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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돼지 삼형제가 집을 지었어. 첫째는 짚으로, 둘째는 나뭇가지로 집을 지었는데 늑대가 나타나 집을 부수고는 덥썩 잡아먹어버렸지. 그런데 셋째 돼지는 말이야. 벽돌로 튼튼하게 집을 지어서 늑대를 물리칠 수 있었단다.”

어릴 때 읽었던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많은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바로 <아기돼지 삼형제>일 거예요. ‘유비무환’. 미리 준비를 해두면 걱정할 것이 없다는 교훈을 알려준 동환데요. 왠지 식상하다는 느낌 들지 않으세요? 뭔가 다른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데, 좀 더 재밌게 할 순 없을까...? 뿌리는 원작동화에 두고 전혀 다른 발상, 주인공을 바꾼다거나 공간이나 배경을 바꾸고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하면 어떨까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한답니다.

 

일명 <아기돼지 삼형제> 패러디 그림책. 뭐가 있나 한번 볼까요?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존 세스카 글/ 레오 스미스 그림/ 보림)
 

 

 

 

 

<아기돼지 삼형제>를 늑대의 시각에서 바라본 그림책인데요. 자신을 알렉산더 울프라고 소개한 늑대는 자기가 양이나 토끼, 돼지 같은 동물을 잡아먹는 건 어디까지나 식성일뿐 커다랗고 고약한 늑대는 아니라고 그건 모두 근거없는 거짓말이라면서 이런 얘길 해요. 자기가  할머니 생신에 케이크를 만드는데 설탕이 떨어져서 이웃의 돼지네 집에 얻으러 갔는데 심한 감기에 걸려서 그만 재채기를 하는 바람에 집이 무너지면서 돼지가 죽었다고 말이에요. 어디까지나 우연히 일어난 사고라는 거죠. 다만 눈앞에 먹음직스런 햄을 두고 차마 못 본 척 할 수 없었다구요. 나쁜 건 오히려 자신의 할머니를 욕한 셋째 돼지인데도 경찰이랑 신문기자들은 모두 이야기를 꾸며서 자신을 커다랗고 고약한 늑대로 만들었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억울한 누명을 썼다는 건데요. 늑대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는 책 곳곳에 보입니다. 바로 늑대를 잡은 경찰이나 취재 기자가 모두 돼지란 것(돼지의 집 모양도 자세히 보세요)과 늑대의 기사가 실린 신문이 다름아닌 'THE DAILY PIG'라는 점이지요. 요즘말로 하면 언론플레이를 한 셈인데요. 그 결과 어떻게 됐을까요? 
 



  

이제 다시 표지를 한번 보세요. 표지의 오른쪽 아래 귀퉁이를 유심히 보세요. 신문을 불끈 움켜쥔 손! 누구의 손일까요?

누구의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같은 사건도 이렇게 180도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그림책을 통해 느낄 수 있답니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언론을 장악하고 이용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모습...왠지 낯설지 않다는 느낌, 드시죠?! 
 

 

 

<아기돼지 세 자매>(프레데릭 스테르 글, 그림/ 파랑새 어린이) 


 

주인공이 ‘형제’가 아닌 ‘자매’예요. ‘자매’니까 당연히 더럽지도 않아요. 엄마돼지에게 교육을 잘 받았거든요. 또 아기 돼지도 아니에요. 결혼할 나이인 돼지 아가씨가 됐거든요. 
 

 

어느날 엄마돼지가 돼지 세 자매에게 금화를 주며 훌륭한 신랑감을 찾아보라고 합니다. 돈 많고 멋진 신랑을 찾으려던 첫째와 둘째 돼지는 늑대가 돼지로 변장한 것도 모르고 문을 열어줬다가 잡아먹히고 말아요. 그럼 셋째는? 셋째 돼지 아가씨는 언니돼지들과 달랐어요. 돼지로 변장한 늑대 앞에 셋째 돼지는 오히려 늑대로 변장해서 나타납니다. 손에는 큼직한 몽둥이를 들고서요. 순간 당황한 늑대를 셋째돼지는 짚으로 만든 집으로 유인해서 잡는데요. 그 소문이 퍼지면서 셋째 돼지와 결혼하겠다는 돼지들이 줄을 섰다고 하네요. 
 





 

이 책은 아기돼지의 집인 ‘짚 -> 나뭇가지 -> 벽돌’의 순서조차도 완전히 바꾸어놓습니다. 첫째와 둘째가 좋은 신랑감을 찾기 위해 비싸고 좋은 집을 구했지만 결국 멋진 돼지의 가면 뒤에 숨은 늑대를 모습을 알아차리지 못했듯이 결혼은 번드르한 조건이나 환상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 오직 자신의 능력을 갈고 닦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답니다.



* 이 외에 함께 보면 좋은 책.... 
 

 

 


<아기늑대 세 마리와 못된 돼지>(헬린 옥슨버리 그림/ 유진 트리비자스 글/ 시공주니어) 
 

 

 

 

 

아기돼지와 늑대의 역할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순진한 아기늑대 세 마리를 크고 못된 돼지가 따라다니면서 괴롭힙니다. 아무리 튼튼한 집을 지어도 못된 돼지가 부수고 폭파시키자 아기늑대들은 생각을 바꿉니다. 어떻게 했을까요? 
 





의외의 방법으로 원작과는 전혀 다른 결말, 화해를 이끌어내는 아기늑대 세 마리와 못된 돼지. 그들의 모습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려면 마음의 벽을 쌓기보다 먼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이지요.

참, 이 책은 속면지도 잘 보세요. 이야기의 중요한 핵심이 바로 거기에 있거든요.

 

 

  

<아기돼지 세 마리>(데이비드 와이즈너 글.그림/ 마루벌) 

 

 

<구름공항> <시간상자>의 작가 데이비드 위즈너. 그는 <아기돼지 세 마리>에서 자신만의  기발하고도 풍부하고 막힘없는 상상력의 세계를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본문 내용은 원작과 같아요. 하지만 그림은 완전히 달라요. 늑대가 훅~ 하고 불 때 아기돼지들은 이야기 밖으로 도망치는가하면 동화의 일부분이 그려진 종이를 접어 만든 비행기를 타고 텅 빈 공간을 하염없이 날아가구요. 전혀 다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서 그 동화에서 쫓기는 용을 데리고 탈출하기도 하는데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그만의 독특한 상상력으로 환상적으로 펼쳐 보인 <아기돼지 세 마리>. 이 책의 매력은 그 어떤 수식어로도 표현할 수 없습니다. 직접 눈으로 보셔야 확인할 수 있다는 거, 잊지 마세요.





 

<아기 돼지 삼형제>를 패러디한 그림책. 원래의 이야기를 다시 쓰거나 뒤집기도 하고 감춰진 속내를 들여다보는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막힘없이 무한한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답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에요. 생각과 발상의 전환은 곧 신선한 아이디어로 이어지죠.

그림책은 아이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랍니다. 0세에서 100세까지, 아니 그 이상에게도 흥미와 재미를 주는 그림책. 많이많이 즐겨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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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피어난 작은 꽃을 보고 살짝 미소짓는 남자가 그려진 <작은 남자>. 에릭바튀 철학그림책의 네 부분, 관계 / 자아 / 성장 / 세계관 중에서 ‘자아’에 해당하는 그림책이다.

 

 

깜깜한 밤, 작은 남자는 바위에 기대어 앉아 꼼짝도 하지 않는다. 눈을 감고 있어서 잠자나?...싶지만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어둠이 사라지고 태양이 비치는 한낮에 그는 주군가 자기에게 입맞춤을 해주는 꿈고 가끔씩 바위에 볼을 비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작은 남자는 사방이 깜깜한 밤이란 사실에 잠깐 어리둥절해한다. 하지만 아침이 되었을 땐 활짝 핀 꽃향기를 맡는가하면 물속에 온몸을 담그고 헤엄을 치기도 한다. 또 잘 익은 열매는 따먹기도 하고 자신의 곁에 날아온 새의 재잘대는 노래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향기로운 꽃내음와 달콤한 과일, 아름다운 새소리, 찰랑이는 물....이 모든 것들의 아름다움을 온몸과 마음으로 느낀 작은 남자는 행복감에 충만해진다. 춤추고 노래한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않고 곧 우울해진다. 자신의 모습의 너무 이상하다고 여긴 것. 이런 날 누가 좋아하고 사랑해줄까?....자신감을 잃은 작은 남자는 자신이 있었던 바위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곳에서 꿈을 꾸고 있는 사람, 작은 여자를 만난다. 작은 남자는 그녀에게 입맞춤을 해준다. 처음으로.

 

 

처음 이 책을 읽었을땐 솔직히 당황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지? 뭘 봐야 하지?

 

 

얼마나 지났을까. 한동안 생각날 때마다 이 책을 펼쳐보고 나서야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수수께끼 같던 그림의 비밀이 조금씩 풀렸다.

 

작은 남자는 꽃향기를 맡고 헤엄을 치고 열매를 먹고 새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의 몸에선 작은 변화가 생긴다.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느낌, 행복이 무지개모양으로. 혹은 물결모양, 열매모양, 꽃넝쿨처럼 조금씩 차오른다.  

 

 



 

하지만 자기 혼자만이 느끼고 즐기는 행복은 때로 슬픔과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 지금의 이 행복을 누군가와 함께 느끼고 싶어. 나누고 싶어. 나와 함께 행복의 꽃을 피울 사람, 누구 없나요?...찾게 된다.

 

 

작은 남자는 그런 사람을 찾는다. 자신이 가진 행복을 작은 여자에게 전해주고 나눠준다. 그러자 그가 조금씩 가꿔온 행복의 꽃이 드디어 꽃망울을 터트린다.

 

 



이렇게 어려운 책을 어떻게 아이가 읽지? 이 느낌을 아이가 제대로 느낄 수 있을까?...하고 품었던 의문들이 나의 노파심에서 비롯됐다는 걸 알게 됐다.

 

 

아이는 어른인 나에 비해 순수하다. 우연하다. 자신이 느낀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그래서 조금만 신이 나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책 속의 작은 남자 같다.

 

 

아이의 내면에 기쁨과 행복감이 넘실넘실 차올라야 아이의 무궁무진한 잠재력도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 아이가 주위의 모든 사물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밝은 눈을 가지고 작은 것에서부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열린 마음을 지닌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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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고질병인 편두통이 시작되려고 한다. 여고시절 국민윤리에서 철학부분은 봐도봐도 이해가 안됐다. 겨우 외웠다가도 시험에선 정답만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통에 매번 틀렸다. 철학자들은 쉽게 말해도 될텐데 왜 이렇게 어려운 말을 해서 날 골탕먹이나...생각했다. 대학때도 마찬가지였다. 신입생때 교양필수로 수강했던 철학은 내게 공인된 낮잠시간이 되버렸다. 에이, 이 넘의 철학. 이제 다시는 보나봐라....절대 안 봐!! 다짐을 했다.

 

 

그런데 다짐이란 건 깨어지기 위해 존재하나보다.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만나게 된 그림책엔 저마다 철학이 숨어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지혜를 비롯해 예절, 지식, 가치관...들을 알록달록한 이쁜 색깔로 포장해놓고 아이들을 기다린다. 아이가 한 번 두 번...횟수를 거듭해서 책을 읽다보면 그 속에 숨어있던 핵심, 정수, 알맹이에 조금씩 녹아든다. 얼마전에 만난 에릭 바튀의 철학그림책이 바로 그런 책이었다.

 

 

에릭 바튀가 누군가. 언뜻 <새똥과 전쟁>이 생각난다. 빨간 나라, 파란 나라가 사소한 이유로 전쟁을 벌인다는 내용의 그림책을 큰아이가 유치원 다닐무렵 부지런히 읽어줬다. 아이에게 친구들끼리 편갈라서 놀면 안돼...하고 몇 마디 하면 쉽게 끝날 일을 이 그림책 한 권으로 대신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가 세계 어린이책 3개상인 볼로냐 국제도서전 올해의 작가상을 비롯해 BIB 비엔날레 대상, 국제 어린이문학회 옥토곤상을 수상한 작가였다니...좋은 작가를 또 한명 알게 됐다.

 

 

에릭 바튀의 철학 그림책 <작은 행복>. 그는 이 책에서 말한다.

 

 

행복이란 작은 우산을 펴는 것처럼 간단하지.

 

 



<작은 행복> 이 그림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작은 우산의 이동을 따라간다. 어느 날 아침 날아가버린 작은 행복은 제발 돌아오라고 소리쳐도 멀리 멀리 달아난다. 작은 행복을 놓쳐버린 ‘나’는 가장 먼저 작은 행복을 걱정한다.

 

 

“나 없이 어떡하려고 그러지? 번개에 맞아 불타기라도 하면 어쩌지? 붉은 하늘 저편으로 영영 날아가기라도 하면 어쩌지?”

 

 

그래도 돌아오지 않는 작은 행복. ‘나’는 슬며시 심술이 난다.

 

 

“비바람에 혼자 떨고 있을 작은 행복을 떠올려 봐. 심술궂은 바람이 작은 행복을 데려갔다고.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하지.”

 

 

 뾰족해진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마음이 누그러들고 ‘나’는 조금씩 마음을 놓는다.

 

 

 “작은 행복은 언젠가는 꼭 돌아올 거야. 작은 행복은 꽃잎처럼 장난을 치고, 춤을 추려고 하늘로 날아올랐던 거니까. 작은 행복은 장난꾸러기이거든.”

 

 

한 편의 짧은 시 같기도 하고 명상집의 일부를 읽는 느낌도 드는 <작은 행복>. 처음 읽을땐 이 책이 도대체 무슨 얘길하나...싶었다. 며칠에 걸쳐 연거푸 읽고 나서야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냐. 우리 가까이에 있어. 네 곁을 봐. 작은 행복이 보이지?’란 말을 ‘바람에 날아간 작은 우산’에 빗대어 표현한 게 아닐까. 바람에 날려 놓쳐버린 우산을 잡으려고 달려갔지만 작은 우산이 내 손을 피해 요리조리 피해다니는 걸 우리가 행복을 찾으려고 방황하는 모습으로 나타낸 듯하다.

 

 

어린 시절 집 주변에 머물러 있던 아이의 행동반경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자연히 본격적으로 넓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생각이나 사고는 그렇지 않다. 좀 더 깊게 생각하고 넓게 바라보는 시각을 어릴 때부터 대화와 그림책을 통해 조금씩 연습하고 길러줘야 한다. 오늘 책을 읽고 한 가지 생각을 했다면 내일은 두 가지...이런 식으로 말이다.

 

 

사실 이 책은 9살 큰아이에겐 좀 어려운 책이었다. 책에서 말하는 내용을 매번 일일이 상황을 설명해주지 않는한 잘 이해하지 못했다. 최소한 초등고학년 정도가 되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는다. 지금은 어렵게 첫 발을 내딛었지만 내일은 두 걸음을 걸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아이와 함께 나도 조금씩 성장하는 느낌이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질문’이란 소타이틀을 붙인 <생각의 탄생>. 이 책은 모두 30권의 그림책으로 이뤄졌는데 관계/ 자아/ 성장/ 세계관 등 4개의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또 <에릭 바튀 철학 그림책 읽기>라는 가이드북이 있어서 한 권의 그림책을 읽고 생각을 어떻게 넓혀나가면 되는지 참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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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stella.K > [알립니다] 이벤트 합니다!

봄도 됐고, 별 볼 일 없어 보이는(나만 이러나? 그래도 명색이 '별'인데!) 서재에 활력도 불어 넣을 겸 오랫만에, 이벤트 해 버리겠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누군가 이벤트라는 걸 하면 좋잖아요!

이번에 주제는, 자기 소개서 를 써 주십시오. 이거 한 번씩은 다 써 보시지 않으셨습까?  아직까지 안 써 보신 분들은 이번 기회에 써 보시는 것도 좋겠죠. 자기 소개서를 쓰는데 특별한 규정은 없습니다. 가급적 평범하게 쓰시는 것 보단 재밌게 또는 튀게 때론 인상 깊게 쓰시면 좋겠죠? 예제를 보면,

- 1960년 7월 5일, 미명에 태어났다고함. 아버지는 공무원으로 근무 중,
증조부를 여의고 난 후 귀향,읍내 시장에 서민금융(시장상인들을 상대로 한
신용조합의 일종)을 운영하는 한편 농사도 지었음.

  - 조부모, 종조모, 부모, 고모셋, 삼촌, 아홉 살 위인 형, 여섯 살 위인
큰 누이, 세 살 위인 작은 누이,머슴까지 합해 열세 명이 밥상에 둘러앉는 대가족.
3년 후남동생, 또 3년 후 여동생이 태어나 최고 15명분의 수저를 밥상에 놓아야 했음.
따라서 밥상이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저절로,확실히 깨닫게 되고
밥상을 연모하는 마음을 평생 가지게 됨.

 - 스무 살 때까지 편식. 물고기,뭍고기를 먹지 않는 식성이어서 반드시 그것을
먹어야만 하는 다른 식구들에게 우호적인 대우를 받음.
최초로 돼지갈비를 먹은 것은 군대시절 휴가 때로 '야,이 놈들이 이렇게 맛있는
걸 저희끼리만 처먹고 살았구나.' 하고 바글바글한 옆자리 손님들에게 눈을 부릅뜬
적이 있음.

 - 67년 국민학교 입학. 여리고 청초한 처녀를 담임선생으로 맞아 사모하는 마음을
가누지 못함. 그해 겨울 선생은 결혼식을 한다고 학교에 나오지 않았음.
그때 딴 녀석들은 수업시간이 줄어들어서 좋다고 책상에 뛰어오르는 등 광란을
하며 환호했는데 홀로  집으로 돌아가는길, 십릿 길을 울면서걸었음.
다시는 여선생을 사랑하지 않으리라 결심.

 - 2학년 때 담임선생은 여성은 여성이었으되 영국의 대처 수상을 연상케 하는 강철
같은 의지와 철권의 소유자. 감히 딴 마음을 품을 수 없어서 책으로 관심을 돌림.
집에 있던 책들은 옥루몽, 금병매,수호전, 연산군 같은 소설에 그림으로 보는 이야기 성서
(이야기로 읽는 그림 성서였나?), 축산전서, 정체불명의 일본 추리소설,
[사랑이 메아리 칠 때] 같은 저자 불명의 연애소설, 경향잡지(가톨릭 교회에서
간행하는잡지) 따위. 그걸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하다보니
학교에서 보고 배우는 이야기는 한 마디로 우스웠음.
따라서 학교에서 내내 실실 웃고 지냄.

 - 3학년 때 {아라비안나이트}와 세익스피어의 {햄릿}, 중고등학생용 자유교양신서를 만남.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각 백번은 읽어 독서백편의자현이라는 말뜻을 체득하게 됨.

 - 4학년 때 백일장에 나가 [노을]이라는
제목으로 '노을을 보면 시집 간 누나가 생각난다'는 요지의 거짓말을
주워 섬겨대 당선있는 가작 상을 받음. 그때 누나는 고등학생으로 시집은 십 년
후에나 고려할 나이였음. 그 다음부터 갖가지 백일장에 반 대표, 학년 대표,
학교 대표로 나가게 됨. 거짓말 선수가 됐음.

 - 6학년 때 대학에 다니던 형이 군대 갔다가 사망. 온집안의 기대를
모으고 있던 형의 죽음으로 졸지에 장남이 됐고 무관심 속에서
누리던 은일과 평화의 시대는 종막을 고함.

 - 교내 폭력의 전성기에 거의 한 대도 맞지 않고 국민학교를 졸업.
졸업식 때 받은 상은 육성회장상인데 부상은 주판.

 - 73년 아버지와 형이 졸업한 중학교로 진학, 자전거로 통학했음.
한없이 긴 방죽을 따라 등교를 하다 보면  스스로 한심하고  슬퍼지는 때가 많았음.
여름에 부모님이 서울로 이사, 조부모와 나만 커다란 시골집에 남게 됨.
담임 선생과 세계관이 맞지 않아 불화, 도서실에서 책을 훔쳐나오다 적발된 이후
학교에 가기가 싫어 시냇가에 앉아 혼자 가르치고 혼자 배우는  시간을 보냈음.
그때 공책을 찢어 띄워보낸 종이배는 지금 어디에서 항해를 멈추었는지.

 - 2학년 봄에 서울로 전학. 말이 서울이지 구로공단의 배후지인 가리봉동이라는
변두리 동네는 수채가 질질 흐르고 비닐조각에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가운데 산업전사들이
사단급, 군단급으로 출퇴근을 반복하는 지옥같은 수용소였음.

 - 독서실이라는 해방구에서 변두리 동네 사춘기 소년들이 즐기는 갖은 장난을
다 배우고 익힘. 여자 목욕탕을 들여다보다 불때는 할아버지에게 잡혀서 머리에서
예배당 종소리가 나도록 맞았음. 복수를 위해 세 번을 더 떼지어 출격했으나
처음처럼 많은, 아리따운 여인들을 볼 수는 없었음. '나는 봤다!'고 목욕탕 벽에
낙서를 하는 것으로 복수를 마무리.

 - 76년 2월 중학교 졸업. 지옥구 졸업. 뺑뺑이(추첨)로 혜화동의 경신고등학교로 진학.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은사(주호수 선생)을 만남. 매타작 전문가인 선생의 덕분으로 문예반에
들고 교지 편집이라는 걸 하고 1년 만에 문예반을 탈퇴하고 바둑도 두고 술도 마시고
선생이 압수해 집안에 쌓아둔 무협지도 읽고. 어릴  읽어둔 책들이 드디어
진가를 발휘, 40대의 성인과 대등한 사고를 하는 이상한 고등학생이 되는 데
성공하여 선생한테서는 한대도 맞지 않았음.

 - 연세대에 진학(정법계열).후에 법학으로 전공을 정함. 법학을 전공으로 한 것은
고시생들이 많아 출석을 잘 부르지 않는다는게 가장 결정적인 이유.

 - 기형도라는 인간을 만나 그가 나가는 사교 집단 연세문학회에 들어감.
교주는 문학이었고 교주 권한 대행은 술, 주정, 성원근(작고시인)의 철권,
시합평회의 난도질 등등. 성원근에게 한대도 맞지 않고 무사히 군대로 감.

 - 군대 시절 벗들과 수많은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글의 위대함에 대해 눈을 뜸.
파블로 네루다(칠레의 시인), [창작과 비평] 영인본,[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미술의 역사], [음악의 역사], [철학사], [전쟁사], [역사란 무엇인가]를 접함.

 - 84년 복학. 기형도의 인도로 교내신문인 연세춘추에서 주관하는 [윤동주 문학상]
(시 부문)에 응모. 당선 있는 가작으로 입선.

 - 85년 독자적으로 다채로운 영역을 개척하던 끝에 시, 소설, 희곡,3부문에 응모.
당연히 당선될 줄 알았던 (그 전해 당선자가 졸업했으니까) 윤동주문학상에서 낙선.
그때 심사위원은 정현종. 희곡은 당선작 없음으로 낙선. 심사위원은 오태석.
소설([박영준 문학상])이 가작 없는 당선으로 간신히 체면 유지. 심사위원은 잘
기억나지 않음.

 - 86년 6월 월간 {문학사상}의 신인발굴에 시 [유리닦는 사람] 외 4편으로 등단.
졸업 후 출판사인 현암사에 취직.

 - 11월 출판사 사직하고 제주-해남-상주로 이어지는 순례 시작.
6개월 정도 절에서 생활(절 생활은 종교문제 때문이 아니라 식성 때문임).

 - 87년 겨울, 동양시멘트라는 회사에 취직. 홍보 일을 봄.

 - 88년 5월 결혼. 현재 1남1녀.

 - 91년 그동안 발표한 시를 모아 첫시집 {낯선 길에 묻다}(민음사)를 냄. 판매 실적 저조.

 - 93년 8월 해마다 거듭된 시도 끝에 직장을 그만두는 데 성공. 주특기인 놀기에 탐닉,
마냥 신나게 먹고 놀았음.

 - 94년 여름, 편서풍과 북태평양 고기압의 대결장이 된 서울 신림동 산자락 하숙집에서
악전고투 끝에 시도 소설도 산문도 아닌 이상한 글을, 미욱스럽게 책 한 권 분량이나 쓰게 됨.
그해 겨울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민음사)로 펴냄. 판매실적 저조.

 - 95년 1월 산문집 {위대한 거짓말}(문예마당)을 냄. 물어보나마나 판매 실적 저조.
계간 {문학동네} 여름호에 단편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 를 발표함으로써 소설가
행세를 하게 됨. 단편 [금과 은의 왈츠],단편 [첫사랑], 단편[이른 봄]을 발표하는 한편
장편 {왕을 찾아서}를 흑심을 가지고 씀.

- 96년 2월 {왕을 찾아서}(웅진출판)드디어 출간. 그러나 또 판매실적 저조.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 되면?  모르겠다.
 6월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침. 성한 왼쪽 다리도 노리는 인간들이 많은 세상에서 힘겹게
살고있음. 낫기만 하면 손보아줄 인간들 역시 많은 세상에서 야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음.

 - 현재 원고노동자, 사과나무에 반한 자, 막걸리 잔에서 복숭아꽃 피기를 기다리는 자
등 스무 개 정도의 직업 내지는 직함을 가지고 있음.

 출처:은비령(隱秘嶺)

이것은 소설가 성석제님이 쓰신 자기 소개죠. 재밌고, 인상적이지 않습니까? 이렇게 솔직 단백하게 쓰시면 될 것 같습니다. 괜히 이벤트 여는 사람 무안하지 않게 많이 참여해 주셨으면 합니다.

대충, 화요일 정도까지만 이 카테고리 이용하셔서 응모해 주십시오.

혹시 많이 참여 안 하실지도 모르니까. 세 분 추첨해서 만원 내외의 책을 선물로 드리겠슴다. 아무리 못해도 설마 세 분은 참여해 주시겠죠? 그러면 응모만 해도 당선입니다. ㅋ. 플리즈~(으, 내가 지금 뭐하는 거냐?ㅜ.ㅜ)

그럼 기다리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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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이벤트 예고] 2006년 4월 1일, 그들이 (또) 몰려온다!


우절 가짜책을 잊지 않으셨다고요?

해가 갈수록 열광적으로 호응해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창작의 고통을 무릅쓰고 또다시 이벤트를 열기로 했습니다. 슬쩍 넘어가려고 했지만 무려 2,189통의 격려 메일을 받고 감사의 눈물을 흘리며...

*일시: 3월 31일(토요일) 오후 9시 ~ 4월 2일(월요일) 오전 9시

*찾는 방법: 알라딘 홈페이지 구석구석에 숨겨진 가짜 상품을 찾아주세요! '이 책, 가짜 아니야?' 하는 것은 어떻게 확인할까요? '장바구니에 담기' 버튼을 눌러보세요. 성공과 실패가 판가름납니다.

*응모 방법: 3월 31일 오후 9시, '만우절 이벤트' 페이퍼가 올라갑니다. 그 페이퍼에 '서재 주인장에게만 공개'로 댓글을 달아주시면 됩니다.


1)제목
2)위치(url이 제일 좋지만, 글로 설명해주셔도 좋습니다~)
3)알라딘 계정 이메일 주소와 성함

예시)
1)제목: <가짜책이 별거라고>
2)위치: 도서 첫페이지 오른쪽 상단 이벤트 배너 중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book.aspx?pn=060401_building)
3)paper@aladin.co.kr / 지니

*추첨상품
1)1등 - <신의 물방울> 일반판 전권 세트 3명

 

 


2)2등 - 도넛 라디오 5명


3)3등 - 시네마 포토박스 5명

4)아차상 - 알라딘 적립금 5천원 6명

*주의사항!!!
-정답은 꼭, '비공개 덧글'로 해주세요. 누출되면 억울하지요.^^;
-정답 힌트가 있습니다. 힌트 시간은 오후 1시, 오후 6시입니다.
-전부 못 찾았지만 아깝다고 생각하는 분도 응모해주세요.

4월 1일, 알라딘에 시선 고정!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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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출문제 족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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