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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이파리 하나 물에 담그며 과연 뿌리를 내려줄까 반신반의했는데

며칠 지나 하얗게 뿌리가 내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어보이는데서. 


유리잔 표면에 맺힌 저 공기 방울은 

산소 방울이겠지

이파리가 살아있다는, 살기 위해 활동한다는 증거








세번째 연 때문에 이 시가 특별해졌다.


올해 입춘은 2월 3일




















며칠 전, 지난 해 새로 생긴 KAIST Art museum 에 다녀올 때 본 오리 연못이다.

올 겨울이 별로 춥지 않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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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던 말이, 쓰고 싶던 글이, 금방 쏟아져 나올 것 같다가도 어느 한 순간 쑥 들어갈 때가 있다.

별 내용도 없는 감정 쏟아붓기 행위가 아닐까. 대수롭지 않은 것을 혼자 대단히 여기고 세상 밖에 내어놓는 것은 아닐까.

차라리 어머니가 차리시는 아침 밥 냄새에서 더 행복을 느끼고, 저녁밥상 덮어놓던 조각보에서 더 넓은 마음을 느끼는 것을. 그것의 반의 반도 옮기지 못하면서 또 무엇을 새로 쓰겠다는 것인가.

시의 "너"는 시인 자신. 자기가 자기에게 하는 말이다.


말없이 꾸어오는 꿈이 누구에게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도 있다.

내 삶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을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럴땐 지금 내가 보내고 있는 모든 시간들을 무르익혀 언젠가는 어떤 하나의 결정체로 빚어 볼 것이고 지금은 그 하나를 향한 build up 과정으로 여기기로 한다.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나중에 충분한 양으로 쌓이고 다듬으면 정체를 드러내리라, 어떤 모습, 어떤 색깔이 될지 지금은 알 수 없으니 기대를 해봐도 좋지 않을까. 

하찮고 별 것 없는 것 같은 하루에 실망하지 않을 수 있다.

말없이 끙끙거려야 할 과업이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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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1-20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없이 끙끙거려야 할 과업이 있어 좋은 건지 괴로운 건지 요즘은 잘 모르겠어요.
그냥 즐기자, 하면서도 글이 안 써질 때는 즐길 수가 없으니 말이죠.
글쓰기보다는 독서가 더 즐겁고 편한 것 같아요.^^


hnine 2025-01-20 17:39   좋아요 0 | URL
당장 하려고 하면 괴로움이 더 부각되고, 멀리 보고 ‘과업‘이라 생각하면 느긋해지면서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고, 그렇네요.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 김경미 시집, 2023년 민음사 -




























김경미 시인이 지금까지 낸 시집의 제목을 살펴보자.

<이기적인 슬픔을 위하여>, <고통을 달래는 순서>, <밤의 입국심사>, <카프카식 이별> 거기에 이 시집의 제목은 그 극강에 있다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사람의 감성을 툭 하고 건드리는 제목들이다. 도대체 이런 제목을 어떻게 생각해낼 수 있는지. 소설을 읽으며 이런 스토리는 어떻게 머리 속에서 짜여질 수 있는지 감탄하는 것과 또다른 감탄이다. 시인의 섬세한 감수성과 정서로 이루어진 세계관을 감각적으로 함축한 문구.

시집의 제목과 같은 시가 있는 것은 아니고, <취급이라면>이란 시에 시집의 제목과 비슷한 구절이 나온다.



잡지를 펼치니 행복 취급하는 사람들만 가득합니다.

그 위험물 없이도 나는

여전히 나를 살아 있다고 간주하지만


당신의 세계는

어떤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오래도록 바라보는 바다를 취급하는지

여부를 물었으나


소포는 오지 않고


-시 <취급이라면> 중 일부-



1959년생 김경미 시인은 한양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였고 1983년 스물 네살에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비망록>이 당선되면서 등단하였다.


햇빛에 지친 해바라기가 가는 목을 담장에 기대고 잠시 쉴 즈음. 깨어보니 스물 네 살이었다. 신(神)은, 꼭꼭 머리카락까지 조아리며 숨어 있어도 끝내 찾아주려 노력하지 않는 거만한 술래여서 늘 재미가 덜했고 타인은 고스란히 이유없는 눈같은 것이었으므로, 


스물 네해째 가을은 더듬거리는 말소리로 찾아왔다. 꿈밖에서는 날다 누군가 서성이는 것 같아 달려나가 문 열어보면 아무 일 아닌 듯 코스모스가 어깨에 묻은 이슬발을 툭툭 털어내며 인사했다. 코스모스 그 가는 허리를 안고 들어와 아이를 낳고 싶었다. 석류속 처럼 붉은 잇몸을 가진 아이.


-시 <비망록> 중 일부-


서정성이 넘치는 감각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시인의 시는 서정성이라고 부를 감정과 그것보다 좀더 본능적인 감상의 사이,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다는 느낌이다. 지나치게 내면에 집착해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물론 전혀 전문적이지 않은 개인적인 소감이다. 

KBS 클래식 FM 라디오 방송 작가로 40년을 일해오다가 올해 초 그만 두었다. 그리고 라디오 작가로 있으면서 썼던 원고들을 묶어 낸 산문집도 호응이 좋다고 한다.


혼자 여행사를 차려놓고 손님을 기다린다는 시가 있다. 여행은 저마다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손님을 설득하는데, 자신이 손님이 되어 스스로에게 문의를 하기도 한다. '저기요, 내 마음이 어디로 가야 하나요'

<쓸쓸하다면>이라는 시의 내용이다.


현재 국내 사회적 상황때문인지, 나의 감상이 메말라 버렸기 때문인지, 개인적이고 내면에 집중한 시들이 예전만큼 마음 속까지 깊이 와닿지를 않아 아쉽다.

시인은 이 시집으로 올해 "김종삼 시문학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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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7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27 19: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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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7 21: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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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7 21: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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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8 10: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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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8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28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집'에 있어도 

'집'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For those who are looking for

'home' even if there is 'house'


시집을 펴자마자 보게 되는 이 문장과 비슷한 대목이 시 '멜버른에서 온 편지'에 나온다.


난 집에 있으면서도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해

왜냐면 여기가 내 집이 아니거든

근데 이젠 서울에도 내 집이 없어

우리 가족끼리도 다 뿔뿔이 흩어져 살잖아 웃기지?

이제 내가 가고 싶은 집은 없어 과거에 존재할 뿐이야.



집에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

그곳이 볕이 아닌

빛이 드는 곳이라고 해도.


이런 시인의 말도 들어가 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위트 홈에 대한 로망은 '행복'에 대한 염원만큼이나 추상적이고 일시적인 느낌일뿐, 그것이 살아가는 목표 자체가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집에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는 시인의 말은 집에 대한 로망을 내려놓겠다는 뜻이 아닐까. 난 그렇게 읽었다.



우리는 가만히 누워

티브이 속 다른 가족의 웃음소리에 귀 기울였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플라스틱 하우스' 중에서-


그래, 이것인지도 모르지. 이제 누가 행복에 대해서 물으면 이 싯구절을 인용해서 대답할까보다.

행복은 누군가와 티브이 속 다른 가족의 웃음소리에 귀기울이는 것, 그 시간이라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네 죄가 내 죄가 되는 그런 삶은 더는 싫어 


-'어쩌면 우리에게 더 멋진 일이 있을지도 몰라' 중에서-


네 죄가 내 죄가 되고, 내 기쁨이 네 기쁨이 되기도 하는, 그런게 가족이라고 옛날에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던가?

아니다. 네 슬픔이 내 슬픔이라고는 했을지언정 네 죄가 내 죄가 되는 것이라고는 안 했었지.


이 시집은 다 읽고도 책꽂이로 자리잡아 가지 않고 아직까지 내 책상 손닿는 곳에 두고 자주 들춰보고 있는 책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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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4-11-21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고도 아직 책상 손닿는 곳에 두고 자주 들춰보고 있는 책˝
흠. 읽어봐야겠습니다.이것 참, 관심 솟는 걸요!

hnine 2024-11-21 20:12   좋아요 1 | URL
Falstaff님도 좋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는 목수네 집 헌 샅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우에 뜻 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 밖에 나가디두 않구 자리에 누어서, 

머리에 손깍지 벼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 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낮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내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턴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 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 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꿀어 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 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어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백 석,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南新義州柳洞朴時逢方)-























외로운 감정을 이렇게 잘 표현했을 수가 있나.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 시.



가끔 가다 꺼내서 펼쳐 읽는 백석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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