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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벽 2 ㅣ 발란데르 시리즈
헤닝 만켈 지음, 권혁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이번 사건은 컴퓨터 네트워크와 관련 있다. 방화벽이라 써 있는 제목을 소리내어 방화벽이라 읽고, 머리속으로는 화재 현장이 나오는 방화범으로 이해했으니,,,, >.<
웹툰으로 미생을 애독하고 있다. 바둑을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 2%를 느끼면서 즐겁게 애독하고 있다. 그 마음으로 헤닝 만켈의 추리물을, 발란더가 동료들과 일을 하는 모습을 찾아 읽는다.
발란더 형사 팀이 작은 실마리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논의하고, 분담하는 팀웍을 볼 때 느끼는 짜잘스러운 감동과 미생의 그것은 다르지만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방화벽에서 그 균열의 현장을 처음으로 포착했다.
발란더 형사가 수사 진행 반장이다. 한때는 지금은 죽은 리드베리가 사건을 지휘했고, 발란더에게 모든 방법적인 것들을 전수해 주었었다. 지금은 마찬가지로 마틴손에게 모든 것을 전수해 준 사람은 발란더였다. 하지만 그는 리드베리가 가진 당연한 권위를 손상시키거나 문제삼고자 음모를 꾸민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런데 현재는 발란더가 악의에 찬 상상을 하게끔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마틴손을 위시한 동료들이 발란더의 등 뒤에서 그가 제대로 수사를 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수군거리는 건 아니까? 그리고 중대한 범죄가 발생하면 이제는 차라리 마틴손에게 수사반장 역을 맡겨야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하기는 이번 작품에서만큼 발란더가 방심하고 조심스럽지 않은 발단(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14세 소녀가 자기 어머니에게 폭행을 휘두르는 것을 제지하다가 그만 소녀를 때리게 되고, 운없게도 이 장면을 기자가 찍게 됨, 만남을 주선하는 단체에 편지를 보내서 소개로 만나게 된 모처럼 발란더의 마음을 흔든 이 서른아홉살의 여성이 사실은...)을 제공하는 이야기도 없었지 싶다.
아무튼, 이번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많아서 오래 기억이 될 것 같다.
내가 몸담고 있는 업계 이야기를 하자면, 참고서 학습지도 디지털화라...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초ㆍ중ㆍ고 각급 학교에 도입되는 디지털 교과서다. 디지털 교과서가 정착되면 참고서ㆍ학습지도 디지털화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지론이다.
"지금 디지털 교과서 논의가 콘텐츠가 아닌 스마트기기 도입이라는 하드웨어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염려를 표하며 "완전한 디지털 콘텐츠에 기반한 교과서가 정착될 때까지는 종이 참고서시장을 함께 이끌어갈 것"이라고 했다는 회장님 말씀 ^^;;
앞으로는 편집하는 사람들의 포지션이나,, 하게 될 영역의 일도 그에 따라 바뀌게 될 듯 하다. 어떻게 될까.. 내내 컨텐츠를 다룬다는 것은 같을 것이고, 종이 참고서가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겠지만.
어쩐지 발란더도 나와 같은 조금은 무력한 고민에 휩싸인 것 같았다. 물론 스케일도 다르고, 분야도 완전 다르긴 하지만.
이 시기에 발란더의 가슴에 스치는 또 하나의 통찰이란. 미래에는 완전히 다른 타입의 경찰관들이 필요하리라는 것이다. 이것은 그 자신이 축척해온 경험과 수사지식들이 더 이상 소용없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손을 댈 수 없는 영역들이 생겨난 것이다.
나또한 내가 더 이상 해낼 수 없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하지만 계속 업무에 매달려야만 한다는 것도 안다. 다른 대안이 없었다.
발란더도 그렇단다. 적어도 향후 10년간은. 나는 모르겠지만, 발란더는 이 일 외의 일은 결코 그의 세계가 되지 못할 것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