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ive Kitteridge (Paperback) - NYT 선정 "100 Best Books of the 21st Century"
Strout, Elizabeth 지음 / Random House Inc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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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피아노 선생님은 30대 초반. 나이로는 나보다 한참 젊다. 

바흐의 골드베르그 변주곡 중 무겁고 진지한 곡을 칠때 그런다. 살면서 어둡고 힘들었던 일을 떠올리면서 치면 좋은데 자기는 아직 그 정도로 힘든 일을 겪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그렇다면 올리브 키터리지 라는 책을 한번 읽어보시라고 했다. 인생의 밝고 즐거운 면 보다는 허망하고 쓸쓸하고 피할 수 없는 진실을, 겪은 듯 보여주는 책이라고. 선생님은 제목을 받아적었다.

그러고서 다시 생각해보았다. 나는 두번씩 읽은 책이고 피아노 선생님을 비롯해서 몇몇 친구들에게 권하기도 한 책인데, 과연 누구에게나 권할만 한 책이었는가.

이 책의 문학성이나 가치를 폄하해서가 아니다. 인간이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보다,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관계가 어느 날 이해 못할 관계였음을 보여주는 책, 사건보다는 내면, 쓸쓸함, 외로움, 분노, 체념으로 가득 찬 책. 다정한 면은 그저 간간히 표현되는 정도. 과장이 없어 더욱 몰입하게 되고 절절하게 느껴지는 책. 사람 사는게 이렇다고, 이런 진실을 꼭 책까지 읽으면서 알아야 할까. 읽어보라고 권할만 한가. 누구에게는 상처를 더 키우는 일은 아닐까.

안그래도 사는 건 만만치 않다. 몸으로 느낀다. 그래서 그걸 확인시켜 주는 어떤 것 보다 오히려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글의 필요성을 느낄 때가 많은데 말이다. 

저자에게 묻고 싶던 차에 이 책의 뒤에 보니 부록으로 출판사 독자 모임과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올리브 키터리지가 이 책의 배경이 되는 미국 메인주의 크로스비 마을의 도넛 가게에서 가상으로 만나 나누는 좌담의 글이 실려 있어서 흥미있게 읽었다. 서로 묻고 대답하는 형식이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에게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 중 어떠 인물이 가장 쓰기 쉬웠냐는 물음에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바로 대답한다. 올리브 키터리지였다고. 그녀의 행보를 따라가는 과정에 확신이 있었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저자는 분명히 이 책을 쓰면서 올리브라는 인물에 대해 확실한 그림이 있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책의 미덕은 저자가 올리브의 입장에서만 쓰지 않았음을 알수 있다는 것이다. 헨리와 드니즈의 관계를 읽으면서는 ('Pharmacy') 올리브를 생각하면 안타까우면서도 헨리 마음의 움직임과 드니즈의 순수함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그건 'Starving'에서 하몬과 데이지를 볼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올리브라는 인물의 성격에 대해 적응이 되어있는 상태였음에도 아들 크리스토퍼가 지금까지 엄마로부터 받은 상처에 대해 무서울정도로 침착하게, 두려움없이, 거의 고발하는 수준으로 쏟아낼때 ('Security') 놀라는 올리브도 눈 앞에 보는 듯 했지만 동시에 그동안 크리스토퍼가 어릴 때부터 엄마로부터 받고 싶었으나 받지 못했던 것들이 얼마나 절실했던가 이해가 되어 가슴 아팠다. 

제일 우울하고 어두웠던 느낌을 받은 것은 'Tulip'. 인물 이해가 좀 어려웠던 것은 'Criminal'의 레베카. 

슬픔은 개인적이지만 삶은 개인의 비극을 배려하지 않고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준 'Incoming tide'의 케빈이 마지막에 패티를 구해내는 대목은 잊을 수가 없다. 그러고 보면 읽는 내내 절망과 회의를 주기만 한 것은 아닌가보다. 마지막 단편 'River'에서 70이 넘은 올리브가 아직은 이 세상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한 것 처럼.


이 책을 통해 냉기 뿐 아니라 온기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안전하게 읽어보라고 권할 것이다. 나는 아마도 냉기를 좀 더 많이 느꼈는지도 모르고, 책을 책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너무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나이에도.

이 책의 저자에게 감탄한다. 그래서 이 책을 누구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기 전에 이젠 한번 더 생각할  것 같다. 읽는게 득이 될 사람인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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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5-25 1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생각입니다. 그러니깐, 이 책의 서늘한 문장들을 감당할만한 사람인가. 이런 경험이 없었는데, 이런 경험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이리 예민해져야 하는가. 그런 생각이요.
그래서, 저도 이 책이 참 좋았고, 한편으로는 좀 불편하다고 할까요.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오늘 올려주신 글, 너무 좋아서 꼼꼼하게 잘 읽고 갑니다. 좋은 날 되세요^^

hnine 2026-06-04 09:46   좋아요 3 | URL
단발머리님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드려요.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신 분이 계시다니 더욱 반갑구요.
위에 말한 저의 피아노 선생님처럼, 아직 삶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이런 책이 간접 경험도 되고 삶에 대한 시선을 멀리 볼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저처럼 웬만큼 연식이 있는 사람 (^^)에게는, 안그래도 고달프고 회의가 늘어가는 인생의 시점에서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고, 고개는 자꾸 아래로 수그러지게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저처럼 모든 사람들이 세상을 심각하게 보는건 아닐테고, 이런 책 쯤 읽어도 끄떡없이 자기가 살던대로 꿋꿋이 나아가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제가 또 너무 갔나요? ^^
분위기 전환겸, 지금 아주 다른 분위기의 책을 읽고 있어요. ‘나는 자유‘라는 제목의, 갈매기의 꿈을 쓴 작가 의 에세이인데, 분위기 전환이 되고 있네요.
연휴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저는 벌써 더워 허덕거리고 있어요.

han22598 2026-06-04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리자베스 저는 좋아해요. 삶을 필터없이 바라보고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다정함을 잃지 않은 사람을 좋아해요.
무지성적 또는 감성적으로만 상황을 판단하면서 그것이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대충 넘어가는 게 더 불편해요.
삶이 그렇지 않을까요?

hnine 2026-06-05 01:29   좋아요 0 | URL
제가 올리브 키터리지를 처음 읽은게 2019년인데 이번에 읽을 땐 그때 쓴 저의 리뷰조차 다시 읽어보지 않고 그야말로 처음 읽는 기분으로 다시 읽었는데요. 느낌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싶었어요. 작품은 그대로 그 작품인데, 7년 동안 제가 달라졌다는 뜻이겠지요. 각 단편을 읽을 때마다 단편 속 주인공이 바로 저 자신인듯.
이렇게 작품을 쓸 수 있는 작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아온 사람인가 궁금해지더라고요. 작가는 여러 가지 직, 간접 경험을 거쳐 아주 냉철하게 삶을 볼 수 있는 사람이고, 저는 아직도 삶에 휘둘리는 사람인가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또 7년이 지나 다시 읽으면 그때는 어떤 느낌일지. 아무래도 살아있는 동안 최소한 한번은 더 읽을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차라리 위로와 위안이 필요한 책을 읽는 것이 신상에 좋지 않을까, 제가 쓰긴 했지만 이건 아주 sarcastic한 심사이고요, 저도 무조건적 긍정적이고 따뜻함을 의도한 책들 별로 좋아하지 않고 끌리지도 않아요.
이책은 정말, 단순히 한권의 좋은 책으로만 말하기 어려운 책이어요. 그보다 더 특별한 느낌을 쓰고 싶었는데 이상한 리뷰가 된듯 하네요. ^^
 
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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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름을 잘 기억못하는 편은 아닌데 일본 이름은 여전히 낯설다. 더구나 일본 소설을 자주 읽는 편이 아니다보니 그나마 몇 권 읽었던 소설의 작가 마루야마 겐지와 미야모토 테루를 구별못하고 고른 책이 이 책 <환상의 빛>이다.

미야모토 테루. 1947년 일본 고베 출신으로 올해 79세, 일본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중 한 사람이다. 서정시가 사라진 시대에 서정성이 두드러진 소설을 주로 써왔으며 <환상의 빛>은 1977년 그가 소설가로 데뷔하던 해에 발표한 소설이다.

"어제, 저는 서른두 살이 되었습니다." 주인공 여성 유미코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첫 페이지부터 확 빠져들 정도로 문장이 조용하면서도 매력있었다.

이렇게 이층 창가에 앉아 따스한 봄볕을 쬐면서 잔잔한 바다와 일하러 나가는 그 사람 차가 꼬불꼬불 구부러진 해안도로를 콩알만 하게 멀어져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몸이 다시 꽃봉오리로 돌아가는 것처럼 삐걱삐걱 오그라드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말하는 대로 눈 앞에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것 같았다.

바닷가 마을로 시집온 유미코는 올해 32살. 칠년 전에 남편이 아무 이유 없이 집에 들어오지 않고 결국 자살로 추정되는 죽음을 맞이한다. 이후 유미코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 재혼하여 새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여전히 죽은 전남편의 환상을 보며 계속해서 한 가지 질문에 사로잡혀 사는데, "왜 그는 그날 떠났을까?" 하는 것이다.

하늘색 와이셔츠 위에 회색 블레이저 코트를 입고 약간 등을 구부린 특유의 모습으로 혼자 묵묵히 이슥한 밤의 선로 위를 걷고 있는 당신의 뒤를 좇으면서 저는 열심히 그 마음속을 알려고 기를 썼습니다. (23)

작품은 사건의 원인을 설명하지 않는 대신 남겨진 사람이 느끼는 이해할 수 없는 상실과 질문을 따라간다. 남편이 왜 죽었는지를 밝혀내는 이야기가 아니라, 끝내 알수 없는 이유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이 세상에는 사람의 혼을 빼가는 병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좀 더 깊은 곳에 있는 중요한 혼을 빼앗아가는 병을, 사람은 자신 안에 키우고 있는 게 아닐까. 절실하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 , 보세요. 또 빛나기 시작합니다. 바람과 해님이 섞이며 갑자기 저렇게 바다 한쪽이 빛나기 시작하는 겁니다. 어쩌면 당신도 그날 밤 레일 저편에서 저것과 비슷한 빛을 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82)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유미코는 바다 한쪽이 빛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며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그 심상치 않은 기운이 누군가의 마음을, 혼을 빼앗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두번째 단편 <밤 벚꽃>에서도 비슷한 정서가 느껴진다.

주인공 아야코는 남편 유조의 외도로 이혼했고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일년 전 아들 슈이치마저 교통사고로 잃는다. 벚꽃이 한창이던 봄 날, 어떤 신혼 부부가  찾아와 아야코의 집 2층 방에서 하루만 자고 갈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을 해온다. 어떡해야 할지 결정을 못내리고 있다가 마지못해 허락을 한 아야코는 그날 밤 활짝 핀 벚꽃을 보며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드는데, 이 순간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정서가 있고 그 속에서라면 자기가 아닌 무엇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감상에 빠진다.

이 단편 역시 특별한 줄거리가 있다기 보다 서정적인 감정의 묘사에 치중하고 있다.


세번째 단편 <박쥐>에서 주인공 남자는 오래전 고등학교때 친구였던 란도의 소식을 듣는데, 란도가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한 후 야쿠자 조직에 들어갔다가 죽었다는 소식이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란도가 퇴학당하게 된 사건에 관련이 있던 주인공은 자신과 다른 부류의 인간이라고 여겼던 친구 란도의 그 당시 상황과 자기의 현재 상황이 시간차가 있을 뿐 묘하게 닮아 있음을 발견 한다. 


마지막 작품 <침대차>에서는 주인공 남자가 출장을 가느라 타게 된 침대차에서 우연히 한 노인을 만나게 되고 그의 울음소리를 듣게 된것을 계기로 어린 시절의 잊을 수 없는 한 사건을 떠올린다. 


이 책에 실린 네 작품은 공통적으로 상실, 외로움, 불안을 그리고 있다. 확실한 사건이나 기억 대신, 모호하고 뚜렷하지 않은 기억을 얘기한다. 줄거리보다는 분위기이며 해결되지 않는 물음이다.

이중 <환상의 빛>은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영화는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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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서양미술 - 흥미진진 미술사의 숨은 이야기
스가노 기미오 지음, 최재혁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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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이니까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이 되겠다. 이 책을 구입해서 읽고 리뷰까지 올린 적이 있다. 


--> [알라딘서재]미술사 지식이 어느 정도 있어야


제목에 퀴즈라고 되어 있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인줄 알고 구입했다가 아는 문항보다 모르는 문항이 대부분인 것을 알고 나의 미술 상식이 얼마나 부족한지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을 뿐 아니라, 퀴즈가 아닌 그냥 해설을 읽으며 공부한다는 기분으로 겨우 끝까지 읽었던 기억이 있다.

얼마전에 yamoo님 서재에서 '현대미술에 관한 101가지 질문' 리뷰를 보고 예전에 읽은 이 책이 생각나서 다시 꺼내서 읽어보았다.

우선 이 책은 서양 미술 전반에 걸친 내용이라 고대 미술부터 시작하여 20세기 미술까지로 범위가 넓다. 


-고대미술 (기원전 3만년~기원전 1세기)

-메소포타미아 미술 (기원전 3500년~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 로마 미술 9기원전 1000년~기원후 4세기)

-중세 미술 (3~14세기)

-르네상스 미술 (14세기 초~17세기 초)

-바로크 미술 (17~18세기 초)

-로코코 미술 (18세기)

-신고전주의 (19세기)

-낭만주의 (19세기)

-사실주의 (19세기)

-인상주의 (19세기 후)

-신인상주의와 후기인상주의 (19세기 후)

-19세기 후반의 미술

-20세기의 미술


이런 목차로 되어 있고 각 세부 목차로서 더 구체적인 시대로 나누거나, 르네상스 미술 시기부터는 작가별로 나누어 질문이 만들어져 있다. 

질문은 한줄 정도로 짧고 한 페이지에 서너개의 질문과 답으로 되어 있는데 책 한권에 총 416개의 질문과 답이 실려 있다.

질문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가 알기 위해 몇개의 예를 들어보자면,

162 뒤러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공통적인 특징은 무엇일까?

- 정밀한 묘사.

<산토끼>, <잔디>, <자화상>, <장미 화환의 축제> 등 다채로운 소재로 선의 예술이라 불릴만큼 정밀한 묘사력을 보여준 뒤러는 독일 르네상스 미술의 거장이다. 정확한 선에 대한 집착은 소년 시절에 아버지의 금세공 작업실에서 수련했던 결과라고 한다.


213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는 신화의 어떤 인물을 그린 것일까?

-크로노스

그리스 신화에서 크로노스는 자식을 차례로 집어삼켜서 가장 마지막에 먹힌 제우스가 형제들을 구출한다. 그러나 고야의 작품에서는 크로노스가 아이의 머리와 팔을 베어 먹고 있기 떄문에 아이는 이미 죽어버려 구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406 몬드리안이 결성한 그룹 '데 스테일'의 이름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일까?

-잡지의 제목

1917년 몬드리안은 네덜란드에서 잡지 <데 스테일>을 활동 무대로 삼았던 예술가들과 함께 추상주의 그룹을 결성했다. 이들은 잡지를 따서 '데 스테일' 이라고 이름 짓고 몬드리안이 제창하는 보편적 조형 양식을 추구했다. 그 후 몬드리안은 1920년 파리에서 '신조형주의'를 선언하고 보다 새로운 추상의 세계를 구축했다.


처음 읽을 때도 그랬지만 지금 읽어도 문제들이 꽤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사항들을 묻고 있다는 느낌은 여전하다. 

자그마치 고대미술부터 20세기 미술을 망라하고 있으니, 굵직굵직한 사항들을 짚고 넘어가는 문제들일거라 예상했다가 적잖이 당황했다고 할까.

저자는 일본의 고등학교 미술교사 출신이고 번역은 우리 나라 미대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일본에서 대학원에 재학중인 분이 했다. 퀴즈! 서양미술이라는 제목 위에는 '흥미진진 미술사의 숨은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시피, 알고 있어야 할 주요 사항이라기 보다, 숨은 이야기.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18년 후에 다시 읽어도 술술 넘어가는 책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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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6-03-16 0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왓! 저두 이 책 있어요!! 아주 오래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봤다가 2주 전에 한 헌책방에서 1천원 주고 다시 구매했습니다!ㅎㅎ
말씀마따나 되게 쉬운...청소년 대상 입문서인줄 알았는데 물음이 매우 디테일하더라구요..ㅎㅎ 쉽게 넘어가는 책이 절대 아니더라구요...답에 대한 내용도 간략해서 아쉬운..^^;;

hnine 2026-03-16 12:08   좋아요 1 | URL
저도 제목의 ‘퀴즈‘라는 말 때문에 가볍게 봤다가 허걱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엔 그동안 좀 나아졌을까 했는데 여전히 허걱 이더라고요.
답은 커녕 질문도 금시초문인 것이 많았어요. ‘몬드리안이 데 스테일이라는 그룹을 결성했었다고?‘ 이 상태에서 그 이름의 유래를 알 턱이 없지요. ^^

yamoo 2026-03-16 13:56   좋아요 1 | URL
데 스틸 그룹을 결성한 주동자는 반 뒤스베르크이고 몬드리안이 여기에 동조하여 가입했는데, 몬드리안은 사선을 받아들일 수 없어 반뒤스베르크와 결별하게 됩니다...되게 웃기죠. 몬드리안은 직선만을 고집했고 사선은 거부했다는...그래서 데스틸을 탈퇴했다는..ㅎㅎ

hnine 2026-03-18 05:50   좋아요 1 | URL
아, 이 정도 설명이 있어야 저 같은 일반인은 이해가 될텐데 말이지요.
 
세상의 끝
폴 서루 지음, 이미애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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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국의 콘월 지방의 남서쪽 끝에 이르면 lands ends 라는 마을이 나온다. 우리나라 해남에도 땅끝마을이라고 하는 곳이 있듯이.

세상의 끝이라는 이 책의 원제목은 World’s end and other stories 이다. World’s end 는 런던의 첼시 지역에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고 이 책에 실린 한 단편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보니, 보다 상징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살던 곳을 떠나 낯선 곳에 이른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익숙한 곳을 떠나 나만 동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은, 세상의 끝에 서 있는 느낌이 아니고 무엇일까.

 

폴 서루(Paul Theroux)1941년 미국 매사추세츠 생으로, 대학 졸업 후인 1960년대에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서 아프리카, 아시아 등을 다니며 영어를 가르치고 글을 쓰기 시작하여 1970년대부터는 영국에서 17년 동안 거주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한 베테랑 여행 작가이다. 이 책 "World's End and Other Stories" (번역본 제목 세상의 끝’)1980년에 출간된 폴 서루의 단편 소설집이다.

14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내용의 특징은 런던, 파리, 아프리카, 푸에르토리코 등 다양한 장소를 배경으로 이국 환경에 적응하거나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세상의 끝: 미국에서 영국으로 가족과 함께 이주 온 회사원 로바지.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여 아이를 스파이로 삼으려 한다. 외국에 매료되어 런던으로 이주한 것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로바지는 긴장의 연속인 생활 속에서 가족을 갈구하고 있었다.

좀비들: 여성 작가 진 리스를 모델로 했다는 작품이다. 한때 잠시 명성이 있었으나 이제는 고립되어 살아가는 노인 작가 브리스토 양은 뒤늦게 옛 명성을 되찾을 작품을 만들지만 흑인 비하 내용 때문에 출판이 어렵다는 출판사의 판단을 출판사 여직원으로부터 전해 듣는다. 흐려진 정신력과 몽롱한 취기로 자기주장을 펴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주위에서 온통 좀비들의 환영을 본다.

임피리얼 얼음 상점: 출간되지 못한 진 리스의 단편을 폴 서루가 상상으로 구성한 연작이다. 얼음을 운반하는 백인 농장주와 세 명의 흑인 고용인의 단순한 여정 하나로 작가는 인간의 이해관계와 집단 심리, 행동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야드 세일: 나이 든 사람일수록 예전의 장소, 문화, 삶에 대한 애착이 늘어가는 반면 젊을수록 새로운 삶에 적응력이 뛰어나다. 서사모아에서 온 조카 청년을 한 집에 데리고 있게 된 이모는 서사모아에서의 생활이 미개하고 불편했을 거라는 예상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된다. 서사모아라는 곳은 미개한 곳이 아니라 자연에 더 가까운 곳. 인간의 본성에 더 순응하는 삶을 사는 곳이 이질적일 리 없다.

(이 작품을 읽고서 폴 서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런 쓰기 스타일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편)

방정식: 자신의 신분을 적당히 포장하여 자기가 원하는 그룹과 친분 쌓기에 성공하는 방법을 알게 된 마이클은 그렇게 함으로써 겉보기엔 권력층이지만 내면은 외로운 사람들에게 오히려 자기는 좋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결말에서 공허함을 폭로한다는 점에서 오 헨리의 작품과 닮았다고 느꼈다.

영어의 모험: 영어를 익히기 위해 영국에 온 두 네덜란드 중년 여성이 영어로 나누는 대화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중 한 명 헨리엇은 남편도 함께 왔지만 남편의 행각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그녀는 영국에 온 것이 꼭 영어를 익히기 위해서가 아니라며 그 이상의 다른 목적이 있고 그것을 모험이라고 부른다.

종전 후: 프랑스인 가정에 잠시 머물게 된 영국 소녀 델리아는 강압적이고 독재적인 이 가정의 아버지에게 놀라게 된다. 식사, 나들이, 교회 등 모든 것을 아버지 주도적으로 해나가는 이유에 대해 이 집 아버지는 전쟁 때를 언급하며 그 시절이 얼마나 잔인하고 강압적이었는지 설파한다. 전쟁에서 겪은 끔찍한 경험을 전쟁 후 가족들에게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말은 곧 행동: ‘당신의 말이 문제라면서 아내로부터 이혼을 통보받은 대학교수 남자는 프랑스로 혼자 여행을 온다. 한 레스토랑에 들어갔다가 웨이트리스 여자를 보고 그녀와 함께 떠나겠다는 즉흥적인 결심을 하고 제안하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함께 달아나기를 원하는 웨이트리스 여자를 차에 태우고 떠난 남자는 이내 이 여자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없음을 알게 된다.

하얀 거짓말: 역시 이국적인 배경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미국에서 아프리카로 와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 두 남학생. 기생 곤충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와 여자들과 데이트를 일삼으며 돈 많고 멋진 여자를 낚는 것에만 흥미가 있는 제리이다. 여자들을 꾀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던 제리 피부에 어느 날 감염으로 보이는 유충이 번식하게 되고, 나는 처음 발견된 이 유충을 연구의 소재로 삼기로 하면서 거짓말을 일삼던 제리에게 은근히 쾌감을 느낀다.

클래펌 정션: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런던의 에터릭 부인 집에 에터릭 부인, 콕스, 러지 세 사람이 모여 자기들의 외국 경험에 대해 담화를 나누는 내용이다. 에터릭 부인은 서른 넘은 지적 장애 딸을 데리고 살고 있는데 남편은 태국에서 중국 아가씨와 바람이 나서 오스트레일리아에 살고 있다. 러지는 자기 딸을 외국으로 데려가 달라고 애원하던 중국 촌장 이야기를 하고, 콕스는 말레이시아에서 약탈꾼을 총살한 이야기를 한다. 다음날 에터릭 부인은 딸을 요양원에 데려다 놓기 위해 클래펌 정션 (지명)으로 가서 기차표를 구입한다.

잡역부: 이류 시인의 편지를 적당히 편집하여 미국 대학의 교수가 된 주인공은 학술적 업적을 위해 런던으로 가서 유명한 시인의 필사본을 손에 얻고자 그 집에서 일하는 잡역부와 밀거래를 한다. 그러고 있는 자신이 사실 비루한 잡역부나 다름없음을 깨닫는다.

여인의 초상화: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신 남자가 불법 자금 전달책으로 파리에 간다. 전달하는 상대의 의뭉스러운 태도로 8일이나 파리에 머물면서 무위에 지친 그는 아내가 있음에도 남자 친구까지 있는 처음 보는 여자와 성관계하며 개방적인 유럽의 성문화를 경험하고 자기혐오에 빠진다.

자원연설가: 독일의 변경 지역에 근무하게 된 미국 외교관 부부의 비도덕적이고 비정상적인 부부관계를 그렸다.

가장 푸른 섬: 여기 실린 단편들중 가장 긴 분량의 작품이며 폴 서루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젊은 대학생 커플 사이에 아이가 생겼고 각자의 부모들에게도 그 사실을 숨긴 채 몰래 출산하기 위해 푸에르토리코라는 곳으로 오긴 했으나 마땅히 직업도 없고, 덥고 더러운 환경에서 아이를 낳을 때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여자는 미국으로 돌아가 아이를 낳겠다고 하고, 남자는 의무와 책임의 모든 구속을 떨치고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익숙하지 않은 낯선 환경에 처하게 되면 사람은 그 긴장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을 나태한 삶의 방식 속으로 내맡긴다. 이것은 때로 일탈의 형식으로 표출되는데, 익명의 장소가 주는 자유는 둘째 치고 긴장과 불안을 혼자 어쩌지 못하는, 일종의 나약한 인간의 모습에서 악수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작품 속 주인공들에게 외국은 여행지나 휴양지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선택이었고 새로운 삶을 뿌리내려야 한다는 현실은 곧 세상의 끝에 서 있는 상황으로 그려진다. 고독이고 두려움이고 불안이다. 고립된 환경에서 인간의 본성과 행동을 비판적 관찰자 폴 서루의 특유의 묘사력으로 탄생시킨 작품들이다.

 

떠나는 것은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이제 그는 그 방법을 알았다. 소리 하나 없이 떠나 계속 걷기만 하면 된다. 울창한 호텔 정원 너머에서 빛이 보였다. 그러나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나무들을 기이하게 비추며 초록 이파리를 시커멓게 만든 것은 나무들 너머에서 떠오른 달이었다.

그는 집까지 몇 마일을 걸어가겠다고 마음먹었다. 도시의 옛구역으로 바닷가 도로를 따라 걸을 때 달이 솟아올라 그 빛으로 야자수를 적시는 것 같았다. 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왔고 파도는 분실된 은괴 화물처럼 굴러와 해안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졌다. -‘가장 푸른 섬의 마지막 부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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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플롯 짜는 노파
엘리 그리피스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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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엘리 그리피스의 본명은 도메니카 데 로사. 1963년 영국 런던 태생으로, 범죄 소설을 발표하면서 엘리 그리피스라는 이름을 사용하였다. 이 책 바로 전에 읽은 <낯선 자의 일기>와 비슷한 시기에 발표한 이 책 역시 범죄 소설이고, 범죄 소설이라고는 하나 그리 무겁고 잔인하지 않으면서 긴장과 재미를 주는 작품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주인공은 90세 노인 페기 스미스. 하지만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바로 이 노인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페기 스미스는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는 90세 노인이긴 하지만 단순히 요양원에서 늙어가는 노인이 아니라 사람들을 관찰하기 좋아하고 범죄 소설을 열심히 읽는 취미가 있다. 특히 살인 플롯을 구상하여 기성 추리소설가들에게 살인 플롯을 제공함으로써 작가들의 책 앞 감사의 글에 자주 이름이 언급되기도 하는 그런 노인이었는데, 노령이라는 것을 제외하곤 특별히 건강에 위험한 징후도 없던 그녀가 어느 날 자기 방 의자에 앉아 죽은 채 발견된다. 이것이 이 소설의 시작이다. 페기 스미스의 죽음을 처음 발견한 것은 그녀를 돌보던 간병인 나탈카이다. 죽음의 원인은 표면적으로는 협심증에 의한 자연사이긴 하지만 사후에 그녀의 방을 정리하면서 발견한 몇 가지 단서들을 보고 나탈카는 단순 자연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페기 스미스와 친분이 있던 몇몇 주변 인물들의 도움을 요청하며 나탈카는 페기 스미스의 죽음을 파고들고자 한다. 이후 페기 스미스의 도움을 받아 살인 플롯을 작품 속에 담았던 다른 작가가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페기 스미스의 죽음과 연관성이 있음이 드러나자, 과거 페기 스미스의 행적을 따라가 보는 수사가 진행된다.

살인 플롯을 작가들에게 제공해 왔다는 노인 페기 스미스란 인물도 흥미롭지만, 이 사건을 헤쳐 나가는 인물도 흥미롭다. 사건 담당 경찰은 <낯선 자의 일기>에서 담당 형사로 등장했던 하빈더 형사가 여기서도 등장한다. 그녀 혼자 임무를 수행하는 대신 여기서는 아마추어 3총사가 활약하는데, 이들의 이력과 성격도 특이하다. 나탈카는 우크라이나에서 온 이민자로서 죽은 페기 스미스의 간병인이었고, 페기 스미스의 요양원 이웃이자 평생 홀로 살아온 노인 에드윈, 수도사로 살아오다가 나와서 카페를 운영하는 베네딕트. 나이, , 정체성 모두 따로따로인 이 세 사람과 형사 하빈더의 경험과 장점이 어우러져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을 보는 재미, 숨겨져 있던 페기 스미스의 과거 이력이 밝혀져 가며 사건에 실마리가 풀려가는 재미가 이 소설의 매력이다. 범죄 소설이라고만 보기엔 아기자기하고 유쾌하다.

전문 작가도 아닌 한 노인에게서 기성 작가들이 살인 실행의 아이디어를 도움받는다는 설정, 그 노인의 죽음에 이 일이 관련된다는 점이 이 소설을 색다르게 만들었다.

원제는 The Postscript Murders. 그대로 직역하면 추신 살인들’, 또는 추신으로 이어지는 살인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편지나 글의 마지막에 덧붙여진 말 (추신)이 살인을 불러온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실제로 작품 속에서 노인이 죽은 방에서 메모가 적힌 쪽지가 발견되기도 하였고, 노인이 살인 플롯을 제공한 작가들의 책에는 노인의 이름이 언급되며 감사의 뜻이 적히기도 했다. postscript를 어떤 기록의 이후라고 해석한다면 제목 postscript murders어떤 기록이나 출판물이 나온 후 일어난 죽음이라고, 확장된 의미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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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1-13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만 읽어도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hnine 2026-01-13 20:53   좋아요 0 | URL
재밌습니다. 저자의 다른 책으로 13권짜리, 5권 짜리, 동일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범죄소설 시리즈가 있더라고요. 기회가 되면 그것도 읽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