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에게 묻는 심리학
김태형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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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란 학문을 알게 된 건 여고 때였습니다. 아이들이 돌려보던 잡지 속에 간혹 심리테스트가 수록되어 있으면 호기심에 눈을 반짝였지요. 노트나 연습장에 답을 적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내면이 어떤지, 어떤 상황인지 찾아보곤 했는데요. 심리학이 무척 흥미롭고 매력적인 학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대학때 심리학에 대해 배우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심리학’과 인연이 없는지 교양과목으로도 수강하지 못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도서관에서 심리학에 관한 책을 뒤적여봤습니다. 그 유명한 프로이트의 책이었는데요.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도통 알 수가 없더군요. 오기가 생겨서 대출과 반납, 연장을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까지 시도해봤지만 책장은 호락호락 넘어갈 기미도 보이지 않고. 결국엔 덮어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로 한동안은 심리학을 잊고 지냈는데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아이의 심리, 인간의 심리를 알기 위해 다시 심리학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번엔 다행히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책이어서 인간의 심리를 쉽게 풀이해놓은 덕분에 예전보다 비교적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읽다가 포기해버렸던 기억, 찜찜한 기분은 해소가 되질 않더군요. 평범한 대중들에게 심리학은 그렇게 접근 불가능한 학문인가? 의문이 생겼습니다.


<거장에게 묻는 심리학>은 심리학의 거장으로 통하는 프로이트(예전에 애를 먹었던), 융, 프롬, 매슬로의 이론에 대한 책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들의 이론을 무작정 들이대지 않습니다. 프로이트와 융, 프롬, 매슬로의 이론과 사상이 집대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책, 정신분석학의 대가인 프로이트는 <세계관에 대하여>로,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융의 <무의식에 대한 접근>으로, 사회심리학자인 프롬의 <인간의 마음>을, 인본주의 심리학의 창시자인 매슬로의 <존재의 심리학을 향하여>란 책을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는데요. 저자는 이 책들을 단순히 해설하는데 그치지 않습니다. 프로이트를 비롯한 융, 프롬, 매슬로의 이론과 주장 중에서 ‘계승해야 할 것이 무엇이고 혁신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판별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무의식이란 개념을 도입한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 그의 <세계관에 대하여>에서 저자는 프로이트의 이론이 여러 오류로 인해 현재에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분석학은 심리치료나 문화예술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정신분석학이 어떤 것인지 알려줍니다. 먼저 ‘세계관’의 개념을 짚어본 다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과학적 세계관을 기초로 했는데 그로 인해 종교와 철학적 세계관과 등을 돌리게 되는 과정을 이야기합니다. 뿐만 아니라 프로이트는 인류역사를 계급투쟁의 역사로 인식하는 마르크스 주의와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는데 당시 무엇이 쟁점이 되었는지 간략하게 설명해줍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철학과 이론, 세계관이 한계점을 드러내고 주변으로부터 끊임없이 비판받았지만 그럼에도 세계관이라는 주제를 회피하지 않았다고. 오히려 과학적인 철학이 등장하여 자신의 정신분석학이 새롭게 변모하기를 간절히 바랬을 거라고.


심리학의 거장 중의 거장인 프로이트, 융, 프롬, 매슬로. 그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은 대단히 매력적입니다. 그들의 사상과 철학, 이론이 집대성되어 있는 책의 흐름과 핵심을 짚어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이론과 철학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데 그런 거장을 네 명이나 한꺼번에! 역시 쉽지 않더군요. 생각보다 어렵고 난해했지만 심리학적 원론, 이론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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