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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자존감 공부 - 천 번을 미안해도 나는 엄마다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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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강사인만큼 안티 층이 많은 것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분이 내는 책은 거의 다 읽어오고 있다. 어찌되었든 읽어서 내게 득이 된다는 뜻이다. 대중 앞에서 말로 내용을 전달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인만큼 책도 막힘없이 술술 읽힌다. 이 책 역시 반나절 만에 다 읽었는데 그만큼 쉽게 쓰여지기도 했고 빨려드는 내용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리뷰 제목으로도 썼지만 이보다 더 쉽게, 이보다 더 피부에 와닿게 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 전달력은 대단하다. 그 내용이 자식 교육에 관한 것이든, 여성의 꿈의 실현에 관한 것이든, 이 사람은 적어도 열번 쓰러져도 일어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절대 쓰러지지 않을 사람이 아니라 쓰러져도 일어날 사람. 그런 자생 능력이 있는 사람. 어떻게 말하면 독한 사람.

 

'너 하나만 잘되면 된다'는 얘기는 너 혼자 온 가족의 꿈을 짊어지라는 얘기다. 그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절대 실패해서도, 비뚤어져서도 안 되며, 엄마가 정해준 길만 가라는 얘기다. (82)

 

"엄마, 밀라노 꼭 가. 내가 보기엔 50대가 꿈꾸기에 제일 좋은 나이야. 나 봐봐. 20대 청춘이면 뭘 하냐고. 돈도 없지, 결정권도 없지, 경험도 없지. 근데 엄마 봐봐. 벌어놓은 돈도 있지, 공부하겠다면 말릴 사람도 없지, 꿈꾸기 좋은 환경을 다 만들어놨잖아. 늦었다는 생각만 안 하면 다 할 수 있는데 왜 안해?" (109)

 

10을 바라면 당연힌 아이가 변한 게 안 보인다. 그런데 0.1에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면 아주 사소한 변화라도 알아챌 수 있다. 그리고 아이도 내 부모가 0.1에 감사한다는 걸 느끼다. 그래서 사춘기 아이에 대한 계산법은 달라야 한다. 0.1씩 모아서 100을 만들기. (120)

 

"웬 트라우마? 엄마는 네가 그 말을 안썼으면 좋겠어."

"왜?"

"실패를 무서워하게 만드는 말이니까. 엄마는 실패를 어떻게 보는지 알아? 10에서 2모자란 성공. 실패했다는 건 8까지는 노력해서 왔다는거야. 그러니까 거기까지 온 너 자신이 얼마나 대견하니. 그리고 그 8은 어디 없어지는게 아냐. 네 몸에 그대로 저장돼 있어." (170)

 

"원래 꿈은 노동인거야." (188)

 

자신의 꿈에 허술한 청춘 (209)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엄마라는 건 힘든 일이긴 했지만, 최선을 다해 살라는 명령이자, 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세상에서 나를 사람 만들어준 역할, 나를 성장시켜준 최고의 기회였던 엄마. 나는 오늘도 내가 엄마라는 사실에 감사한다. (245)

 

나 자신을 아이들의 '24시 편의점'으로 방치해선 안 된다. 더 이상 시간 없다는 핑계로 내 자신감이 계속 떨어지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249)

 

계획된 일정만 있어도 사람은 성장한답니다. (260)

 

인생의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는 건 정해져 있지 않다. 마침내 이 일을 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내게는 가장 좋은 시간이다. (279)

 

살다 보면 순간의 성취보다 훨씬 더 소중한 삶의 근원을 위해 멈춰야 할 때가 온다. 그런데 거기에 굳이 '포기'라는 단어를 붙일 필요가 있을까. '용기 있는 선택'이라고 불러야지. (294)

 

내가 자식을 키우기만 하는게 아니라, 자식으로 인하여 내가 자란다는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진리이다. 내 기준으로 내 자식을 내맘에 드는 인간으로 만들고자, 그것이 최고의 부모 역할이라고 믿는 부모들이 많다. 그것이 자식의 인생 뿐 아니라 부모의 인생에도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 그것이 부모가 할 첫번째 자각이자 마지막 자각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기본이고,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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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7-12-25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4시 편의점... 기발하네요.
이제 뭐하고 살까. 고민중입니다.
직장은 계속 다니면서 할 수 있는 일..제가 좀 소심해요^^

hnine 2017-12-25 22:29   좋아요 0 | URL
세실님은 하실 일이 너무나 많을 것 같은데요? ^^
저는 전공과 상관없이 그동안 공부하고 싶었던 것들 하나하나 배워보려고요.
저 책의 저자는 지금도 강의 준비하는 것 외에 운동과 어학 공부를 매일 규칙적으로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잃어버리지 못하는 아이들 - 어떻게 엄마의 사랑을 잃어야 하는가
이수련 지음 / 위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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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가 '어떻게 엄마의 사랑을 잃어야 하는가'이다. 엄마의 사랑을 잃어야 하다니? 그렇다. 전폭적으로 쏟아붓던 자식에 대한 애정은 어느 시기가 되면 멈춰져야 한다. 아니, 멈춘다는 말은 틀리다. 엄마가 어떻게 자식에 대한 애정을 멈출 수 있겠는가. 애정이라기 보다 '애착'을 멈춰야 한다는 말이다. 자녀의 독립은 비로소 그때 이루어진다. '사랑' 또는 '애정'이라는 이름으로 자식에 대한 애착을 계속 쥐고 있는 한 그들은 영원히 성인으로 자라지 못한다.

여기까지는 나도 평소에 머리속에서나마 알고 있던 상식이라면 상식이었는데, 이 책에서는 정신분석학 전공자인 저자가 왜 그래야하는지에 대해 더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어느 한 시기 엄마와 아이의 애착관계는 아이의 생존과 성장에 필수적이었다. 엄마의 보살핌, 관심, 반응을 통해 아이는 정상적으로 커나가고, 나아가 엄마의 사랑을 확신하면서 아이는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간다. 정말 중요한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주고 받은 애정은 아이가 자신의 존재에 대해 믿음을 갖고 자신을 지탱해주는 힘으로 저축이 되어 장차 엄마와의 애착관계를 끊고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는 힘이 되어주어 일정시기가 되면 아이는 엄마와의 이런 관계로부터 벗어나가는 단계에 들어가는데 이제 문제는아이가 아니라 엄마된 사람이다.

아이가 엄마와의 관계속에 갇혀 있다는 건 다른 어떤 관계도 시작하지 못했다는 의미.

엄마의 사랑은 아이에게 힘과 자신감을 줍니다. 엄마를 바라보며 도움을 청하던 아이가 엄마를 떠올리면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게 되는 순간, 엄마의 사랑이 완성됩니다. 그 사랑이 그렇게 튼튼한 울타리가 되는 것은 아이가 엄마의 품을 떠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29)

 

여동생의 아이가 중학생이 되었을때 학교에서 단체로 수련을 떠났는데 가서는 전화도 없고 막상 엄마가 먼저 전화를 했는데도 별로 엄마를 보고싶어하지 않더라고, 동생이 무척 서운해한적이 있다. 그건 지금까지 아이가 충분히 엄마의 사랑을 받고 자라고 있었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그런 사랑이 아이로 하여금 집을 떠나서도 엄마를 보고 싶어하지 않고 안심하고 그 환경에 잘 적응하고 지낼 수 있게 하는게 아니겠냐고 얘기해주었던 기억이 있다. 솔직한 내 생각이었다.

 

애착의 관계를 잘 마무리할수 없는데는 엄마된 사람으로써 자식에게 필요한 만큼 (또는 엄마를 스스로 만족시킬만큼) 충분히 주지 못한것 같다는 자책이 원인일 수도 있겠다.

사랑을 잘 잃을 수 있으려면 그만큼 견고한 사랑의 힘을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29)

어른이 되는 것엔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우선은 어린 시절 엄마의 사랑을 아낌없이 듬뿍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그 사랑을 잃어버려야 합니다. 요컨대 애착관계는 그것이 반드시 끝나고 깨진다는 목표를 이루었을때만 완성될 수 있습니다. (30)

하지만 엄마로서 자식에게 그동안 충분한 사랑을 주었다고 자신할 엄마 별로 없을 것이고, 그렇다 한들 애착관계 끊기가 수월한 엄마 없을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엄마의 삶에 다른 여지가 생겨야 합니다. 즉, 엄마의 사랑이 온전히 아이만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도 향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60)

 

더불어, 아이에게 너무 바라는 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되기는 마찬가지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유는, 부모의 바람은 아이의 자리를 잡아주고 안내자가 되어주며, 그 자리를 시작으로 아이는 스스로 자신이 가고 싶은, 갈수 있는 또 다른 자리를 만들어나가게 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튼튼하게만 자라다오'라는 말은 아이를 후퇴시키거나 아이가 아무 변화도 시도하지 못하게 할 수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그것으로 아이는 자신의 존재가 부모에게 해줄 역할이 있다고 느끼고 스스로를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기게 됩니다. (77)

 

엄마의 애착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는 엄마의 역할과 분명히 구분되는 아빠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엄마가 아빠를 어떻게 소개하고 얘기하는가에 따라 아이는 아빠를 받아들이며, 점차 엄마가 바라는 것이 되는 자리에서 아빠가 가지고 있는 것을 물려받는 자리로 이동해간다는 것이다. 엄마와의 관계에 비해 아빠는 일종의 롤모델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빠는 '사회의 법과 질서 아래 있는 자'로서 아이를 만나야 합니다. 아빠의 것을 물려받는 일이 아빠의 세계에 갇히는 일이 아니라, 사회의 틀 안에서 자신의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이 되어야 합니다. (117)

아빠가 사회적인 틀 속에 있는 법이 아니라 아빠 개인에게 속한 독재적인 법을 행사하고 그 위에 군림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고 한다. 친구 같은 아빠가 자칫 독이 될수 있는 이유는 아이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일 중하나인 이 임무를 수행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적절한 때가 있다는 것은 자식을 키우는데 있어서도 어김없이 적용되는 것 같다. 잃는 것이 때로는 얻는 것, 완성을 위한 단계임을 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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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반성문 - 전교 일등 남매 고교 자퇴 후 코칭 전문가 된 교장 선생님의 고백
이유남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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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있는 부모에게 당신은 지금 자식을 사랑하고 있는가 물어보면 아니라고 대답할 부모 있을까?

하지만 좀 심하다 싶은 저 표지 그림 같은 것이 부모라는 입장이다. 늘 반성 모드. 못해준 것이 없을까. 해줘서 오히려 해가 된 것은 아닐까. 이래도 반성, 저래도 반성의 이유가 된다.

나도 부모이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자라면서 부모로부터 정말 듣기 싫었던 말중 하나는 내 의견을 무시하고 부모 일방적으로 지시하면서 꼭 "다 너를 위해서 하는 일이다" 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똑같은 잔소리 반복하면서도 "다 너 위해서 하는 말이야" 그러면 나는 속으로 '아닌데, 그 말로 내게 보탬되는거 하나 없는데' 부모 마음 편하라고 시키면서, 그 이상 정답은 없다는 듯이 이래라 저래라 하기 전에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꼭 해야할 잔소리인지. 자식이 그렇게 안 하면 정말 큰 일 날 일인지.

이 책을 읽는 동안 몇번을 오싹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다행이라 생각했는지 모른다. 심장마비로 죽을 수 있었던 환자가 협심증 단계에서 자기 증상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치료받아 살아난 경우라고나 할까. 저자의 상황을 보면 그 정도로 급박한 상황까지 갔었다는 뜻이다. 완벽주의에, 뭐든지 열심인 엄마. 자식을 위해서라면 퇴근해서 몸이 천근만근되어도 최선을 다했던 엄마로 살아온 저자에게 누가 돌을 던지랴. 돌은 커녕 본인은 위로를 받아도 시원찮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버텼을텐데.

부모가 무식하다는 것은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는 말이 절대로 아닙니다. 석사 박사 학위가 있으면 뭘 합니까? 자기 자식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아이가 말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면 무식한 부모, 무자격 부모인 것이지요. (59)

부모의 유효기간은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라는 말도 공감한다. 초등학교 3학년으로 부모 역할이 끝났다는 뜻이 아니라, 그 시기를 지나면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있는 것 보다 친구를, 또래를, 그 집단 속에 어울리기를 더 좋아한다는 뜻이다. 그때부터 부모는 한발짝 물러나 좀 더 멀리서 자식을 지켜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런데 그게 쉬운가? 갑자기 되는가? 우리 나라 부모들은 자식을 결혼시켜놓고도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해볼까 호시탐탐 기회를 옅보는데. 도움이라는 명분으로. 내가 안도와주면 누가 도와주냐는 명분으로. 부모의 유효기간이 초등 3학년까지라는 말은 뒤집어보면 초등학교 3학년때까지는 부모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뜻도 된다. 아, 어려운 일이다.

아이들이 뭘 하겠다고 할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179)

하다못해 속옷 한장을 고를때도 아이가 이걸 사겠다고 집으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네가 뭘 알아 하고 무시하는 적은 없었는지.

논술교육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근거대기'를 자주 함으로써 전두엽을 살리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논술 교육은 일상생활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180)

이건 부모도 마찬가지이다. 아이에게 잔소리를 할땐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이유가 있어야 한다. 하라면 하라든지, 다 너를 위해서라든지, 그건 근거가 아니다.

부모가 이혼하는 진짜 이유는 싸움의 '내용'이 아니라 싸우는 '방식'때문 (212)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재산은 사이좋은 부모의 모습이라고 하지 않는가.

얼마전에 읽은 다른 책에서도 그랬다. 싸울 일이 없는 가정이 어디 있겠냐면서, 잘 되는 가정과 파국으로 가는 가정 사이에는 갈등 상황을 바라보는 가족 구성원들의 시각과 풀어가는 방식이 다르다고 했다.

목소리를 낮추고 부드럽고 잔잔하게 이야기하는 습관 (217)

추상적이고 막연한 어떤 지침보다 이런 소소한 것부터 고쳐야 한다. 목소리를 키우지 않는 것. 한가지 덧붙이자면 자식의 말을 중간에서 자르지 않고 끝까지 다 듣고 말하는 것.

더 좋은 팁도 알려준다.

충고를 하거나 제안을 하고 싶을 때는 먼저 아이의 말부터 들어보고 "내가 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좋은 생각이 났는데 말해줘도 되겠니?" 라고 반드시 아이에게 먼저 허락을 구해야 합니다. (227)

자식이 아니라 친구 사이에서도 대화를 하고 있다 보면 꼭 가르치려드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다. 지금 화났지? 속상하니? 라고 넘겨 짚어 묻는 대신 지금 기분이 어떠니? 라고 묻는 것도 권하고 있다.

우리 나라 고등학생들에게 엄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한 단어로 표현해보라고 했더니 다수의 학생들이 "멘토" 또는 "조언자"라고 했다고 한다. 멘토나 조언자가 어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인가. 아마도 자식에게 하나라도 도움이 되게 하려고 많은 엄마들이 자기 일을 줄이고 자기 시간을 포기하면서 자식을 위해 헌신했으리라. 하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멘토나 조언자보다는 자식 말을 그저 들어주는 사람이고 싶다. 어디에도 하지 못할 말을 엄마만은 들어주겠지 할 수 있는 그런 엄마. 맨 먼저가 아니라 맨 나중에 찾는 사람으로서의 엄마. 그때 적절한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거기까진 욕심내지도 않는다. 그리고 자식 인생, 자기가 스스로 답을 찾아야지. 그러라고 격려나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다시 태어나는 일이 가능하다면 그만큼 힘들었을까. 병원을 드나들며, 벼랑에 선 자식을 눈 앞에서 보면서, 포기하지 않고 삶을 이어나간 것만해도 대단하다 싶다.

사랑은 많은 경우 구속의 탈을 쓰고 있다. 잊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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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7-09-25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소리를 낮추고 부드럽고 잔잔하게 이야기하는 습관‘.....요즘 노력하고 있어요.
비단 아이뿐 아니라 직장생활에서도...
˝내가 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좋은 생각이 났는데 말해줘도 되겠니?˝ 라고 반드시 아이에게 먼저 허락을 구해야 합니다. 명심해야 겠군요.
노력 많이 하시는 나인님^^ 응원합니다!

hnine 2017-09-25 16:14   좋아요 1 | URL
일단 자식을 둔 이상 어떤 엄마가 되느냐는 어떤 인간이 되느냐 하는데 빠질 수 없는 요소인 것 같아서 늘 염두에 두게 됩니다. 극한적으로 말하면 늘 반성문 쓰는 기분이라고 할 수 있고요.
우리 나라의 많은 부모들이 이 책의 저자처럼 못해서 안간힘 쓰지 않는지, 모두 읽어보라고 하고 싶었어요. 강연 내용을 딸이 받아쓴 형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읽는건 휘리릭 금방 읽는답니다.
 
마틴 셀리그만의 낙관적인 아이 자녀 양육 시리즈 6
마틴 셀리그만 지음, 김세영 옮김, 문용린 감수 / 물푸레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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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10대의 한복판에 있는 내아이. 내가 해줄 것은 거의 다 해줬고 이제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는데 치중하자 생각하고 육아, 교육과 관련된 책 읽기도 한동안 뜸했었다. 우연히 이 책을 보고는 갈등없이 바로 구입해서 읽어보게 된데에는 제목이 말하는 <낙관적인 아이>는 내가 육아 목표로 제일 신경썼던 덕목이었다는 것이 작용한 것 같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은, 그래서 육아나 교육 서적을 읽어본 사람은 잘 알 것이다.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결국 돌아보는 것은 아이보다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아이를 키우는 것은 현재와 미래가 달린 일이지만 부모 자신들은 이미 지나온 길이기 때문에 자연히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낙관주의는 나와 거의 정반대편에 있는 단어. 그래서 아이가 생기면 이 점을 더 신경써서 키워야겠다고, 결혼 전 부터 생각했었다. 최근 사회적인 현상도 한 몫 한다. 아직 자기 꿈을 펼쳐보기도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그런 생각을 머리에 담고 사는 아이들 숫자가 자꾸 늘어간다. 아이들이 아이들일때 부모가 갖춰줄 가장 필요한 자산은 눈에 보이는 스펙, 학력, 경제력 등이 아니라 바로 긍정성, 면역력,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자생력, 융통성이라고 생각했다. 실패를 인생 전체의 실패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는 힘. 이 책에도 나왔지만 이 모든 바탕은 부모 손에 달렸다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저자 마틴 셀리그만은 심리학자. 인간에게 습관으로 자리잡고 있는 몸에 밴 우울, 비관주의를 낙관주의로 바꿀 수 있는 인지적 치료법 개발에 애써 온 사람이다.

비관주의는 뿌리 깊이 박힌 정신의 습관이다 (23)

습관이라는 말 처럼 무서운 말이 있을까.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하지만 그는 비관주의는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어릴 때 낙관적인 생각이 청소년기 우울증을 예방한다 (35)

우울증이 본격화되는 시기는 성인이 아니라 청소년기라고 하는데, 어릴 때 비관적 사고를 하며 자란 아이가 청소년이 되었을 때 우울증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보고되어 있다고 한다.

우울증의 증상은 네 가지. 가라앉은 기분, 무기력한 행동, 신체적인 문제, 비극적 사고.

미래는 절망적이고, 현재는 견디기 힘들고, 과거는 패배의 기억으로 가득하고, 자신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며 우울하게 생각하는 버릇을 가진 사람에게, 이 버릇을 바꿔 탈비극화하게 만듦으로써 다른 모든 증상을 사라지게 한다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인지적 치유법의 요점이다. 저자는 막연한 교육이나 강의를 통해서가 아니라 구체적인 기술을 고안하고, 우울증에 취약한 아이들을 선별하여 넉넉한 기간을 두고 이 기술을 가르침으로써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영혼없는 칭찬'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도 유행하듯이 듣기 좋은 말, 과장된 칭찬 등 잘못된 자존감 높이기 운동은 오히려 자존감을 낮춘다. 유행처럼 번지는 우울증은 원래 중년 여성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흔치 않은 증상이었다가 1960년대 초반부터 급속도로 번지기 시작하여 지금은 감기처럼 흔한 질환이 되었고 그 연령층도 내려가 중학생들 사이에서도 나타나는 증상이 되었다. '성취중심의 사회'는 그래도 나았다. 요즘은 여기서 '좋은 기분을 중시하는 사회'로 바뀌어가고 있다. 행복해야 하고, 성취보다 개인의 만족과 자유를 더욱 중시하게 되어 소비지상주의, 쾌락을 위한 약물사용, 탁아소를 이용한 육아, 성적인 만족 등, 내 기분이 어떻냐가 중요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러면서 삶의 의미를 찾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저자는 자존감 높이기 운동과 개인의 좋은 기분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오히려 자존감을 약화시키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고 보았다.

낙관주의 하면 떠오르는 나라 미국. 미국이라는 나라의 사회 전반을 이루고 있는 믿음, 초석이라고 여겨지던 낙관주의마저 과대 선전에 대한 반동으로 1950년대에 비관주의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노만 빈센트 필의 <긍정적인 사고의 힘>이라는 책은 미국 국민에게 성경과 같은 책이었다 (우리 나라에서 <적극적 사고 방식>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나온 것을 엄마의 권유로 중학교때 나도 읽었던 책이다). 1960년대 이르면 미국 사회가 강조하던 낙관주의는 눈먼 신념이었다고 보는 비관주의가 확대되기 시작하면서 비관주의는 곧 지식인이 갖춰야 할 태도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당신의 아이는 낙관주의자인가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초조해하고, 잘 해 보려는 마음대신 스스로 만든 압박감에 계속 진행하지 못하고 지레 포기하는 일이 다반사인 나에 비하면 내 아이는 느긋하고 낙천적인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 마침 낙관 지수 측정하는 설문지가 있어 해보게 했더니 결과가 그렇지 않아 좀 놀랐다. 테스트의 채점 근거는 어떤 결과의 원인을 영구적, 포괄적, 개인적인 것으로 해석하는가 하는데 있다.

호빙 이펙트 (Hoving effect)라는 것이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큐레이터였던 토마스 호빙이라는 사람의 경험에서 나온 말로서, 틀에 박힌 생활을 청산할 단 한번의 중요한 사건이 자기 자신과 자신이 지닌 가치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되는 수가 있고, 그럼으로써 낙관적인 사고 혹은 비관적인 사고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12주간의 우울증 극복 프로그램 (낙관적 생각의 기술)=

우울증에 취약한 아이들은 보통 두 가지 스타일로 사람들을 대한다. 원하는 것을 금방 갖지 못하면 폭발해 버리는 심술쟁이이거나 늘 사람들에게 이용만 당하면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자기 속으로 침잠해 버리는 만만쟁이이다. 우울증에 취약한 아이는, 우울증에 걸린 부모가 있거나 엄마의 죽음을 경험했거나 미미하지만 우울증과 관련된 질환을 갖고 있거나 가족끼리 자주 싸우면 그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이에게 낙관주의를 가르치려면 부모가 먼저 그 기술을 이해하고 자신의 사고 방식으로 정립해야 한다. 아이들은 부분적으로 부모로부터 비관적인 사고를 배우기 때문에 부모가 먼저 낙관적 생각의 모범을 보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이러한 인지치료가 약물치료에 비해 예방효과가 두배나 높다.

1. 기분이 최악일 때 마음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인식한다 (생각붙잡기, thought catching)

2. 이런 자동적인 생각들을 평가하여 마음 속에 드는 이 생각들이 꼭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평가하기, evaluating)

이때 자신의 믿음이 옳은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증거 (근거)를 모아보는데, 증거가 미약할 땐 그 믿음이 꼭 옳은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것이다

3. 나쁜 일이 생겼을 때 보다 정확한 설명을 하고 그 설명을 통해 자동적인 생각들에 도전한다 (도전하기, challenging)

이럼으로써 부정적인 설명들이 꼬리를 무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된다. "나는 형편없는 엄마야" 라는 생각을 "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니까" 라는 생각으로 바꿔봄으로써 아이들에게 고함을 지르는 이유로 훨씬 덜 영구적인 이유가 된다. 훨씬 더 견딜 만하게 되다.

4. 탈비극화 기술 (decatastrophizing)

 

이러한 기술을 훈련하면서 저자가 주의를 준 것은 두가지. 개인적인 책임감을 회피하도록 가르치는게 아닌지 하는 것과 막연한 낙관주의이다. 막연한 낙관주의 학습된 낙관주의의 차이점은 학습된 낙관주의는 생각의 정확도를 근거로 한다는 것이다.

 

1. 설명양식을 바꿔본다

  • 영구적 vs 일시적 - 결과를 영구적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지 않는가
  • 포괄적 vs 구체적 - 결과를 확대해석하고 있지 않는가
  • 개인적 ("이게 다 나 때문이야") vs 외적 - 나 때문인가, 다른 사람이나 다른 이유때문인가

2. 마음 속에 낙관주의자 모델과 비관주의자 모델을 세워두고 둘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그럼으로써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려보게 한다.

3. 원인을 여러 방법으로 생각한다 - 파이게임. 파이를 한 조각씩 잘라서 파이 한 조각마다 문제를 일으킨 원인 한 가지를 나타내게 하는 것. 각각의 파이 조각은 다양한 가능성의 원인을 나타낸다

4. 자기 생각을 정확하게 얘기해보는 훈련을 한다.

자기가 화가 난 이유, 자신이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 상대방이 어떻게 바뀌기를 바라는지, 그런 변화가 자신의 기분을 어떻게 바꿔줄지를 포함시켜 말한다.

 

낙관주의의 한계

비관주의에 비해 낙관주의가 결국 더 이로운 효과를 줄 것임을 알면서도 비관주의 쪽으로 향하게 되는데는 저자도 지적했다시피 비관주의자들이 낙관주의자들보다 나은 다음 한가지 때문이 아닌가 한다. 즉, 비관주의자들은 현실을 더욱 명확한 눈으로 본다. 실제로 우울증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알았다고 하고, 우울한 현실주의를 지지하는 증거들도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이말은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기술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반면 그렇지 않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자신이 훨씬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것은 경미한 수준의 우울증일 때 적용될 수 있을지 몰라도 우울 증세가 심해지면 그보다 더 큰 문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 편할 대로 생각하는 경향은 없어지는 대신 자신에게 파괴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 분명한 것은 우울증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생각해서 입는 피해보다는 심한 우울증으로 말미암은 부정확한 판단의 피해가 훨씬 크다고 했다. clear!

따라서 바람직한 것은 '정확한' 낙관주의이다. '나는 특별하다'는 식의 극단적 낙관주의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자신을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저자의 목표라고 강조한다.

 

낙관주의는 과학의 산물이라고 자신의 프로그램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적어도 저자는 그렇게 접근하여 해결하고 개선해보려고 노력했다는 점은 독자로서 반박의 여지가 없도록 이 책은 쓰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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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6-09-02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의 공통점은 어린 시절에 찍은 사진에서 웃는 모습이 없다고 합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확률이 그렇대요.

hnine 2016-09-02 18:17   좋아요 0 | URL
우울증도 역시 어릴때 어떤 환경에서 자라느냐에 의해 많이 영향을 받는다고 하네요. 아이들은 부모의 카피라고, 자식이 왜 무서운지 갈수록 더 느끼겠어요. 반면 그런 것 때문에 제 생활을 더 다잡을 수 있는 점도 있지요. 이 책은 지적만 하는것이 아니라 개선해보려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그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서 좋았어요. 부모가 먼저 훈련이 되어야한다니 특히 더 머리에 쏙쏙 들어오더라고요.

Jeanne_Hebuterne 2016-09-04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함은 그저 제 마음 깊숙이 박힌 생활습관이라고 생각했더랬어요. 잠깐 이 마음이 지속되다가 말겠지, 생각하다가 안되겠다 싶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았더랬습니다. 할 수 있는 거 다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는데 제가 너무 많은 걸 기대한 건가봐요.
저의 우울은 늘 화살같았더랬습니다.그것이 hnine님이 쓰신 낙관주의의 한계 대목 그대로여서 읽다가 나름 다시 나를 바라보게 되었어요. 한가지 결론은 슬픔이 타인을 향하면 분노가 되고 나 자신을 향하면 우울이 된다는 것. 저는 이 책을 읽지 않았지만 이미 hine님의 명민한 리뷰로 설득당할 준비가 된 독자임이 분명해요.

오랜만에 불쑥, 인사 남기고 갑니다. 보고 싶어서요.^^

hnine 2016-09-04 13:37   좋아요 0 | URL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셨군요. 저는 상담을 주로 하시는 의사선생님께 가본적 있어요. 몇년 전에 한달 정도 다녔고 한동안 안가다가 지난 달 또 갔었는데 그분이 어디 아프신 듯, 안색부터 안좋아 보이시고 상담해주시는 것도 그렇고, 오히려 제가 어디 편찮으시냐고 물어볼 뻔 했는데 40분 만에 오늘은 그만 하자고 하셔서 고개를 갸우뚱 하며 돌아왔네요. 하지만 에뷔테른님 말씀하셨듯이 할 수 있는 거 다 해보자!, 이런 마음 좋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런 마음이었고요. 우울은 이제 한때 증상이라기 보다 그냥 습관이 되어 가는, 아니, 제 경우엔 이미 습관으로 자리잡은 것 같은데, 그래서 그렇게 받아들이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는데, 이상한게 제 아이한테까지 물려주고 싶지는 않은거예요. 그래서 이 책도 읽게 된거죠.
슬픔이 타인을 향하여 분노가 되는 것 보다 차라리 나 자신을 향하여 우울이 되는게 더 낫지 않은가 싶네요 ^^ 이 우울을 무엇으로 재탄생시켜볼까, 저는 생각이 거기까지 치닫고 있어요 ^^ 제가 그림을 잘 그린다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잘 쓴다면 아름다운 글을 쓸텐데 말이죠.

오늘 서재에 올리신 사진이 너무 인상적이네요!

뚜유 2016-09-20 0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소 현실적 비관주의자인데 `정확한` 낙관주의를 기를 수 있도록 이 책을 봐야겠어요.
현실에서는 비관주의와 낙관주의가 함께 작동해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이젠 학령기 아이들을 키우고 있어서 제대로 칭찬하기가 정말 어렵네요.

hnine 2016-09-21 04:35   좋아요 0 | URL
비관주의를 꼭 없어야할 요소로만 여기진 않으신다니 저도 동감입니다. 문제는, 비관주의와 낙관주의가 언제나 함께 작동하지는 않는다는 것 같아요. 의식적으로 노력이 필요한 일 같습니다. 이 책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 아닐까 해요. 아이들의 비관주의는 역시 자랄 때 환경 (가장 막강한 환경은 엄마이겠지요 ㅠㅠ)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은 빠지지 않고 언급이 되더군요.
 
맛 보장 가정식 레시피 - 욕쟁이 요리 블로거, 당근정말시러의 맛보장 레시피
당근정말시러 지음 / 빛날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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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책 구입은 간간히 했으면서 리뷰를 올리긴 이 책이 처음이다.

요리 블로그를 그렇게 드나들면서도 이 분 블로그는 오히려 다른 단골 블로그에 비해 알게 된지 오래되지도 않았고 자주 방문하지도 않았다. 따라하기 만만치 않음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요리책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초보자가 겁먹지 않고 쉽게 따라할 수 있게 되어 있는 책 (이런 책으로는 아마 나물이 요리책이 그 효시가 아닐까), 테마로 묶어 놓은 요리책 (한식, 일식, 한그릇 요리, 저칼로리 요리, 집밥 요리, 이유식, 등등), 선택할 꺼리가 많도록 종류를 망라하여 많은 요리가 수록되어 있는 두툼한 요리책 등, 그야말로 죽이든 밥이든 매일 상을 차려내야 하는 입장에 있다보니 요리책도 골고루 구입해본 것 같다.

당근정말시러 닉네임을 쓰는 이 요리 블로거의 요리를 따라하기 만만치 않았다고 한 이유는, 첫째, 서너 단계만 거치면 근사한 요리가 짠 하고 완성되는 그런 요리가 아니고, 둘째, 간편한 시판 소스 사용이 거의 없는 대신 그녀만의 양념장을 미리 준비해놓아야 비로소 요리를 시작할 수 있으며 (물론 대안을 제시해놓은 경우도 있긴 하지만), 셋째, 이것도 되고 없으면 저것도 되요 식이 아니라 꼭 이거야만 합니다, 다른 것으로 쓰면 이 맛이 안나요 식으로 방법이 나와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음식을 몇가지 만들어보고 맛을 보니 이런 거추장스러울지 모르는 점들이 슬며시 이 책의 미덕으로 자리잡는다.

대부분 요리책들을 보면 수록되어 있는 요리들이 다 거기서 거기인데 여기엔 나도 처음 보는, 그러나 그게 꼭 무슨 잔치 요리는 아닌, 있는 재료의 배합인데 한번도 이렇게 한번 만들어볼까 생각해본 적 없는 구성의 음식, 이 책에서 처음 구경하는 음식들이 수록되어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요리가 블로그에서 책으로까지 나올 때는 이 정도는 되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해본 것만 예를 들어보자.

처음 해본 것이 소고기 가지국. 소고기 뭇국, 소고기 배추국, 소고기 미역국, 소고기 넣고 끓이는 국이라면 이 정도가 다 였는데 소고기 가지국이라니. 도대체 맛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막상 끓여보니 식구들 반응이 좋다. 이 책의 다른 요리들도 그렇지만 결코 입에 넣는 순간 감칠 맛이 확 돌아 단번에 입맛을 사로잡는, 그런 요리가 아니다. 대신, 뭉근히 그 깊은 맛이 느껴지는, 진국의 맛이랄까. 제일 처음 만들어본 음식이 이러하니 신뢰가 가서 다른 음식으로 넘어가보았다.

경상도식콩나물뭇국. 무를 채썰어 콩나물과 함께 끓이는 국. 그게 전부. 다른 특별한 재료가 더 들어가지 않는데 이것도 괜찮다. 입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입을 편안하게 해주는 맛이랄까.

부추대패삼겹살말이. 고기를 좋아하는, 그것도 아주 많이 좋아하는 아들과 고기를 안먹는 엄마. 바로 우리 집이다. 그래서 고기 들어가는 음식을 할때 순전히 레시피에 의존하거나 냄새로 맛을 대신 하고 있는데 이 책에는 고기를 이용한 요리가 많다. 저자가 주로 많이 이용하는 것이 바로 대패삼겹살. 그냥 불에 구워만 먹는 대신 다용도로 이 대패삽겹살을 사용하고 있었다. 때로는 구이용으로, 때로는 베이컨 대용으로, 때로는 찌개에 들어가는 고기로, 때로는 부침개에. 베이컨으로 아스파라거스 등을 돌돌말아 구워내는 요리만 봤지 잘 안먹는 채소를 대패삼겹살에 돌돌 말아 구워먹는 방법은 왜 생각을 못했을까. 역시, 군소리 없이 속에 들어있는 부추까지 잘도 먹는다.

레몬소금닭날개조림. 우유에 재어놓기, 밑간 미리 해놓기 등, 냄새와 불순물 제거를 위한 전 단계가 있어야 하고, 익히는데 은근히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또 제대로 잘 익혀야하는게 닭요리. 튀기면 빠르지만 별로 선호하진 않아 물에 일단 삶아내어 요리하는 때가 많은데 그러다보면 고기의 맛이 삶는 동안 다 빠져나오는 것 같아서, 하면서도 찜찜한데 여기서는 물에 직접 넣어 익히는 대신 끓는 물에 4-5분 담가 두어 해결했다.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양배추를 한켠에서 함께 조리는 방법은 왜 생각을 못했담. 이것도 성공.

비빔국수는 따라해보려다가 첫 단계부터 간장물 만드는데 메밀차 이용하라는데서 막혀 포기. 하지만 이유는 짐작이 간다. 메밀차의 구수한 맛을 넣어주라는 것이겠지. 이런 요령은 아무나 가지고 있는게 아니다.

감자달걀국. 감자국은 늘 양파넣고만 끓였는데 달걀이 들어가니 부담없이 단백질 보충도 되고 좋다. 아침국으로 제격.

가지나물. 고춧가루 없이 간장과 참기름만으로 충분한 맛을 내는 걸 난 왜 그동안 이것 저것 넣어 무치고도 결국은 남은 반찬으로 나 혼자 처치해야 했는지.

유자청멸치볶음. 아무도 안먹어 고민이던 선물 받은 유자청을 멸치 볶는데 넣으니 제격. 나는 젓가락 아니라 숟가락으로 퍼먹는다 ^^

오징어폭탄볶음. 이것도 이 사람의 인기 레시피 중 한가지인가본데 호일에 싸서 익히는 대목만 빼놓고 따라했다.

바로 어제 저녁에 한 이북식닭고기초무침, 지금 냉장고에서 숙성중인 오징어젓까지, 겨우 2주 동안인데 따라해본 것을 다 적을 순 없다. 저염간장, 마늘기름은 이미 냉장고에 넣어놓고 잘 이용하고 있는 중이고.

시험 삼아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인데 오늘이 반납일.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구입을 해야하지 않을까 하고.

 

 

내가 따라하지 않은 점 두가지:

1. 가지나물할때 가지를 랩에 씌워 렌지에 돌려 익히는 것 (랩은 음식과 직접 닿은 상태에서 렌지에 돌리지 않는다)

2. 오징어폭탄볶음 할때 호일에 싸서 익히는 것 (알미늄 호일 역시 음식과 닿게 조리하지 않는다)

 

 

(닉네임에도 불구하고 당근 들어가는 레시피가 있긴 있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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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16-06-07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 책 가지고 있는데 시도할 엄두가 안 났었어요.
그러면서도 2탄인 김치책까지 샀으니...
좋아보이는 요리책을 사재는 습성,아직 다 못 고쳤나봐요.
하지는 않더라도 사두면 언젠가는...요러고 있네요.

hnine 2016-06-07 17:54   좋아요 0 | URL
hanicare님도 가지고 계시다니 갑자기 더 이 책에 대한 호감도가 팍! 하고 올라가네요 ^^
이 책에 나오는 음식 제가 해본 것들의 특징은 맛을 보았을때 심심하다, 그렇지만 맛없지 않다, 이렇게 표현해야할까요? 심심하다는건 간이 그렇게 세거나 자극적이지 않다는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없지 않다는 것, 그것이 이 사람의 비장의 무기인 것 같아요.
우왕~ 김치책도 사셨구나~ 김치책이야말로 저는 엄두도 못내고 있어요. 그 책 보고 해보고 싶어지면 어떡하나, 쓸데 없는 걱정부터 하고 있답니다.

hellas 2016-06-07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분 레시피는 정말 믿음주는 맛을 내요. 김치도 수고스럽지만 해보면 반하게 됩니다 :)

hnine 2016-06-07 18:01   좋아요 0 | URL
hellas님께서 서재에 이 책 좋다고 쓰신 글을 읽었었지요 ^^ 기억하고 있습니다.
김치책, 우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