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국노래자랑 보다가 할머니 생각

 

 

 

 

 

 

 

할머니 돌아가신지 올해로 24년이 지났다.

돌아가실때까지 우리 집에서 함께 사시면서 일하시는 엄마대신 나와 내 동생 둘을 어릴 때부터 키워주셨고 집안 살림을 거의 맡아 하시다 시피 했다. 할머니 밑에서 크는 아이들 버릇 나빠진다고 하는 말을 나는 믿지 않는 것이, 우리 할머니께서는 엄마 못지 않게 엄격하셨기 때문이다. 응석, 어리광, 이런 건 통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한번도 뭐가 먹고 싶다, 어디 가고 싶다, 갖고 싶다, 보고 싶다고 요구하신 적이 없었다. 돌아가시기 전 고향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하셨던 것이 내가 기억하는 유일한 할머니의 바램이었는데, 그마저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그런 할머니께서 좋아하시는 TV 프로그램이 바로 '전국노래자랑'. 그것도 일부러 시간 맞춰 보신것도 아니고 어쩌다가 주말에 TV를 틀어서 '전국노래자랑'이 나오고 있으면 끝날때까지 보고 계시곤 했다. 그런 할머니를 지나가다 옆에서 보면 TV를 향해 앉아 혼자 웃고 계신 걸 보고 나도 혼자 웃었던 기억이 난다.

돌아가시기 몇해전부턴 정신이 깜빡깜빡 하는 일이 잦았는데, 전국노래자랑 사회자를 보면서 저 사람이 우리 고향사람이라고 하셨다. 저 노래자랑을 할머니 고향에서도 하는걸 직접 가서 몇차례 보셨노라고. 처음엔 무슨 말씀하시냐고 대꾸하다가 나중엔 "아, 그래요 할머니?" 그냥 그렇게 맞장구 치곤 했다.

오늘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전국노래자랑을 보게 되었다. 아직도 할머니께서 고향 사람이라고 우기시던 그 분이 사회를 보고 있었다.

할머니 생각이 나서 나도 한동안 보고 있었다.

돌아가시기전 고향에 한번 모시고 갔어야 했다.

 

 

2. 자장가를 대신해주던 영어회화 테입

 

 

 

 

 

 

 

 

 

 

 

 

 

 

 

 

 

잠이 안올때 보통은 라디오를 켜놓고 들으면서 잠을 청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위의 영어회화 테입을 반복재생으로 틀어놓고 잠을 청할때가 있다. 영어회화를 익히는게 목적이 아니다. 1998년 혼자 외국 생활을 하게 되었을때, 그야말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그곳에서 어찌나 한국말이 그립던지. 그때 가지고 갔던, 우리글로 쓰여진 유일한 책, 최영미의 <시대의 우울>은 수십번을 읽었지만 때로는 글자가 아니라 한국 사람의 목소리가 듣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러다가, 한국에서 가지고 간 영어 회화 테입의 해설 부분이 한국말로 되어 있음을 알고 아쉬운대로 그거라도 들으며 잠을 청했던 것이 버릇이 된 것이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하고 외국, 한국이 따로 없는 상황에 비교하면 전설같은 이야기이다.

영어권 나라로 가면서 무슨 생각으로 저 테입을 사가지고 갔는지 모르겠지만 한국말이 듣고 싶을 때 저 테입을 듣게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지금 들어도 해설자의 영어 발음 하나는 정말 똑 떨어질 정도로 정확하다. 한국말은 경상도 억양이지만 (이건 또 무슨 아이러니인지).

 

자꾸 옛날 일만 떠올리지 말고 앞으로 하고 싶은 것도 적어보고 가고 싶은 곳도 적어보아야겠다.

가고 싶은 곳 두군데 벌써 남편에게 말해놓았다.

케냐의 기린 호텔 (Giraffe manor) , 터키의 카파도키아 (Cappadocia).

 

목록이 자꾸 자꾸 늘어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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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10-13 2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고등학교 청주에서 다닐때 할머니가 밥 해주셨어요. 고 3때 밤 12시(?)까지 자율학습하고 나올때면 늘 할머니가 기다리셨어요. 초저녁 잠이 많으셨을텐데.......돌아가신지 10년은 되신듯요.
오홋 맨아래 사진이 케냐의 기린호텔인가요?

hnine 2013-10-13 22:10   좋아요 1 | URL
세실님도 할머님과 정이 많이 들었겠네요. 매일 같은 시간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 누군가를 마중가는 마음, 그런게 어쩌면 말보다 더 진한 우리 식의 사랑 표현 방식이 아닌가 싶어요.
맨아래 사진이 케냐 나이로비에 있는 기린 호텔 맞아요. 전 처음에 저런 곳이 실제로 있나 믿기지 않았답니다. 저 호텔 테이블 위의 접시 보세요. 접시에도 기린 무늬가..ㅋㅋ
터키의 카파도키아에선 저 사진속의 열기구를 직접 탈수 있다네요. 가보고 싶어요.

상미 2013-10-13 2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국 노래 자랑 우리 엄마도 좋아하셔.ㅎㅎㅎ
울 엄마도 할머니지 뭐^^ ;;
네 할머니 모습 나도 생생해... 쪽진 머리도.
내 기억에 참 꼿꼿하셨어.

난 하고 싶은거... 산티아고 순례길 가고 싶어.
일단 내년에 아들이 대학을 가면,
5월에 남편이랑 지리산 종주 하기로 했다~~~
아들이 관건이고, 두번째는 나의 체력...
운동해야지~~~

hnine 2013-10-14 10:29   좋아요 1 | URL
우리 할머니 깐깐하고 무서웠지? ^^
돌아가실 무렵 매일 보따리 싸놓고 고향 가고 싶다고 그러셨어. 그때 엄마도 아빠도 바쁘셔서 한번도 모시고 가질 못하고 돌아가셨는데 그게 지금 생각해도 참 안타까워. 요즘도 가끔 내 꿈에 나타나시는데 그때도 늘 짐보따리를 가지고 나오시더라.
산티아고 순례길, 멋있다. 산티아고 다녀온 책만 몇권을 읽었는지 몰라. 난 남편보고 산티아고 가자고 하면 반응이 별로일 것 같아, 걷는 거 귀찮아하는 타입이라서. 혼자 가긴 엄두가 안나는 행로이고.
지리산 종주는 병규랑 병규아빠랑 다녀오지 않았었나? 그건 해볼만 하겠다. 대학교 4학년때 생태학 실습으로 지리산 노고단까지 갔는데 그것도 헥헥거리며 다녀왔어. 팔팔할때도 그랬으니 지금 가면 어떨까 싶네. 화엄사가 생각보다 훨씬 더 크고 웅장했던 기억도 나.

nama 2013-10-14 2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목록이 자꾸 자꾸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터키에 가시거들랑 괴뢰메의 동굴호텔에 묵어보는 것도 좋아요. 특히 한겨울에 덜덜 떨어가며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것도 그곳에서는 낭만이지요.


'전국노래자랑'이 한때는 제가 유일하게 보는 프로그램이었지요.

hnine 2013-10-14 21:59   좋아요 1 | URL
한동안 가고 싶은 곳 떠올리지 않고 살았던 것 같아요. 이제 하나 둘 눈길이 가는 곳이 생기는 것을 보니 더 나이들기 전에 가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건지, 아니면 마음의 여유가 좀 생긴건지, 모르겠네요.
터키 여행하고 오신분들은 다 추천하시더라고요. 동굴호텔, 저도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아요. 괴뢰메, 적어놓을께요 ^^

프레이야 2013-10-14 2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가보고싶은곳 두곳 모두 저도요^^ 기린호텔 우와! 전 친할머니 얼굴은 뵌 적도 없고 외할머니가 참 고우셨는데 제가 큰딸을 낳은 그해 여름 먼길 가셨어요. 사춘기 시절 말없이 위안이 되었던 아랫목 같은 분이셨지요. 그립네요.

hnine 2013-10-15 09:42   좋아요 1 | URL
기린호텔 정말 가보고 싶으시지요? 저런 곳이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제가 모르는 곳이 아직도 얼마나 많을까요. 자꾸 예전 생각 떠올리는 시간이 많아지니, 새로운 경험으로 그 자리를 채워보자는 생각이 들었나봐요.
외할머니에 대한 말씀은 예전에도 들었던 것 같아요. 제 외할머니께서도 제가 초등학교때, 외할머니 아직 60대이실때 돌아가셨어요. 프레이야님께선 친할머니도 일찍 돌아가셨나봐요. 돌아가신 분 생각이 이렇게 뜻하지 않은 순간에 불쑥불쑥 나네요. 그리고 잠깐 그리워하고 또 한동안 잊고 살고...그런거겠지요.

안녕미미앤 2013-10-26 1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읽다가 "가고 싶은 곳 벌써 두 곳 남편에게 말해놓았다"에서 급 재미가 없어졌어요.
그래도 가보고 싶은 곳.. 말해놓을 분이 있다는 것은 뭐, 가고 싶은 곳이 천만개나 있는 저보다 낫다는 거 아니에요? 칭..
:)

hnine 2013-10-20 04:55   좋아요 1 | URL
남편이 없었다면, 아마 벌써 갔을지도 모르지요 혼자서! ^^

순오기 2013-10-21 0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할머니 고향이 어디셨는데 못 가보고 떠나셨을까요?
나인님이 그걸 안타까워하니까 마음에 남아 꿈속에도 나오는 듯...
이제는 마음 내려놓아도 될 듯, 할머니께선 날마다 자유롭게 고향에 가실 거 같아요.^^

hnine 2013-10-21 05:19   좋아요 1 | URL
할머니 고향, 안면도지요.
그때 저는 아직 학생이었고, 부모님은 늘 그랬지만 바쁘셨고요.
그런데 요즘은 제 아버지께서 부쩍 더 늦기 전에 어디좀 가보고 싶다는 말씀을 종종 하시네요.
언젠가 저도 그런 말 할때가 올 것 같아서, 뒤로 뒤로 미루지만 말고 가보고 싶은 곳 다는 아니더라도 좀 가 보면서 살고 싶어요.
순오기님, 그런데 이렇게 늦게 주무셔서 어떻게 해요? 11시부터 다음날 2시까지는 꼭 자는게 좋다는데...

안녕미미앤 2013-10-26 1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하하^^ 정말 그럴 수도 있겠어요^^ 그런데 혼자라고 책임이 없는 게 아니니까요.. 저 같은 경우는 더 많은 케이스^^
겁도 많구요 ㅋㅋㅋ 쓸데없는 거 아는데 뭐 그러네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꼭 쓸데없지도 않은 것 같아요.
등산 할 때 그러잖아요.. 짐이 많으면 올라가기 힘들어도, 짐이 있어야 물 먹고 싶을 때 마시고 배고플 때 먹고 추울 때 덮고^^ 겁도 좀 있어줘야 안 위험하지 않나요? 히~

hnine 2013-10-26 18:45   좋아요 1 | URL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여행가기 힘든 이유는 경제적인 것, 시간 여유, 이런 것들보다 사실 그거예요. 떨치지 못하는 것! 발 뗄 용기! ^^
 


오늘 부터 피아노 레슨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레슨 받기로 한 첫 곡이 이 책에 있다.




두근 두근, 설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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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2-04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멋지십니다. 열심히 응원합니다.
저는 항상 뭔가를 새로 시작할 때의 그 설렘이 좋더라구요. ^^

hnine 2025-02-04 15:59   좋아요 0 | URL
뭔가 시작할때 저는 아주 오래 망설이는 편인데, 일단 시작하면 또 쉽게 그만두지를 못하는 편이랍니다.
설렘을 좋아하신다니, 바람돌이님 제가 부러워하는 것을 가지셨네요. 저는 막바지까지 ‘이걸 꼭 해야돼?‘ 이러면서 뒷걸음질치기 일수인데요.
피아노도 오래 망설였으니 오래 오래 배울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5-02-04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저도 응원할께요.
피아노 학교 때 배우다 20대 때 다시 배웠는데 결국은 포기했어요.
차이코프스키로 레슨 시작하신거 보니 평소 실력이 좋으신 듯 합니다.
응원, 팍팍 실어 보내드려요!

hnine 2025-02-04 16:02   좋아요 0 | URL
20대면 인생이 분주하고 바쁠 때지요. 페넬로페님도 혹시 다시 배우고 싶으시다면 지금이 적기 아닐까요? 저 배우러 가기 전에 제가 제일 연장자일까봐 (선생님보다는 당연히 연장자일테고요.) 걱정했는데 아니라더군요. 어떤 곡을 처음 시작할까 선생님이랑 골라보다가 제가 저 차이코프스키 The Seasons 책에 있는 곡을 해보고 싶다고 했어요. 1월 부터 시작해서 12월까지, 12곡이 들어있는데 좀 쉬운 것도 있고 어려운 것도 있고 그래요. 저는 좀 쉬운 것부터 시작했어요.

stella.K 2025-02-04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부럽습니다. 저도 응원합니다!♡

hnine 2025-02-04 16:07   좋아요 1 | URL
지금 막 레슨 받고 왔답니다. 피아노를 제대로 배워온게 고등학교 2학년때까지였고 이후에는 시간있을때 혼자 예전에 배운 것을 쳐보는 정도였어요. 요즘 시간이 많아지기도 하고 다른 걸 배워보자니 용기가 안나고 그래서 오랫동안 제 친구가 되어주던 피아노를 더 배워보기로 한거지요.
선생님이 용기를 주셔서 첫 레슨은 잘 받고 왔어요. 새 곡을 배우는 것도 좋지만 선생님과 음악에 대한 얘기를 잠깐씩 나누는 것도 재미있네요.
 









겨우 이파리 하나 물에 담그며 과연 뿌리를 내려줄까 반신반의했는데

며칠 지나 하얗게 뿌리가 내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어보이는데서. 


유리잔 표면에 맺힌 저 공기 방울은 

산소 방울이겠지

이파리가 살아있다는, 살기 위해 활동한다는 증거








세번째 연 때문에 이 시가 특별해졌다.


올해 입춘은 2월 3일




















며칠 전, 지난 해 새로 생긴 KAIST Art museum 에 다녀올 때 본 오리 연못이다.

올 겨울이 별로 춥지 않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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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던 말이, 쓰고 싶던 글이, 금방 쏟아져 나올 것 같다가도 어느 한 순간 쑥 들어갈 때가 있다.

별 내용도 없는 감정 쏟아붓기 행위가 아닐까. 대수롭지 않은 것을 혼자 대단히 여기고 세상 밖에 내어놓는 것은 아닐까.

차라리 어머니가 차리시는 아침 밥 냄새에서 더 행복을 느끼고, 저녁밥상 덮어놓던 조각보에서 더 넓은 마음을 느끼는 것을. 그것의 반의 반도 옮기지 못하면서 또 무엇을 새로 쓰겠다는 것인가.

시의 "너"는 시인 자신. 자기가 자기에게 하는 말이다.


말없이 꾸어오는 꿈이 누구에게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도 있다.

내 삶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을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럴땐 지금 내가 보내고 있는 모든 시간들을 무르익혀 언젠가는 어떤 하나의 결정체로 빚어 볼 것이고 지금은 그 하나를 향한 build up 과정으로 여기기로 한다.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나중에 충분한 양으로 쌓이고 다듬으면 정체를 드러내리라, 어떤 모습, 어떤 색깔이 될지 지금은 알 수 없으니 기대를 해봐도 좋지 않을까. 

하찮고 별 것 없는 것 같은 하루에 실망하지 않을 수 있다.

말없이 끙끙거려야 할 과업이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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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1-20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없이 끙끙거려야 할 과업이 있어 좋은 건지 괴로운 건지 요즘은 잘 모르겠어요.
그냥 즐기자, 하면서도 글이 안 써질 때는 즐길 수가 없으니 말이죠.
글쓰기보다는 독서가 더 즐겁고 편한 것 같아요.^^


hnine 2025-01-20 17:39   좋아요 0 | URL
당장 하려고 하면 괴로움이 더 부각되고, 멀리 보고 ‘과업‘이라 생각하면 느긋해지면서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고, 그렇네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백년의 고독>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part 1과 2로 나누어 총 16부 작으로 제작되었다는데 현재 part 1의 8부가 공개되어 있다.


오래 전에 책으로 읽긴 했지만 워낙 방대한 내용에 혼동하기 쉬운 인명을 인물과 대응하며 읽느라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는데 다시 읽어볼 엄두는 못내던 참에 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소식에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이번에 영화로 보고나서는 제목 (One hundred years of solitude) 의 solitude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책으로 읽을 때는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고 넘어갔던 것 같다. 



Solitude는 "고독"이나 "혼자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는 주로 자발적이고 긍정적인 맥락에서 사용되며, 스스로 선택한 홀로 있음의 평화와 자기 성찰을 강조합니다.

Loneliness는 "외로움"을 뜻하며, 대개 부정적인 감정을 내포합니다. 이는 타인과의 연결 부족, 사회적 고립, 또는 소속감의 결여에서 오는 고통스러운 감정을 나타냅니다.

주요 차이점

  1. 감정적 색채

    • Solitude: 긍정적 또는 중립적 (자발적 고립, 내적 평화)
    • Loneliness: 부정적 (외로움, 고립감)
  2. 자발성 여부

    • Solitude: 스스로 선택한 홀로 있음
    • Loneliness: 원치 않는 고립
  3. 내적 상태

    • Solitude: 자기 발견, 창의성, 휴식과 연결됨
    • Loneliness: 불안, 소외감, 고독감과 연결됨

예를 들어, solitude는 조용한 산책이나 명상을 통해 얻는 평화를 의미할 수 있지만, loneliness는 친구나 가족과의 관계가 단절되었을 때 느끼는 고통스러운 감정을 나타냅니다.



이상은 chat GPT가 조사해서 알려준 것. 


호세 아르까디오가 결혼과 함께 마꼰도라는 자치적 부락을 만들어 떠나는 시작 부터가 원치 않는 고립의 loneliness가 아닌 자발적 고립인 solitude의 시작이라고 보여지기도 한다. 남아메리카의 역사와 정치라는 대외적 차원, 또 백년에 걸친 한 가문의 차원까지 이 작품에서 solitude는 다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8부까지 다 시청하고 난 소감은, 엄지 척!

책 보다 훨씬 몰입감있어 다른 것에 신경쓸 필요 없이 작품에 집중하여 의미를 헤아려가며 볼 수 있었다. 책으로 이미 한번 읽었기 때문이라고 하기 뭐 한 것이, 이미 8~9년 전에 읽은 책의 내용은 거의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사가 전부 스페인어로 되어 있으니 더 실감나기도 했고, 책으로 아직 안 읽은 분은 물론 읽으신 분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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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5-01-02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게 백년의 고독은 소설 자체를 재미없게 읽어서...넷플 애청자인 제게 저 영화가 떴지만 전 패쑤했습니다요..ㅎㅎ

엣지나인 님, 새해가 시작되었어요! 올해는 작년보다 건강하고 즐거운 한 해 되시길 빕니다~~

hnine 2025-01-02 21:05   좋아요 0 | URL
백년의 고독, 만만한 작품은 아니지요.
영화는 재미있게 잘 만들었어요. 어느날 필이 팍 꽂힐때 한번 보세요 ^^
저를 엣지나인이라는 멋진 닉네임으로 불러주시는 yamoo님, 저는 정말 올해는 작년보다 건강하고 싶은게 첫번째 소원이랍니다. yamoo님도 좋은 작품 많이 그리시고 알라딘에서도 자주 뵙게 되기를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5-01-05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년의 고독을 예전 30대에 재미없게 읽었어요. 인물들의 이름이 헷갈려서 도표를 그려 가며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포기하지 않고 완독해 놓길 잘했다는 생각이에요.
왜 이 작품이 재밌는지 모르겠는데 지금 읽으면 다를까요? 영상을 보면 다를지 궁금합니다.

hnine 2025-01-05 13:20   좋아요 1 | URL
저는 읽은지 8,9년 된 것 같은데도 지금 내용이 가물가물한데, 더 오래전에 읽으셨다면 pek님도 혹시 그러시지 않으신가요? 다시 도전해보실 생각이시라면 영화로 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잘 만들었어요.

페크pek0501 2025-01-20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년의 고독. 이 영화를 나인 님이 추천하셔서 넷플에서 1회를 봤답니다. 재밌었어요. 시간 날 때 계속 시청하겠습니다.^^

hnine 2025-01-20 17:39   좋아요 0 | URL
네, 시리즈물이기 때문에 한번에 볼수는 없고, 야금야금 보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