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국노래자랑 보다가 할머니 생각

 

 

 

 

 

 

 

할머니 돌아가신지 올해로 24년이 지났다.

돌아가실때까지 우리 집에서 함께 사시면서 일하시는 엄마대신 나와 내 동생 둘을 어릴 때부터 키워주셨고 집안 살림을 거의 맡아 하시다 시피 했다. 할머니 밑에서 크는 아이들 버릇 나빠진다고 하는 말을 나는 믿지 않는 것이, 우리 할머니께서는 엄마 못지 않게 엄격하셨기 때문이다. 응석, 어리광, 이런 건 통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한번도 뭐가 먹고 싶다, 어디 가고 싶다, 갖고 싶다, 보고 싶다고 요구하신 적이 없었다. 돌아가시기 전 고향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하셨던 것이 내가 기억하는 유일한 할머니의 바램이었는데, 그마저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그런 할머니께서 좋아하시는 TV 프로그램이 바로 '전국노래자랑'. 그것도 일부러 시간 맞춰 보신것도 아니고 어쩌다가 주말에 TV를 틀어서 '전국노래자랑'이 나오고 있으면 끝날때까지 보고 계시곤 했다. 그런 할머니를 지나가다 옆에서 보면 TV를 향해 앉아 혼자 웃고 계신 걸 보고 나도 혼자 웃었던 기억이 난다.

돌아가시기 몇해전부턴 정신이 깜빡깜빡 하는 일이 잦았는데, 전국노래자랑 사회자를 보면서 저 사람이 우리 고향사람이라고 하셨다. 저 노래자랑을 할머니 고향에서도 하는걸 직접 가서 몇차례 보셨노라고. 처음엔 무슨 말씀하시냐고 대꾸하다가 나중엔 "아, 그래요 할머니?" 그냥 그렇게 맞장구 치곤 했다.

오늘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전국노래자랑을 보게 되었다. 아직도 할머니께서 고향 사람이라고 우기시던 그 분이 사회를 보고 있었다.

할머니 생각이 나서 나도 한동안 보고 있었다.

돌아가시기전 고향에 한번 모시고 갔어야 했다.

 

 

2. 자장가를 대신해주던 영어회화 테입

 

 

 

 

 

 

 

 

 

 

 

 

 

 

 

 

 

잠이 안올때 보통은 라디오를 켜놓고 들으면서 잠을 청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위의 영어회화 테입을 반복재생으로 틀어놓고 잠을 청할때가 있다. 영어회화를 익히는게 목적이 아니다. 1998년 혼자 외국 생활을 하게 되었을때, 그야말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그곳에서 어찌나 한국말이 그립던지. 그때 가지고 갔던, 우리글로 쓰여진 유일한 책, 최영미의 <시대의 우울>은 수십번을 읽었지만 때로는 글자가 아니라 한국 사람의 목소리가 듣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러다가, 한국에서 가지고 간 영어 회화 테입의 해설 부분이 한국말로 되어 있음을 알고 아쉬운대로 그거라도 들으며 잠을 청했던 것이 버릇이 된 것이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하고 외국, 한국이 따로 없는 상황에 비교하면 전설같은 이야기이다.

영어권 나라로 가면서 무슨 생각으로 저 테입을 사가지고 갔는지 모르겠지만 한국말이 듣고 싶을 때 저 테입을 듣게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지금 들어도 해설자의 영어 발음 하나는 정말 똑 떨어질 정도로 정확하다. 한국말은 경상도 억양이지만 (이건 또 무슨 아이러니인지).

 

자꾸 옛날 일만 떠올리지 말고 앞으로 하고 싶은 것도 적어보고 가고 싶은 곳도 적어보아야겠다.

가고 싶은 곳 두군데 벌써 남편에게 말해놓았다.

케냐의 기린 호텔 (Giraffe manor) , 터키의 카파도키아 (Cappadocia).

 

목록이 자꾸 자꾸 늘어가기를.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실 2013-10-13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고등학교 청주에서 다닐때 할머니가 밥 해주셨어요. 고 3때 밤 12시(?)까지 자율학습하고 나올때면 늘 할머니가 기다리셨어요. 초저녁 잠이 많으셨을텐데.......돌아가신지 10년은 되신듯요.
오홋 맨아래 사진이 케냐의 기린호텔인가요?

hnine 2013-10-13 22:10   좋아요 0 | URL
세실님도 할머님과 정이 많이 들었겠네요. 매일 같은 시간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 누군가를 마중가는 마음, 그런게 어쩌면 말보다 더 진한 우리 식의 사랑 표현 방식이 아닌가 싶어요.
맨아래 사진이 케냐 나이로비에 있는 기린 호텔 맞아요. 전 처음에 저런 곳이 실제로 있나 믿기지 않았답니다. 저 호텔 테이블 위의 접시 보세요. 접시에도 기린 무늬가..ㅋㅋ
터키의 카파도키아에선 저 사진속의 열기구를 직접 탈수 있다네요. 가보고 싶어요.

상미 2013-10-13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국 노래 자랑 우리 엄마도 좋아하셔.ㅎㅎㅎ
울 엄마도 할머니지 뭐^^ ;;
네 할머니 모습 나도 생생해... 쪽진 머리도.
내 기억에 참 꼿꼿하셨어.

난 하고 싶은거... 산티아고 순례길 가고 싶어.
일단 내년에 아들이 대학을 가면,
5월에 남편이랑 지리산 종주 하기로 했다~~~
아들이 관건이고, 두번째는 나의 체력...
운동해야지~~~

hnine 2013-10-14 10:29   좋아요 0 | URL
우리 할머니 깐깐하고 무서웠지? ^^
돌아가실 무렵 매일 보따리 싸놓고 고향 가고 싶다고 그러셨어. 그때 엄마도 아빠도 바쁘셔서 한번도 모시고 가질 못하고 돌아가셨는데 그게 지금 생각해도 참 안타까워. 요즘도 가끔 내 꿈에 나타나시는데 그때도 늘 짐보따리를 가지고 나오시더라.
산티아고 순례길, 멋있다. 산티아고 다녀온 책만 몇권을 읽었는지 몰라. 난 남편보고 산티아고 가자고 하면 반응이 별로일 것 같아, 걷는 거 귀찮아하는 타입이라서. 혼자 가긴 엄두가 안나는 행로이고.
지리산 종주는 병규랑 병규아빠랑 다녀오지 않았었나? 그건 해볼만 하겠다. 대학교 4학년때 생태학 실습으로 지리산 노고단까지 갔는데 그것도 헥헥거리며 다녀왔어. 팔팔할때도 그랬으니 지금 가면 어떨까 싶네. 화엄사가 생각보다 훨씬 더 크고 웅장했던 기억도 나.

nama 2013-10-14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록이 자꾸 자꾸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터키에 가시거들랑 괴뢰메의 동굴호텔에 묵어보는 것도 좋아요. 특히 한겨울에 덜덜 떨어가며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것도 그곳에서는 낭만이지요.


'전국노래자랑'이 한때는 제가 유일하게 보는 프로그램이었지요.

hnine 2013-10-14 21:59   좋아요 0 | URL
한동안 가고 싶은 곳 떠올리지 않고 살았던 것 같아요. 이제 하나 둘 눈길이 가는 곳이 생기는 것을 보니 더 나이들기 전에 가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건지, 아니면 마음의 여유가 좀 생긴건지, 모르겠네요.
터키 여행하고 오신분들은 다 추천하시더라고요. 동굴호텔, 저도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아요. 괴뢰메, 적어놓을께요 ^^

프레이야 2013-10-14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가보고싶은곳 두곳 모두 저도요^^ 기린호텔 우와! 전 친할머니 얼굴은 뵌 적도 없고 외할머니가 참 고우셨는데 제가 큰딸을 낳은 그해 여름 먼길 가셨어요. 사춘기 시절 말없이 위안이 되었던 아랫목 같은 분이셨지요. 그립네요.

hnine 2013-10-15 09:42   좋아요 0 | URL
기린호텔 정말 가보고 싶으시지요? 저런 곳이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제가 모르는 곳이 아직도 얼마나 많을까요. 자꾸 예전 생각 떠올리는 시간이 많아지니, 새로운 경험으로 그 자리를 채워보자는 생각이 들었나봐요.
외할머니에 대한 말씀은 예전에도 들었던 것 같아요. 제 외할머니께서도 제가 초등학교때, 외할머니 아직 60대이실때 돌아가셨어요. 프레이야님께선 친할머니도 일찍 돌아가셨나봐요. 돌아가신 분 생각이 이렇게 뜻하지 않은 순간에 불쑥불쑥 나네요. 그리고 잠깐 그리워하고 또 한동안 잊고 살고...그런거겠지요.

안녕미미앤 2013-10-26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다가 "가고 싶은 곳 벌써 두 곳 남편에게 말해놓았다"에서 급 재미가 없어졌어요.
그래도 가보고 싶은 곳.. 말해놓을 분이 있다는 것은 뭐, 가고 싶은 곳이 천만개나 있는 저보다 낫다는 거 아니에요? 칭..
:)

hnine 2013-10-20 04:55   좋아요 0 | URL
남편이 없었다면, 아마 벌써 갔을지도 모르지요 혼자서! ^^

순오기 2013-10-21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니 고향이 어디셨는데 못 가보고 떠나셨을까요?
나인님이 그걸 안타까워하니까 마음에 남아 꿈속에도 나오는 듯...
이제는 마음 내려놓아도 될 듯, 할머니께선 날마다 자유롭게 고향에 가실 거 같아요.^^

hnine 2013-10-21 05:19   좋아요 0 | URL
할머니 고향, 안면도지요.
그때 저는 아직 학생이었고, 부모님은 늘 그랬지만 바쁘셨고요.
그런데 요즘은 제 아버지께서 부쩍 더 늦기 전에 어디좀 가보고 싶다는 말씀을 종종 하시네요.
언젠가 저도 그런 말 할때가 올 것 같아서, 뒤로 뒤로 미루지만 말고 가보고 싶은 곳 다는 아니더라도 좀 가 보면서 살고 싶어요.
순오기님, 그런데 이렇게 늦게 주무셔서 어떻게 해요? 11시부터 다음날 2시까지는 꼭 자는게 좋다는데...

안녕미미앤 2013-10-26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하하^^ 정말 그럴 수도 있겠어요^^ 그런데 혼자라고 책임이 없는 게 아니니까요.. 저 같은 경우는 더 많은 케이스^^
겁도 많구요 ㅋㅋㅋ 쓸데없는 거 아는데 뭐 그러네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꼭 쓸데없지도 않은 것 같아요.
등산 할 때 그러잖아요.. 짐이 많으면 올라가기 힘들어도, 짐이 있어야 물 먹고 싶을 때 마시고 배고플 때 먹고 추울 때 덮고^^ 겁도 좀 있어줘야 안 위험하지 않나요? 히~

hnine 2013-10-26 18:45   좋아요 0 | URL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여행가기 힘든 이유는 경제적인 것, 시간 여유, 이런 것들보다 사실 그거예요. 떨치지 못하는 것! 발 뗄 용기! ^^
 


2021년 시작하고 지금까지 본 영화 22편.

그중 제가 별 다섯 준 영화 네 편입니다.



1. 열일곱 (Diecisiete, 2019 스페인)



갈곳 없는 이에게 하룻밤 보낼 수 있는 장소가 요즘처럼 찜질방이나 PC방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불꺼진 백화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하는 영화. 

형과 둘이 사는 열일곱살 엑토르는 오토바이를 타고 떠돌다가 폐점 직전 시간 백화점에 들어가 숨어있다가 모든 직원이 퇴근하고 백화점 셔터를 내리자 전시되어 있던 텐트 속으로 들어가 잠을 잔다. 경비원 순찰 소리에 빨리 도망쳐나와야 하는 상황, 엑토르는 전시되어 있던 상품중 난방전열기구를 훔쳐나오느라 시간 끌다가 붙잡히게 된다. 추운 날씨에 요양원에 혼자 계시는 할머니에게 가져다 드리려던 것. 

소년원에 들어가게 된 엑토르와 이미 낮이 익은 판사는 엑토르에게 형법 책 한권을 선물로 주며 읽어보라고 한다. 소년원에서 다른 것에 흥미를 못붙이고 형법 책 읽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엑토르를 소년원의 다른 아이들은 놀리고 괴롭힌다. 그러던 중 소년원에서는 교화 차원에서 유기견들을 차에 실어와 수감자들로 하여금 유기견들을 돌보는 기회를 주게 되고 엑토르도 어떤 개 한마리를 열심히 돌보게 된다. 어느 날 그 개가 다른 곳으로 입양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상심한 엑토르는 그 개를 찾기 위해 소년원을 뛰쳐나오게 되는데. 

이것은 영화의 시작일뿐, 자극적인 장면 없이 엑토르가 치유되어 가는 과정, 형제애, 인간의 본성, 치유에 돌봄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애정이든 돌봄이든 받는 것도 필요하지만 인간의 본성은 다른 대상을 사랑하고 돌볼 수 있을때 스스로 자기 가치를 재평가하게 되고 치유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것 같다는 여운을 준다.













2. 쁘띠 아만다 (Amanda, 2018 프랑스)



파리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청년 다비드, 그리고 다비드의 누나 상드린, 일곱살 조카 아만다.

파리시내에서  터진 테러로 누나 상드린이 갑자기 사망하고 졸지에 다비드는 일곱살 조카 아만다를 맡게된다.

자기의 일상이 서서히 무너져가고 조카를 돌보는 일이 힘에 겨워가는 다비드.

아버지 없이 유일한 버팀목이던 엄마까지 갑자기 세상에서 사라지고 외삼촌 마저 자기때문에 힘들어하는걸 눈치채게 되는 아만다.

영화는 이 둘의 대립을 보여주는데서 끝이 아니라 이 대립을 어떻게 서로 보듬고 가는가를 보여준다. 

지 위로 없음. 

억지 감동 없음.







3. 콜럼버스 (Columbus, 2017 미국)


감독은 코고나다 (Kogonada). 한국계 미국인이다.

미국 인디애나주의 도시 콜럼버스는 모더니즘 건축의 메카라고 알려진 곳.

요즘 영화, 그것도 미국 영화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롱샷, 아주 느린 진행, 폭포수같이 쏟아지기는 커녕 가끔씩 오고가는 대화.

당신 아버지의 종교가 무엇이냐고 묻는 여자의 말에 남자는 대답한다.

"My dad believes in modernism, with soul." (아버지는 영혼이 담긴 모더니즘을 신봉했다.) 이런 식.

하지만 건축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은 영화.


사람이 아니라 건축이 주인공인 영화이다.








4. 케이크메이커 (The Cake Maker, 2017 이스라엘, 독일 합작)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영화이다.

요리, 음식 영화가 아니라 종교, 문화, 그것을 뛰어넘는 인간 대 인간의 사랑을 아주 섬세하게 그린 영화이다.

사랑을 잃은 후에도 사랑을 되찾은 후에도 우리는 계속 살아간다, 살아가야한다. 









(제 주관적인 생각으로만 정하다보니 서재지기님들중에도 이 영화를 보신 분이 계셨으면 좋겠네요.)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21-04-10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다 보고싶네요. 이 영화들 다 제목도 처음 들어보는데 네이버에서 볼 수 있는지 찾아봐야겠어요. 특히 조카와 삼촌의 이야기 궁금해요!!

hnine 2021-04-10 19:12   좋아요 0 | URL
저는 몽땅 넷플릭스에서 봤어요.
쁘띠 아만다, 강력 추천드립니다. 아이들은 나이만 적을뿐 때론 어른보다 훨씬 더 큰 세상을 품고 있는 것 같아요. 아이 옆에 어른이 보호자 역할을 하듯이 어른 옆에도 꼭 아이들이 있어주어야 우리 영혼이 찌들어가려고 할때 구제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한답니다.

scott 2021-04-11 0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콜롬 버스, 케이크 메이커 극장에서 봤어요.
두영화 인상 깊게 봤는데
영화 콜럼 버스 롱샷 화면에 보여지는 1940년- 1970년 사이에 지어진 ‘모더니스트 건축‘ 보는 재미가 컸어요.

영화 케이크 메이커에 나왔던 블랙 포레스트 토르트 사먹으려고 빵집 순례하기도 ㅎㅎ

hnine 2021-04-10 22:21   좋아요 1 | URL
너무 제 혼자 취향대로 뽑았나 싶었는데 scott님은 이중 두편이나 보셨군요.
저는 건축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관심만 많아요 ^^ 그래서 이 영화 전체가 말하는 메시지는 둘째 치고라도 장면 장면 자체가 빨려들게 하더라고요. 콜럼버스가 모더니스트 건축의 메카라는 것도 몰랐었는데 영화에 자주 비춰주던 밀러하우스 내부에 알렉산더 지라드 작품들이 나와서 반갑기도 하고, Columbus city hall 건물 지붕이 뚝 끊어져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요.
케이크메이커가 요리 영화는 아니라고 썼지만 유혹적인 디저트 많이 나오지요. 반죽기 없이 반죽하려면 남자 주인공 정도 팔뚝은 되어야 가능하겠다 생각도 했고요. 블랙 포레스트 토르트 위의 빨간 체리가 눈에 아른아른~ ^^

han22598 2021-05-04 0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4번 찜입니다. 저는 다른 주의 콜럼버스에 살았었는데 ㅋㅋ 인디애나주 콜럼버스가 건축으로 유명한 도시였다니..몰랐어요. 영화 소개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

hnine 2021-05-04 13:56   좋아요 1 | URL
1, 2 번도 좋은데...^^
콜럼버스라는 이름의 도시가 여럿이지요. 제가 아는 곳만해도 Ohio, Missouri... han님은 어느 주의 콜럼버스에 사셨을지.

2021-05-07 0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21-05-18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케이크메이커 겹치네요. 아주 좋게 보았던 기억이 나요. 특히 콜럼버스 땡기네요. 좋은 영화 꾸준히 보고 계시군요. 데몰리션도 나인 님 소개로 알게되어 좋아하는 영화로 찜되었지요. 제이크는 개구쟁이 같으면서 여리고 슬프고 왠지 보호해 주고 싶은 독특한 매력이 ^^

hnine 2021-05-18 04:59   좋아요 0 | URL
왠지 프레이야님과 저의 영화 취향이 많이 다르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제목이 케이크메이커이지만 케이크 얘기는 아닐 것 같았어요. 줄리엣 비노쉬 주연의 초콜렛이 그랬던 것 처럼요.
<콜럼버스>는 제가 위에도 썼지만 주연이 사람이 아니라 건축이라고 생각하고 보시면 좋을거예요.
제이크 질렌할의 독특한 매력. 저도 공감. <벨벳 버즈쇼> 보셨나요? 그것도 아주 독특한 영화였지요.

프레이야 2021-05-18 10:59   좋아요 0 | URL
주택 집 가정에 관심이 많이 가서 꼭 찾아볼 예정이에요. 벨벳 버즈쇼도 바로 찾아볼게요. 안 본 영화네요. 러브 앤 드럭스 에서도 제이크 귀여워요. 울큰애가 젤 좋아하는 배우라지요.
 



원래 Keane의 노래 <Somewhere Only We know>
들으며 마음이 울다 웃다 했던 하루.
살다보면 누구나 이 가사와 같은 독백을 하게 될때가 올 것이다.

가사 속의 you가 누구일까 생각했다.



I walked across an empty land I knew the pathway like the back of my hand I felt the earth beneath my feet Sat by the river, and it made me complete Oh, simple thing, where have you gone? I'm getting old, and I need something to rely on So tell me when you're gonna let me in I'm getting tired, and I need somewhere to begin I came across a fallen tree I felt the branches of it looking at me Is this the place we used to love? Is this the place that I've been dreaming of? Oh, simple thing, where have you gone? I'm getting old, and I need something to rely on So tell me when you're gonna let me in I'm getting tired, and I need somewhere to begin And if you have a minute, why don't we go Talk about it somewhere only we know? This could be the end of everything So why don't we go Somewhere only we know? Oh, simple thing, where have you gone? I'm getting old, and I need something to rely on So tell me when you're gonna let me in I'm getting tired, and I need somewhere to begin And if you have a minute, why don't we go Talk about it somewhere only we know? This could be the end of everything So why don't we go? So why don't we go? This could be the end of everything So why don't we go Somewhere only we know Somewhere only we know Somewhere only we know?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 멘델스존, 무언가 (Mendelssohn, Lieder Ohne Worte) Op.30, No.6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페크(pek0501) 2020-12-10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상 잘했어요...

hnine 2020-12-11 21:3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사아고옹에에에 뱃노오래......”

새로 온 아줌마는 일하면서 늘 노래를 불렀다. 지난번 일하는 언니가 온 지 한 달도 못 되어 나가고 난 후 아빠가 한 고향 분이라며 모시고 온 아줌마였다. 마루 걸레질할 때, 부엌 일 할 때, 빨래 널 때, 당시 국민 학생이던 내가 모르는 노래들을 흥얼거리셨고 나는 호기심으로 귀를 쫑긋하곤 했다.

무슨 노래인지 궁금해서 물어보면 그냥 아는 노래라고만 대답하는 아줌마 얼굴은 웃음을 띄고 있었지만 아줌마가 부르는 노래는 슬픈 느낌이 드는 것들이 많았다.

엄했던 할머니와 엄마에 비해 아줌마는 달랐다. 맛있는 것도 잘 만들어주시고 숙제할 때는 옆에서 연필도 깎아주시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면 잘 들어주셨다. 그런 아줌마가 좋아서 나는 일하시는 아줌마를 졸졸 따라다니며 이거 하자 저거 하자 조르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아줌마가 부르시는 노래는 나도 따라부르게까지 되었다. 그 노래들 제목이 목포의 눈물, 신라의 달밤, 고향초, 나그네 설움 같은, 요즘 말하는 흘러간 노래라는 것은 훨씬 나중에서야 알게 된 일이고 가사 뜻도 모르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동안은 아줌마와 일체감을 느껴서인지 기분이 좋았다.

어느 날 내가 그런 노래들을 부르는 것을 엄마가 듣게 되었고 그런 노래를 어디서 배워 부르고 다니냐고 물으셨다. 난 아줌마에게 배웠다고 했다. 사실 아줌마는 내게 일부러 노래를 가르쳐준 적 없다 내가 혼자 따라불렀을 뿐. 엄마는 당장 그런 노래는 애들이 부르는 노래 아니니 부르지 말라고 하셨다. 그 이후로 나는 엄마 있을 땐 노래를 부르지 않게 되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아줌마 역시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아줌마는 내가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우리 집에 계시면서 우리 집 일을 도와주셨다. 아빠와 고향이 같다는 것 외에 피가 섞인 관계는 아니었지만 아줌마는 우리 가족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정이 쌓여갔다.

나중에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걸 들어 알게 되었다. 고향에서 빚을 잔뜩 져서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다 못해 도망치다시피 서울에 무작정 올라오신 아줌마는 가정사도 순탄치 못하여 자식들도 모두 고향 집에 두고 나온 상태였다. 막내 아들은 나와 동갑이었으니 아직 어린 아들 두고 나올때 마음이 어떠셨을까. 당장 어디라도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 집에서 급히 일해주실 분을 찾는다는 소식을 건너 건너 듣고 우리 집에 오시게 된 거였다. 고향 집에 두고 온, 아직 어린 막내아들 생각에 자꾸 눈물이 났고 그런 마음을 숨기고 그리움을 달래는 방법으로 노래를 흥얼흥얼 거리셨던 것이다. 눈물을 참는 대신 일부러 얼굴에 웃음을 지어가시며 노래는 부르지만 속은 얼마나 아프셨을까.

몇 년 전 우연히 아줌마 소식을 들었다. 우리 집에서 나가신 후로도 편한 삶이 아니었고 결국 병치레로 노년을 보내시다 돌아가셨다고.

아줌마의 눈물과 한이 담겼던 노래들. 멋모르고 따라불렀던 그 노래들을 지금도 어디서 듣게 되면 나는 그때 그 아줌마 마음도 되었다가 국민학생 꼬마로 돌아갔다가, 또 고향 집에서 엄마를 보고 싶어 했을 그 어린 아들 마음이 되어보기도 한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20-09-07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쭉~ 빠진 글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 문단에 있는 세 줄의 글이 이 글 전체를 더 살려 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제 생각일 뿐입니다. ㅋ

hnine 2020-09-07 15:42   좋아요 0 | URL
제 여동생은 어렸을때 엄마보다 저 아줌마를 더 좋아하고 따랐답니다. 아줌마는 받을줄은 모르고 주기만 하는 분 같았어요. 가족들과 떨어져 고생 많이 하셨으니 말년이라도 편안하게 사셨으면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소식에 저희 가족 모두 마음 아파했지요.
늘 아무글 대잔치 써제끼다가 한번 어떤 얘기를 써야겠다 작정하고 써보니 어렵네요 ㅠㅠ
마지막 세줄 없었더라면 그나마 더 모자랄뻔 했어요. 다 읽어주시고 의견도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순오기 2020-09-07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포의 눈물, 나도 모르게 따라 불렀네요~ 그분께 감정이입되니까 눈물도 났어요.
나도 어려서 아버지가 깨알같은 글씨로 쓴 노래책을 보면서 밤마다 불렀던 추억이 있답니다.
지금 임영웅 노래에 빠지게 된 것도 어린날의 그런 추억이 한몫 했을거라 생각되지만...^^

hnine 2020-09-07 19:04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얼마만이십니까, 와락~ 잘 지내셨죠?
목포의 눈물은 요즘도 젊은 가수들에 의해서 많이 리바이벌 되고 있더라고요. 그때는 가사 뜻도 모르고 그냥 따라 불렀는데, 그러면서도 어딘지 슬픈 노래라는 감은 있었어요.
제 아버지도 손수 만드신 노래책 있었는데...^^ 저도 밤에 동생이랑 그 노래책 보며 한곡씩 번갈아 부르기 놀이도 했고요. 그러다가 밤에 잠 안자고 뭐하는 짓이냐고 할머니께 들켜 꾸중도 들었고요. 정말 추억이 몽실몽실 피어오르네요.
자주 못뵈어도 건강하시고, 에너자이저 여사님 닉네임을 잊지 마시길 바랄께요~

감은빛 2020-09-07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옛노래는 왜 이렇게 슬픈지 모르겠어요. 게다가 누가나 인생에서 사연 하나쯤 없는 사람 없으니, 누가나 그 서글픈 노래 한 자락 부르면 괜히 눈시울이......

비 오는 저녁에 이 글을 읽으니 소주 한 잔 마시고 젓가락으로 밥상 두드리면서 한 곡조 뽑오보고 싶네요. ㅎㅎ

hnine 2020-09-08 04:40   좋아요 0 | URL
그 노래들이 나올 시기의 시대상이 그러했고 슬픔과 한은 ‘노래‘로 푼다는, 우리 민족성도 한 몫 하는 것 같고요. 노래 따라 부르다 보면 감정이 쪼금이나마 위로받고 해소되는 것 같지 않나요? 아줌마의 18번은 목포의 눈물, 저의 18번은 고향초였답니다.
젓가락으로 밥상 두드리면서 한 곡조...^^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문구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