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이 있네!'

최근 이웃님 서재에서 보고 얼른 구입한, 너무나 마음에 드는 그림책이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민물고기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자연과학 그림책이면서 동시집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민물에 사는 물고기 240여종 중 35종에 대한 그림과 설명이 동시 형식으로 들어가있다.

 

 

 

 

'빠가사리'라고 더 많이 알려져있는 꼬치동자개는 가슴지느러미로 빠각빠각 크게 소리를 내기때문에 빠가사리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다. 그럼 얘들은 왜 빠각빠각 소리를 내는 것일까? 이유는 본문에 나와있다.

빠각빠각 빠각빠각

소리 무지무지 커서

덩치 큰 붕어도 도망가요

방어목적이라는 뜻이다.

 

 

 

 

 

 

 

 

물고기에 따라 산란과 부화 방법도 참 다르다. 꺽지라는 민물고기는 암컷이 바위 밑에 알을 낳아놓으면 (아마도 다른 물고기로부터 안전한 위치를 찾다보니 바위 밑인 것 같다) 수컷 꺽지가 와서 그 알을 몸으로 덮어 보호해주고 산소를 공급해주어 안썩도록 해준단다. 그럴려면 수컷 자신은 거꾸로 바위에 매달린 형태로 있어야 한다.

이것을 평범한 문장으로 설명해놓는 것보다 리듬있는 시의 형식으로, 다정다감하다는 느낌까지 들어가게 설명해주니 훨씬 재미있고 감정이입이 되어 단순한 지식 전달 목적의 책이 아니라 이야기책 읽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날씬한 금강모치라는 물고기는 금강산 계곡에서 처음 발견되어 금강모치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데, 입이 크고 먹성이 좋지만 날씬한 비결은  잠시도 쉬지 않고 꼬물꼬물 움직이기 때문이란다.

가늘고 긴 가는돌고기의 몸이 가는 이유는 겁이 많아 숨기 좋아하는 특성으로 미루어 보아 좁은 틈으로 자꾸 숨어서 가늘어졌나보다 라고, 시인의 상상력을 발동시켜 설명을 시도하기도 했다.

어떤 생물이든지 특징이 되는 형태 뒤에는 특정 목적이나 기능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넌지시 가르치고 있는 중이다.

 

그림을 그린 신외근 화가는 서울에서 자랐지만 시골의 자연풍경을 동경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민물고기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민물고기 관련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조소정 시인에게 제안했더니 시인이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여 이후로 5년에 걸쳐 우리나라 방방곡곡 민물고기를 찾아다니며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긴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자연관찰 창작물인 셈이다.

이에 걸맞는 동시를 만든 조소정 시인은 자연환경과 생태, 여러 동물에 대해 평소 관심이 많았다는 것이 그녀의 동시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그러지 않고서는 35종의 물고기에 대한 설명을 이렇게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만드는 일이 무척 어려웠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여기 수록된 35종의 민물고기들은 모두 천연기념물 아니면 멸종위기에 있는 것들이다. 그림과 설명으로라도 이들과 친숙해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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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0-10-13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네요!!! 전 역시 우리나라 하천 재래종 소재로한 동시집 <물고기 병정> 유은경 작품집을 좋아하거든요. 이 책도 챙겨볼게요.

hnine 2020-10-13 12:56   좋아요 1 | URL
정말 다양한 책을 두루두루 읽으시는 유부만두님,
저는 그럼 유은경 작가의 동시집을 챙겨보도록 하겠습니다~ ^^

유부만두 2020-10-13 13:07   좋아요 0 | URL
제가 좀 정신 없죠? ^^

hnine 2020-10-13 13:08   좋아요 1 | URL
정신없다니요. 컨텐츠가 풍부하다고 하셔야 합니다.

유부만두 2020-10-13 13:23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 저 중국 음식 역사 읽다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시작했어요;;;

다락방 2020-10-13 1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는 이 책을 8살 조카에게 보내줘야겠어요.

hnine 2020-10-13 13:39   좋아요 0 | URL
여동생분이 아마 더 좋아하실지도 몰라요.

다락방 2020-10-13 14:06   좋아요 0 | URL
오 정말 그렇겠어요!! 😍

다락방 2020-10-13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땡투했어요! :)

hnine 2020-10-13 21:58   좋아요 0 | URL
와웅, 감사합니다~ ^^

페크(pek0501) 2020-10-14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는 발견이군요. 제가 느끼지 못했던 것을 딱 발견하시는 능력, 대단하십니다.
꼼꼼히 잘 읽고 갑니다.

hnine 2020-10-15 05:08   좋아요 1 | URL
페크님 덕분에 좋은 책 알게 되었어요.
만약 저보고 이름도 생소한 민물고기를 주제로 동시를 쓰라면, 그것도 한두편 아니라 35편이나, 얼마나 난감했을까 생각하니 시인의 평소 철학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되더라고요.
다만 민물고기 특공대라는 시집 제목이 좀 생뚱맞았다고 할까요. 걔들은 특공대와 상관없는, 그저 평화롭게 살아가는 생물들인데 말이죠. 아마 이건 어른의 괜한 노파심이겠지요?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가 어렸을때 아이책은 일부만 구입하고 대부분은 도서관에 가서 읽거나 대여해서 읽거나 물려받아 읽혔다. 특별한 소신이 있어서는 아니었고 순전히 경제적인 이유에서였다.

그 아이는 이제 스무살 청년이 되어 더이상 그림책이나 어린이책을 읽지 않는데, 요즘 나는 종종 그림책이나 어린이책을 구입하고 싶어진다. 내가 보기 위해서, 나를 위해서이다.

최근 구입해서 본 네권의 어린이책이다.

 

 

<햇빛초 대나무 숲에 새글이 올라왔습니다> 황지영 글, 백두리 그림

 

어린이 책 치고 제목이 길다. 2020년 8월에 나왔으니 따끈따끈한 책.

초등학교 6학년생을 주인공으로 하여 어린이책 치고 160여쪽 꽤 긴 이야기를 끌어나간 작가의 능력은 인정하겠으나, 왜 대부분 우리나라 어린이창작물은 이야기가 억지로, 겨우 이어나간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일까. 이야기 진행이 자연스러우려면 우연보다는 인과에 의한 진행이어야 하고, 서사가 확실해야 할 것 같다. 어른 작가의 창의력이 거기까지 못미치는데서 비롯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 책 정도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트렌드에 맞게 썼다는데는 동의한다.

 

 

 

 

 

 

 

 

 

 

 

 

 

 

 

 

 

 

<우리 집에 왜 왔니?> 황지영 글, 이명애 그림

 

같은 작가의 책을 한권 더 보기로 했다. 이 책은 2020년 5월에 나왔으니 아마도 최근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하는 작가인것 같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상처와 아픔을 가진 아이가 나오는 책은 많다. 여기서도 예빈이란 아이는 뭐 하나 못하는 것 없어 주위의 부러움을 사는 아이이다. 전학 온 학교에서 유나와 친해지면서 예빈이는 유나 집에 놀러가는 일이 잦아지는데 유나네 집에 와서 자기 집에 돌아가려고 하질 않는다. 유나 가족은 예의 바르고 공부도 잘하는 예빈이가 유나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환영하다못해 유나 보다 예빈이를 더 인정해주는 것 같아 유나는 속상하다. 여기에 양념처럼 유나 할머니의 복수여행 이야기가 들어가서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나중에 예빈이의 갈등 해소와 할머니의 복수 여행의 결말이 서로 통하는 면이 있어 좋았다고 할 수도 있겠고 어떻게 보면 공식처럼 글을 끌고 나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아쉽기도 했다.

 

 

 

 

 

 

 

 

 

 

 

 

 

 

<큰일 한 생쥐> 정범종 글, 애슝 그림

 

저학년용 동화이다.

고양이 앞에 당당한 쥐의 모습이 표지에 보인다. 그것부터가 큰일이다. 여기서 큰일이란 힘들고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좋은 의미의 큰일, 즉 대단한 일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세상의 모든 작고 어린 존재를 응원하는 이야기라는 설명이 붙어있는 것을 보고 '큰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큰일, 즉 대단한 일이란 무엇일까. 나보다 더 크고 힘센 동물 앞에서 겁먹지 않는 것이 큰일일까? 생쥐의 언니와 오빠에게는 아직 어린 동생 생쥐를 돌보는게 큰일, 즉 힘드는 일이었다. 나중에 생쥐의 엄마 아빠는 생쥐에게 말한다. 엄마 아빠도 어린 동생들을 보살피느라 힘들었던 적 있다면서 이 세상에 큰일을 하지 않은 생쥐는 없다고.

고양이와 생쥐의 관계가 겨우 말 몇마디로 친구 사이로 급변하는 설정이 이 어른의 눈에는 아무래도 아닌 것 같으니 어쩌나. 꼬마 생쥐가 하는 일들이 책의 설명대로 과연 용기와 지혜에서 비롯한 일들인지도 뚜렷하지 않은 것 같고.

 

 

 

 

 

 

 

 

 

 

 

<나와라 파랑!> 나은경 글, 그림

 

글, 그림 모두 독특한 그림책이다.

여기선 '파랑'이 명사이자 동사, 그리고 형용사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이와 상대해주는 하나의 개체이기도 해서 파랑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그려놓았다. 과연 파랑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파랑이라고 소리내면서 느껴지는 경쾌함과 시원함.

이 책에 먹색 외에 등장색은 오로지 파랑이다. 그런데 수채화일까, 판화일까. 아니면 번지기 기법? 흐르기 기법? 그림의 방식이 독특하다. 파랑을 묘사하기 위해 그림 방식마저 여러가지를 이용한 듯 하다. 어른까지도 오랜만에 상상력을 펼치게 하는 글과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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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9-01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있는 책이라 재밌을 것 같네요.
새로운 재미에 빠지신 걸 축하드립니다.

동화책도 어른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어야 하고
어른 책도 어린이가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써야 한다고 말한 사람은 미셸 투르니에였어요.
정채봉 작가의 책에서 읽었어요.

저도 동화를 읽어서 상상력을 키워야겠어요. ㅋ

hnine 2020-09-02 08:14   좋아요 0 | URL
동화책은 어린이가 등장하는 책이지 어린이만을 위한 책은 아니라고들 하잖아요? 말씀하신 정채봉 작가님은 특히 어른에게도 친한 동화책을 많이 쓰셨지요.
좋은 그림책들이 참 많아요. 좋은 그림책에는 어른책과 다른 방식으로 촌철살인의 메시지가 담겨 있기도 하고, 어른책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상상력이 담겨있기도 하고요. 매력적인 분야이지요.
 

 

집에 있던 어린이가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게 된 후로 어린이책이라는 걸 거의 안 읽은 것 같다. 그동안 나의 어린이책 사랑은 그러니까 어린이책 사랑이 아닌, 자식 사랑이었던가 싶을 정도로.

그런데 이 책의 경우 굳이 구해서 읽어보게 된 것은 아는 작가의 책이어서도 아니고 출판사에서 직접 어린이들100명에게 읽혀보고 가장 재미있다고 선정된 수상작이라는 것 때문도 아니다. 제목에서부터 드러내놓을 만큼 '복제인간' 이라는 것이 이제 과학용어의 울타리를 뛰쳐 나가 어린이책, 그것도 과학 상식 분야책이 아닌 이야기책의 제목으로 까지 갔구나 하는 약간의 놀람과, 그렇다면 과연 이 복제인간을 주제로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썼기에 어린이 심사위원들이 제일 재미있다고 뽑아주었을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었다.

 

 

 

 

 

 

 

 

 

 

 

 

 

 

 

 

 

책표지 그림의 왼쪽 아이가 말하자면 '원본 (original)', 오론쪽에 초록색 아이가 '복제인간'이다. 이 복제인간을 만든 사람은 다름아닌 원본의 엄마. 천재과학자였던 엄마 윤박사는 미국에서 줄기세포를 연구하면서 인간복제에 관심이 많아진다. 그래서 막 태어난 아들 윤인구의 입속에서 체세포를 채취하고 연구실에서 구한 난자를 이용하여 수정난을 만들고 그것을 엄마 본인의 뱃속에 넣어,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복제인간 만들기를 직접 확인해보고자 한다. 그러다가 한방에 실험이 성공하여 태어난 아이가 복제인간  윤봉구이다.

자신이 복제인간이라는 걸 알게된 봉구는 자연스럽게 나는 누구인가 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나는 혹시 심장이 약한 형을 위해 일부러 만들어진 아이는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되고 이야기는 이 갈등이 어떻게 해결되어 나가느냐 쪽으로 흘러가며 마무리 된다. 여기에 어린 나이지만 자장면을 좋아하여 장래 중국음식 요리사가 되고 싶어하는 꿈의 실현을 위해 가족으로부터 꿈을 인정받고 그 꿈을 실현시켜줄 요리 보스를 만나기 까지의 이야기가 함께 진행되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방송국에서 어린이 청소년 프로그램 대본 집필 경험이 있고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는 작가는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도록 이야기를 쓰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줄기세포로 복제인간을 만들기 까지의 과정도 어린이들 수준에서 설명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여진다.

어른의 관점에서 읽으니 아이들만큼 호기심과 재미를 느끼며 읽지는 못했으나, 앞으로 이런 주제의 책들이 어린이책으로도 많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커지는 요즘에 부응하는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두가지 덧붙이자면, 첫째, 복제인간 만들기가 그렇게 단 한번 실험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리 이야기속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무리이고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 둘째, 제목은 복제인간 윤봉구 라고 되어 있는데 봉구는 이미 복제인간으로 태어났고, 오히려 세계최고 자장면 요리사가 되고 싶어하는 꿈을 봉구가 어떻게 펼쳐나가는가 하는게 더 주 내용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복제인간 하면 우선 아직도 정립되지 않은 윤리적 문제를 먼저 떠올리고 심각해지는 이 어른의 눈으로 어린이책을 읽는다는 것 부터 무리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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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7-10-15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올리신 시간 보고, 어쩐지 경건해졌어요! ㅎㅎ;; 이제 어린이가 아니죠.. 어린이가 아니게 된지는 몇년이 흘렀겠지만 ㅎㅎ

hnine 2017-10-15 21:17   좋아요 0 | URL
ㅎㅎ 제가 아침잠이 좀 없어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납니다 ^^
어린이가 ‘청소년‘이 되는게 금방이더라고요. 키도 제 아빠보다 더 큰지 오래인데, 자꾸 어릴 때 귀염떨던 때가 생각나면서 신기하기만 해요.
 

 

 

 

 

 

 

 

 

 

 

 

 

 

<명혜>, <꽃신>으로 알려져있는 김소연 작가가 최근에 낸 창작동화이다.

얼마나 오랜만인지. 내 손으로 동화를 구입하여 읽은게 말이다.

관심작가이기도 하지만 그림에 이끌렸다.

한가지 기법이 아닌 듯, 인물에서는 동양화 느낌이, 배경그림은 판화, 꼴라쥬 느낌이 난다.

구입했으니 가지고 있을 책인데도 나도 모르게 사진을 여러 장 찍고 있었다.

 

 

 

동주가 2살때 엄마 아빠는 이혼. 이후로 엄마는 연락 두절이 되었고, 아빠는 동주를 할머니에게 맡기고 작년 겨울 가출하여 소재 불명. 만 10살 동주는 일흔 여덟 할머니와 함께 산다. 친부가 생존해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 수급 대상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할머니가 폐휴지 줍는 것으로 어렵게 생계를 이어나가느라 아이는 학교에도 다니지 않는다.

 

 

야단치는 것도 아닌데 야단 맞는 표정.

 

 

 

 

 

 

미술치료사의 도움으로 동주는 일주일에 한번 센터에 나와 그림을 그린다. 그러는 동안 미술치료사는 이것 저것 물으며 동주를 도와주려한다. 차라리 보육원에 보내면 학교에 다닐 수 있기 때문에 할머니를 설득하지만.

 

평소에 동주를 살갑게 대하지 않고 학교에도 보내지 않으며 구박과 야단, 매질을 일삼는 할머니로부터 어렵게 허락을 받아내서 동주는 보육원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는데, 동주는 의외의 반응을 보인다. 이 책의 묘미는 거기에 있었다.

 

 

 

 

 

 

 

몇년 전 동화를 써보겠다고 여기 저기 모임에 참석하며 부산만 떨고 다니던 시절,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써서 응모했던 적이 있다. 폐휴지를 주워 생계를 잇는 할머니와 손녀가 주인공이었다. 이 책과 비슷한 배경이었던 셈이다. 어줍잖게 쓴 이야기는 당연히 떨어졌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작품을 되돌아보게 하였다.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야 하는지, 무엇이 부족했는지.

그때 어떤 배움 자리에서 이 책의 저자를 직접 만나 합평을 받은 적도 있다. 푸근해보이는 인상이었지만 이야기를 할때 그 초롱초롱하던 눈빛이 생각난다.

 

"할머니 집에 오기 전에 아빠가 날 혼자 놔두고 나갔다 온 적이 있었어요. 밖에서 자물쇠로 문을 잠가 버려서 나는 나가지도 못하고 그냥 아빠가 돌아오기만 기다렸어요. 나는 그때 세상에 아니, 우주에 나 혼자 남은 줄 알았어요. 정말 무서웠어요. 할머니가 날 때리는 거 참을 수 있어요. 하지만 날 버리는 건 참을 수 없어요." (98쪽)

 

아이에게 매질보다 더 공포스러웠던 건 혼자 남았다는 것, 버려졌다는 생각이었다.

엄마에게 버림 받고, 아빠 마저 버리고 나간 아이에게 어쩌면 당연한 생각일지 모른다.

 

또 혼자 남지 않기 위해 이제 만 열살된 아이가, 힘 없는 아이가 제딴에 하는 노력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우주비행사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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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0-31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체 넘좋네요^^소년도 좋고..배경도..맘에 들어요!!

hnine 2015-10-31 05:21   좋아요 1 | URL
동주의 상황을 <우주비행사>라는 상징적인 제목으로 삼을 것도 좋았고, 뻔한 내용같다가 결말을 예상과 달리 한것, 내용을 이끌어가는 대화 방식등이 눈에 들어왔고,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림때문에 구입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이 화가의 다른 책 그림도 찾아봤는데 이 책 그림이 전 제일 좋더군요. 그장소님도 맘에 드신다니 반가와요.

[그장소] 2015-10-31 06:09   좋아요 0 | URL
그럼 작화가 가 동일인 인 건가요!?
아니면 그림은 다른 분이..책에 나올텐데...
그쵸?
그림체가.가...익숙한데...

hnine 2015-10-31 06:30   좋아요 1 | URL
글 김소연 그림 이경하 이고요, 제가 찾아본건 이경하 라는 분이 그림을 그리신 다른 책을 찾아봤는데 이 책 그림이 제일 제 맘에 들었다는 말씀이지요. 최근작이기도 하고요.

[그장소] 2015-10-31 06:31   좋아요 0 | URL
아..그림은 이경하...글 김소연..그렇죠?
김소연...음 워낙 많은 이름..이긴 해요..
그림 팬 되겠어요.^^

stella.K 2015-10-31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그림 참 좋습니다. 우리나라가 그림은 세계 어딜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고 하던데 과연...
정말 한 권 갖고 싶게 만드네요!!

hnine 2015-11-01 05:39   좋아요 1 | URL
그렇지요? 우리 나라 그림 작가들은 세계 대회에서 수상도 자주 하더라고요.
이 책의 삽화는 그림으로도 뭔가 독자들에게 말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글자로 보여주는 이야기에, 그림이 보여주는 메시지가 합쳐서 더 좋았어요.

푸른희망 2015-11-01 1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 표정에 많은 이야기가 있어요
자꾸자꾸 바라보게 된다는....
이 작가 저도 좋아해요 신작소식 반갑네요

hnine 2015-11-01 19:32   좋아요 1 | URL
김소연 작가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반갑습니다.
전작 <꽃신>과 <명혜>의 그림도 참 좋았어요. 역사물에 관심이 많으신줄 알았는데 이 책은 역사물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마음 속에 담고 있던 이야기를 쓰셨다는군요.
우주비행사라는 제목이 여러가지를 의미하고 있답니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프레이야 2015-11-22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러스트, 마음에 들어요. 여러 가지 느낌을 주네요.
동주의 표정에도 감정이 잘 살아 있는 듯합니다.
축하 드려요, 당선.

hnine 2015-11-22 09:5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그림이 깨끗하고 동양적인 느낌이 나면서 분위기 있지요.
아이 얼굴엔 표정이 배제되어 있는데 보는 독자들은 그걸 보고 여러가지 느낌을 받아요.
우주비행사라는 책 제목도 상징적이고, 이책 좋았어요.
 

 

 

내 멋대로 기준에 의하면 이건 어린이가 읽을 어린이책은 아니다. 아이가 화자라고 해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가 아이들 읽을 책이 아니듯이. 이 책 저 책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분류법이나 기준 상관없이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냥 나대로 기준으로 보기로 했다. 창비아동문고에서 나온 엄연한 어린이책이지만 내가 어린이에게 읽을 책으로 권해주기로 한다면 이 책을 고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이 책이 좋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방미진이라는 작가는 <손톱이 자라날때>라는 청소년 소설로 알게 되었다. 그 작품에서 느낀 작가의 분위기가 여기서도 드러났다. 감춰진 심리가 신체 일부분의 이상 발육, 상관없어 보이는 어떤 특정 사물에서의 현상으로 투사되는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다.

 

 

 

 

 

 

 

 

 

 

 

 

거울이 깨져 조각난 상태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조각 중 하나엔 주인공의 모습도 비치고.

 

이 책엔 다음의 다섯 편의 글이 들어있다.

 

 

 

표제작 <금이 간 거울>엔 소심한 한 아이가 주인공이고, 편애가 주제라고 말하면 읽기도 전에 이미 새로운 스토리를 기대하기를 포기할지 모른다. 이 작품에서 아쉬운 점이다. 소심한 주인공 주위엔 얼굴 예쁘고 공부도 잘 하는 아이가 나오고, 공식처럼 흘러가는 이야기. 문장 표현도 '~처럼 얼굴이 화끈거린다', '~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등, 물건을 훔친 후 마음의 상태를 이렇게 뻔한 표현으로 그치고 만것도 실망스럽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긴장감을 유발시켜야 할 대목이고 주인공의 마음을 더 실감나게 표현할 다른 방법을 찾았으면 좋았을텐데. 두근거리고 화끈거리는 것은 작가가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너무나 흔한 표현 아닐까.

공식처럼 흘러가는 이야기가 문장마저 자동기술 처럼 읽힌다면 무슨 재미로 이 이야기를 읽어야할까. 좀 더 솔직하고 체험적인, 작가만의 언어를 구사하려고 노력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래서, 다섯 편중 그래도 제일 분량이 되었던 이 이야기만 읽은 채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은 채 한동안 이 책을 옆에 밀어놓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끌어다 읽은 다음 이야기 <오빠의 닭>은 실망 후에 읽어서인지 좀 더 참신했다. 짧은 이야기이고 단순한 구성임에도 결말이 열려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이야기는 중간에 어떻게 내용이 펼쳐지든간에 결말은 잘 정리되어 주제가 확실히 전달되어야 한다는 불문율적 지침이 있긴 하지만 그것에 크게 위배되지 않으면서 오빠가 애지중지 키우던 닭을 오빠 모르게 식구들과 잡아먹은 후의 양심의 가책을 간접적으로 잘 그려놓았다. 내 마음이 어떠했다 라고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쳐 주는 것 같다. 앞의 <금이 간 거울>에서 느낀 실망이 조금 회복되었다.

 

다음 이야기 <오늘은 메리크리스마스>. 간단한 이야기인데 이건 마치 어린 아이 일기장을 베껴온 듯 하다. 어른이 쓴 티가 안 나고 어린이가 직접 쓴 것 처럼 자연스럽게 썼다는 뜻이다. 복잡한 구성 필요없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어린이 눈높이에서 어린이 마음으로 쓰느냐가 더 어렵고 또 중요하지 않을지.

 

 

 

<삼등 짜리 운동회날>은 그냥 그랬고,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마지막 이야기 <기다란 머리카락>이었다. 내가 아는 방미진 스타일은 이런 것.

 

 

 

복잡한 마음 상태, 마음에 들지 않는 불편함, 드러나지 않고 굴러다니며 점점 더 그 덩어리를 불려가는 것의 실체가 머리카락이라는 사물로 대체되어 있었다. 그 머리카락 뭉치를 웩웩 거리며 입 밖으로 뱉어낸다는 대목, 벽에 간 금 사이, 천장, 바닥, 사방에서 머리카락들이 기어나오기 시작했다는 대목은 상징적이면서시원한 결말이다. 문제는 이것을 막상 어린이들이 읽으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앞의 <금이 간 거울> 과 함께 마지막 <기다란 머리카락>은 어른용, 나머지 세편은 어린이용, 이렇게 나누고 싶다.

 

공모전 출품용 샘플작이 있다면 이런 작품들이 아닐까 생각을 했다. 내용이 복잡하지 않으며 아이의 심리 상태를 간접적으로 잘 묘사하였고, 막연한 결말이어서는 안되고 가능한 바람직한 결말이어야 한다는 일종의 공식에 잘 맞기 때문이다.

 

하늘바람님이 이 책을 추천하여 주셔서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어린이책을 읽었다. 오랜만에 읽으니 느낌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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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5-02-22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톱이 자라날 때, 무섭고 신선했어요.

hnine 2015-02-23 06:51   좋아요 0 | URL
예, 저도 그 책으로 처음 작가를 알게 되었고 여기저기서 주목을 많이 받은 작품으로 기억해요.
이 책에서는 손톱 대신 머리카락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표제작인 금이 간 거울에서는 금이 간 마음이 거울로 투사되었음이 너무 쉽게 짐작이 되어 좀 재미가 덜 했다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