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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ubble Wrap Boy (Paperback)
Earle, Phil / Penguin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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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의 저 소년은 무엇인가로 온 몸을 꽁꽁 둘러싸고 있다. 상품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둘러싸는 비닐뽁뽁이이다. 간신히 눈과 손, 발의 일부만 남기고 포장했으니 내용물의 안전이야 보장되지만 저 내용물이 물건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생물이라면. 그것도 내가 낳은 자식이라면.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와서 배달전문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들 찰리. 찰리는 동양인 외모뿐 아니라 유난히 작은 체구로 아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모자라, 유난히 아들의 안전을 염려하는 엄마의 행동지침때문에 친구들과 맘대로 어울리지도 못하고 하고 싶은 활동을 맘껏 하지도 못한채 늘 위축되어 있고 자신감이 없다. 그러던 중 우연히 공원에서 보드를 타고 있는 애들을 보게 되고 묘기에 가깝게 보드를 타는 모습에 완전히 정신을 빼앗기고 만다.

'나도 하고 싶다!'

오랜만에 하고 싶은 일이 생겼고 잘 하고 싶은 의욕이 생겼으나 보드를 살 돈도 없고 엄마의 허락을 얻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포기했을지도 모를 것을, 유일한 친구인 싸이너스의 형으로 부터 무리를 해서 보드를 겨우 대여받고, 혼자 연습하는 것을 보고 약간의 힌트를 주며 다가온 보드 전문가 경지의 동네 남자 아이들의 부추김,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어떤 것보다 의욕을 불타게 만드는 보드의 매력때문에 찰리는 보드를 숨겨놓고 엄마의 눈을 피해 몰래 몰래 배워가던 중, 결국은 엄마에게 들통나게 되고 공원에서 만천하가 다 보는 앞에서 엄마와 찰리가 한판 붙게 된다. 조금이라도 위험한 것은 못하게 하느라 찰리를 마치 어린 아기 다루듯 하길 계속하는 엄마말을 언제까지 들을 수는 없던 것이다.

"All you do is wrap me up in cotton wool!"

더 이상 참지 못한 찰리는 자기를 과잉보호하려는 엄마의 행동을 빗대어 엄마가 자기를 솜뭉치로 둘둘 말아놓지 않냐고 대들고,

"Well, you've seen nothing yet. I'll wrap you in so much cotton wool that you won't be able to move!"

이에 대해 엄마는 더욱 열받아 네가 아직 뭘 못봐서 그러는데 앞으로 진짜 솜뭉치로 잔뜩 감아싸서 옴짝달짝 못하게 만들어버릴테니 두고 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엄마는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며칠 후 정작 그 일을 찰리에게 행한 것은 찰리의 엄마가 아닌 동네 아이들. 엄마와 찰리가 한판 붙는 현장에서 구경했던 아이들은 거 나이 되도록 엄마의 보호 속에 감시받고 사는 찰리를 놀려주려고 뽁뽁이 (bubble wrap)로 찰리의 몸을 완전 포장해버린다. 이 책의 제목이 The Bubble Wrap Boy가 된 이유이다.

아이들에게 수모를 당하고 그토록 하고 싶은 보드도 못타게 된 찰리. 그래서 보드를 포기하는가? 그렇게 이야기가 진행될리는 없을 것이다. 엄마에게는 다시 타지 않기로 다짐을 할 수 밖에 없었지만 더욱 보안을 철저히 하고 연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간다. 꺼림칙한 큰 비밀을 안고 사는 댓가를 치뤄야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없는 엄마 대신 전화를 받다가 찰리는 십이년 동안 몰랐던 믿을 수 없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엄마에게 여동생이 있고 사고로 크게 몸이 다쳐 말도 못하고 사지가 마비되어 집에도 못온채 병원 요양 시설에 수년째 수용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보드를 몰래 계속 타는 것과 비할 바 안되는 큰 비밀이 엄마에게도 있었던 것이다. 엄마는 그때 여동생과 사고 현장에 함께 있었지만 자기만 온전한채 동생을 잘 보호하지 못하여 동생을 불구의 몸으로 만들었다는 가책에 스스로 시달리며 살아오고 있다. 그래서 찰리에게는 그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아들을 위험한 상황으로부터 원천봉쇄하는 방식으로 키워왔던 것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두 모자의 비밀이 묘하게 얽히며 해소되는 과정, 여기에 찰리 못지 않은 따돌림친구인 사이너스의 우정, 그리고 찰리 못지 않게 사이너스가 주위의 인정을 받아가는 과정이 절묘하게 잘 어우러져 결말을 맺는다.

 

부모가 된 사람들은 아마 이 책을 읽으며 찰리 엄마의 심정이 어느 정도 이해는 가면서도 곧 반성 모드로 들어가보게 될 것이다. 보호라는 이름으로 내 소중한 아이를 눈에 안보이는 투명한 뽁뽁이로 온통 감싸고 키우려고 했던 적은 없는지.

한편 이 책을 읽는 찰리 또래 아이들이라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부모의 허락을 구하지 못할때 어떤 방식으로 헤쳐나갈지 참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책 속에서 찰리는 엄마의 반대 결정에 따르느라 자기 꿈을 포기하지도 않았고, 당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고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지도 않았다.

 

작가의 이력이 독특하다. 영국 태생인 Phil Earle은 처음부터 작가가 되기로 했던 것은 아니었고 어린이집에서 돌보미로 일해오다가 연극치료사가 되기 위해 수업을 받게 되었고, 그 후 2-3년 관련 일을 하다가 좀더 정적인 일을 하기로 하여 bookseller를 선택, 지금은 어린이책을 쓰고 파는 일을 하며 지내고 있다고 한다.

이 책만 읽어봤지만 이 작가는 재미있게 글을 쓰려는 사람임은 분명해보인다. 찰리를 보호하려는 엄마의 행동의 하나로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할때 혹시 나무의 뾰족한 가지에 몸의 어디라도 찔릴까봐 집 안에서이지만 고글을 착용해야만 트리 장식을 하도록 허락했다든지, 중국음식배달전문점 이름 정하는 문제라든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찰리라는 아이의 바탕이 자신감 없고 기죽어 지낼것 같은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지켜나갈 수 있었던 것, 자기의 비밀이 계속하기 꺼림칙하다는 것을 알고 엄마의 비밀 역시 엄마가 더 이상 비밀로서 숨기지 않고 공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마음은, 어른들이면 오히려 갖기 힘든 따뜻한 순진함이 아닐까 생각되어 읽는 내내 유쾌하고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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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 2020-03-31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엄마에게 선물해드리고픈 책인데요 나인님, 하지만 저는 평생 그렇게 엄마의 솜뭉치 이불 안에서 살아가도록 운명지워진 존재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자전거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로 죽은 사촌이 있어요. 그래서 저희 4남매는 자전거를 여직 못 타요. 강에서 수영하다가 익사한 사촌도 있는데 그래서 저희 넷은 아직도 수영을 못하구요. 아이쿠 이야기하다보니 부끄러워지네요. 딸로서의 입장, 엄마로서의 입장 지금은 모두 다 아니까 마냥 엄마 탓을 할 수는 없을듯 해요. 제가 오히려 어느 순간 더 솜뭉치 이불 안에서 나오지 말아야지, 바깥 세상은 정말 위험하니까! 하고 안 나온 것도 있는듯 해요. 아침부터 잘 읽었습니다.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hnine 2020-04-05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연님 그런 사연이 있으시군요. 내 경험으로 인해 스스로 내 몸에 두르는 솜뭉치 이불은 어쩔수 없겠지요. 그런데 그게 자식에게까지 확장되어 정말 아이가 하고 싶은 일, 아이의 인생을 바꿀수도 있을 일을 막아서게 되는건 아이에게 또하나의 트라우마를 만들어 주는 결과가 되기도 할것 같아요.
작가는 이런 소재를 어떻게 찾아내었는지, 아무튼 재미있게 읽었어요. 추천!^^
 
The Fault in Our Stars (Hardcover)
Green, John / Penguin Group USA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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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소녀 헤이즐 그레이스.

열세살때 thyroid cancer와 폐로 전이된 말기암 판정을 받았다 (thyroid with mets in my lungs, p.11)

바로 죽음을 준비해야할 단계였으나 병원에서 임상시험 중이던 신약을 시험 삼아 투약해본게 운좋게 잘 맞은 덕에 죽음의 고비를 기적적으로 넘기고 열여섯살 현재까지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소녀이다. 이후로 산소호흡보조기구를 늘 차고 다녀야하기 때문에 거의 집에만 머물며 책 혹은 컴퓨터 게임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depression은 암의 side effects 라며 (헤이즐 본인은 depression은 암이 아니라 죽음의 side effects라고 주장하지만) 딸의 우울증과 무기력증을 염려하는 부모님의 권유와 성화로 억지로 암환자 모임에 참석한 날, 거기서 오거스트라는 한 남자 아이를 만나게 된다. 오거스트는 골육종으로 다리 하나를 절단한 상태. 잘 생긴 외모, 특이한 표정, 담배를 피지 않으면서도 담배를 물고 있는 상징적 행동을 즐기는 그에게 마음이 끌리는 헤이즐은 곧 그와 절친이 된다.

열세살에 이미 말기암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지금의 이 삶은 그저 임시적이고 불안할 뿐, 언제 죽음이 찾아올지 모르므로 오늘 이 시간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사는 헤이즐에게 오거스트는 새로운 활력이고 오랜만의 관계 맺음이다. 서로 읽고 있는 책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서로 권해주기도 하면서 친해지던 중 헤이즐이 정말 정말 좋아해서 수십번 읽은 책이 있고 헤이즐에게는 그 책의 작가인 피터 반 휴튼으로부터 꼭 하고 싶은 질문과 듣고 싶은 답이 있음을 알게 된 오거스트는 헤이즐의 소원을 이루게 해주고 싶어서 그 작가가 사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지 헤이즐과 함께 방문할 계획을 세우게 된다. 비행기 여행은 무리라는 병원 측의 만류가 있었기 때문에 헤이즐의 엄마도 이 여행에 동행하긴 하지만 이해심 많은 엄마 덕에 헤이즐과 오거스트는 암스테르담에서 둘의 시간을 충분히 즐긴다. 정작 작가인 피터 반 휴튼에 대해서는 큰 실망과 절망을 안고 돌아오긴했지만.

결국 예정대로 '그날'이 온다. 그리고 그날은 헤이즐보다 오거스트에게 먼저 온다. 오거스트가 마지막까지 힘들어하다가 의식을 잃은 상태로 세상을 떠나고, 헤이즐은 그 고통에서 헤어나오지를 못한다. 책의 21장 전체 (261-267쪽)가 오거스트가 죽은 후 헤이즐의 심정을 토로한 내용으로 되어 있는데 그 고통의 정도에 대해 헤이즐이 말한 부분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응급실에 실려가서 맨먼저 받는 질문은 고통의 정도를 숫자 영부터 십의 강도로 표현해보라는 것이다. 그것에 따라 어떤 약을 얼마나 급히 써야할지 결정하기 위해서이다. 나는 아마 이 질문을 수백번 받아왔을 것이다. 한번은 가슴 통증으로 아예 숨을 못 쉴 정도였고 가슴에 불이 붙어 화염이 갈비뼈 속으로 파고 들어가 내 몸을 다 태워버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응급실에서 간호사가 고통의 정도에 대해 물었을때 나는 입을 벌려 말 할 수 조차 없어 손가락으로 아홉을 나타냈다.

약이 주어졌고, 나중에 간호사가 와서 혈압을 재며 말하기를, "네가 전투사 (a fighter) 라는 걸 내가 어떻게 알아봤는지 아니? 네가 10 을 9 라고 부르더라 (10이라고 불러야 할 고통을 9라고 부르고 있더라 - 나의 덧붙임)."

사실 그게 아닌데. 나는 9라고 한게 맞다. 10은 아껴두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지금 그 끔찍한 10 을 겪고 있다. (263쪽)

암으로 인한 고통보다 사람을 잃었을때의 고통이 더 엄청나고 견디기 힘들다는 뜻이다.

오거스트는 pre-funeral 이라는 이름으로 자기가 죽기 전 의식이 살아있을때 미리 자기의 장례식을 하고 싶어했다. 친구들과 가족들이 모인 가운데 미리 장례식 하는 내용은 이 책에서 유명한 대목이다. 암스테르담을 방문했을때 그렇게 무례하고 성의 없이 대하던 알콜중독 작가 피터에게 여덟살때 암으로 죽은 딸이 있었고 그 이후로 거의 제대로 된 일상을 회복하지 못해온 것을 알게 된 헤이즐은 자기 부모도 자기가 죽은 다음에 그렇게 될까봐 걱정한다. 폐인이 되다시피 하여 오거스트 장례식에 참석하겠다고 찾아온 작가 피터에게 지금이라도 새로운 작품을 시작해볼 것을 권하는 헤이즐. 그와 대조적으로 헤이즐의 엄마는 그동안 헤이즐 모르게 헤이즐과 같은 환자를 둔 가정을 위해 일하고 싶어 뒤늦게 사회복지사 공부를 시작했다. 헤이즐 엄마로부터 감명을 받으며 읽기를 마칠 수 있던 것은 나도 부모이기 때문일까.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라는 제목으로 번역본이 나와있고, <안녕 헤이즐>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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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3-12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인님께서 언급하신대로,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라는 번역본으로 읽었었는데 지금 여기서 나인님이 인용하신 구절을 보니 또 눈물이 핑도네요.
잘 읽었습니다, 나인님.

hnine 2020-03-13 08:41   좋아요 0 | URL
작가는 역시 작가구나 새삼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었어요. 어떻게 저렇게 표현할 수 있었는지.
제가 번역은 제대로 해놓았는지 모르겠네요.
열세살에 죽음을 준비하란 선고를 받은 경험을 늘 마음 속에 담고 사는 사람의 심정을 그런 경험 없는 사람이 과연 이해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저도 마지막 몇 챕터를 읽으면서는 어쩔 수 없이 눈물이 나더라고요.
죽음 앞에 의연한 사람은 없나봐요 나이와 상관없이.

제가 올린 리뷰에 다락방님께서도 읽으셨다는 댓글 달리면 참 기분이 좋아집니다.
 
55 Successful Harvard Law School Application Essays: With Analysis by the Staff of the Harvard Crimson (Paperback, 2, Second Edition)
Harvard Crimson / Griffin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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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로스쿨 지원을 위해 쓴 자기 소개 에세이 (Personal statement) 55편과 그에 대한 심사평 모음집이다.

심사를 담당한 사람들은 하버드 대학 일간지인 The Harvard Crimpson의 Staff 들이다.

로스쿨 지원자들이기 때문에 대학은 이미 졸업을 하였거나 졸업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고, 그래서인지 대학 지원을 목적으로 쓰는 Personal Statement보다 더 다듬어지고 구체적인 내용의 에세이였다.

 

지원자 에세이가 지원자의 이름 아래 약 두 페이지 분량으로 실려있고 바로 이어 한 페이지 정도로 심사관의 분석 평가문이 Analysis 라는 제목으로 뒤따르는 구성이다.

예상은 했었지만 읽는 내내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자기 소개서는 없었다. 어떤 글은 한편의 소설 같았고, 어떤 글은 영화의 한 장면 처럼 생생하게 시작하여 진행도 영화같이 흘러갔다. 하지만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진행하든 모든 에세이의 결말은 하나였다. 내가 여기 (하버드 로스쿨)에 지원하고자 하는 이유를 분명히 하고 맺는 것. 또한 시작을 끝과 연결시키는 것.

 

그런데 정작 55편을 차례로 읽어나갈수록 감탄은 지원자의 에세이보다 심사관의 분석글로 더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충실하고 정성스런 조언의 글이 있을까. 네 글이 어디가 잘되고 어디가 잘못되었다고, 지적을 위한 지적이 아닌, 그야말로 건설적인 조언이란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는 평가글이었다. 이런 에세이에 꼭 필요한 사항들이 무엇인지 상기시키면서 그런 면에서 이점은 아쉬웠고 이점은 너무 지나쳤다라고, 아주 구체적으로 분석해놓았다. 평가문, 심사평이라기보다 글 읽은 소감이라고 해야하나. 그러기엔 촌철살인의 대목이 많기는 하다.

몇가지 기억해둘만한 조언이 담긴 문장들을 옮겨본다.

1. Use your personal statement to say what the rest of your application cannot. (36쪽)

 (너의 자기소개글이 네 지원서의 다른 서류들이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말할 수 있게 이용해라.)

2. For applicants struggling to communicate their reason for applying to Harvard Law School, an anecdote may be the answer. Instead of talking about yourself, let the story speak of you. (45쪽)

(하버드 로스쿨에 지원하는 이유를 전달시키려고 애쓰는 지원자들에게 있어 하나의 일화를 보여주는 것은 그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너에 대해 얘기하려 하지 말고, 그 이야기가 너에 대해 이야기하게 하라.)

3. It can be difficult to portray confidence without coming off as fake. (48쪽)

(가식으로 끝나지 않으면서 자신감을 표현하기란 어려울 수 있다.) - 지원자가 이런 위험을 피해서 잘 썼다고 칭찬하는 대목

4. Without simply presenting a laundry list of accolades. (96쪽)

(자화자찬 목록으로 도배하지 말것이며,)

 

제일 자주 언급되는 조언은 resume (이력서)에 있는 사항들을 굳이 Personal Statement 에 반복할 필요없다는 것이다. 그러는대신, resume에 드러낼 수 없는 것들을 보여주는데 사용하라고 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구성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한 대신 하나의 단어나 문구의 정확도에 대한 지적은 날카로왔다.

예를 들어 한 지원자가 자기가 법학에 끌리는 이유를 쓰면서 It celebrates difference making. 이라고 했기에 나는 멋진 표현이라고 밑줄까지 치고 넘어갔는데 바로 다음에 심사관은 이 부분을 언급하면서 difference making 같은 nebulous concepts (막연한 개념) 은 좀더 분명하게 설명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고 써놓았다. 어떤 형식, 어떤 내용을 전달하더라도 글의 목적과 읽는 대상을 잊으면 안된다는 일침이다.

 

목적상 내용이 분명하고 잘 다듬어진 글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읽기 어렵지 않다.

내가 당장 자기소개서를 쓸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버드 로스쿨은 더구나 아니다. 그럼에도 글쓰기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보너스로서, 요즘 자주 쓰는 어휘나 표현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글쓰기란 논리가 작용해야하는 과정임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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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3-04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자기소개서를 쓴다면 재밌는 에피소드를 넣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 주겠어요. 에피소드에 제 성격이나 취향, 가치관이 다 나오면 좋겠죠. (2번의 글 - 이때 너에 대해 얘기하려 하지 말고, 그 이야기가 너에 대해 이야기하게 하라.)가
제가 말하는 글에 해당할 것 같네요.

자기 자랑을 하지 말고 오히려 단점을 말해서 솔직함을 어필하고 그 단점을 장점화시키는 것도 중요할 듯해요.
예를 들면, - 저는 성격이 급한 게 단점이라 고치려고 노력합니다만 잘 고쳐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성격이 급해서 제게 맡겨진 일은 마감하기 전날에 미리 제출하는 터라 이럴 땐 단점이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뭐 이런 식으로요... ㅋ

분석적인 글은 읽기에 매력적인 글이고 좋은 공부가 될 것 같아요.
그런데 가장 효과 좋은 건 자기의 글을 직접 분석 받는 것일 테지요. 자신의 글에서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고칠 점인가를
아는 게 관건이니까요.
자기소개서에 관한 글을 읽으니 그걸 쓰던 옛 시간이 떠오릅니다. 어떻게 써야 좋은지 몰라 헤맸답니다. 아마 지금 쓴다고 해도 또 헤맬 것 같습니다만...



hnine 2020-03-05 10:19   좋아요 1 | URL
이 책에서 에피소드는 거의 다 들어가더라고요. 에피소드 외에 과거 자기의 경력의 한 부분을 말하고 그 경력과 연결지어 로스쿨 진학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제시하기도 하고요. 그런 경우엔 에디터들이 꼭 집고 넘어가요. 전형적인 에피소드나 이력서만 봐도 충분한 경력에 대해 중언부언 하느라고 아까운 지면 소비하지 말라고요.
미국의 대학 지원서처럼 로스쿨의 경우에도 내가 그 학교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좀 좋은 학교들은 내가 그 학교를 들어가면 이런 식으로 그 학교를 빛낼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원하지요. 그러니 날 꼭 뽑아달라, 그런 주장을 할 줄 아는 사람을 원하니까요 ^^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놀란 것은 사람마다 인용한 에피소드가 어쩌면 그렇게 다양한지 55편을 읽으면서 지루한 글 거의 없고, 이 사람에게는 정말 로스쿨 진학이 절실하겠구나 하는 것을 읽는 사람 마음까지 전달시키게 쓰는 능력이 대단했어요.
읽으면서 저도 잠깐 생각 안해볼수 없었어요. 제가 만약 지금 자기 소개서를 쓴다면 어떤 식으로 쓸까. 그런데 판에 박힌 내용밖에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읽는 사람 지루할게 뻔한 ^^
 
Chronicle of a Death Foretold (Paperback)
Vintage Books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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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처음 만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즈. 그의 작품을 읽어봤다는 경험이 그의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도록 이끌기보다 더 주저하게 만들었던 것이 사실일 정도로 백년 동안의 고독은 소화가 잘 되는 소설이 아니었다. 책꽂이에 꽂혀있는지 이미 꽤 된 이 책 <Chronicle of a death foretold>는 그나마 두께가 별로 되지 않고 평도 좋기에 드디어 읽을 용기를 내보았다. 스페인어로 쓰여진 것을 영어로 번역해놓은 책이다. 우리 나라 말 번역본은 2008년에 민음사에서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라는 제목으로 나와있다.

 

안젤라 비카리오 (Angela Vicario, 이 이름의 정확한 스페인어 발음은 모르겠다) 라는 여자가 결혼식을 올린 날, 그녀가 처녀가 아니었음을 알게된 신랑은 그녀를 곧바로 친정으로 돌려보내고, 가족들로부터 신랑 이전의 그 상대가 누구였냐는 질문의 압박에 못이겨 안젤라는 한 마을 청년인 산티아고 나사르 (Santiago Nasar)라고 대답한다. 이런 불명예를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한 안젤라의 쌍둥이 형제들은 치욕감을 참을 수 없어하며 산티아고 나사르를 죽이기로 하고 그를 찾아나선다. 산티아고 나사르는 이제 스물을 갓 넘긴 청년. 아랍에서 건너온 이민자인 아버지 이브라힘 나사르 (Ibrahim Nasar)가 몇해 전 죽자 그 일을 물려받아 농장주가 되었고, 호탕하고 여자를 좋아하지만 특별히 사람들에게 원한 살 일도 하지 않는 동네 청년이다. 여동생을 욕보인 것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비카리오 형제는 칼을 품고 집을 나서서 산티아고를 죽이겠다고 만나는 동네 사람들에게 공공연히 말하고 돌아다녔기에 이미 많은 동네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게 되었지만 설마 서로 잘 알고 지내는 사이인 그들이 산티아고를 죽일 리가 있겠나, 농담일거라고 생각하며 그 누구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한다. 결국 비카리오 형제는 가지고 간 칼로 산티아고를 잔인한 방법으로 여러 차례 찔러 죽임으로써 명예회복 목적을 달성한다.

이런 사건이 일어나고 27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한때 산티아고의 친구였던 화자는 사건의 진실을 다시 밝히고자 이 마을을 방문해 그 사건을 알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만나 그때 상황에 대해 조사한다.  

 

 

 

 

 

 

 

 

 

 

 

 

 

결혼 첫날 밤을 치르고서 신부의 순결에 대한 증표로서 자고난 침대 시트를 공개해야하는 관습, 신부가 순결을 지키지 못한 것은 곧 가문의 불명예가 되어 명예회복을 위한 복수극을 벌이게 되는 것등, 백년 동안의 고독에서 느껴졌던 남성우월주의가 이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지만 그건 주제가 아니라 소재라고 믿고 계속 읽어나갔다.

늘 그렇듯이 한 작품을 읽어나가는 것은 사건의 진행을 따라가는 동시에 작가의 의도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산티아고가 살해를 당하던 그 시간, 교황의 방문이 예정되어 있어 사람들의 정신을 더 분산시켰다는 설정은 우연한 설정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안젤라와 그 가족의 명예를 박탈시킨 그 남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작가는 끝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 죽음을 당한 산티아고가 그 상대는 아닐거라는 암시만 여러번 던지고 있을 뿐이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안젤라는 산티아고라고 말을 한 것인지.

등장하는 인물 모두에게서 인간의 속물근성, 이중성, 비겁함을 본다. 안젤라에게 일방적으로 구애하고 일사천리로 호화로운 결혼식을 진행시키며 아내를 잃은 Xius 노인으로부터 억지로 저택을 사들여 미래의 결혼생활을 과시하고 싶어했던 안젤라의 신랑 바야르도 산 로만 (Bayardo San Roman)은 허욕에 찬 인간의 모습이며, 누이의 불명예를 알고 산티아고를 죽임으로써 가문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칼을 들고 나선 비카리오 형제에게 진정한 살해 동기가 있기는 했던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동네 이사람 저사람에게 살인 계획을 말하고 다닌 것이 의미하는 것은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과정일수도 있지만 산티아고를 죽여야 하는 것이 꼭 그들의 의지는 아니었음을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들은 동정을 받아야할까. 하지만 판사 앞에서 그들은 다시 그런 상황에 놓이더라도 같은 행동을 했을것이라고 선언한다. 관습과 편견에 의해 살고 죽는 우매한 인간들.

밀크샵 주인 클로틸드 (Clotilde Armenta)는 유일하게 마을 사람들 이사람 저사람을 붙잡고 산티아고의 죽음을 막기 위해 무언가 해야한다고 재촉한 사람이었고, 산티아고의 절친이자 의대생이었던  크리스토 베도야 (Cristo Bedoya)만이 그 사실을 산티아고 본인에게 알리고 피하게 하려고 그를 찾아 이리 저리 뛰어다닌다. 하지만 만나는 사람들에게 산티아고를 봤냐고 물어보지만 모두들 못봤다거나 방금 어디로 갔다거나 하는 식으로만 대답하는 바람에 살인을 막을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살인이 일어날거라는 것을 들으면서도 그것을 믿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으로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 앞에서 누군가 막아야 할 일임을 명확함에도 굳이 나서지 않고 싶어하는 인간의 부끄러운 바탕을 본다. 지금의 우리는 크게 다른가?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산티아고의 엄마는 달라야 하지 않았을까? 자식이 위험에 처했음을 뒤늦게 알게 된 산티아고의 엄마 플라치다 리네로 (Placida Linero)가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한 행동은 결국 간만의 차이로 오히려 산티아고로 하여금 죽음을 피하지 못하고 맞닥뜨리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죽은 산티아고의 친구였던 화자가 사건이 일어나고 27년이나 지난 후 다시 그 현장을 방문하여 가족을 비롯하여 마을 사람들을 만나 그 당시 사건을 회고하게 만들고 다시 정리하는 구성을 작가가 굳이 택한 이유는, 작가 자신의 오래 전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도 있겠고, 시간에 따라 달라졌을 수도 있는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 관점, 해석을 위해서일수도 있다.

 

이 소설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즈의 다음 작품으로 진행하는데 주저함이 아닌, 그 반대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 끝까지 긴장감을 풀지 못하게 하는 매력, 여기 저기 지뢰처럼 깔려있는 상징을 찾아가며 읽는 재미가 그렇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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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7 1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17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The Apple Tart of Hope (Hardcover)
Sarah Moore Fitzgerald / Holiday House / 201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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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트를 다 먹고 나면 타르트는 사라졌어도 바닥에 타르트 부스러기가 떨어져 있듯이, 모든게 다 끝난 것 같은 상황에도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는 메시지가 책 표지에 드러나있다.

 

 

 

 

 

 

아일랜드에서 성장했고 지금도 아일랜드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살고 있는 저자 Sarah Moore Fitzgerald의 세번째 소설이다.

아일랜드의 한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오스카 (Oscar) 라는 남자 아이와 절친 메그 (Meg)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열네살 이 둘은 훨씬 어릴 때부터 친구로 지내고 있는데 이 둘이 처음 친구가 되는 장면을 읽는 동안엔 저절로 웃음이 얼굴에 번지게 만들 정도로 달콤하고 따뜻했다. 막 구워낸 타르트를 맛볼 때 처럼.

정확하지 않은 번역이겠지만 한번 옮겨 적어본다.

 

오스카가 처음 우리 이웃으로 이사오던 날을 나는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그때 우린 둘다 꼬맹이였다. 큰 이사 트럭이 가까이 와서 우리 집 부엌엔 그늘이 드리워졌고 나는 무슨 일인가 하여 현관 너머로 내다보았다. 그리고 그 아이를 보게되었다. 키 크고 잘 생기고 침착해 보이는 모습. 그 아이의 동생인 스티비를 보던 순간도 기억한다. 조그맣고 휠체어를 타고 있었고 재잘재잘대던 아이. 얘들의 아빠는 짐을 옮겨 앞마당에 쌓아놓고 있었다. 아무 말이나 표정 없이.

이 날 이후로 오스카를 발견한 곳은 내 방에서였다. 그 아이는 자기 방 창문에 앉아 얼굴에 엷은 미소를 짓고 팔에 뺨을 얹은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뒤에는 아주 큰 망원경이 놓여 있었다. 처음에 난 그 아이를 못본 척 했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우리 집과 그 아이 집 사이엔 체리 나무가 있었는데 오스카는 그 나무의 죽은 가지를 쳐내고 내 방 창문을 두드렸다. 내가 창문을 열자 그 아이가 창문 너머로 내게 "안녕!" 하고 인사하며 웃어보였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베스트 프렌드가 되었다. (22, 23쪽)

 

오스카는 성격도 좋지만 특별한 재주가 있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애플 타르트를 만들 줄 아는 것이다. 그 애플 타르트는 보통의 애플 타르트가 아니라 희망의 애플 타르트. 한 입 먹는 순간 세상이 지금까지 보던 것과 완전히 달라보이게 만드는 타르트이다.

누구도 미워할 리 없고 누구를 미워할 줄도 모르는 오스카가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바닷가에서 오스카가 타던 자전거만 발견되었을 뿐 수색 작업에도 시신은 발견되지 않자 사람들은 오스카가 바닷가에 빠져 죽은 것으로 추정하고 그에 따른 절차를 진행한다. 가족을 비롯해 모든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받아들이며 학교에서는 오스카를 위한 추모 미사까지 진행되는 가운데 딱 두 사람, 오스카의 절친 메그와 오스카의 동생 스티브만은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사고의 진상을 파헤치기로 한다.

이야기는 첫번째 조각, 두번째 조각 하는 식의 소제목을 달고 스무 조각 까지, 오스카와 메그의 교차 서술 방식으로 진행된다.

오스카와 메그, 오스카의 동생 스티비 외에 이야기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두 인물이 더 나오는데 그 한 사람은 바닷가에서 오스카에게 발견되어 애플 타르트와 함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 바니라는 남자이고, 또 한 사람은 오스카와 메그의 클라스 메이트로서 새로 이사온 팔로마라는 여아자이이다. 팔로마는 메그가 1년 동안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로 이사가 있는 동안 메그가 살던 집으로 이사해왔고, 자기는 누구에게나 호감을 받아야 하고 자지가 이 세상에서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이이다. 팔로마는 오스카의 베스트 프렌드가 되고 싶어 접근하지만 오스카는 팔로마가 원하는 만큼 자기에게만 올인해주지 않는다. 이런 불만족과 질투, 앙심은 결국 예상치 못한 큰 결과를 낳게 된다.

메그와 팔로마. 동갑의 두 여자 아이 캐릭터가 극과 극인 것 같으면서도, 한 사람의 마음 속에 어쩌면 두 성향이 다 내포되어 있다가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언제 어떻게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복잡하지 않은 구성이면서 이야기를 재미있게 엮어나가는 작가의 솜씨는 다음 페이지로 저절로 넘어가게 한다. 깊이 파고들어야 하는 목적의 책이 아닌 이상, 소설은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다른 백 사람의 말 보다도 그 사람의 말과 입장을 믿어주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 거짓을 바탕으로 한 평화는 평화가 아니라는 것. 우정은 친구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 착하고 재미있는 청소년 주인공 소설이다.

아마존 분류 기준으로 12+ 로 되어 있는데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나라 12살을 의미할테니 우리 나라 12살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니 참작하여 읽으면 될 것 같다. 우리 나라에 아직 번역본은 안 나와 있는 것 같은데 제목때문인지 오래 전에 읽은 <레몬케이크 껍질의 특별한 슬픔> 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다른 얘기이긴 하지만 음식과 마음을 연결시킨 이야기라는 점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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