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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ㅣ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1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주말에 하는 의학 드라마를 아주 가끔 본다. 저 방에서 이 방으로 이동하는 중간 거실 텔레비전의 화면에 눈을 주는 정도로 슬쩍슬쩍. 집중을 해서 보지 않는 탓인지 내부의 알력 문제로 인한 정치 게임 같은 것엔 흥미를 못 느끼는 편이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그것은 흥미 있다. 같은 캐릭터 묘사도 화면에서 보는 것 보다는 책으로의 그것을 읽는 게 생생하고 재밌는 건 당연한 건가?
이 책의 유머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일단 공중그네의 의사 이라부와 비교를 하자면 의라부 의사에서처럼 억지스럽지 않다고 해야 할까.
세세한 부분에서 공감과 웃음을 유도해 내면 전체가 마음에 쏙 드는 것처럼 느끼는 경향이 나에겐 있다.
“그러던 후지와리가 요즈음 끓인 물이 플라스크를 천천히 올라가는 모습을 멍하니, 보기에 따라서는 넋을 읽고 바라볼 때가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나는 수술실로 들어가지 않고 서성거렸다. 단체 줄넘기에서 들어갈 타이밍을 놓친 둔한 여자애와 내 모습이 겹쳐진다."
"수술 현장은 곱셈과 비슷하지.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큰 수수자라 해도 제로가 한 명 있으면 결과는 제로가 되는 거야. 마이너스가 한 명 있으면 그 수치가 클수록 결과도 나빠지지. 그런가 하면 마이너스가 두 명 있으면 이 때는 오히려 결과가 완전히 플러스로 바뀌네.“
만나서 플러스가 되는 관계와 충돌을 이루는 관계의 그려보는 재미, 무엇보다 인물에 대한 통찰력이 마음에 드는 구절들을 꽤 많이 보인다.
일테면 바티스타 수술팀 내부의 문제를 밝히라는 의뢰를 받은 우리의 주인공 의사가 수술팀 사람들 하나하나를 면담할 때마다 맨 끝 질문으로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 묻는 부분.
그들 중 맨 먼저 나오는 기류를 보면,
가장 완벽에 가까운 인간이라 내가 속으로 용의자로 지목하게 됐던 그. 그의 이름 유래를 듣는데 우리 주인공과 내가 같은 반응을 했다.
기류 왈 “최고가 되어도 겸손함을 잊지 말라! 외과 의사였던 아버지의 뜻입니다.”
허참, 대단하다. 왜? 최고가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지은 이름인 게 아닌가?
p.96
자기 이름은 그 사람이 가장 많이 듣는 단어다. 그 특별한 단어에 대해 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은 그 사람의 생생한 세부 사항을 알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답을 거부당해도 상관없다. 왜냐하면 거부 그 자체에도 그 사람의 자세가 드러나는 셈이니까.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을 함부로 알려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p.114
그러나 회의와 서류더미 속에서는 해결될 일이 없다. 대부분은 현실과 직면하는 최전선 현장에서 순식간에 결정되는 것이다.
p.412
말은 윤곽을 다듬는다. 사람은 자신의 말로 스스로를 다듬는다. 스스로를 자신의 말 속에 가두고 천천히 질식해 간다. 히무로는 그게 싫어 말 자체를 다듬었다. 말을 줄였다. 최소한의 말로 사실을 선명하게 그려내고, 사람의 마음을 옭아맸다.
오타!!
37쪽
2004년 월요일----> 2월 4일 월요일
82쪽 "의태동물" - 사전에 나와 있지 않아서.... ‘보호색을 하고 있는 동물’ 정도로 풀어서 써 줘야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