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에게 묻는 심리학
김태형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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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란 학문을 알게 된 건 여고 때였습니다. 아이들이 돌려보던 잡지 속에 간혹 심리테스트가 수록되어 있으면 호기심에 눈을 반짝였지요. 노트나 연습장에 답을 적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내면이 어떤지, 어떤 상황인지 찾아보곤 했는데요. 심리학이 무척 흥미롭고 매력적인 학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대학때 심리학에 대해 배우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심리학’과 인연이 없는지 교양과목으로도 수강하지 못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도서관에서 심리학에 관한 책을 뒤적여봤습니다. 그 유명한 프로이트의 책이었는데요.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도통 알 수가 없더군요. 오기가 생겨서 대출과 반납, 연장을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까지 시도해봤지만 책장은 호락호락 넘어갈 기미도 보이지 않고. 결국엔 덮어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로 한동안은 심리학을 잊고 지냈는데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아이의 심리, 인간의 심리를 알기 위해 다시 심리학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번엔 다행히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책이어서 인간의 심리를 쉽게 풀이해놓은 덕분에 예전보다 비교적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읽다가 포기해버렸던 기억, 찜찜한 기분은 해소가 되질 않더군요. 평범한 대중들에게 심리학은 그렇게 접근 불가능한 학문인가? 의문이 생겼습니다.


<거장에게 묻는 심리학>은 심리학의 거장으로 통하는 프로이트(예전에 애를 먹었던), 융, 프롬, 매슬로의 이론에 대한 책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들의 이론을 무작정 들이대지 않습니다. 프로이트와 융, 프롬, 매슬로의 이론과 사상이 집대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책, 정신분석학의 대가인 프로이트는 <세계관에 대하여>로,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융의 <무의식에 대한 접근>으로, 사회심리학자인 프롬의 <인간의 마음>을, 인본주의 심리학의 창시자인 매슬로의 <존재의 심리학을 향하여>란 책을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는데요. 저자는 이 책들을 단순히 해설하는데 그치지 않습니다. 프로이트를 비롯한 융, 프롬, 매슬로의 이론과 주장 중에서 ‘계승해야 할 것이 무엇이고 혁신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판별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무의식이란 개념을 도입한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 그의 <세계관에 대하여>에서 저자는 프로이트의 이론이 여러 오류로 인해 현재에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분석학은 심리치료나 문화예술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정신분석학이 어떤 것인지 알려줍니다. 먼저 ‘세계관’의 개념을 짚어본 다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과학적 세계관을 기초로 했는데 그로 인해 종교와 철학적 세계관과 등을 돌리게 되는 과정을 이야기합니다. 뿐만 아니라 프로이트는 인류역사를 계급투쟁의 역사로 인식하는 마르크스 주의와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는데 당시 무엇이 쟁점이 되었는지 간략하게 설명해줍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철학과 이론, 세계관이 한계점을 드러내고 주변으로부터 끊임없이 비판받았지만 그럼에도 세계관이라는 주제를 회피하지 않았다고. 오히려 과학적인 철학이 등장하여 자신의 정신분석학이 새롭게 변모하기를 간절히 바랬을 거라고.


심리학의 거장 중의 거장인 프로이트, 융, 프롬, 매슬로. 그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은 대단히 매력적입니다. 그들의 사상과 철학, 이론이 집대성되어 있는 책의 흐름과 핵심을 짚어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이론과 철학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데 그런 거장을 네 명이나 한꺼번에! 역시 쉽지 않더군요. 생각보다 어렵고 난해했지만 심리학적 원론, 이론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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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균과 젊은 그들의 모험 - 조선 엘리트 파워
안승일 지음 / 연암서가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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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아이에게 읽힐 위인전을 고르고 있을 때였다. 하도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다니니까 주변에선 그냥 유명출판사의 전집을 들여놓으라고 조언을 했지만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위인의 삶이나 사상보다 업적만을 지나치게 추켜세운, 위인은 범인과 달리 태어날 때부터 무언가 달랐다는 식의 떡잎론으로 일관하는 위인전이 얼마나 많은가. 아이의 손에 그런 반쪽짜리 위인전을 쥐어주고 싶지 않았다. 선별된 목록을 바탕으로 서점에서 일일이 확인하다보니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소요됐지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 여겼다. 그런 차에 의외의 인물을 만나게 됐는데 그가 바로 김옥균이다.


학창시절 수업시간을 통해 배운 지식에 의하면 ‘김옥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개화파’ ‘갑신정변’ ‘삼일천하’이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면 김옥균은 조선말 정치가이며 박규수의 영향으로 개화사상을 받아들였으며 일본의 문화와 제도를 살펴보고 귀국한 뒤 박영효, 홍영식과 함께 갑신정변을 일으켜 재정권을 손에 쥐지만 청의 간섭으로 3일 만에 실패(3일 천하)하여 박영효, 서재필과 함께 일본에 망명하였다는 것이 전부이다. 당시 김옥균에 대한 지식이라고는 실패한 개혁가. 정치가란 이미지가 전부였기에 솔직히 놀랍고 의외였다. 그런데 그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위인전에 속해있다니.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바로 내가 그렇게도 경계했던 반쪽자리 역사였다는 걸 알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책은 ‘새 물결 새 바람, 그 이름 개화사상’, ‘역사의 전면에 나선 ‘젊은 그들’’, ‘‘3일 천하’로 끝난 허무한 꿈’, ‘참담한 망명 생활-그 ‘잃어버린 10년’’, ‘혜성처럼 떠오르다 운석처럼 떨어지다’, ‘망국의 길에서 다시 만난 ‘북촌’ 개화파들의 험난한 행로’ 이렇게 크게 여섯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북촌에 자리한 박규수(박지원의 손자)의 집에 출입하는 인물(오경석, 유대치)에 대한 이야기로 개화의 의미(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백성을 교화한다)를 보는 것으로 시작한 책은 개화사상의 선각자이자 핵심인물인 박규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 다음 조선 후기가 세도정치와 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인해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처했는지 당시의 상황과 조선의 고질적인 병폐인 신분제도를 폐지하여 인재를 골고루 등용하는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했다고 말한다. 김옥균 역시 낡은 생각이나 제도에서 벗어나 사회를 개혁하자는 생각으로 거사를 준비한다. 하지만 준비하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고종이 개화파의 생각과 주장에 공감을 보이면서도 막상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는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였던 것. 거사계획이 거듭 난관에 부딪히자 김옥균을 비롯한 젊은 개화파들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데 의견을 모은다. 그리하여 1884년 12월 4일 우정국 개국 축하파티가 무르익어가는 순간. 거사를 일으키는데 그것이 바로 ‘갑신정변’이다. 그렇게 간신히 성사시킨 갑신정변이었지만 청의 간섭으로 인해 3일 만에 끝나고 마는데...


<김옥균과 젊은 그들의 모험>은 조선말 개화파의 핵심인물인 김옥균을 중심으로 당시 시대적 상황이 어떻게 그들의 삶과 사상에 영향을 미쳤으며 급속한 발전으로 나라를 발전시키려 했던 개화파의 주장이 왜 실패하게 됐는지 그 원인을 하나하나 짚어준다. 조선말의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지만 책을 읽는 내내 떠나지 않았던 생각은 ‘김옥균과 젊은 그들의 생각, 주장, 개혁안이 3일 천하로 끝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하는 거였다. 틀림없이 우리나라가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으로 변하지 않았을까...


어느 시대 어느 국가든 그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이 있다. 국가. 사회 지도층이 그 정신을 솔선수범 실천에 옮길 때 그 나라 역사는 바로서고 발전할 것이다. - 7쪽.


저자는 서두에 이렇게 ‘시대정신’에 대해, 젊은 그들의 모험과 도전은 실패로 끝났지만 젊은 그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재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것이 바로 이 <김옥균과 젊은 그들의 모험>의 의미이기 때문에. 하지만 시대정신만으로 얘기할 수 없는 것들도 분명 있지 않을까? 어느 시대의 역사이건 학자들의 주장이 저마다 다르듯이 조선말의 급변하는 상황과 갑신정변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당시의 역사에 대해 자세한 것을 알지 못하기에 무어라 단언할 수 없지만 김옥균을 비롯한 개화파 인물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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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왜공정 - 일본 신新 왜구의 한반도 재침 음모
전경일 지음 / 다빈치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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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왜구’ 3명이 2011년 한반도를 침구했다! 2045년 일본은 재침한다. 책에 둘러진 띠지의 문구에 순간 섬뜩했다. 분명 지난해에 일본의 국회의원 3명이 독도 방문을 목적으로 입국을 시도하는 사건이 있었고 그로 인해 국내에서 의견이 분분했던 적이 있지만 ‘마지막 왜구’라니.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2045년 일본이 우리나라를 다시 침략한다니. 도대체 무엇을 근거에 두고 하는 주장일까. 알고 싶었다.


‘일본 신新 왜구의 한반도 재침 음모’라는 부제와 매서운 눈매의 무사가 날카로운 무기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는 책 <남왜공정>은 첫인상부터 소름이 끼칠 정도로 서늘하다. 책은 초반부터 정곡을 찌른다. 저자는 ‘일본의 한반도 침공 시나리오’에서 ‘일본은 유사 이래 주기적으로 한반도를 침략해왔다. 900여회의 침구 행위는...-24쪽’이라며 일본의 ‘한반도 주기 침략설'과 ‘재침설’을 내놓는데 중요한 것은 그것이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주장을 내놓게 근거로 신라 시대를 비롯해 고려와 조선, 강화도 조약과 한일합방에 이르기까지 일본이 어떻게 침략했는지 알려준다. 이후 일본의 침략시차에는 패턴이 있다면서 일본에서  한반도 재침이 예정되어 있다면 그 시기가 언제쯤일지 하나씩 분석해 나간다. 그 결과 강화도조약(1876년)에서 한일합방(1920년)이 34년의 시차인 것을 봤을 때 일본의 재침은 2011년 일본의 독도 침구로부터 34년 후인 2045년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후 책은 ‘2장 일본의 흉기, 왜구의 시작’에서 ‘왜구’란 용어가  5세기를 전후해서 ‘왜인의 침구’, 혹은 ‘왜의 침구집단’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었다며 왜구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동아시아의 골칫거리인 왜구 활동에 대해 일본 정부는 금지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아니라 ‘모르쇠’ 전략으로 일관했다고 전한다. ‘3장 뿌리 깊은 왜구의 한반도 침략사’에서는 ‘오랜 이웃’이지만 ‘가까운 이웃’만은 아닌 한일관계를 파헤치는데 시대를 달리하면서 일어난 왜구에 의한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4장. 왜구, 전쟁으로 전쟁을 말하다’에서는 왜구의 집요하고 끈질긴 속성과  교묘한 전략을 말한다. 저자가 언급한 왜구의 전략은 한 두 개가 아니었는데 그 중 눈에 띄었던 몇 가지를 꼽아보면 ‘침소분용侵消紛用 내외부 혼란을 통해 자국의 분란을 해소한다’ ‘적시장서適時場噬 적절한 침구 시점을 노려 물어뜯고 확장한다’ ‘부정가복不正假伏 상황이 불리하면 거짓항복으로 본심을 꾸민다’ ‘점입대담漸入大膽 초기에 불씨를 끄지 않으면 점점 대담해진다’로 특히 ‘부정가복’은 일본의 겉과 속이 다른 본성을 나타내는 ‘카라쿠리’의 일면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5장 왜구,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서 왜구를 효과적으로 막고 근절하는 방법에 대해 모색하는데 임진왜란 당시 ‘수군 폐지론’이 일었다는 대목은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다. 바다로 쳐들어오는 적을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막겠다니. 말이나 되는 소린가!


책장을 덮자마자 검색부터 했다. 키워드는 ‘2010년 일본 천황 생일’. 그러자 관련 기사들이 주루룩 떴다.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주한일본대사관이 주최한 ‘천황 폐하 탄신 축하파티’에 국내 정치인들이 참석했고, 일부 기업들은 축하화환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로 시작한 기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해 한나라당 박종근, 김태환 의원이 참석했다’면서 ‘모그룹에서 보낸 화환에는 “천황폐하 탄생축하”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고 전했다. 사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책의 후반에도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그래도 알고 싶었다.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해, 조선을 병탄한 무쓰히토 일왕의 손자이자 2차대전 전범인 히로히토 일왕의 아들인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에 정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치인과 외교관, 대기업의 총수들이 그런 말도 안되는 짓을 했을까? 확인하고 싶었다. ‘일본대사관은 한국내의 각국 외교관은 물론 국내 정치인, 외교관, 정부 인사들에까지 초청장을 발송했고, 행사는 주최측이 예상한 350여명을 초과한 5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날 파티는 철저한 보안 속에서 이뤄졌다.’는 기사를 보면서 참담함을 느꼈다. 분노가 일었다.


몇 년 전 일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때의 일화가 생각난다. 일본 총리가 일본 교과서에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자 이명박 대통령은 이렇게 답변했다.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 대체 무엇이 곤란하고 기다려달라는 건가!


저자는 말한다. 자신의 조부와 부친이 일제시대 때 강제 징용으로 끌려갔다고. 천만다행으로 살아 돌아오긴 했지만 그런 가족사를 통해 우리 역사의 굴곡진 부분을 바로 잡으려는 작업을 오랫동안 해왔다고. 이 책 <남왜공정>도 바로 작업의 하나인 것이다. 장장 7년 동안 480건에 이르는 관련서적과 사료를 뒤적이며 일본의 재침을 경고하고 있다. ‘남왜공정’이라는 용어는 분명 저자를 통해 처음 알게 됐지만 그의 주장은 결코 허투루 여겨선 안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나라의, 내 아이의 미래가 위태롭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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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가 꿈꾼 나라 - 250년 만에 쓰는 사도세자의 묘지명, 개정판
이덕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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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 닥치는 대로 치닫는 독서지만 때론, 소가 뒷걸음질하다가 쥐를 잡는 것처럼 아주 우연찮게 서로 연관이 있는 책을 연이어 읽을 때가 있다. 그럴 때의 느낌은 정말 특별하다. 더구나 그 책이 내가 몰랐던 것을 이야기하고 있을 때면 박수를 치고 싶을 만큼 짜릿하다. 최근 서로 관련 있는 책 두 권을 함께 읽었다. 문제의 책은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와 <정조치세어록>. 세자의 자리에 올랐으나 왕에 오르지 못하고 뒤주에서 짧은 삶을 마쳐야했던 사도세자와 아비의 억울한 죽음을 힘없이 지켜봐야만 했던 아픔을 간직한 아들 정조.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 무엇 때문인지 지금까지도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읽어서일까. 두 권의 책을 양 손에 쥐고 있으려니 왠지 가슴 한 켠이 찡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영조에서 사도세자, 그리고 정조에 이르는 조선왕실 역사상 가장 비극을 이제야 제대로 접하겠구나 하는 기대감에 책장을 펼쳤다. ‘250년 만에 쓰는 사도세자의 묘지명’이란 부제에서조차 묵직한 슬픔이 베어져 나왔다. 그런데. 순간 당혹스러웠다. 책은 본문에 앞서 실린 ‘들어가는 글’과 ‘프롤로그’가 생각보다 길었다. 자그마치 50여 쪽에 이르는 글에는 저자의 <사도세자의 고백>이 출간된 이후로 그와 의견을 달리하는 이들, <한중록>을 번역출간한 정병설과의 대립이 어느 정도였는지 보여준다.


그제야 떠오르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정병설의 <한중록>을 내가 출간된 2010년 그 해에 읽었다는 것이다. 당시 <사도세자의 고백>을 읽지 않고 <한중록>을 먼저 읽었는데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사실 학창시절 수업시간을 통해 <한중록>이 어떠한 내용이란 건 부분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그것도 자신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를 세자를 뒤주에 가둬서 죽게 한 영조의 행동은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사도세자의 아내 혜경궁 홍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남편인 사도세자에게 결함이 있다 하더라도 세손의 아비가 아닌가. 그런데도 남편을 제일 가까이서 보호하지 못했다니. 남편과 친정집안의 정치적 노선이 다르다 하더라도 나로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영조와 홍씨의 친정 집안을 비롯한 노론이 자신과 뜻을 달리하는 사도세자를 기이한 정신병에 걸렸다하여 죽음으로 내몬 것이 아닐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분명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를 읽으면서 의구심이 더욱 커졌다. 저자는 <영조실록>의 기록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즉 사도세자가 정신병은커녕 성군의 자질을 지닌 인물이었다는 걸 기록을 통해 보여준다. 하지만 이는 당시 집권층인 노론에게는 위협이 되는 것이었다. 결국 노론은 사도세자의 성정이 포학한데다 기이한 정신병까지 앓고 있다며 소문을 퍼뜨리고 그것이 영조로 하여금 자신의 뒤를 이어 보위에 오를 세자를 죽음으로까지 내몰게 한 것이다. 영조 38년(1762년) 윤 5월 13일, 영조는 세자에게 휘령전의 뒤주로 들어가라 명한다. 이에 세자는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고 아비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 한여름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뒤주 속에서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무려 8일 동안 갇혀 있다가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날이 영조 38년 윤 5월 21일이었다.


1776년 3월 10일. 자신의 아비가 억울하게 죽음을 맞는 걸 피눈물을 삼키며 지며봐야 했던 아들은 대신들을 향해 한마디를 선포한다.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아비의 죽음 이후 하루도 가슴에서 떠나지 않은 한 마디를 내뱉은 임금. 정조였다. 그의 원통함, 애통함이 떠올라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이덕일의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와 정병설의 <한중록>. 서로 상반되고 대립되는 의견을 주장하지만 둘 중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 판단하는 것은 솔직히 무리다. 하지만 <한중록>이 혜경궁 홍씨의 기록에 의존했다면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는 당시의 시대적, 정치적 배경과 실록을 바탕으로 최대한 객관적으로 기술하려고 했다는 느낌이 든다.


언제나 그랬듯이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의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이고 날조된 것인지 후세의 우리는 알 수 없다. 오직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뿐. 이것이 실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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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2-01-09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 역사에서 자주 회자되는 인물이네요. 사도세자를 다른 시각에서 다루었다면 읽어볼만할거라 생각되네요. 생각과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사람에 대한 평가가 뒤집어질수있으니까요
 
한글 박물관 - 글누리의 모음
박창원 지음 / 책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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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큰아이는 불만이 많습니다. 남의 나라 말인 영어를 우리가 왜 배워야 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마음 같아선 하루 종일 놀아도 시간이 부족한데 영어까지 공부하자니 너무 힘들다는 거지요. 제가 아무리 ‘세계화’니 어쩌니 말을 해도 아이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사실 저 역시 영어라면 주눅부터 드는지라 아이의 마음이 어떨지 모르는 건 아닙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한글보다 영어공부에 더 열성이라니...정체성이 흔들리는 건 당연한지도 모릅니다. 영어를 왜 공부해야 하는지 강요하기에 앞서 우리의 ‘한글’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이 먼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글박물관>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섭니다. 우리의 한글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었습니다. 사실 한글이 얼마나 우수하고 과학적인 문자인지 물론 알지요. 하지만 그건 학창시절 수업시간을 통해 들었던 일방적인 교육에 의해서이지 우리가 자발적으로 연구하거나 느껴보지는 못했습니다. 때문에 ‘한글이 세계 어느 나라의 문자보다 우수하다’는 건 우리가 실제로 깨닫기 이전에는 어찌보면 그저 입에 바른 말이 될 수도 있는 게 아닐까요.


훈민정음은 조선의 4대 국왕인 세종 25년~26년 사이에 완성되었는데요. 이때 세종이 만든 글자의 이름과 그 글자를 해설한 책의 이름을 가리켜 모두 ‘훈민정음’이라고 합니다. 책은 총 4부 15장에 걸쳐 훈민정음, 한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인간이 동물과 달리 문명과 문화를 발달시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언어와 문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시작으로 훈민정음의 창제과정을 살펴보는데요. 흔히 ‘훈민정음’을 세종 혼자서 만들어냈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절반만 맞는 말이라고 합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세종이 집현전 학사들의 도움을 받아 창제했다’고 합니다. 훈민정음의 인류의 문자사에 있어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데요. ‘문자의 창제과정과 창제연도가 기록되어 있는 유일한 책’이 바로 훈민정음이라고 하는군요. 그런 다음 훈민정음의 창제의 의의와 과정에 대해 알려주는데요. 훈민정음이 창제되기 이전의 생활, 한자를 빌어 쓰면서 겪어야했던 불편함을 비롯해 당시 주변 국가의 문자생활과 함께 훈민정음이 어떤 과정을 거쳐 창제되었는지 짚어줍니다. 이후부터는 창제된 훈민정음을 보급에 대해 이야기하는데요. 당시 조선의 사대부와 양반층에서 한자를 쓰던 때여서 한글이 정착하기까지 과거에 시험과목으로 채택되었다가 폐지되기도 하는 등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하는군요.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행정도시로 건설 중인 세종시가 국내 최초로 ‘한글도시’로 탄생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의 이름을 딴 도시인만큼 마을 이름, 도시의 곳곳에 들어서는 도로나 다리, 시설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글 이름이 붙여지게 된다는데요. 사람들의 시선이 머물고 발길이 닿는 곳곳에 한글이름으로 가득한 도시. 생각만 해도 뿌듯해집니다. 어떤 이름들이 선택될까 궁금하고 기대도 됩니다. 이것이 우리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우리 삶의 공간에서 한글이 더욱 사랑받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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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2-01-09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내용을 언급해주신 부분은 제가 알고있던 내용과 똑같네요. 한글에 대한 새로운 생각은 아니고 기존의 이야기를 정리해놓은 책인것같은데요.. 전체내용을 보면 조금 다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