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 : 재앙의 정치학 - 전 지구적 재앙은 인류에게 무엇을 남기는가 Philos 시리즈 8
니얼 퍼거슨 지음, 홍기빈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018, 중국의 원인불명 폐렴과 유사 증상을 보이는 의심환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30대의 중국 국적의 이 여성은 201912월 중순 우한을 방문한 이력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는 무관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120, 한 중국인 여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로 확인됐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단계로 상향조정하고 항공기의 우한 노선을 취소하기에 이른다. 나흘 뒤인 124, 두 번째 확진자가 확인됐다. 중국 우한시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남성이 항공기를 통해 귀국했는데 공항의 검역과정에서 발열과 인후통이 확인되어 능동감시를 받던 중 확진자로 판명되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즉시 심층적인 역학조사에 들어갔고 두 번째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검사가 실시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은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218, 영남권의 첫 확진자, 국내 31번째 확진자가 양성 판정을 받아 격리되었다. 문제는 해당 확진자가 대구의 한 교회에서 한 시간 가량 머물렀는데 당시 예배에 참석한 교인들 중 다수가 확진되면서 국내 최초의 집단감염이 일어나게 된다. 잦아들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지역사회의 감염이 심각하게 걱정해야 하는 사태가 되었다. 그리고 220, 첫 번째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해당 지역은 특별 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고 전국의 초중고 학교의 개학이 몇 번 연기되다가 학교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된다. 치료제도 예방 백신도 없는 신종 감염병에 세계보건기구(WHO)3월 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pandemic)’을 공식 선언했다. 당시 110여 개국에서 12만여 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된 상황이었다.[출처,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문제는 확진자의 증가추세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가 변경되기를 수차례 반복되었는데 이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영업손실은 한계상태에 이르렀다는 것. 코로나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사람들의 통행을 무조건 제한할 수도, 그렇다고 완전히 해제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성인의 70%가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는 것을 기준으로 단계적 일상 회복인 위드 코로나를 모색하게 된다. 집단면역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마법의 열쇠가 되는 줄 알았고 너도나도 백신을 맞았다. 그리고 11'위드코로나'로 일상을 회복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델타 변이에 이어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하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의 상황은 급변했다. 백신접종을 했음에도 돌파 감염이 나왔고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가게 되었다. 20211230일까지 국내의 코로나 누적확진자는 399,561, 누적사망자는 3,137명에 이른다.


 

코로나 2년차, 간절하게 염원했던 위드 코로나가 속수무책으로 깨어지고 있을 때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역사학자이자 21세기 최고의 경제사학자로 손꼽히는 니얼 퍼거슨의 <둠 재앙의 정치학>. ‘전지구적 재앙은 인류에게 무엇을 남기는가라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저자는 서방 국가마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저지하는데 실패하고 팬데믹의 수렁에 빠져버린 사태를 보면서 인류에게 닥친 재앙과 재난의 역사가 어떠한지 살펴보고 있다.


 

어떤 것이든 재난은 그 국가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말한 저자는 가장 먼저 종말에 대해 이야기한다. 종교적 측면에서 최후의 심판과 종말이 어떻게 말하는지 알아보고 고도로 발달된 과학 덕분에 인류의 수명은 늘었지만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는데 현대의 원자폭탄이나 생물 무기, 혹은 지진이나 전쟁과 같은 재난으로 인해 종말을 앞당기는 위험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재난은 언제, 어떻게 다가오는가. 재난이나 재앙을 어떻게 맞이하고 예견할 수 있는지 순환이론과 함께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를 통해 붕괴의 일곱 가지 사례를 분석한다.


 

하지만 세상은 경험이나 통계를 바탕으로 예측 가능한 일보다 예측모형의 영역 밖에 있는,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팬데믹 같은 재난은 (이미 우리가 경험했듯이) 그 여파가 정치, 경제, 사회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재난이 연이어 발생하는 이런 일은 사회가 네트워크로 밀접하게 연결될수록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문제는 우리 인간이 전염병에 너무나 취약하다는 것. 지구에 최초로 서식한 생명체 박테리아에서부터 각종 바이러스 등은 우리 벌거벗은 원숭이들에겐 특별히 위험한 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다가 전쟁 같은 재난이 닥치면 군인이나 정치인, 정치지도자들이 리더십을 발휘해서 사태를 제대로 수습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한다. 얼마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었는데 저자가 프랑스의 러시아 침공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어 이해하기가 한결 수월했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재난은 예측도 대비도 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책은 650여쪽에 이르는, 벽돌책이라 불러도 될만큼 두툼하다. 저자는 코로나 팬데믹이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재난과 재앙의 역사와 현재 진행중인 팬데믹이 정치, 경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풀어내었는데 만약 코로나 이후에 책을 출간했다면 분량이 얼마나 많아졌을까 사소한 궁금증이 생겼다. 본문 중에는 곳곳에 표와 그래프, 도표가 있는데 코로나19와 다른 바이러스 질환과 비교해둔 표가 있어서 주의깊게 보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수천 명에게 코로나를 전파시킨 슈퍼전파자 31번 확진자의 사례가 도표로 수록되어 있는데 당시 우리 국민들을 충격의 도가니에 빠뜨렸던 상황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고대 로마의 폼페이 화산폭발, 중세시대의 페스트, 2차 세계대전, 에볼라...인류의 지난 역사를 살펴보면 미처 예측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재난과 재앙은 얼마나 많은가. 2022년 새해가 되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언제 종식될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다. 치료약이 나왔다니 다소 기대가 되지만 그보다 먼저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지금과 같은 재앙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22-01-01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올해 팬데믹이 또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나빠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몽당연필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