싶을 정도로 난처한 심정이 된다.


424쪽
나는 눈을 감고 내가 죽었을 경우를 생각해 보았다. 내가 태어난 것이 잘못이라면, 내가 죽어 털어버리면 되는 걸까? 마치 비디오 게임의 리셋 버튼을 잘못 눌렀을 때처럼. 그렇게 하면 모든 것이 다 정리될까?
그렇지만 자신의 삶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까? 동시에 이런 생각도 했다. 자신이 누군가의 분신이 아니라고 잣니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걸까, 하는 오히려 누구나 자기 분신을 원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걸 발견하지 못해 사람들은 고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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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7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10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방범 3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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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른바 고도자본주의 사회의 운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먹고살기도 어렵지 않으면서 자아를 만족시킬 수 없는 인간이 넘쳐나는데, 그런 인간들 가운데서 어떤 확률로 연속 살인자가 등장하는 것.

그리고 옮긴이의 말을 빌어 표현하자면, 그런 선진국으로 갈수록 이런 범죄소설의 인기를 끈다고 한다.

소위 말하듯 똥을 싸듯 쑴풍쑴풍 쏟아져 나오는 미미 여사의 작품들 가운데 역작에 속할 듯한 이 작품도 베개 두께만한 책이 장장 세 권이다. 그런데 오 년 동안에 걸쳐 잡지에 연재한 것이라니, 분량이 그 정도가 된다는 것에는 수긍을 하지만, 5년 동안 완결편을 기다리는 독자들의 인내심에도 감탄을 하게 된다.


“구리하시와 다카이의 사고사를 천벌이라고 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그 의견에는 절대로 반대입니다. 놈들 자신들이 저지른 죄에 걸맞은 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뻔뻔스럽게도 벌도 받지 않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잊혀지고 말 겁니다. 그건 정말 옳지 않아요. 정말로 천벌이라면 그래서는 안 될 겁니다. 천벌이란 그렇게 부당하지 않아야 합니다.”

“나 같은 인간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구리하시가 말한다. 그렇구나, 그럼 어쩔 수 없다고 ...   설명이다. 분류다. 해석이다. 이미 일어나버린 사건을 현대의 사건사나 풍속사 속에서 정리할 때 파일의 등에 붙이는 레테르다. 그리고 분류하는 것도 파일을 만드는 것도 레테르를 붙이는 것도 범죄자가 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아무리 왜곡된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범죄자가 저지른 것과 같은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는 인간이 담당하는 작업이고 그래서 범죄자는 늘 분석되고 해석되는 쪽에 설 뿐, 절대로 그 쪽에서 이 쪽으로 건너오는 법이 없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자신의 내면에 있는 어두운 충동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적확한 표현이나 적절한 레테르를 가지고 있는 연속 살인범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자신의 내면에 대해 설명할 말이나 사고를 가지고 있을 테지만, 그것은 늘 만족스럽지 못해서 반드시 보충 설명이나 해석이 필요하며, 애당초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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