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늦가을이었으니 지금으로부터 10년도 더 전의 일이다. 늦은 나이에 혼자서 떠난 영국. 새로운 환경에 아직도 완전히 적응이 안된 상태에서 생일을 맞게 되었다. 저녁이라도 함께 할 친구도 없었고, 긴장된 날의 연속이라 그럴 마음의 여유도 없었던 때였다.
그 때 나와 비슷한 시기에 영국으로 왔지만 내가 있는 곳에서 꽤 떨어진 곳에서 공부하고 있던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주말에 자기가 사는 곳에 와서 학교도 구경하고, 기숙사 구경도 하지 않겠냐는. 그 후배가 내 생일을 알고서 초대한 것이라는 것은 꿈에도 모르고 나는 그러겠다고 했다. 기차를 타고 서너 시간을 가는 동안 조금도 지루한 줄 몰랐다.
후배는 내게 자기 학교 구경도 시켜주었고, 함께 시내 구경도 했으며 저녁때가 되자 자기 기숙사로 나를 데리고 왔다. 자기는 나가서 저녁 준비를 할테니 나보고는 방에서 쉬면서 잠깐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 잠시 후, 후배가 차린 저녁 상에는 따뜻한 미역국과 흰 쌀밥, 그리고 영국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김치까지 올려져 있었다. 내가 여기까지 와서 후배가, 그것도 남자 후배가 끓여준 미역국을 먹게 될 줄이야. 김치는 어디서 났느냐고 했더니 직접 담그었단다. 그러면서 기숙사 뒤로 나를 데려가더니 땅에 묻은 아주 작은 항아리 비슷한 통을 보여준다. 김치가 저 속에 들었다고. 아마도 기숙사를 함께 쓰는 다른 친구들에게 냄새가 날까봐 밖에다 묻었는지 모른다. 후배가 차려준 생일 저녁상을 받으며 나는 미안하고도 고마워서 뭐라고 표현을 할 수가 없었다. 저녁을 잘 먹고 그날 나는 깨끗하게 정돈된 그 후배 방에서 편하게 자고, 그 후배는 기숙사의 다른 친구의 방에 가서 불편한 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 기차역으로 가는 길, 길가의 가게들마다 특이하게 생긴 동물 인형들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고, 저건 무슨 인형이냐고 했더니 그것이 그 지방의 상징인 상상 속의 동물이란다. 빨간 색과 초록 색으로 옷을 입고 있는, 귀엽게 생긴 인형들 구경을 하고 시간에 맞춰 내가 탈 기차에 올랐다. 겨우 잘 있으라는 인사만 하는 나에게 그 후배는, 돌아가서 씩씩하게 잘 지내라고 자상하게 말해주었다. 누가 선배이고 누가 후배인지.
기차가 막 떠나려고 하는데 누가 내가 앉은 좌석 옆 창문을 막 두드리길래 내다보니 그 후배가 손에 방금 전에 본 그 인형을 들고서 나를 부르고 있었다. 그새 가서 그 인형을 사온 것이다.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돌아오는 기차 속에서 나는 그 인형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지금은 아쉽게도 그 후배와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는다. 어디선가 또 그 누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며 잘 살고 있겠지. 그 날의 감동을 난 지금까지 제대로 그 후배에게 표현하지도 못했다. 고마웠다고, 그보다 더한 감동은 지금까지도 받아본 적이 없다고, 그 말을 해주고 싶은데. 

OO야, 잘 지내고 있지? ^^ 

 

흥얼흥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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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2-27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 후배를 두셨네요.^^ 다시 연락이 된다면 참 좋겠어요.^^

hnine 2010-02-27 18:09   좋아요 0 | URL
요즘 말하는 훈남이랄까요 ^^
나이만 제가 좀 위일뿐 제가 선배노릇 해준 건 아무것도 없고 받기만 했어요.

울보 2010-02-27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멋진 후배분이신데요,,

hnine 2010-02-27 18:10   좋아요 0 | URL
이런 남자가 정말 멋진 남자인데 말이지요. 요즘은 왜 그리 외모만 따지는지 모르겠단말입니다 ^^

순오기 2010-02-27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살짝 이슬이 맺혔어요.
이렇게 진정으로 마음을 써 주는 이들이 의외로 있더라고요.
hnine님 행복하셨겠어요.^^

hnine 2010-02-27 18:11   좋아요 0 | URL
그때 정말 집생각도 많이 나고 외로왔는데 이 후배가 그걸 알아본것이지요.
다른 사람의 외로운 구석을 알아보고 채워주려고 하는, 그런 따뜻한 심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그 이후에도 이 후배에게 제가 받은 것이 참 많아요.

stella.K 2010-02-27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고마운 후배로군요. 멋있는데요?
그런 사람은 꼭 붙어있어야 하는데 왜 이래저래 멀어지는지 모르겠어요.
많이 생각 나시겠어요.^^
에치나인님 글 보고 짠 나타나면 좋겠당...ㅎ

hnine 2010-02-27 19:32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그 후배가 에이치나인이라는 닉네임을 아는, 몇 안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거든요? 이 글을 보면 자기 얘기인줄 알까 모르겠어요 ^^

무스탕 2010-02-27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렇게 생각하면 안되는데 막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져요..
그 후배분 나인님 좋아했던거 아니에요? 꺄아~~~~~~ >0<
정말 감동스러운 사건(?)이었네요 ^^

hnine 2010-02-27 20:21   좋아요 0 | URL
낄낄...^^
안그래도 다시 만나면 한번 물어볼려고요.
저 사건(?)이후에도 저 애는 저를 여러번 감동시켰지요.

stella.K 2010-03-01 10:23   좋아요 0 | URL
ㅎㅎㅎ 좋아한 거 맞구나! 글치않아도 저도 무스탕님처럼 쓸까하다
찍힐까봐 못 썼는데...
지나놓고 보면 다 낭만이고 아름다운 추억이죠.^^

hnine 2010-03-01 13:23   좋아요 0 | URL
찍히기는요~ ^^
'지나놓고'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는 것 같아요.

상미 2010-02-27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 무렵 참 힘들었을 때였지?
내 생각엔 널 흠모했던건 아니었을까 싶다.ㅋㅋ
꼭 다시 찾고 연락이 닿으면 좋겠다.
우리 써클송을 들으니 20대로 가고 싶단다...

hnine 2010-02-27 22:17   좋아요 0 | URL
저 노래는 너때문에 알게 된 노래인데 처음 듣는 순간부터 어찌나 마음에 들던지.

마노아 2010-03-01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큰 위로와 감동을 느꼈을까요. 참으로 따뜻한 사람이에요.^^

hnine 2010-03-01 13:24   좋아요 0 | URL
잘 둘러보면 지금 우리 주위에도 저런 따뜻한 사람들이 분명 있을거예요. 또 지나가고 나서야 깨달으려나요...

같은하늘 2010-03-02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따뜻한 분이시네요. 아마도 지금은 어느 한분을 감동시키며 잘 살고 계시겠지요.^^

hnine 2010-03-02 12:45   좋아요 0 | URL
위의 후배를 저의 다른 여자 후배에게 제가 소개시켜준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 여자후배는 너무 자상해서 싫다고 하더군요. 참~

비로그인 2010-03-06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 공연을 영국에서 직접 보신거군요~ 전 별생각 없이 올리는데 hnine 님 덕분에 뭔가를 더 알아가네요 ㅋ

그나저나. 남자가 너무 자상하고 그러면 밖에서 줏대없이 살까봐 여자들은 싫어하나봐요..ㅎ

hnine 2010-03-06 21:32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알아주는 사람인가 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언제가 아이를 또 한바탕 야단치다가 시간이 너무 늦어지기 전에 저녁을 먹여야 할 것 같아서 나는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어디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난다.
아이가 있는 쪽을 보았더니 엎드려서 뭔가를 보면서 아이가 훌쩍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아기 때 앨범을 보고 있단다.
아기였을 때 내가 자기를 안고서 웃고 있는 사진, 뭘 먹이고 있는 사진, 엄마와 자기가 활짝 웃고 있는 사진들을 보니까 눈물이 난단다.
더 이상 야단을 칠 수가 없었다. 

그 일이 문득 생각나서 나도 오늘, 예전의 사진들을 다시 보며 한참을 보냈다. 

 



 

 

 

 

 

 

 

 

 

 

 

 

네 살때.
고래 그렸다고 보여주길래 잘 그렸다고 마구 칭찬을 해준 후 사진 찍어준다고 하니 (사진 찍어준다고 하면 정말로 내가 뭔가를 잘 했나보다 생각한다.) 저런 포즈를 지었다. 저 때는 분홍색 내복도 사주면 그냥 입었는데, 지금은 어림도 없다. 



 

 

 

 

 

 

 

 

 

 

 

 

지금까지, 사진기 앞에서 제대로 표정을 하는 것은 여권용 사진 찍을 때 제외하곤 거의 없었던 듯한데, 그게 그러니까 네 살때 이미 시작되었었나보다. 일부러 무서운 표정을 짓는다고 지은 저 표정이, 하나도 안 무섭다. 물론 아이한테는 "아이쿠, 무서워, 다린이 눈 좀 봐~~" 맞장구를 쳐주었던 기억이 나지만. 

 

4시,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
비가 오니 우산을 가지고 나가야겠다. 
아이가 타고 오는 버스 기사 아저씨께서 나를 보시면 꼭 하시는 말씀,
"다린이랑 엄마랑 아주 똑같네~"
 

웃으면서 아이를 맞을 준비! 

 

"앞의 제 페이퍼에 댓글을 주신 친구분들 고맙습니다.
쑥스러워도 글 안 지우고 그냥 둘 것입니다.

정말로 고마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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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02-09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산은 한개만 갖고 가시지요? 다린이랑 꼭 끌어안고 웃으면서 들어오세요.^^
다린이 네살때 사진보니 울 둘째 모습이... 사진만 찍자고하면 아주 기괴한 표정과 몸짓을 하거든요.ㅎㅎㅎ

hnine 2010-02-10 20:18   좋아요 0 | URL
어, 우리 아파트 옆에서 저 보셨어요? 정말 말씀하신대로 하고 들어왔는데.
농담이고요~ ^^
같은하늘님 둘째 얘기 읽을 때마다 이제 다린이 어릴 때를 연상하면 되겠군요. 엄마를 가만 놔두지 않지만 그러면서 웃음도 주는 재롤둥이, 그렇지요?

하늘바람 2010-02-09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잘 그리네요. 태은이도 이제 4살이 되었는데 저렇게 잘 그릴 수 있을까요? 님 다린이는 엄마를 무척 사랑할거예요.

hnine 2010-02-09 17:47   좋아요 0 | URL
솔직히 잘 그렸는지 아닌지 저는 봐도 잘 모르겠던데 자기 나름대로 그려가지고 저러면서 보여주니 칭찬 안해줄 수가 없었어요.
태은이가 바로 저 무렵의 다린이 나이가 되었군요. 그런데 저 사진은 네살 12월에 찍은 것이니 거의 다섯 살 다 되었을 때가 되겠네요.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엄마 없겠지만 저의 문제는 감정 표현의 기복이 심하다는 것이지요. 일관성 있는 엄마가 되고 싶은데 참 어렵네요.

상미 2010-02-09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 머쓱해 하는 사진은 너 어릴 때 사진 (남자애 처럼 입었던) 하고 닮았어.ㅋ
눈은 네가 더 컸고 ,토실토실한 볼 부분이.
언제 스캔해서 올려봐.

hnine 2010-02-10 20:18   좋아요 0 | URL
그 사진을 기억하는구나. 정말 기억력 엄청 좋다.
사람들이 많이 그래, 다린이는 엄마를 많이 닮았다고. 혹시 다린이 아빠가 서운해할까봐 나는 다린이의 아빠 닮은 면을 부각시켜서 얘기하고는 하지 (이마라든지, 눈썹이라든지...^^).

무스탕 2010-02-09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이는 아직 분홍색 폴라티를 입고 학교에 가요.
며칠전에 올해 입학하는 조카 주려고 빨간색 캐릭터 가방을 사 와서는 정성이한테 '너 주려고 샀다' 놀려먹으니 난리를 치더군요. ㅎㅎㅎ
어려서 사진을 보고 있으면 정말 절로 미소가 지어지요 ^___^*

hnine 2010-02-09 22:44   좋아요 0 | URL
다린이는 분홍색도 벌써 거부하는데...
위의 사진도 지금 보여주며 분홍 내복 입고 있는 걸 보라고 했더니 얼굴 표정이 이상해지는데요? ^^

blanca 2010-02-09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어릴 때 사진 보고 훌쩍였다는 대목이 감동스럽네요. 감정의 기복. 아....제가 다혈질인 것을 저는 아기를 낳고 깨달았답니다. 낳기 전에는 제가 아주 성격 좋은 사람인줄 완전 착각하고 살았었요. 아기를 키우면서 엄마도 같이 성장해야된다는 말. 정말 맞는 것 같아요.

hnine 2010-02-09 22:47   좋아요 0 | URL
어릴 때 사진 보고 훌쩍이는 모습은 엄마인 제 마음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 같아요. 엄마가 아이 때문에 우는 일은 있어도 아이가 엄마 때문에 우는 일은 없게 하라는 말을 또 떠올렸던 하루였답니다.
blanca님 서재에서 어제 몰래 고호 사진 데려다가 제 노트북 바탕화면으로 해놓았으면서 인사도 못드리고 왔는데 오늘 제 서재에 이렇게 들러주시니...반갑습니다 ^^

울보 2010-02-09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린이는 감정이 풍부한가봐요,,
류는 좀 차가운지 야단맞고도 조금 있다가 혼자 풀고 나와요,,ㅎㅎ
다린이는 학교에서 늦게 오는군요,
류는 일찍오는데,,어릴적 사진을 보면 본인들도 웃음이나오는지 베시시웃는데 그때 기분 참묘하더라구요,,다린이 참 귀엽네요,

hnine 2010-02-10 07:41   좋아요 0 | URL
류가 차가운게 아니라 쿨~한거죠, 그리고 엄마가 야단쳐도 그게 나를 미워해서 그런게 아니라는 믿음이 있으니까 그런 것 아닐까요? 다린이는 야단맞고 나면 곧잘 제게 물어요, "엄마, 그래서 나 안 사랑해요?" 라고요. 그게 아니라고 아무리 말해줘도 자주 그런 말을 하네요.
류 사진 보면 정말 시간 가는줄 모르시겠어요. 저도 지금 예전 류 어릴 때 사진 떠오르는 것이 몇 개 있을 정도이니까요. 그런 것을 보면 사진도 부지런히 찍어놓아햐겠지요? ^^
아래 댓글, 감사드려요. 감정이 왔다 갔다 하는건 엄마인데 그 영향을 아이들이 고스란히 받게 되니, 알면서도 참 안되더라고요.

꿈꾸는섬 2010-02-11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린이의 네살 모습이 너무 귀여워요.ㅎㅎ

hnine 2010-02-11 21:23   좋아요 0 | URL
요맘때 아이들이 다 그렇지요.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이렇게 개구장이 짓 할 무렵까지가 제일 귀여웠던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10-02-27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hnine님과 아드님, 쓰시는 글이 어찌나 귀여운지욥^^

hnine 2010-02-27 22:36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다시 읽어봐도 저는 잘 모르겠는데...^^
 

그 한가지.

대학원 4학기, 학교와 집만 왔다 갔다 하며 안되는 실험에 매달리고 있던 때였다.
학교와 집이라지만 학교에 가면 실험실 이외의 다른 곳은 발 돌릴 여유가 없었던 것은, 보통 4학기정도 되면 대부분 실험은 마무리해가며 졸업 논문을 쓰기 시작할 때인데 나는 마무리는 커녕 기본 데이터마저 나오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일이 있었던 때 나는 며칠 동안 저온을 유지하며 진행해야 하는 실험을 해야했기 때문에 실험 장치를 아예 우리 과 공동 저온실에 세팅해놓고 수시로 가서 보고 있었다. 그 날은 주말이었고 밤 10시 쯤, 집에 가기 전 마지막으로 실험 상황을 점검하고 가려고 저온실에 들어갔다. 저온실은 저온 유지를 위해여 상당히 육중한 문으로 되어 있고, 한번 문을 열고 들어가면 복도가 있고, 문이 하나 더 나온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야 실제 저온실이 있는, 즉 이중문으로 되어 있는 곳이었다. 그날 두번째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등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웬지 심상치 않았다. 바로 뒤로 돌아 문을 다시 열어보니 문이 열리지 않는다. 아무리 손잡이를 이리 저리 돌려봐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갇혔구나...'
안에서 소리질러봐도 아무 소용없다. 그 문 밖으로 문이 하나 더 있기 때문에 복도에서는 내가 지르는 소리가 들릴리도 없고 내가 보일리도 없다. 더구나 주말 밤, 그 시간에 누가 복도에 지나가겠는가.
일단 실험하던 것 부터 봐주고...
저온실에서 해야하는 일을 다 하고 난 다음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을 하기 시작했는데 생각해봤자 방법이 없었다. 지금처럼 핸드폰이 있던 때도 아니였고.
으슬으슬 추워지기 시작하고, 나는 어이상실, 멍하니 저온실 여기 저기 둘러보고만 있었는데, 그렇게 한 15분 쯤 지났나? 밖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아, 누군가 들어온다! 대학원 동기 중 하나가 다행히 그 시간에 학교에 나와있었던 모양이다. 내 실험실에 내려가봤더니 불도 켜 있고 내가 일하던 흔적은 있는데 사람은 없어서 집에 같이 가자고 나를 찾으러 다니던 중이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난 그 친구를 '생명의 은인'이라고 부르고 있다. 

두번째 이야기,
 
이것은 위의 에피소드가 떠오르면 자동적으로 함께 떠오르는 이야기이다. 위에 말한 실험은 한번 시작하면 최소한 1~2주 걸리는 실험이었는데 나는 그 실험 결과가 예상대로 안나와 똑같은 실험을 몇번이나 되풀이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사실 실험실에서 하는 일의 대부분은, 새로운 실험을 해서 결과를 내는 것 보다는 같은 실험을 수차례 반복하는 일이다.) 마음은 급하고 아무래도 나는 한 학기를 더 다녀야 하나보다 낙심하며 밤이고 낮이고 실험에 매달리며 이번에도 결과가 안 나오면 이번 학기 졸업은 힘들지 않을까 초조해가며 실험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실험 중간에 필요한 용액을 급히 만들려고 보니 그 용액을 만드는데 필요한 시약통이 비어있는 것이다. 그때 우리 실험실은 내가 1기인 신생 실험실. 나 외에 동기 한 명이 있을 뿐이다. 동기에게 물어보니 며칠 전에 자기가 다 썼단다. 아...요즘 말로 '망했다...' 라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앞으로 1시간 내에 그 용액을 써야 하는데, 아니면 거의 2주일째 진행해오던 이 실험이 끝장나는데... 그때부터 여기 저기, 이 실험실 저 실험실, 나중엔 인근의 다른 학교에까지 전화를 해서 그 시약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디에도 그 시약을 가지고 있는 곳은 없었다. 그럼 이것 말고 아쉬운대로 대체할 수 있는 시약이 없을까 하고 실험 교재를 막 뒤져보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 실험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고, 네가 미리미리 알아보고 재고를 확인해 놓았어야했던 것 아니냐는 동기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나, 둘이 쓰는 시약인데, 자기가 마지막으로 썼으면 다시 주문을 해놓던가 아니면 최소한 그 시약을 다 썼음을 알려만 주었더라면, 최소한 빈 시약통을 그 자리에 다시 올려놓지는 말았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의 나는, 안그래도 신경이 예민해져있던 탓일까, 그대로 정면 충돌. 이후로 졸업할때까지 둘이 서로 말을 안했다. 둘이 쓰는 실험실에서 그 둘이 말을 안하고 지냈으니 참...  

어쩌다 '파스타'라는 드라마를 보다가 떠오른 이야기들이다. 전후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공효진이 저온실에 갇히는 장면이 나오더라. 그리고 그 일로 인하여 못쓰게 된 요리 재료 때문에 그걸 구하러 다른 레스토랑 여기 저기 찾아 다니는 장면이 나오더라. 대학원 2년 동안 잊지 못할 두 사건을 뽑으라면 위의 두 사건인데, 한번에 그 사건들을 연상시키다니. 

그런데 드라마 중의 어떤 파스타 요리를 보아도 난 전혀 먹고 싶은 생각은 안든다. 예전에 3년 동안 그 파스타를 정말 얼마나 물리게 먹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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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2-01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스타 저 장면 나오는 날 '딱' 봤어요.^^ 근데 언제 하는지 몰라서 못 봐요.
그런 일이 있긴 있는 거군요.
생명의 은인과 말 안하고 지낸 친구는 지금도 연락하거나 만나시나요?^^

hnine 2010-02-01 17:20   좋아요 0 | URL
저도 오늘 낮에 재방송하는 것 봐서 어떤 요일에 하는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아무튼 요즘 그 드라마가 인기더라고요.
생명의 은인 친구, 그리고 말 안하고 지내던 친구, 지금은 다 연락하고 잘 지내요 ^^

이네파벨 2010-02-01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음 졸이는 에피소드네요.

저온실 사건은 정말이지......섬뜩!

친구분이 마침 거기까지 찾으러 오셔서 너무 다행이예요. 그에 비하면....그 당시에는 결코 그렇게 생각할 수 없으셨겠지만....실험을 완수하니 못하니, 어쩌면 졸업을 하니 못하니 하는 일도 사소한 것일 수도 있겠죠?

hnine 2010-02-01 17:23   좋아요 0 | URL
그 친구 아니었더라면 정말 어찌되었을지 정말 끔찍해요. 어쩌면 학교 졸업이 아니라 인생 일찍 졸업했을지도...ㅋㅋ

꿈꾸는섬 2010-02-01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조카는 과학이 제일 어렵대요. 과학 실험 결과가 꼭 정답처럼 나오질 않아서 너무 어렵다네요. 근데 정말 그 친구분 아니었으면 큰일날뻔 하셨어요.ㅎㅎ

hnine 2010-02-01 17:26   좋아요 0 | URL
꿈꾸는 섬님께서 공부하는 것 도와주기로 하셨다는 그 조카 말씀이신가요? 직접 실험을 자주 해봤나보네요. 실험 결과가 꼭 정답처럼 나오질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니 그것 부터가 대단한 것이라고, 그것이 과학의 출발이라고 전해주세요.

무스탕 2010-02-01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그 말 안하고 지낸 친구가 생명의 은인이라거나.. ^^;;

'파스타'가 '공부의 신' 하는 날이랑 같던가요? 울집은 공부의 신팬들이 많아서리 못봐요. ㅎㅎ

hnine 2010-02-01 17:29   좋아요 0 | URL
생명의 은인이라는 친구는 아이 둘 키우며 잘 살고 있고, 말 안하던 친구는 지금 대학 교수님이 되어 있으시지요 ^^
아, '공부의 신'도 요즘 인기 있던데, 전 아직 한번도 못 봤네요. 아무리 드라마 제목이라도 '공부'란 말이 들어가는 것은 싫어요 ㅋㅋ

비로그인 2010-02-01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그 상황속에서도 실험을 하시다니 ~ 정말 놀랍도록 차분하십니다. 아마 그 문을 열고 들어간 동기도 놀라시지 않았을까 싶네요. 어휴 그 안에 갖혀있는 상상만해도 다리에 힘이 쫙 빠지네욥!!~

hnine 2010-02-01 17:31   좋아요 0 | URL
저 하나도 안 차분한데, 그 상황에서는 그냥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되더라고요 ^^ 다음부터는 그 저온실 들어갈 때 문을 꽝 닫지 않고 열어놓고 들어갔다 나왔지요. 원래 그러면 안되는데 겁이 나서요.

상미 2010-02-01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월,화 본 방송은 공부의 신을 보고, 어제 낮에 파스타 재방송 봤어.
네 기억속 사건이 다 나왔네.
두번째 사건은 내 기억 속에도 어스름하게 있는거 같아.벌써 몇년전이니...

hnine 2010-02-01 17:33   좋아요 0 | URL
너도 기억하는구나 ㅋㅋ
파스타의 셰프, 이 선진인가?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나에게는 영 비호감이더구만. 나는 아무래도 '나쁜남자' 스타일이 안 맞나봐.

조선인 2010-02-02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삼촌댁에 놀러갔더니 다짜고짜 절 실험실에 데려가 일주일째 거기서 먹고 자고 '안 씻고' 있는 제자를 소개시켜주는 거에요. 삼촌은 그 제자가 정말 미더운데 아직 자기 딸이 어리니 조카사위라도 삼고 싶다는 거에요. 문제는 그 때 제가 겨우 중3. 3년 뒤 대학 들어가면 바로 사귀어보라고 삼촌이 너무 진지하게 권하시는데, 저보다도 그 제자분이 더 황당하셨을 듯.
실험실 에피소드 말씀하시니 저도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 끄적. ㅎㅎ

hnine 2010-02-02 15:10   좋아요 0 | URL
삼촌께서는 그 학생의 '장래'를 보고 소개시켜주시려 한 것이겠고, 처음 본 사람의 눈에는 '안 씻고' 있는 행색이 당연히 먼저 눈에 들어오겠지요.
실험실에 있다 보면 남학생들은 일주일 쯤 집에 안가고 숙식을 학교에서 하는 일은 다반사지요. 저는 끽해야 하루 밤샘 해본 것이 전부인데...
조선인님 그런 추억이 있으셨군요, 그리고 가끔 생각나시는군요 ^^

무스탕 2010-02-02 16:28   좋아요 0 | URL
꽤 예전에, 제가 한 22살이나 23살정도에 할머니께서 입원을 했었어요. 그 병원에 언니 대학 동아리 선배가 전문의 과정으로 있었는데 어느날 병실에 들어와서 정맥주사 놓으면서 할머니한테 '손녀 저 주세요' 그러는거에요. 전 옆에서 테이프 끊어주고 있었지요. 울할머니는 언니를 달라는줄 알고 대꾸도 안했는데(그때 언니가 연애중이었거든요) 저를 달라는 말이었다는.. ^^;
잘 하면 의사 손주사위 보시는거였는데 말이에요. 흐흐흐
조선인님의 황당추억을 들으니 저도 생각이 나서요 :)

hnine 2010-02-02 17:27   좋아요 0 | URL
아니, 할머니께서는 왜 언니를 달라는 얘기로 들으셨을까요.
그런데 이거 더 계속 이야기 해달라고 조르고 싶은 이야기인걸요? ^^

무스탕 2010-02-02 22:45   좋아요 0 | URL
더 없어요. 이걸루 끝이에요 ^^
그 의사샘이 언니 선배였으니 언니를 두고 말했다고 생각하셨나봐요.
할머니는 좋아지셔서 퇴원하셨고 그 의사샘이랑은 더 이상 본적이 없어요. ㅎㅎ
나중에 할머니는 그 샘이 말한 손녀가 저라는걸 알고 슬쩍 아까워 하셨다는 후문이.. 캬캬캬~~~

hnine 2010-02-03 08:05   좋아요 0 | URL
지금의 남편 분을 위해서는 잘 된일인지도 모르겠군요 ^^

같은하늘 2010-02-09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는 보지 않으니 모르겠고 나인님의 경험은 잊지못할 에피소드네요.
그래도 다행인건 말안하는 친구가 생명의 은인은 아니라는겁니다.^^

hnine 2010-02-09 17:55   좋아요 0 | URL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저 위의 생명의 은인이라는 친구보다, 말 안하던 친구와 지금 더 자주 연락하며 지내고 있다는 것이지요. 웃기지요? ^^
 

여자들 중엔 꽤 있고 남자들 중엔 드물다.
밥보다 빵을 더 좋아하는 사람.
나 역시 무척이나 빵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외지에서 혼자 지내는 동안 밥을 해먹은 횟수가 3년 동안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빵만으로도 얼마든지 버틸 수 있는, 아니 그건 버티는게 아니라 오히려 즐기는 것이라 할 정도인 나였다. 

그때는 혼자였지만 이제는 아니다. 나 혼자 알아서 먹으면 되는 입장이 아니라 내가 매일 끼니를 책임져야 할 식구들이 있다. 매일 밥, 국, 반찬으로 이루어진 밥상을 차려보고, 또 내가 좋아하는 빵을 내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면서 알게 된 것들이 있다. 빵과 밥은, 그 성분도, 만드는 방법도, 과정도 참 다르다는 것을 직접 내 손으로, 몸으로 느끼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식구들에게 빵보다는 밥을 권하게 되었다.

 서양 사람들은 매일 주식으로 하는 것이니까 라면서 빵을 먹는다면 일단 달달한 맛이 도는 빵은 불합격이다. 주식으로 먹는 대표적인 빵중의 하나인 바게뜨만 보더라도 원재료는 딱 네가지이다. 밀가루, 소금, 이스트, 그리고 물. 그런데 나도 몇번 만들어보았지만 제대로 만들기가 참 어렵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서 오븐 돌리는 일을 되도록 자제하고 있는 편이다. 성격상 빵을 한번 만들고 나면 계속 다른 빵에 도전해보고 싶어지고, 그러다보니 관련 인터넷 싸이트나 책을 찾아보며 보내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지라, 어느 날 문득 그만 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L-Shin님 페이퍼를 보고 문득 생각나서 지난 사진첩을 뒤져 보니 이게 벌써 1년 반 전의 기록이다. 별 모양의 틀에 만들어서 다 만들고 나니 별 속의 보름달 모양이 되어버린 빵인데, 그 당시에는 '계란빵'이라며 만들었던 것이다.

계란빵 2개 분량:

-밀가루 1/2 컵,
-우유 1/5컵,
-설탕 1 Ts,
-꿀 1 Ts,
-베이킹 파우더 0.3 ts,
-계란 1 개,

이렇게 섞어 저어주고,
이것을 틀에 1/3 정도 차오르게 붓고,
그 위에 별도의 계란을 하나씩 넣어준다.

180도 오븐에서 20분.  

 

 

 

 

 

 

 

 

 

 

 

 

 

 

 

길에서 파는 계란빵은 이것과 또 모양이 다르다. 

  

 

 

 

 

 

 

 

 

 

며칠 전에 오랜만에 본 음식 관련 책이다. 
저자는 베이킹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전문가라 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현재 그릇 디자이너로 중국에 가족과 함께 머무르고 있는 이 성실 씨이다. 본인이 빵을 무척 좋아하기도 했고 아토피인 아이때문에 직접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는데 웰빙이라는 이름이 닉네임으로 따라다닐 만큼 몸에 좋은 빵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받아본 건강 검진 결과에 기겁을 했다는 저자를 보면서 나는 또 다짐한다. 역시 빵은 이벤트이고 밥은 일상이라고. 이벤트가 일상을 넘어서는 곤란하다고. 

참고로 위의 책은 간간이 복잡하지 않은 빵이나 쿠키 레시피가 곁들여져 있고, 저자의 재치있는 글솜씨에, 한손에 들어오는 부담없는 크기의 책이라 한번 쯤 볼만 하지만, 내 기준에서는 말과 표현이 지나치게 풍성하여 좀 유감이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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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1-22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맛있어 보이는 별계란빵이네요.저도 빵을 무척 좋아하는데 저런 빵을 집에서도 만들수 있네요^^

hnine 2010-01-22 14:30   좋아요 0 | URL
보통 길에서 파는 계란빵은 계란이 속에 들어가있어서 안보이는데 저것은 좀 대담한 계란빵지요? ^^

stella.K 2010-01-22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안타깝습니다.저는 저 사소한 오븐이 없어서 계란빵을 해 먹을 수 없다능...ㅜ

그런데 님과 제가 좀 다른게 그런 것 같아요. 저 책 안 읽어 봐서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저는 요리책도 레시피만 적는 책 보다 저자의 재치넘치는 주관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덩요.ㅎ

hnine 2010-01-22 15:47   좋아요 0 | URL
오, 스텔라님. 저도 레시피만 적힌 본격 요리책보다 그에 곁들인 저자의 생각이 조근조근 적혀 있는 책들을 더 좋아해요. 그런데 저 책은 음, 뭐랄까, 제 개인적인 취향이기 때문에 폄하하고 싶진 않지만 아무튼 좀 지나치다 싶었거든요.
ㅋㅋ 맞아요. 사소한 오븐 하나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들이 갑자기 많아지지요 ^^

2010-01-22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2 1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10-01-22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 보다 술을 더 좋아하는건 여자가 많을까요, 남자가 많을까요?

hnine 2010-01-22 15:49   좋아요 0 | URL
이 세상에 여자 인구가 더 많다면 여자가, 남자 인구가 더 많다면 남자가 많지 않을까요? 현문에 우답이었습니다 ^^

무스탕 2010-01-22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젤루 좋아하는 빵은 식빵. 것도 자르지 않고 덩어리째 끼고 앉아 손으로 뚝뚝 떼어 먹는 식빵.
정성이는 절 닮았나봐요. 이녀석도 빵에 뭐 든거 (크림이든 팥소든) 안먹어요. 물론 계란이 든것도요 ^^;;

hnine 2010-01-22 15:52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언젠가도 맨식빵을 제일로 좋아하신다고 하셨던 기억이 나요.
정성이는 단것 좋아하는 요즘 아이들 같지 않네요. 바람직하지요. 그런데 식성도 타고 나는 것 맞나요? 아니면 후천적으로 길들여지는 것인지.

L.SHIN 2010-01-22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아아악~~!! 저거구나! 저거구나!
만들고 싶어 싶어 싶어 싶어. 별 모양 계란빵! ☆_☆

hnine 2010-01-22 19:21   좋아요 0 | URL
ㅋㅋ... L.Shin님, 맛은 아마 L.Shin님께서 만드신게 훨씬 촉촉하니 맛있을걸요. 계란이 저렇게 통째로 들어가면 아무래도 좀 퍽퍽하거든요 ^^

상미 2010-01-22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타원형틀에 계란빵 생각난다.먹어본적은 없고...
한 때 종로 이대앞 길가에 참 많았던거 같은데, 요샌 통 안보이더라.

hnine 2010-01-22 20:12   좋아요 0 | URL
이대 앞에 그런 것도 있었니? ㅋㅋ
길에서 파는 계란빵 맛이 궁금해서 작년엔가 한번 사먹어 본 적 있는데, 생각보다 무척 달더구나, 내 입 맛에도.

혜덕화 2010-01-22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보니까 마카오 갔을 때 세인트폴 대성당 앞에서 에그타르트 사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10개 포장된 것 사서 두어개 맛보고 하루 종일 들고 다니는 바람에 저녁엔 거의 떡이 되어서 못먹고 버렸다는....
직접 만든 빵을 먹을 수 있는 행복, 제가 이 다음에 출퇴근의 짐을 벗고 나면 꼭 배우고 싶은 일이기도 하답니다.^^
부럽네요. 저렇게 레시피만 보고도 창의적인 빵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hnine 2010-01-22 20:14   좋아요 0 | URL
정말 말씀 들으니 모양이 꼭 에그타르트 같네요. 전 먹어보진 못했지만요.
전 10개 포장된 것 사면 웬만하면 그 자리에서 다 먹어요 ^^

2010-01-23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3 0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1-23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고파지는 페이퍼입니다..
요새 왜 이리들 배고파지는 페이퍼를 많이 남기시는지요? ㅎ

게다가 더욱 건강도 좋아질 것만 같아서 모니터를 오려 꿀꺽하고 싶네요..

hnine 2010-01-23 07:37   좋아요 0 | URL
요즘 많이 피곤하신 것 같더라고요.
밤 늦게 간식을 드시라고 권하기는 그렇고, 몸이 좀 지친다 싶으실 때에는 매일 비타민이라도 챙겨서 드셨으면 좋겠네요.

이네파벨 2010-01-23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시간관리법이 부럽네요.
그 많은 책을 읽으시면서 언제 빵까지 구우신대요?
별 빵 너무 맛있어보여요~
저도 완전 빵순이^^

hnine 2010-01-23 12:33   좋아요 0 | URL
시간관리법은 저의 취약점 중의 하나랍니다. 예전에는 해야하는 일 부터 하자 주의였다면 요즘은 하고 싶은 일부터 하자 주의로 바뀌고 있다보니 더욱 시간 관리가 안되고 있어요.
이네파벨님, '완전'빵순이? ㅋㅋ 저의 실체도 그렇답니다. 그런데 나이 든 티 내느라 요즘 건강을 생각해서 밥을 이뻐하려고 노력 중이어요 ^^

프레이야 2010-01-23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보다 빵 좋아하는 사람 여기도 있어요.
별모양 계란빵~~ 너무 예뻐요.ㅎㅎ

hnine 2010-01-23 12:34   좋아요 0 | URL
모양은 예쁜데 좀 덜 달아요. 제가 설탕을 팍 팍 못 넣거든요. 이왕 만들바엔 재료를 팍 팍 넣어줘야 제 맛이 나는데 말이지요.

꿈꾸는섬 2010-01-23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빵보단 밥인 사람이지만 가끔 커피와 먹는 빵은 정말 좋아해요. 근데 별모양 계란빵은 정말 맛있어보여요. 노른자가 제대로 보이는게 너무 예쁘네요.

hnine 2010-01-23 12:36   좋아요 0 | URL
와, 꿈꾸는 섬님, 빵보다 밥 주의시군요. 제가 부러워하는 분이십니다.
빵 반죽위에 계란을 그대로 터뜨려 구워주면 저렇게 노른자 그대로 나오더군요.

중전 2010-01-23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한 커피 한 잔과 먹으면 아주 좋을 것 같은 빵이군요.
저런 것...손수 만드시는 분...정말 존경합니다.
우리 가족은 좀 불쌍하단 생각이 드네요.

hnine 2010-01-24 05:28   좋아요 0 | URL
중전님, 안녕하세요?
부끄럽게, 존경받을만한 솜씨는 전혀 아니고요, 재미로 가끔 하는 것 뿐이지요. 요즘은 그나마 잘 안하고 있어요. 저는 사실 빵은 커피 아니라 물하고만 먹으라고 해도 마다 안 할 만큼 빵순이였답니다 ^^

또다른세상 2010-01-24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빵먹는 배 따로있고, 밥먹는 배 따로있는 나 같은 사람은 뭘까요? ㅎㅎㅎ
밀가루음식 줄여야하는데 왜 죄다 내가 좋아하는 건 밀가루로 만들었는지..

hnine 2010-01-24 05:3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빵을 드시고 났어도 끼니로는 밥을 드셔야 한다는 뜻?? ^^ 그렇다면 제 남편도 그렇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말씀하신게 맞아요, 밀가루 음식이 좋다는 말은 제가 아주 어렸을때 밀가루 소비량을 높이기 위해 혼분식 장려할 때 이후로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저도 노력하는 중이지만 건강을 위해 밥을 좀 더 예뻐하도록 해야겠는데 말이지요.
사실 밀가루로 만든 음식들 종류에 비해 쌀로 만든 음식의 종류가 별로 많지를 않지요, 밥과 떡 정도 밖에 떠오르는게 없으니요.

같은하늘 2010-01-26 0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속의 보름달> 이름도 모양도 너무 이쁜데요.^^
전 오븐없이 빵을 만들어서 이런 이쁜건 못하는데...

hnine 2010-01-26 04:49   좋아요 0 | URL
같은 하늘님, 오븐 하나 구입하셔도 될 것 같던데요. 저도 이사올 때 친정어머니께서 전기밥솥 사주신다는걸 밥솥은 없어도 되니 전기오븐 작은 것 하나 사달라고 했었거든요.(밥솥보다 더 저렴하더군요 ^^)
 

아이가 집에 없던 어제 낮에 오랜만에 TV를 보다가,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라는 드라마에서 '홍도야 울지마라' 노래가 하도 가슴 절절하게 나오길래, 드라마가 끝나자 마자 벌떡 일어나 피아노로 뚱땅거려보았다. 
내게도 홍도야 울지마라는 나름 추억이 있는 노래였기 때문이다. 

내가 초등학생일때였는데 어느 날 아빠께서 한밤 중에 처음 보는 아주머니를 집에 모시고 오셨다. 오늘부터 우리 집에서 함께 지내시면서 일도 도와주실거라고 하셨는데 커다란 짐보따리를 들고 서 계시는 아주머니 첫인상이 참 좋았다. 아빠보다도 연세가 많아 보이시고 아빠께서도 깍듯이 존칭을 하셨는데, 아빠와 같은 고향분이시고 사정이 있어서 그야말로 무작정 상경하셨다는 것은 나중에 들어서 알게 되었다. 마땅히 갈데가 없으신 분을 아빠께서 우리 집으로 모시고 온 거였다. 엄마께서 일을 하셨으니 집안 일을 누군가 대신 해주어야 했던 우리 집에서 아주머니는 그날부터 집안 일만 도와주셨던 것이 아니라 내 밑의 여동생은 아주머니를 마치 엄마처럼 따랐다. 아주머니께서는 아침에 내 동생 책가방도 챙겨 주시고, 연필도 깍아 주시고, 같이 놀아도 주시고. 엄마로부터 받아본 적 없는 잔정을 동생은 아주머니로부터 듬뿍 받았다고나 할까. 엄마께서 며칠 집을 비우셔도 찾지도 않는 동생이, 아주머니께서 며칠 어디 가계시는 동안은 아주머니 언제 오시냐고 계속 울었댔다.  

아주머니께서는 늘 노래를 흥얼거리며 일을 하셨다. 청소를 하시거나 빨래를 하실 때 늘 흥얼흥얼...심심해서 일하시는 아주머니를 졸졸 따라다니던 나는 그 노래를 유심히 듣다가 어느 날 부터 나도 따라 부르게 되었다. 아들 삼형제를 두신 그 아주머니께서는 고향에 두고 온 제일 어린 막내 아들이 생각나서, 노래를 부르시다가 어느 틈엔가 보면 눈물을 훔치고 계셨다. 

홍도야 울지마라, 목포의 눈물, 애수의 소야곡, 나그네 설움...나중에 알게된 그 노래들의 제목이다. 그 중의 홍도야 울지마라는 분명히 단조가 아닌 '장조'의 노래라서 가사 없이 그냥 따라하다보면 사실 슬픈 곡조는 아니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왜 눈물을 흘리실까, 궁금하기도 했었는데 왜 우시냐고 한번도 직접 여쭤보진 않았던 것 같다. 

그 아주머니 생각을 하면서 홍도야 울지마라를 내 멋대로 피아노를 막 치고 있는데 옆에서 웬지 시선이 느껴지는 것이다. 피아노를 치다가 고개를 왼쪽으로 슬쩍 돌려보니, 으악, 어떤 아저씨께서 서서 베란다 너머로 우리 집 안을 쳐다보며 내가 치는 노래를 듣고 계신 거였다. 우리 집이 1층이고, 피아노가 바로 베란다 창문 옆에 있으니, 어디서 귀에 익은 노래가 나오니까 쳐다 보고 계셨나본데, 그때 나는 옷도 거의 잠옷 바람에, 머리도 산발을 하고 ㅋㅋㅋ 
그렇다고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베란다의 커튼을 확 쳐버릴 수도 없고 해서 피아노 소리만 줄여서 치면서 아저씨가 빨리 다른 곳으로 가시기를 기다렸다. 

아주머니가 보고 싶다. 내가 중학교 다닐 때였나, 큰 아들이 와서 아주머니를 우리 집에서 모셔갔는데, 한동안 연락도 하고 지내다가 지금은 연락이 끊겨 버렸다. 이젠 일흔도 넘어 여든이 다 되셨을 텐데... 그 아주머니 덕분에 배운 노래들. 홍도야 울지마라, 목포의 눈물 등을 외워서 부를수 있는 초등학교 3학년은 아마 지금도 흔치 않으리라.

  

 

아래 올려 놓은 노래도 아주머니로부터 배운 노래 중의 하나인데, 이 노래 제목을 아는 분이 내 서재를 방문해주시는 알라디너 중에 계실까? (위에 예로 든 노래 중 하나는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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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12-20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장면 저도 보았는데 앞뒤 전혀 모르고 보아도 애잔했어요. 추억이 깃든 노래를 갖고 있는 건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노래를 들으면 자동으로 재생되는 기억들... 좋아요.^^

hnine 2009-12-20 22:19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도 그 장면 보셨군요.
연기력과 상관 없이 남자주인공으로 나오는 고수, 참 잘 생기지 않았나요? ㅋㅋ

마노아 2009-12-21 13:59   좋아요 0 | URL
백야행 보면서 고수에게 반했어요. 모성애를 자극하는 눈망울이에요.ㅎㅎㅎ

hnine 2009-12-21 16:04   좋아요 0 | URL
백야행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로 나올까요?
모성애를 자극하는 눈망울...정말 그렇네요.

같은하늘 2009-12-21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를 보지 못하는 저는 드라마 얘기 나오면 할 말이 없어져요. -.-;;
근데 저도 위에 언급하신 노래들 다 알아요.
예전에 울친정아빠가 틀어놓은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던 노래들...^^

hnine 2009-12-21 09:30   좋아요 0 | URL
ㅋㅋ 저도 아이 있을 때에는 TV 안켜지요. 엄마는 보면서 아이에게 못보게 할수는 없으니까요.
언젠가 가수 한영애가 부른 옛노래 몇곡이 들어있는 CD가 나왔길래 (그것도 벌써 오래전이네요) 사서 들었는데 그것도 참 좋았던 기억이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