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옆에 서기 - 평범한 단어로 우아한 문장의 경로를 개척하는 글쓰기
조 모란 지음, 성원 옮김 / 위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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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모호한 제목이다. '단어 옆에 서기'라니. 원제는 First we write a sentence 이고 저자는 영국 출신의 조 모란 (Joe Moran) 으로, 영어 및 문화사 교수이며 여러 매체를 통해 글쓰기 교육에 힘쓰고 있는 사람이다.

이 책이 어떤 내용인가하면,

우리는 명쾌하면서도 지나치게 명백하지 않고, 

이상하지만 거부하고 싶지 않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걸 예기치 못하게 되새겨주는

문장을 원한다.

책의 띠지에 있는 소개글이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걸 되새겨 주는 문장'

우리는 나를 잘 가꾸는 일 만큼이나 잘 가꾸어진 문장을 쓰고 싶어한다. 나의 외모만큼이나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내가 쓴 문장이 세상에 나가게 하고 싶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인데 사실 읽다 보면 이 책의 문장들 자체가 그런 예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감탄을 쉴새 없이 하게 된다.

문장은 우리 노력의 진정한 무대라고 했다. 어떤 노력을 어디에 기울여야 할까.

전체적인 글쓰기의 방법에 대한 내용도 있지만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내용도 있다.

명사가 문장을 지배하면 어떻게 되는가 하는 내용이다.

명사 위주의 글은 무엇이든 주장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X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는 대신 'X의 기능 손실이 발생했다'고 말한다.

진부하고 자기변호적이고 몽유병 환자처럼 명사에서 다음 명사로 넘어가는 언어는 현대 매너리즘의 대명사가 되었다. 

문장의 진부함을 측정하려면 그 안에 있는 명사를 세어보면 된다.

명사 위주의 문장은 산문의 사르가소 바다다. (94)


명사로 숨통이 막힌 문장에 생기를 불어 넣는 방법으로 동사를 쓸 것을 권한다. 영어의 경우이겠지만 put emphasis on (강조를 두다) 를 emphasize (강조하다)로, give the impression (암시를 주다)를 suggest (암시하다)로.


문장의 온도를 높여야 할때와 낮춰야 할때가 있는데 연결동사는 문장의 온도를 낮추고 차분하게 만드는 반면 타동사는 열을 끌어 올린다. 

"젊은이가 냉장고에 맨발로 조용히 다가가서 우유 한 통을 꺼내고 조심스럽게 킁킁 냄새를 맡더니 이 정도는 괜찮다는 듯 감탄사를 내뱉고는 통에 입을 대고 그대로 들이켰다."

이런 글은 안정된 정체성으로 세상 속에 우리의 좌표를 이해하게 해주는 한편으로, 그 정체성에 열기를 불어넣어 변화를 만들어낸다. (112)


이제 문장과 문장의 연결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저자는 종속 문장모다는 병렬 문장을 권장한다. 

병렬은 읽기만 쉬운게 아니라 실제로 절 사이를 튼튼하게 연결한다. 종속은 차이를 곱게 걸러 절을 분리시키고 병렬은 단어를 따뜻하게 보듬어 절을 한자리에 모은다.

병렬은 하나의 스타일이자 내면의 상태다. 

세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눈에 보이는 것을 병렬의 형태로 조합할 자신이 있을 때 최악의 서툰 글은 사라진다. 진부하게 들릴까봐 겁을 먹은 작가가 쓴 혼탁한 글은 혼탁하고 진부한 글이 된다. 꼬인 생각의 실타래를 풀거나 기형이 된 논리를 매만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본 것을 그대로 말하고 독자가 그것들을 알아서 연결하게 두는 것이다. (138)

다시 말해서 저자는 병렬로 쓰는 것이 독자에게 좀 덜 똑똑해보일 수는 있지만 그것을 개의치 않을 정도로 단순 명료한 문장에 진심일 수 있다는 것이 병렬 문장의 묘미라는 것이다.

단어수를 보태는 것이 아니라 줄이는 것 역시 글쓰기라고 했다. 단어를 덜어내면서도 의미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단어를 덜어내는 일에도 창조성이 있다.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어의 유명한 말 'Less is more', '적을수록 풍부하다'고 한 코코 샤넬은 '우아함은 거부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문장은 외로운 장소'라는 제목의 강연을 열었던 단편소설작가 게리 러츠는 작가로써 쓰고 싶은 글은 '완벽한 문장, 손에 쥘 수 있는 고독, 완성된 언어의 찰나 같은 즉각성'을 담은 이야기라고 했다는데 매우 추상적인 이야기이지만 어떤 뜻인지 알 것 같다. 여기서 저자가 주는 조언은, 문장 하나하나를 중요하게 만들라는 것, 마냥 제자리를 걷거나 다음 문장으로 건너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문장들을 줄이는 것, 문장 하나하나를 읽을 만한 가치가 있게 쓰라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가 글쓰기에 매달리는 이유는 문장을 통해 다른 버전의 내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268)

글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없을 때에도 우리를 대신할 목소리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의 마무리도 인상적이다.

종교가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 글쓰기는 신앙에 가까운 기분을 안긴다. 글은 이 세상에 존재함에 대해 신에게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자체에 감사함으로써 경의를 표한다. 감사는 예배가 아니라 알아차림에 의해 생겨난다. 

인간에게는 알아차리는 능력이 있다. 삶에 어떤 목적이 있는지 의심스럽지만, 만일 그런 게 있다면 우리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알아차리고 그 알아차림을 단어로 감싸는 것이리라. 이를 위해 우리는 문장이라는 완벽한 용기를 만들었다. (271)

우리 각자 자신의 삶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 각자 자신의 문장을 써야 한다는 말이라는 것은 심오하기까지 하다. 


단어를 그물망 삼아, 문장을 의미 생성의 그물망으로 삼아, 글을 쓰는 것은 혼란과 외로움을 물리치고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한 방법이라는 저자의 말은 오래 동안 기억하고 싶은 말이기도 다. 작가이든 아니든.


책 내용 자체도 유익하지만 덤으로 이 사람이 문장을 쓰는 방식,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조용하고 세련된 방법으로 전달하는 방식도 배우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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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8-14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잘 쓰려면 이런 글을 읽고 연습도 하거 해야 할거같네요. 게으른 저는 쓰는것만 해도 늘 급급해서 따라해보지는 못할거 같아요.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글을 더 잘 쓸수 있다고 말하는건 참 신선하네요

hnine 2025-08-14 16:25   좋아요 1 | URL
이런 책을 읽고 그대로 연습한다기 보다, 나의 글쓰기와 내가 쓰는 방식을 한번 되돌아보는 기회는 되는 것 같아요. 더 좋은 문장, 더 맑고 또렷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살아있는 동안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는 것과 같은 마음이라는 말이 참 좋더라고요. 이건 글 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마찬가지인것 같지요.

카스피 2025-08-14 14: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맨 처음에 작가 이름만 보고 한국분인줄 알았어요.성을 조씨에 이름은 모란...ㅋㅋㅋ

hnine 2025-08-14 16:26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도? 저도요 ^^ 심지어 남자분이어요. youtube 찾아보았지요.
 
말을 부수는 말 - 왜곡되고 둔갑되는 권력의 언어를 해체하기
이라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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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말을 부수는 말'이지만 나는 리뷰 제목을 조금 바꿔 마음을 부수는 말이라고 해본다. 인간을 부수는 말, 인간의 존엄성을 부수는 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유명한 말들이 생각났다. 언어는 실제 세계를 담아내는 그림이고, 언어를 명료하게 함으로써 언어의 오해때문에 생긴 여러 잘못을 바로 잡는 것이 철학이라고 하였다.

예술사회학 연구자라고 소개되어 있는 저자 이라영의 이 책은 '왜곡되고 둔갑되는 권력의 언어를 해체하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수술대 위에 올려놓은 말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고통, 노동, 시간, 나이 듦, 색깔, 억울함, 망언, 증언, 광주/여성/증언, 세대, 인권, 퀴어, 혐오, 여성, 여성 노동자, 피해, 동물, 몸, 지방, 권력, 아름다움이 그것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서 제일 처음 밑줄을 그는 부분은 '고통'에 대해 얘기한 다음 대목인데, 흔히 말하는 '창작의 고통'이라는 말이 가진 모순에 대한 것이다.

"예술가들이 너무나 성공적으로 괴로움을 표현한 탓에 예술가 집단이 가장 진정으로 고통받는 사람들로 여겨지고, 그래서 도움이 절박하게 필요한 다른 사람들에게서 의도치 않게 관심을 빼앗을 위험"이 항상 도사린다. 

창작을 통해 고통을 다루기보다 창작을 하는 나의 고통에 대해 더욱 열심히 말하는 창작자들이 실로 많다. (13)

창작이라는 활동을 하는 동안의 정신적 고통을 고통의 범주에 포함시켜 얘기하는 동안 출산이나 질병의 고통 같은 육체적 고통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거나 하급 고통으로 제쳐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문학과 미술 등 예술에서 질병, 출산, 육체노동처럼 몸이 겪는 고통을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다뤄왔다는 점을 20세기의 작가들은 꾸준히 지적해왔다. (13)


'수족부리듯이' 라고 말할때 그것은 상대를 깔보면서 부려먹는 상황을 일컫는 것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그 말 속에는 우리의 손과 발이 하는 노동은 머리가 하는 노동보다 못하다는 멸시가 들어가있다. 수족이 왜? 이것은 손과 머리를 분리시켜 손이 하는 노동은 값싼 노동으로 취급하는 의식을 반영한다. 

"예전에 엄마가 그랬는데, 여자가 더러운 걸 많이 만져야 집이 깨끗하대." (48)


십년 단위가 짧다고 할 정도로 세대를 구분하여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유행은 언제부터 다수를 한꺼번에 특징지워 우스개거리로 만들었을까. 학번으로 나이를 대신하여 불러서 학번 없는 자들을 제외시켰으며, 70년대 세대를 x세대라는 말로 부름으로써 대학 안 나와도 x세대 할 수 있냐는, 계층의 언어를 만들어내었다. 88만원 세대라고 할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MZ 세대, Z세대 (젠지), 앞으로는 또 어떤 이름의 세대를 만들어 획일화, 단순화시켜 버릴까. 무엇보다도 과연 그런 말들은 그 세대를 진정으로 대표할 만 한가.


'국민의 시녀', '엄마의 마음으로', '국민 맏며느리', 이런 말 속에 들어가있는 여성과, '효자 상품'이라는 말 속에 들어가있는 남성성. 전자는 보조 역할, 포용과 희생을 담고 있고 후자는 대표성, 주도성을 담고 있다.


훔치지도 않았는데 죽어야 한다

죽이지도 않았는데 죽어야 한다

재판도 없이

매질도 없이

구덩이로 파묻혀 들어가야 한다.


김혜순 시인의 <피어라 돼지>의 첫 번째 연이다. 동물은 그 몸 자체가 노동과 출산이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존재한다. 동물뿐 아니라 여성도 마찬가지. 생명의 잉태와 양육이 고귀하다면 여성은 그만큼 존중되고 대우받아야 한다. 애국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검색과 SNS 사용만으로도 공부한다는 착각을 하기 쉬운 시대를 살아가면서 쉬운 언어, '인싸'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지식인인체 하는 시대, 영어로 된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지배의 언어, 권력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착각, 쓸모 없는 것은 아름다운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점점 창조적 능력을 잃어가는 대신 물건을 구입해서 소유하는 사람이 아름다움과 권력을 가진다고 생각하는 것.


우리가 쓰는 말 속에는 우리가 의식하지도 못하던 진실이 들어가 있다. 이 책은 '왜곡'되고 '둔갑'되어 있는 말을 칮아내고 분석하여 왜곡하고 둔갑시킨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를 반성할 기회를 갖게 한다. 우리 인간들의 가식과 이기주의가 여차 없이 들어가 있다. 마치 얼마 전에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볼때처럼 그런 시대를 살아오거나 살고 있다는 것이 스스로 부끄럽고 치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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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25-07-15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짓기로 다수를 한꺼번에 특정짓는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단어로 고정되면 그것에 대해 안다는 착각이 일어나고, 그 착각이 삶의 다양성을 수용하는데 방해가 되기도 하지요. 반가워요 나인님^^

hnine 2025-07-15 09:51   좋아요 0 | URL
혜덕화님, 잘 지내시지요? 오랜만에 글 올리신 것 보고 많이 반가웠어요.
사람 하나가 곧 하나의 우주라고도 하는데, 하나의 단어로 규정짓는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게 아니라 이해를 막는 결과를 낳을 것 같아요.
우리가 쓰는 언어 속에 우리가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갖고 있는 편견과 관습과 억압이 고스란히 들어가있다는 걸 저자가 얼마나 날카롭게 파헤쳐놓았던지, 인상깊은 책이었습니다.
 
클래식 왜 안 좋아하세요? - 아는 만큼 들리는 나의 첫 클래식 수업
권태영(탱로그) 지음 / 빅피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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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도발적이다. 

"클래식, 왜 안 좋아하세요?"

나이 지긋한 클래식 전문가 선생님께서 깊이있는 클래식 강의를 해놓은 책일 것 같지는 않다.

제목을 언뜻 본적은 있는데 구입할 생각까지는 못하고 있던 차에, 저자가 운영하고 있는 youtube 채널을 보게 되었다. 임윤찬과 조성진의 연주 장면을 흉내내고 있었는데 보자마자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는 곧 웃음이 싹 가셨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어디 흉내나 낼 수 있는 연주가들인가. 이 사람은 연주하는 동작만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그 곡을 연주하면서 흉내내고 있었다. 최근 클래식에 대한 책을 냈다고 해서 냉큼 구입하였다. 

저는 음악교육가이자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아마추어 음악 애호가입니다. 그렇기에 전공자가 아닌 시선에서 어떻게 음악과 친해질 수 있을지를 자주 고민하곤 합니다. 이 책은 그러한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입니다.  

머리말에서 이렇게 취지를 밝히고 있다. 

책의 내용을 보면 주로 유명한 음악가와 그들의 곡중 특별한 뒷 배경을 가지고 있는 곡들에 대한 이야기, 그런 이야기 중간중간에 음악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을 담고 있다. 음악 자체만 듣고 있어도 좋은 곡이라도 배경을 알고 들으면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격 클래식 입문을 위해 뽑은 다섯 명의 음악가는 베토벤, 파가니니와 리스트 (클래식계의 아이돌이라고 명칭), 모짜르트, 드뷔시, 라흐마니노프. 다음 장에서는 별개로 선택한 다섯 음악가를 들어 그들이 작곡한 곡 중 특별한 역사적 사실이나 배경을 설명하였다. 다음 장은 시대정신이 반영되었다고 보이는 다섯 음악가를 들었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곡 대부분은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곡들이라서 들으면 제목을 몰라고 들어본 적 있다고 할만한 것들이어서 클래식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보인다. 그리고 음악가나 곡에 대한 설명도 이 책에서 새로이 알게 되는 것들도 있지만 많은 내용이 이미 들어서 알고 있는 것들도 많았다. 설명, 전혀 어렵지 않다. 지은이가 현재 공부하고 있는 것이 '음악교육학', 전직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재미있고 쉬운 비유와 설명은 당연할지도.

그런데 책이 혹시 어려울까봐 너무 신경쓴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 

시대 정신을 반영한 음악가와 음악을 소개한 장에서는, 시대정신이라는 다소 광범위한 키워드로 함께 묶어 설명하기엔 공통적 요소가 적어보이는 음악가들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던 것이, 바그너, 존 케이지, 쇼스타코비치, 드보르작, 말러가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인 <취향과 감성에 따라 골라 듣는 클래식 리스트>에 엘가, 비발디, 시벨리우스, 비제, 로시니의 음악을 소개했는데, 이 책의 취지를 미루어볼때 이런 장을 따로 구성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재미있고 쉽게 썼긴 하지만 그의 youtube 채널이 훨씬 그의 개성을 잘 드러내고 차별성을 보였다고 말하고 싶다. 그에 비해 책은 너무 책처럼, 그의 기발한 발상과 설명, 소개 방식을 다 묻어버린 것 같아 아쉽다. 그래서 별 셋으로 표시했는데, 아마 그의 개인채널에 별점을 매긴다면 확실히 이보다 나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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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6-24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래식을 어렵다고들 생각하는데 르네상스이후 클래식음악은 당시의 대중가요같은 느낌이라고 하더군요.클래식므막은 과거의 k pop이라고 상각한다면 부담이 좀 덜할것 같아요.

hnine 2025-06-24 18:08   좋아요 0 | URL
음악의 장르를 불문하고 들었을때 좋으면 좋은 거죠. 클래식이라고 따로 정해져 있고 클래식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요즘 K-pop에도 클래식 음악의 테마를 이용한 것들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The Housemaid (Paperback) - 『하우스메이드』원서
Freida Mcfadden / Grand Central Publishing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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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우리말로 하면 '가정부'라고 하면 될까.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  책 표지 그림, 그리고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소설이라는 것으로 나는 읽기전에 쉽게 우리나라 임상수 감독의 영화 '하녀'를 연상해버리고 말았다. 하녀라는 영화 역시 실제로 본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편견과 선입견을 잔뜩 안고 읽기 시작한 작품이다.

Freida McFadden은 이 소설의 작가이자 의사이다. 책에는 작가 소개가 따로 나와 있지는 않아서 Youtube에서 그녀 이름으로 검색했더니 작가가 자기 작품에 대해 이야기한 것, 다른 사람과 인터뷰한 것, 그리고 많은 독자들의 리뷰 영상이 올라와 있어서 몇개 훑어 보았다.

나는 Freida McFadden의 책을 처음 읽었지만 이미 23권의 책을 낸 작가이다. Freida McFadded은 그녀의 필명. 보스턴에서 physician으로 일하고 있고 전문분야는 Brain surgery. 그녀의 작품중 18권을 읽었다는 어떤 독자는 그것의 순위를 매겨보면서 이 작품 The Housemaid를 첫번째 순위에 놓았는가 하면 또 어떤 독자는 작가의 책을 7권 읽었는데 읽어갈수록 재미가 점점 감소해간다고 말하기도 한다. 

책을 읽기도 전에 우리 영화를 떠올렸다고 했는데, 읽어나가면서도 이거 어디서 많이 듣고 본 스토리라는 생각을 지울수 없었다. 아마 나만 그렇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한다. Freida McFadden은 소설을 쓸때 결말을 미리 정해놓지 않고 쓰면서 만들어가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녀의 대답은 No. 작품 집필에 들어가기 전에 머리 속으로 한참동안 구상하는 시간을 갖고 전체적인 구성을 다 만들어놓은 후에 비로소 집필에 들어간다고.

1,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가정부 millie의 목소리로 진행되어 어떻게 그집에 들어가게 되었고 이전에 자기의 이력에 대해 짧게 설명하면서 진행되다가 2부에 가면 작품의 분위기의 전환이 일어나면서 집주인여자 nina와 millie가 번갈아 화자로 나온다. 화자가 번갈아 나온다는 것은 두사람의 심리가 따로 묘사해야할 만큼 이전 기대에 반전이 올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1부의 상투적이고 너무 기대에 따라 전개되는 스토리에 약간 흥미를 잃어갈지도 모를 가능성을 작가는 영리하게 뒤집어놓는다. 사실 1부를 읽는 중에도 등장인물 어느 누구에게도 확실한 신임을 주지않고 있었다. 가정부 millie의 외모와 기분, 상황을 보여주는 대목은 있어도 확실히 어떤 성격의 인물인지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 없었기 떄문이다. 여주인 nina의 경우에도 앞뒤 안맞는 행동과 언행에 배후를 짐작할 수 없었다. 이것은 2부에 nina가 화자가 되어 진행되는 부분에 이르러야 밝혀진다. nina의 남편 andy도 알수 없는 인물. nina의 환상처럼 세상에 100% 완벽한 남자는 없기 때문이다. 굳이 영어를 못하고 이탈리아어를 사용한다고 설정해놓은 enzo도 불확실하기는 마찬가지.  사실 2부의 페이지를 더 빨리 넘겨갈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정체를 작가가 어떻게 보여주는지 궁금했던 것이 크다.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것에는 공감. 하지만 읽으면서 조금 엉성하다고 느낀 부분도 없지 않았다. millie가 그 집에 들어가서 자기가 지낼 방의 위치와 구조와 상태를 보고, 또 이상한 점을 계속 발견해나가면서도 단지 돈이 급하다는 이유로 그냥 받아들이고 아무 문제제기 없이 몇달을 지내는 것, nina의 경우는 더 이상하다. 공포스런 경험을 수차례 하면서, 그것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 그냥 아무 조치 안하고 있었다. 남편의 성격과 행동의 비정상적인 정도에 비해 아마도 그 원인으로 들고 있는 어머니의 몇 가지 행동과 말은 다소 미약하지 않은가.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심리스릴러 라고 까지 갈 수 있나 싶고, 시청률 높은 드라마의 대본집같은 느낌이랄까. 복잡한 문장이나 문학적 표현들을 대신한 간단하고 명쾌한 문장이라는 것도 대본집을 연상시킨 이유 중 하나이다.

youtube 영상중에 작가가 이 책에서 재미있는 인물로서 Cecilia를 설명하는 것이 있었는데, 작가가 말하는 도중에 옆에서 "그거 나를 근거로 만든 거 아냐?"라는 목소리가 끼어들어간 것이 있다. 아마 작가의 딸인 모양.

이미 영화화가 확정되어 제작중이라는데 Amanda Seyfried가 nina 역할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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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6-19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에서 엔조를 누가 연기하게 될지 기대가 큽니다. 후훗.

다락방 2025-06-19 14:16   좋아요 1 | URL
저 지금 검색해보고 왔는데요 밀리는 시드니 스웨니네요. 요즘 제가 관심있게 보고있는 배우거든요. 나름의 매력을 가진 배우라서. 무엇보다 엔조는 미켈레 모로네 입니다. 영화 <365>의 남자주인공이었는데, 그 영화는 정말 너무 메롱한 영화였지만 그 남자 배우는 멋있었어요. 오.. 영화 정말 기대되네요.

hnine 2025-06-19 23:55   좋아요 1 | URL
시드니 스웨니가 어떤 배우인가 저도 검색해보았더니 저는 처음 보는 배우인데, 오, 매력적으로 생겼어요.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지네요. 미켈레 모로네때문에 영화 <365>도 검색, 오, 포스터보고 흠칫했네요 ^^
배우들을 보니 웬지 책보다 영화가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25-06-19 2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엔조의 어머니가 근원적 뿌리였지 싶은데 좀 더 구체적인 상황이 더 있었음 싶은 아쉬움이 남았어요. 그리되면 스토리가 정말 영화랑 흡사해질지도 모르겠군요.ㅋㅋㅋ
영화가 제작 중이군요.
작가가 23권의 책을 냈다니…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네요.^^

hnine 2025-06-19 23:58   좋아요 2 | URL
앤디의 어머니 말씀하시는거죠? 어떻게 보면 모든 문제의 근원인데 결벽증세, 집착, 완벽주의 등의 너무 뻔한 틀로 간단하게 처리하고 넘어간 것 같아 좀 아쉽죠.
작가 얼굴과 말하는 것을 보니, 아주 유쾌하고 말하는 것 좋아하는 사람 같아요. 옆에서 딸이 방해공작 놓는 영상은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 영상 그래서 1분도 안돼서 끝나요 ㅋㅋ

파란놀 2025-06-21 0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새 영어권에서는 ‘하우스메이커‘라는 말로 바뀌어 간다고 들었어요.
‘하우스메이드‘란 그야말로 ‘담살이‘일 텐데,
하녀도 가정부도 아닌 ‘살림지기‘ 같은 말을 주고받는 나라로
바뀌어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고 돌아보곤 합니다.

hnine 2025-06-21 09:41   좋아요 1 | URL
제가 그랬던 것 처럼 하우스메이커라는 제목에서 독자들이 연상하는 것을 오히려 출판사측에서 반겼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살림지기, 좋은 말이네요. 보다 더 긍정적으로 들리기도 하고요.
 
하루 하나 클래식 100 - 나의 아침에 음악을 초대하는 일 하루 하나 클래식
안일구 외 지음 / 문예춘추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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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하루에 한 곡씩 이 책에 실린 곡을 소개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이런 책이 한권 정도 있다면 내가 가끔 들어보기에도 좋을 것 같고 각 곡마다 QR code가 수록되어 있어 곧바로 그 곡의 연주 영상으로 이어져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구에게 선물하기도 좋겠다 싶어 구입해보았다.

제목처럼 100곡의 클래식이 두어 페이지의 설명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100곡은 누가 어떻게 선정을 했느냐하면, 모두 여섯명이 참여했는데 곡을 추천한 사람은 유정우, 조민석, 데얀 가브리츠 이렇게 세사람. 이중 유정우 라는 분은 라디오 방송에 자주 나오시는 분이라 익숙한 분이다. 흉부외과 의사이면서 클래식 칼럼니스트일 정도로 음악에, 특히 오페라에 조예가 깊은 분이다. 이 세분이 추천한 곡들에 대한 설명글을 쓴 사람은 안일구, 김소라, 박지혁 이렇게 세 사람. 이중 안일구님은 유튜브에서 음악채널을 운영하고 있어서 몇번 들어본 적이 있다. 

나에게도 만약 100곡의 클래식을 골라보라고 하면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골라야할지 당황스러울텐데, 이 책의 100곡 선정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100곡 중에는 당연히 들어갔으리라 기대한 곡들이 없기도 했고, 오페라나 현악곡 같은 경우는 생소하다 싶은 곡도 꽤 들어가있다는 느낌을 받앗다. 


말러의 9번 교향곡 같은 경우엔 QR code로 연결된 영상이 더 이상 제공되지 않는 영상이라는 메시지가 뜨기도 했다. 

존 애덤스의 The Chairman Dances 라는 곡은 샤넬쇼에서도 연주된 현대음악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나는 처음 들어보는 곡. 















곡의 선정인과 편집인 6명 중 세분이 플륫 전공자, 한분이 첼로 전공자이고, 다른 한분은 주로 오페라 전문가이다. 아무래도 자신의 관심있는 분야에 더 치중하게 되는 것일까.

이 책을 구입하실 분이라면 수록곡들 리스트를 한번 살펴 보고 취향에 맞는지 알아본 후 구입하시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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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홀릭 2025-05-29 15: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과 음악 잘 어울리겠어요
잘 모르는 저같은 사람에게 필요한 해설도 있고.
전에 꿀벌과 천둥도 음악들으면서 읽으니 훨씬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이 책에 관심이 가네요

hnine 2025-05-29 16:24   좋아요 2 | URL
KBS FM 오전 9-11시까지 하는 프로그램에서 이 책에 수록된 곡을 한 곡씩 소개해주고 있어요.
이왕이면 아는 곡, 좋아하는 곡이 많으면 더 좋을테니까 위에 제가 사진으로 올려놓은 수록곡 리스트를 보시고 좋다 싶으면 소장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100곡을 선정했으니 대부분 친숙한 곡일거라 예상했는데 생소한 곡들이 꽤 있어서 저는 좀 당황 (^^)했어요.

yamoo 2025-05-29 1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입해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hnine 2025-05-29 17:14   좋아요 1 | URL
100곡 중에 어떤 곡을 제일 먼저 들으실지 궁금하네요.
작업하실때 음악을 주로 틀어놓고 하시는지도.
저는 Bach의 Goldberg를 제일 먼저 들었는데 당연히 피아노로 연주한 곡일줄 알았는데 고색창연한 합시코드 연주가 나와서 놀랐답니다.

카스피 2025-05-30 0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선집류의 작품들은 아무래도 선정자의 개인적인 취향이 들어갈수 밖에 없기에 객개인의 취향과 맞지 않을수 있기에 hnine님 말씀처럼 미리 수록된 리스트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다만 아무런 지식이 없는 초보자라면 일종이 길잡이로 선택해도 좋을 듯 싶네요.

hnine 2025-05-30 07:05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이 책을 만든 여섯 사람중 음악 전공자가 세명이 플륫 전공자, 같은 학교 출신들이더라고요. 한 분은 오페라 전문가이고요. 이쪽 분야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 책이 더 마음에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책을 구입하기 전엔 어떤 곡들이 수록되어 있는지 알수 없었기 때문에 혹시 구입하실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여 수록곡 리스트를 올려놓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