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위대한 작가의 이야기이다.
처음부터 위대한 작가는 아니었지만 호기심과 상상력이 남달랐던 아이였다.
그림이 무엇인지 모를때부터 그림 비슷한 것을 벽에다 낙서처럼 하기 좋아했으며
학교에 들어가서 글자를 배울때도 기발한 상상력은 알파벳 철자를 이렇게 변신시켜놓기도 했다.
(필기체 a, b, c 옆에 사람 얼굴 보이시나요?)
학교에서 글쓰기를 배우고부터 그는 쉬지 않고 뭔가를 쓰고 그렸다.
다락방에서 아빠가 쓰던 낡은 타자기를 발견한 날
그는 너무 기뻐 밤새도록 타자기를 두드리며 소설을 써서 완결했고
이제 작가가 되었다는 기쁨에 자기가 쓴 소설을 출판사에 보냈다.
출판사의 답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그렇게 기다리다 마침내 받은 답장은 출판 거절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날부터 그는 다른 출판사에 계속 자신의 소설을 보내보고 답을 기다리는 일을 한다.
그는 과연 작가가 될까?
아니, 그는 이미 작가일지도 모른다.
자기 머리속 이야기를 소설로 만들어 썼으니까.
다만 책으로 출판되어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지 않았을뿐.
그렇다면 작가란 무엇일까.
언젠가 소설가 구병모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응모해도 떨어지고 응모해도 떨어지고,
등단하기 까지 짧지 않은 세월을 습작으로 보내며 실망스런 가운데서도
위로 차원에서였는지 모르지만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내가 뭔가를 계속 쓰고 있는한 나는 이미 작가인거라고.
그림책 속의 남자도 계속 쓰고 계속 투고하는 일을 하지만
출판사로부터 오는 답장은 그가 기다리는 소식이 아니다.
'우리 출판사와 맞지 않는군요.'
'재미가 없어요.'
'원고는 좋지만 안 되겠네요.'
거절, 거절, 거절...
그 가운데 한 출판사로부터 역시 거절의 내용과 함께
거절의 이유이자 조언이 담긴 답장을 받는다.
문장을 단순하게 쓰면 훨씬 더 읽기 쉬울거라는.
어이없고 화가 난 그는 그 출판사에 반항하는 심리로
지금까지 쓰고 그리던 것과 아주 다른, 우스꽝스러운 글을 쓰고 못생긴 병아리를 주인공으로 아무렇게나 성의없이 그려 그림책을 한권 뚝딱 완성해 출판사로 보내버린다. 그리고 예전처럼 답장을 기다리지도 않는다.
출판사로부터 그는 과연 답장을 받을까?
역시 거절의 답장이었을까?
책 제목에 위대한 작가의 탄생이라고 되어 있는 것처럼 그는 마침내 위대한 작가가 되었다.
소설을 쓰는 작가가 아니라 그림책 작가가.
작가란 무엇일까.
왜 그는 그토록 작가가 되고 싶어했을까.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과연 왜 작가가 되고 싶어할까.
고백하자면
나 역시 작가가 되고 싶어하던 시기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대상, 언제나 내게 연구대상이었던 청소년 소설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써보니 어린이와 어른 사이에서 청소년이라는대상은 참으로 애매하고 어려웠다.
그래서 동화를 써보기도 했다.
당연히응모도 해보았다.
하지만 몇년 째 당선은 되지 않고 나의 의지력은 약해져 갔다.
그런 나에게 남편은 잘 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라며
계속 될때까지 해보라고 했다.
지금도 그 말이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다가 나는 작가는 될지 몰라도
글 쓰는 일을 즐기기 보다 전투력으로 글을 쓰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 이번 생에 작가는 안될지 몰라도 작가들이 써놓은 주옥같은 많은 책들을 재미있게 읽는 일에 집중하는 인생으로 하자.'
왜 글을 쓸까.
꼭 작가가 아니라도 사람들은 꼭 되고 싶어하는 것이 있을 수 있고,
또 반대로 나는 왜 특별히 되고 싶은 것이 없을까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A 라는 것으로 성공하고 싶었으나 그것은 죽어도 안되고 오히려 기대하지 않았던 B 라는 일로 더 인정받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살면서 이런 경우를 참 많이 본다).
병아리.
책 속의 남자가 그린 병아리는 여러 가지를 의미한다.
아직 미숙한 병아리.
닭이 되기 전엔 언제까지나 미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로 보는 병아리가
그 자체로 의미있고 가치있는 생의 한 시기를 살고 있는 개체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