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처 : 벨몬트 아카데미의 연쇄 살인
서맨사 다우닝 지음, 신선해 옮김 / 황금시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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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만사 다우닝의 <티처:벨몬트 아카데미의 연쇄살인>은 벨몬트 아카데미라는 미국 명문 고등학교의 교사 테디 크러처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스릴러이다. 더 구분하자면 학원스릴러물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테디는 최근 올해의 교사로 선정될 만큼 성공적이지만 사실은 학생들을 극한까지 몲아붙이는 특이한 신념을 지닌 인물이다.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하도록 가르친다는 신념아래 독단적이고 위험한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학교에서 연쇄적으로 의문스러운 죽음이 발생하자, 학생 잭 워드를 포함한 몇몇 사람들이 테디의 진짜 모습을 의심하기 시작하지만 테디는 교묘하게 주변 사람들을 조종하여 진실을 숨기려 하며 점점 더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 간다. 이 과정에서 명문 학교의 강압적인 분위기와 야망이 어떻게 도덕적 경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 사만사 다우닝은 주로 스릴러 소설을 집필하는 미국의 인기 작가로 서 대표작에는 My lovely wife, He started it, For your own good (이 작품의 원제), A twisted love story 등이 있다. 이중 데뷔작인 My lovely wife는 독특한 심리 스릴러로서 큰 인기를 끌었으며 문학상에 후보로 오르고 영화화 작업까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만사 다우닝은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본래 취미로 글을 썼으나 친구가 My lovely wife 원고를 편집자에게 보내면서 본격적으로 작가로서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 독학으로 글쓰기를 배웠고 본인이 쓰고 싶은 스릴러 장르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글을 쓴다고 한다. 그녀는 데뷔 적까지 여러 장르로 시도하다가 결국 열두 번쨰 작품이었던 My lovely wife를 통해 출판계에 성공적으로 데뷔하게 되었다.

문학적으로 의미가 있다기 보다는 스릴러의 형식을 빌어 현대 사회를 풍자하고 비판한 현대 스릴러라고 볼수 있다. 고도의 성과를 요구하는 미국 명문학교의 폐쇄적이고 경쟁적인 분위기를 풍자하고 교육의 명목 하에 발생할 수 있는 권력 남용과 윤리적 딜레마를 다루고 있다. 왜 '명문'과 '윤리적 딜레마'는 쌍으로 따라다니는지.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간의 경쟁과 갈등이 어떻게 보면 이 작품에서는 더 두드러진다고 볼수도 있다. 주인공 테디 크러처는 교사라는 위치와 학생들의 경쟁심을 이용하여 자신이 학생들에게 하는 모든 행위는 핵생들을 위한 것이라고 스스로 포장한다. 저자는 이런 면에서 사회적 비판의 의미를 가지게 만드는 요인을 제공한 듯. 

독자들의 흥미를 끝까지 붙잡고 가기 위해 연쇄살인이라는 방법을 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쇄 살인의 대상이 된 사람들이 살인 대상이 되어야 했던 이유가 뚜렷하지 않고 마지막에 범인으로 밝혀진 사람의 한 사람도 아니고 여러 사람을 짧은 시간내에 줄이어 살인을 저지르는 동기가 충분히 와닿지 않은 것은 나만 그런것인지.

명문대학 진학을 위해 감투를 벌이는 학생들보다는 그런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들과 학교내부의 안보이는 면과 권력 다툼은 더 한탄스러웠다. 학생들의 경쟁은 그에 비하면 오히려 순수하달까.

For your own good 이라는 원제가 우리말로는 전혀 다르게 번역 되었다. 책 표지에 "다 너희를 위한 일이야"라는 문장이 원제에 가까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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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노화 식사법 - 노년내과 의사가 알려주는 기적의 식단 혁명
정희원 지음 / 테이스트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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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늙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잘 늙고 싶은 마음은 있다. 특별한 비결이나 명약이 아니라 나의 생활 습관을 바로함으로써 가능하다면 못할 것 없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이제 사람들은 노년의 건강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예전에 없던 노년 내과라는 것이 생기고 노인 의학이라는 것이 생겼다.

요즘 건강 정보에 키워드로 올라있는 몇가지 중 저속노화 식사법이라는 것이 있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의사가 몇년전 방송에 나와 저속노화에 대해 소개할때 나도 관심있게 듣긴 했지만 요즘처럼 이렇게 많이 알려지고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모을지 몰랐다. youtube에만 해도 너무나 많은 영상이 올라와 있지만 부분적인 내용들이어서, 책으로 찬찬히 잘 읽어보기로 했다.


저자는 동물의 느린 노화를 유도하는 많은 장수 식단 중 MIND (Mediterranean-DASH Intervention for Neurodegeneraative Delay) 식사를 알게 되었고, 알면 알수록 이 이상 매력적인 식사법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일단 교조주의적인 면이 없어서 권고 사항의 울타리가 상당히 넓으며, 그래서 실천하기에 아주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식재료를 쓰라고 강조하지 않기에 기본 원칙만 지키면 단기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실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1. 저속노화 식사법인 MIND 식사는 무엇이 다른가

저속노화 식사는 지중해식 식사대시 (DASH) 식사의 구성요소를 기반으로, 자연식물식에 중점을 두고 동물성 음식과 포화지방이 높은 음식의 섭취를 제한하는 식단이다.

-지중해식 식사: 신선한 식품을 다양하게 먹기를 중시 --> '장수'에 집중

  복합탄수화물과 식물성 단백질, 올리브오일 섭취를 강조

  동물성 단백질, 특히 붉은 고기를 피하는 것이 핵심

-대시 식사: Dietary Approach to Stop Hypertention의 약자로, 고혈압을 예방하고 관리하게 이해 고안된 식단

  혈압을 낮추는 것이 주 목적이라, 칼륨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고 나트륨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 --> '성인병'에 집중

MIND 식사 : 지중해식 식사와 대시 식사를 기본으로 하면서 

     1. 뇌 건강, 치매 예방 관련 음식을 강조하였고

     2. 베리류와 푸른 잎 채소를 더하고 

     3. 생선, 유제품, 과일을 명시적으로 권고하지 않는다.


2. 저속노화 식단, 간단히 실천하는 법

- 잡곡밥, 견과류, 블루베리, 올리브오일을 더 먹자

- 단순당과 정제곡물, 붉은 고기와 가공육, 패스트푸드는 절제하자.


3. 먹지 않는 시간 두기의 의미

먹지 않는 시간 두기란 곧 요즘 유행하는 간헐적 단식을 말한다.

MIND 식사와 먹지 않는 시간 두기를 병행하면 체중 조절의 측면에 있어서 효과가 배가 되지만, 단백질의 균형있는 섭취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하며 특히 노년의 경우엔 근손실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4. 지방은 비만의 주범이 아니라 건강한 식사를 구성하는 하나의 영양학적 축이다. 저속노화 식사법에서 권장하는 오일은 올리브오일, 생선 기름, 코코넛오일, MCT(mid chain triglyceride)오일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5. 단백질을 많이 먹는다고 근육이 잘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노화를 가속화 시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MIND 식사는 동물성 단백질보다 식물성 단백질을 기반으로 한다. 여러 음식을 섞어 먹음으로써, 그리고 식물성 음식의 가공을 통해 단백질 함량을 높이고 흡수를 용이하게 만듦으로써 식물성 단백질이 동물성 단백질보다 질이 떨어진다는 약점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사람들이 저속노화 식사법을 실천하는데 있어서 가장 궁금해하는 점 30가지를 꼽아 Q&A 파트를 마련한 것도 성의있어 보인다. 그 뿐 아니라 자연 재료를 활용한 저속노화 밥상 레시피까지 실려있다. 요리 재료부터 조리법, 완성 사진까지, 요리책 못지 않아 당장 어떤 음식을 어떻게 만들어 먹으라는 것인지 감을 잡기에도 좋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참고문헌 리스트를 빼놓지 않았다. 출처와 근거를 밝히는 것은 중요하니까.


잘 늙는 것은 약이나 시술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나의 습관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겠다. 

에필로그에서도 저자는 강조한다. "당신의 다음 한 끼가 선순환의 시작이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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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소식의 과학 - 늙지 않고, 살찌지 않고, 병 걸리지 않는 식습관
정재훈 지음 / 동아시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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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왜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른다고 했을까. 소식이 건강과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되더라는 것은 많이 알고 있지만 그 근거와 방법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는 수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 역시 소식이 유익하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지만 왜 그런지, 과학적 근거가 정말 있는 얘기인지 관심을 갖게 되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건강에 대한 주장과 방법, 그것에 대해 나온 책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이 책을 일게 된 이유가 있다. 방송을 통해 얼굴이 많이 알려져 있는 저자이기에 도서관에서 그의 이름이 적힌 책이 있어 어떤 내용인가 훑어 보게 되었다. 목차를 보고 책에 첨부한 참고문헌 목록을 보았다. 177편의 국내외 논문, 책, 웹페이지등의 목록이 첨부되어 있었다. 일단 신뢰가 갔다. 

소식의 유익함에 대한 기원을 찾아올라가다 보면 500여년 전 자그마치 르네상스 시대까지 올라간다. 알비제 코르나르라는 이탈리아 사람이 소식의 효과를 직접 경험하고 자신이 건강 비결에 대한 책을 쓴 것이다. 저자 역시 이 책을 쓰면서 9kg을 감량하였다고 한다. 모두 아는 얘기도 아니고 모두 모르던 새로운 얘기도 아니지만 읽으면서 새로이 알게 되거나 기억해두면 좋을 것들을 요약하여 정리해본다.


중세 유럽에서 이어져 내려온 당뇨병 치료약 메트포르민에서 얻은 힌트

- 당뇨병에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기전은 정확하게 알려져있지 않지만, 메트포르민을 복용한 환자의 경우 음식을 덜 먹게 되어 체중이 조금 감소하고 인슐린 민감도가 향상되는 것이 밝혀졌다. 즉 소식의 상태를 유도함으로써 당뇨병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나아가 메트포르민은 세포가 굶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고, 그러면 세포는 어떻게든 살아나기 위해 더 힘을 낼 수 있도록 에너지 발전소 (미토콘드리아) 를 더 많이 만들어낸다. 동시에 세포는 바깥에서 포도당을 더 많이 가져오려고 애쓰게 된다. 당뇨병일때 세포가 에너지가 과하다고 여기고 포도당이 못 들어오게 문을 걸어 잠그는것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소식은 곧 수명 연장과 관련있다."



열량 부족이 감지될 경우 인체 세포는 세 가지 스위치를 켜고 끄는 방식으로 낮은 에너지 상태에 적응한다.

이들 세가지 스위치는 서투인AMPKmTOR이라는 효소이다.


-서투인 (Sirtuine, NAD+-dependent deacetylase) : NAD가 얼마나 많고 적은지에 따라 활성이 달라진다. NAD가 많으면 서투인의 활성이 증가한다.

열랑 제한에 따른 에너지 부족 --> 세포가 스트레스 --> NAD 생성 증가 --> 서투인 활성 증가

-AMPK (AMP-activated protein kinase) : 

AMP는 ATP의 분해산물. AMP가 너무 많다는 것은 신체 내 에너지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 AMPK는 세포 내에서 ATP와 AMP의 균형을 파악함으로써 이러한 에너지 상태를 감지한다. 

* 서투인과 AMPK는 인체가 에너지 사용은 늘리고 에너지 저장은 막는 방향으로 적응하도록 도와 기근의 시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해준다.

*자가포식 (Autophagy) : 세포가 에너지가 부족한 힘든 시기를 버티기 위해 자신의 구성 요소를 분해하고 소화해 에너지를 얻으면서 견디는 것. 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는 우리를 더 건강한 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는 근거.

AMPK와 서투인이 활성화되면 세포에게 자가포식을 하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mTOR (mammalian target of rapamycin) : 세포가 자가포식 쪽으로 스위치가 켜지려면 다른 스위치가 하나 꺼져야 한다. 그런 스위치 역할을 하는 효소가 TOR이다.



다이어트 신약 : GLP-1 유사체.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었다.


*GLP-1 (Glucagon-like peptide 1): 포만감을 주는 호르몬

-세마글루티드 (예, 오젬픽, 위고비)--> GLP-1에만 작용

약을 끊으면 체중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티제파티드 (예, 마운자로)--> GLP-1과 GLP-2 둘 다 작용. 효과 최대.


비만 효과가 알려지면서 고가에도 불구하고 재고가 부족해져 정작 당뇨환자들이 약을 못 구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기도 했다.


특정 영양소의 결핍이 과식이나 식탐을 불러일으킨다고 볼 만한 근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영양소 부족으로 과식하게 될 수 있는 경우가 딱 하나 가능하다. 바로 단백질이 부족한 경우이다.

단백질 레버지리 가설 (Protein leverage hypothesis)

아직은 가설.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 운동 없이 근육 증가는 불가능.


운동은 왜 열량 제한만큼의 효과를 내지못하는 걸까?

-운동이 호르몬이나 에너지 대사에 미치는 영향 면에서는 소식의 효과를 흉내지 못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호르몬 변화에 미치는 영향력의 차이가 운동이 수명 연장 면에서 소식보다 효과가 떨어지는 원인이 아닌가 추측된다.

운동과 소식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보다 둘을 병행하는 것이 제일 좋은 선택이다.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과식의 해악을 막을 수 없고 식사만 제대로 해서는 운동의 유익을 거둘 수 없다는 것이다. 

노쇠 (frailty) - 노화 (aging) 와 다름. 신체 기능의 급격한 저하로 정상적 일상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장수하는 사람의 신체 상태는 소식에 의해 유도되는 몸의 상태와 매우 유사했다는 것을 발견한데서 소식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많은 당뇨병 치료제가 항노화 임상시험중인 것만 봐도 소식과 수명 연장과는 관련이 있다.

위고비의 탁월한 체중감량 효과가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10월 17일부터 판매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약을 끊으면 체중이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하니 고가의 약을 계속 먹지 않는한 원하는 체중을 약으로만 유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보다 더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티제파티드가 위고비를 대체할 것인가? 값이 더 저렴한 위고비의 카피약이 등장할 것인가?

미래의 이야기도 아니고 바로 코앞에서 벌어질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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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은의 가게
이서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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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아쉽다. '마은'이라는, 아무것도 연상되지 않는 애매한 이름을 내세운 것이그렇고, 더 독창적인 제목이었으면 좋았을걸 소설이 아니라 수필이나 수기 제목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아쉽다. 이렇게 아쉬움부터 얘기한다는 것은 아마 내가 이서수라는 작가에 대해 이미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

2014년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가로 등단한 이서수 작가가 2024년 4월, 비교적 최근에 출간한 장편소설 제목 '마은의 가게'는 주인공 공마은이 차린 카페 이름이다..

서른 일곱살 여자 공마은이 먹고 살기 위한 일로 이번엔 장사를 해보겠다고 엄마에게 전화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생활력 없는 남편과 이혼하고 울산에 내려가 반찬가게를 꾸려가고 있는 엄마는 여자 혼자 장사를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녹녹치 않음을 알고 딸을 말리지만, 연극판과 학원 강사를 거쳐 오며 이제는 누구 밑에서 하는 일이 아닌, 자신만의 가게를 시작한다는 희망으로 마은은 부족한 자금으로 점포를 구하여 까페를 연다. 번듯한 간판 대신 나무 팻말을 세우고, 점원 없이 혼자서 커피를 내리고 스콘을 굽는다. 부족한 경비를 아끼기 위해 고시원을 나와 숙식도 까페에서 하기로 한다.

열심히 장사를 하지만 손님은 많지 않고 많지 않은 손님 중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 속을 알 수 없는 접근을 해오는 사람, 까페 문을 닫고 혼자 잠을 자는 동안에는 밖에서 나는 인기척에 두려움을 느끼는 불안한 생활이다. 

마은 외에 또다른 인물로, 자영업은 아니고 회사에 다니지만 역시 만족보다는 불안을 더 크게 느끼고 사는 보영이 등장한다. 승진이 보장되지 않는 회사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도 고단한데, 새로 들어온 후배를 경쟁 상대로 의식하자니 그나마 승진에 대한 희망도 불투명하다. 보영이 어쩌다 들른 마은의 가게에서 마은과 이야기를 트게 되고 서로 은근히 공감대를 느낀 둘은 서서히 친분을 쌓아간다. 

딸 하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엄마의 결의, 임신을 하고 결혼을 앞둔 여자 선배로부터, 결혼은 사랑이 아니라 인내심과 책임이라는 고백, 이 세상에 대해 적대적이고 투쟁적인 이모, 이웃에서 역시 작은 카페를 하는 솔이 등, 등장하는 여자들 그 누구도 안정적이기 보다는 불안한 현실을 인내하며 살아가고 있다. 

결국 솔이가 하고 있던 이웃 카페도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마은의 카페도 문을 연지 일년 만에 문을 닫아야 할지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에 이른다. 

손익을 따지자면 하루라도 빨리 문을 닫는게 순리인 상황에서 마은은 우연히 카페에 온 손님들이 카페에 대해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들의 의견을 듣는 순간 마은은 손님들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하고 조용히 수동적으로 운영하던 카페에 개선해볼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문을 닫기로 결정하기 전에 아직 해볼 것들이 남아 있음을, 자신에게 그럴 의욕이 남아 있음을 깨닫는다.

카페를 실제로 운영했던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소설이라는 것을, 그녀의 이력을 아는 사람이면 다 짐작할 것이다. 결말도 실제 경험대로 마무리 했다가 주위의 조언을 받아들여 희망적으로 맺었다는 작가 후기가 있었다. 독자들에 대한 배려이고, 비슷한 처지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마음으로도 읽힌다.

이전에 읽은 이서수의 다른 책들이 그러했듯이 이 작품 역시 조용하지만 작가의 의도는 분명히 전해진다. 삶의 어느 시기가 되어야, 어떤 모양새를 갖추어야 우리는 불안하지 않고 내 자리를 찾았다는 안정감에 이를 수 있는 것일까. 멀지 않았다는 희망이 있는 시절도 있을 것이고, 불안의 끝이 안보이는 가운데 억지로 살아지는 시절도 있을 것이다. 주위 사람들은 나와는 다르다고 보는 대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며 위로를 받고, 힘을 낸다.

자잘한 에피소드로 엮어나가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장편으로 끌고 가는 것은 작가의 능력이라고 본다. 

마지막에 주인공 마은이 아닌 길고양이 삼색이를 화자로 하여 마은의 심리를 대변하는 방식은, 이 작가를 다른 어느 작가와도 다르게 봐야할 이유를 만들고 말았다. 

이것으로 이서수 작가의 장편소설 세편을 다 읽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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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10-19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서수 전작 읽기 하시는가 봅니다. 이번에도 작가가 h님을 실망시키지 않았나 봅니다.^^

hnine 2024-10-19 11:46   좋아요 0 | URL
이름 보면 주저없이 읽게 되는 작가가 몇 있는데, 이서수 작가는 가장 최근에 그런 대열에 들어온 작가랍니다. 아직은 실망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길 바라고 있지요. 앞서 읽은 ‘당신의 4분 33초‘, ‘헬프미 시스터‘가 조금 더 좋았어요.
 
새벽의 복사꽃
김단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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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도, 책 내용에 대해서도, 전혀 사전 지식 없이 읽게 된 책이다.

예전과 달리 정석대로 등단해야만 작가가 되고 책을 내는 시대가 아니라고들 하니, 그렇지 않은 경로로 출판된 소설을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K-스토리 공모전 수상작'이라는 소개글이 있기에 골라보았다. K-스토리 공모전은 아이디어와 스토리가 뛰어난 작품과 신진 작가 발굴을 위하여 쌤앤파커스, 리디북스, 쇼박스, 아크미디어가 함께 개최하는 공모전이라고 한다. 


이야기의 배경은 1957년. 지금 세대들은 물론이고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다. 

분류하자면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면을 배경으로 한 역사 로맨스라고 할까. 정치적 격변 속에서 만난 두 청춘의 사랑과 갈등을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인 백도야는 서울대학교에 입학했으나 친일파인 아버지와 뜻이 맞지 않아 집에서 나와버렸고 학업을 계속하지 못하고 국숫집 종업원으로 일하며 학생 운동 모임에 참여한다. 또다른 주인공 이한이는 가난과 폭력 속에서 정치 깡패가 되지만 우연히 백도야를 만나고부터 단순한 깡패 생활을 청산하고 도야에게 잘 보이기 위해 빨갱이를 탄압하는 일에 가담하지만 도야와의  관계는 오히려 어긋나기만 한다. 이들의 엇갈림과 복잡한 감정은 복사꽃 언덕에서의 재회를 상징적인 목표로 삼으며 시대의 상처를 극복하고자 하는 희망을 암시한다.

어떻게 보면 줄거리가 다소 익숙한 전형적인 서사로 느껴질 수 있다. 1950년대 혼란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정치적 신념이 다른 두 인물이 사랑하지만 결국 비극적으로 엇갈리는 이야기는 역사 로맨스 장르에서 자주 사용되는 플롯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가진 장점이라면 1950년대 해방 이후 한국 사회의 소외된 이면을 잘 조명하고 있다는 점, 비극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주제나 설정에서는 새로울 것이 없으나, 문장이 서정적이고 매끄러워서 읽어나가는데 부자연스럽거나 어려움이 없었다. 


한국 현대사의 한 단면을 확실한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K-스토리 공모전 취지에 부합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에 대해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다른 작품을 통해 다시 만나보는 수 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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