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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 ㅣ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8월
평점 :
이웃 팀에 경력 사원이 새로 들어왔다. 이쪽 분야도 좁다면 매우 좁아서 우리들 중, 새로 들어오는 사람에 대해 알만한 사람이 하나쯤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경력 사원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다음과 같아서 깜짝 놀랐다.
“그 사람이 끼면 원만했던 관계들이 악화되고 최종적으로는 분위기가 흉흉해진대.”
그 사람의 실체는 차지해 두고라도, 정말 무서운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러내놓고 악한 것이라면 차라리 쌈빡하다. 이 말의 경우는, 파리 한 마리도 잡아 죽이지 못할 만큼 인간적이고도 심약해 보이는 낯빛을 하고, 뒤로는 사람들 간의 맘을 어그러지게 조종해 놓고, 거기에서 남모르는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뜻일 터이다.
하지만 또 드는 생각은 ‘악인’이라는 규정만큼 또 모호한 것이 있을까. 하는 것. 우리는 자신의 이해 관계에 따라 다른 사람을 일테면 악의 세계로 충동질하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의 컴컴한 속내가 보이는 충동질에도 알면서 모르면서 그렇게 빠져서는 악행을 행하기도 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악인’의 범주에 대한 딜레마에 빠졌다. 그리고 솔직히 좀 악인의 캐릭터가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가사 크리스티가 죽기 전(죽기 바로 한 해 전)에 쓴 마지막 작품이라고 한다. 주인공 포와로가 딱 작가의 운명과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 좀 섬짓할 정도다. 어쩐지 크리스티는 자신의 각본대로 산 사람 같다. 후기에서 보면 아가사 크리스티가 포와로에 대해 언급한 것 중에 “포와로가 너무 귀엽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됩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극중 팔순의 노인이 귀엽다? (포와로는 크리스티의 전신인게야....)
이 책 리뷰는 조심해서 써야 한다. 자칫 방심하면 스포일러를 터뜨릴 수 있다. 미리 리뷰를 읽지 않고, 책을 읽는 편이 좋고, 되도록이면 아가사 크리스티의 어지간한 작품을 모두 읽은 다음 이 작품이 맨 마지막이다 싶은 시기에 읽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